그림이란 무엇인가?
고전적인 의미에서의 그림은 3차원 공간에 존재하는 사물을 2차원 평면에 재현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가장 사실과 가깝게, 아름답게 그려야 하는 것이
오랫동안 화가들이 추구해 온 불문율 같은 것이었다.
이것이 인상주의가 등장하기 전까지 그림에 대한 정의였다.
그러다가 인상파가 등장하면서부터 그림에 대한 정의가 달라졌다.
그림이란 불변하는 대상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빛에 의해 변하는 순간적인 사물의 인상을 그리는 것으로 새롭게 정의되었다.
모네, 르누아르, 드가 같은 화가들이었다.
그러나 이들의 그림은 빛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사물 본래의 형태는 일그러졌다.
후기 인상파에 속하는 세잔은 인상파들이 소홀히 다루었던 원래의 형태와 색깔을 강조했다.
즉 사물을 고정된 한 시점이나 시각이 아니라
사물 본래의 모습을 담아내기 위해 원근법과 명암까지도 파괴해 버렸다.
뒤샹에 이르면 그림이란 사방에 널려있는 재료들을 가져다가
새로운 이름, 새로운 개념을 붙이면 작품이 되었다.
일종의 유명론이었다.
뒤샹의 등장은 서구의 합리주의에 대한 반발이기도 했다.
과학적 합리주의가 인간을 낙원으로 이끌어줄 줄 알았지만
결과는 1차 대전이라는 엄청난 비극을 낳고 말았다.
여러 예술가들이 이에 대한 반발로 예술을 새롭게 정의하기 시작했다.
1917년 뉴욕에서 열린 앙데팡당(개인)전에는
<R. Mutt> 라는 이름의 사람이 남성 소변기 하나를 <샘>이라는 제목으로 작품으로 출품했다.
Mutt는 얼간이라는 의미이다.
그러나 미술관 직원이 이 변기를 칸막이 뒤에다 옮겨 놓았다.
그게 작품일 줄은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뒤샹은 변기를 뒤집어 놓고는 <샘>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그것이 20세기를 뒤집은 걸작품이었다.
그 변기가 지금 수 천 만원을 호가한다.
이것으로 뒤샹은 2004년 11월, 영국에서 있었던 터너상 시상식에 참석한 화가 500명으로부터
20세기 미술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화가로 선정되었다.
피카소의 그림을 처음 보면 저렇게도 못 그렸나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아비뇽의 처녀들>을 보면 기괴하면서도 섬뜩한 느낌이 드는 여인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그러나 피카소는 이미 소년 시절에 미켈란젤로 수준에 이를 정도로 그림을 잘 그렸다.
그러다가 그림에 대한 정의를 바꾼 것이다.
“내가 보는 것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것”을 그릴 뿐이다.
따라서 그의 작품은 보는 사람에 의해서만 살아난다.
그래서 어릴 때는 어른 같은 그림을 그렸고
어른이 되어서는 어린 아이들 같은 그림을 그렸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그림이란 처음부터 어떤 이미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고정된 것도 아니다.
그림을 그리다 떠오르는 상념을 좇아서 그려지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림이 그것을 보는 사람을 통하여 비로소 생명력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여성의 신체를 비하했다고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아비뇽의 처녀들은
바르셀로나 거리에서 몸을 파는 매춘부들을 그린 것이다.
괴상하게 생긴 여인들의 표정은 매춘부들에게서 받은 느낌을
원시적인 아프리카 가면에 비유한 것이다.
이렇듯 새로운 정의는 늘 새로운 세계를 열었다.
호텔을 서비스업이라고 보는 입장과
부동산업이라고 보는 입장은 접근 방식이 전혀 다르게 마련인 것이다.
*
미술 평론을 할려는 게 아니라, 오랫 동안 글을 안 올렸기에
지금 쓰고 있는 책의 내용 중 한 토막을 옮긴 것입니다.
여기는 삶의 이야기를 많이 올려야는 건데, 너무 재미가 없는 삶이라...
노을~
삭제된 댓글 입니다.
나 같이 생기다 만 사람 자주 봐서 뭣 할려구요...재미도 없고...
@노을이야기 "생기다 만 사람(?)" 을 보고싶어하는 여인도 계시고......부럽다.
그나저나 지난년말에 신간이 나온다는 얘기를 들은것도 같은데 ....
책 제목이나 알려주셨으면.....
덕분에 광화문 한번 더가보게.....
@부밍런 출판 경기가 너무 안 좋다 보니 출판사들이 책 내기를 겁을 내고 있네요...
조만간 나올 듯합니다., 감사드리고요...
@온유 그게 그말 아닌가? 뵌지가 오래다, 즉 보고싶다...?
그림방 방장에게 선생님같은 말씀을 듣게 해 주시니 고맙습니다
에고 ...부끄럽습니다...지금 쓰고 있는 책에 나오는 이야깁니다.
그림이 핵심이 아니라 <컨셉>에 관한 이야기 도중에 잠깐 그림 이야기가 들어갔네요...
아름다운 봄 맞으시고요...
그림은 그림인데, 피카소 자손이 소장중인 피카소작품을 경매를 통하지 않고 판다네요
사 모으면 돈이 될것 같은데 비행기값이 없어 가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ㅎ ㅎ
ㅋ~시간이 가면 갈수록 가치가 오르는 것이 그림이니...
삭제된 댓글 입니다.
그래서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도 공부를 해야 하는가 봅니다...공부할 거 참 많다~~
컨셉을 어떻게 잡아야 마무리를 잘 할까요?
언덕 위에서 보면 모든 게 납작해 보이지요...
몸을 낮추면 나 처럼 못난 못난 크게 보일 겁네다...
예수님 처럼 몸을 함 낮추어 보셔요! 그러면 답이 보일 겁니다...
@노을이야기 헐~~~~
정답입니다.....
겸손이 최고의 교만으로 작용할듯....
잡념이 많아서....
@청주청초 잡념이 아닌 듯 한데요...? 고린도 전서에 교만이라는 말이 세 번 나옵니다...
사도 바올이 구구절절 교만에 대해 설파한 내용을 한 번 읽어 보시면...
늘 人文學적 이야기에만 능하신 줄 알았드니,
역시, 인상파, 인상파 화가에도....
저는 인상파 이후의 그림에는,
고개를 갸우뚱하고 그림 속을 뒤집어 본답니다.
외광의 효과를 주로 하여 원색의 강렬한 색감으로 표출하는
인상파 그림은 이해하기 편해서 좋아하는지도 모르겠어요.
노을님의 글 속에서 역사, 문학, 철학, 예술등,
머리에서 잊어가는 교양, 문화등을 다시 건져내어 주시거던요.
감사합니다. 삶의 이야기는 되지요. 내 삶에 양식을 주는....
우리 마눌이 콩꽃님 사진 보고 복스럽데다 뭐래나...
@노을이야기 아이구 노을님, 어부인 한번 모시고 길동무 나오셔요.
이 나이에 가장 듣기좋은 이야기, 복이지요.
차 한잔 사겠습니다.
호텔업을 서비스업종으로 손을 들까 부동산업으로 손을 들까
3거리에서 헤메는 사람에게는 그림중의 그림의 떡인가 봅니다.
언제나 많은 지식과 지혜를 갖다주신 노을님이 그저 고맙기만 합니다.
감사합니다~~...세상도 낙원이라 생각하면 낙원이고, 지옥이다 생각하면 지옥이 아닐까 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저도 이제 좀 배울려구요~. 이 나이에도 세상을 보는 눈이 없으니, 흑흑ㅠㅠ~~
삭제된 댓글 입니다.
시온님이 천재 입니다. 멋진 코멘트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