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Ben)
1972년 미국영화
감독 : 필 칼슨
주제곡 : 마이클 잭슨의 'Ben Song'
출연 : 리 몽고메리, 조셉 캄파넬라, 아서 오코넬
로즈마리 머피, 메레디스 백스터, 캐즈 개라스
쥐 떼의 습격을 다룬 영화 '윌라드'의 속편 '벤'은 '윌라드' 이후 1년 뒤인 1972년에 공개되었습니다. '벤'의 시작은 '윌라드'의 끝입니다. 내용이 바로 이어지지요. 애초에 2부작으로 기획이 되었겠지만 신속하게 속편이 나올 수 있었던 건 전편인 '윌라드'의 놀라운 흥행 때문입니다. 다니엘 만 감독, 어네스트 보그나인 등 이름있는 감독, 배우가 출연하긴 했지만 그 해 흥행 10위권에 들 정도의 성과를 이런 B급 소품이 기록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윌라드'는 1971년 7월에 개봉되었고, 흥행에 크게 성공하자 속편 '벤'이 그해 연말에 바로 촬영되었습니다. '윌라드'의 성공은 70년대 여러 동물영화를 만드는데 영향을 주기도 했을 겁니다. 70년대에 '스웜' '엘리게이터' '그리즐리' '피라냐' 그리고 대흥행작 '죠스''킹콩' 같은 영화들이 나왔으니까요.
윌라드 사건 이후 마을은 쥐에 대한 경계가 생겨났지만 '벤' 이라는 쥐의 능력을 과소평가한 면이 있었고, 경찰들도 윌라드의 일기장에 쓰여진 내용에 대해서 반신반의 합니다. 하지만 경찰관 중 한 명이 쥐의 습격에 죽는 사고가 발생하고 마을은 뒤숭숭해집니다. 그럼에도 좀체로 쥐가 발견되지 않습니다. 쥐들의 리더인 벤은 비밀 서식지에 쥐떼들을 데리고 은신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벤'에서는 제목처럼 벤 이라는 쥐가 거의 주인공 격으로 올라섭니다. 그리고 전편과 마찬가지로 인간과 쥐의 교감을 다루고 있는데 오히려 전편보다 훨씬 더 강화되었습니다. 전편의 윌라드는 단지 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을 대체해서 쥐를 키운 셈이지만, '벤'에서 등장하는 대니(리 몽고메리)는 아예 벤과 정신적 교감까지 하니까요. 벤은 대니의 말까지 알아듣는 영리한 쥐로 설정됩니다. 그리고 능력도 '윌라드' 때보다 훨씬 출중해지죠. 대니는 심장이 안좋은 소년으로 아버지가 안 계신 편모슬하 이기 때문에 더욱 벤과 교감이 두텁게 형성됩니다. 그러고 보니 윌라드와 벤은 모두 편모슬하에서 살고 있었네요.
'윌라드'에서 500마리 정도의 쥐가 등장했다는데 '벤'에서는 4천마리로 헐씬 늘었습니다. 쥐가 아닌 사람 윌라드의 비중이 훨씬 컸던 전편과 달리 '벤'에서는 대니와 벤의 비중이 거의 비슷한 정도입니다. 벤은 꽤 자주 등장하고 쥐떼들의 습격도 훨씬 자주 활용됩니다. 초반부터 쥐에게 죽는 사람이 나오고, 트럭, 마트, 헬스장, 캔디가게 등이 쥐떼들의 습격을 받지요. 그야말로 경찰과 쥐의 숨바꼭질 같은 대결과 마을이 쥐의 공포로 떠는 내용이니까요.
하지만 쥐가 이렇게 공포스런 존재로만 다루어지는 건 아닙니다. 벤과 대니와의 관계는 윌라드와 벤과의 관계보다 훨씬 돈독합니다. 대니를 괴롭히는 조금 큰 아이를 벤과 쥐들이 혼내주기도 할 정도니까요. 거의 반려동물의 수준을 넘어섭니다. 마이클 잭슨의 유명한 노래 '벤'의 그 감미로운 멜로디와 우정어린 가사는 바로 대니와 벤의 관계로 인하여 나온 노래입니다. 심장병이 있는 대니는 벤과의 우정을 기리며 직접 벤을 위해서 노래를 만드는 설정이고 그 노래가 유명한 마이클 잭슨의 음성으로 주제곡으로 쓰여진 것이죠. 대니가 작곡하면서 그 'Ben Song' 을 노래하는 장면이 나오고 중간에 하모니카로 빠른 연주곡으로 나오고, 엔딩 타이틀곡으로 마이클 잭슨의 음성으로 등장하기도 합니다. 가사 내용도 아주 절절한 우정을 담고 있지요. 노래만 들으면 절대 쥐떼의 습격을 다룬 공포물로는 느껴지지 않습니다. 가사도 그렇고.
벤을 영리한 반려동물로서와 무시무시한 쥐떼를 리드하는 공포의 대상 두 가지로 다루고 있다는 것이 영화의 특징입니다. 벤의 비중이 크다 보니 유명배우는 등장하지 않은 영화입니다. 쥐들 숫자만 확 많아졌지요. 윌라드의 집 지하실이라는 비교적 작은 공간의 서식지에서 지하 하수구라는 훨씬 넒은 서식지로 바뀌었으니 숫자도 늘어났죠.
영화 후반부 소방호스와 화염방사기, 그리고 총으로 무장한 인간들과 쥐떼의 치열한 대결이 클라이막스 입니다. 하지만 뭐 별로 대단치는 않아요. 아무리 쥐가 영리하다고 해도 중무장한 여러 사람들을 당해내긴 어려울 테니까요. 다만 호락호락하게 당하기만 하는 건 아니고 반격을 통해서 몇몇 인간을 혼쭐내기도 합니다.
'벤'은 '윌라드' 만큼 흥행에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습니다. 매우 혹평을 받았고, 이 영화가 잊혀지는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다만 마이클 잭슨의 주제가는 크게 히트했고, 차트 1위까지 올랐다고 하지요. 우리나라에서도 영화음악 방송에서 단골 곡이었고, 안소니 퀸 주연의 '산체스의 아이들' 그리고 프란시스 레이의 감미로운 선율이 특징인 '하얀 연인들'과 함께 아무도 봤다는 사람은 없지만 음악은 무척 유명한 영화 세 편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아무튼 70년대는 70년대 초에 히트한 몇 개의 영화들 때문에 60년대까지는 활발하지 않던 장르가 새롭게 많이 등장했습니다. '러브 스토리'의 히트로 감성 신파물이, '포세이돈 어드벤처'의 히트로 재난영화들이, '윌라드'의 성공으로 동물 공포영화들이 등장하면서 좀 더 다양한 통속 오락물 장르가 늘어났지요. 그러면서 60년대까지 인기 장르였던 서부극이나 시대극이 퇴조했고요. 거기에 70년대 후반 '스타워즈'로 SF블록버스터 대작이, '토요일 밤의 열기'의 히트로 춤과 음악으로 이루어진 청춘물이 등장하면서 고전적 스타일의 영화들과 서서히 시대교체를 했습니다.
'윌라드'를 만든 다니엘 만 이나 '벤'을 연출한 필 칼슨 모두 어느 정도 역량도 있고 이름도 알려진 인물입니다. 다만 이 두 편의 영화는 감독의 필모에서 그리 내세울 영화는 되지 못했습니다. 승자는 '마이클 잭슨' 뿐이다 라고 할 경우 너무 심한 것일까요? CG가 없던 시대에 쥐를 훈련시켜서 그럴싸한 장면을 만드는 건 아무래도 한계가 있었긴 합니다. 그런 걸 감안하고 봐야 좀 더 즐길 수 있는 영화입니다.
ps1 : 윌라드를 연기한 브루스 데이비슨도 그랬지만 '벤'의 아역 배우인 리 몽고메리도 전혀 쥐를 무서워하지 않나 봅니다. 자연스럽게 어깨위에도 올려놓기도 하고 얼굴을 가까이 비비기도 하고 입도 맞추고, 그냥 개나 고양이 다루듯 하더군요.
ps2 : 3편의 여지도 좀 남겨놓은 듯한 결말이지만 흥행과 평가 모두 별로라서 2편에서 멈춘 것 같습니다.
ps3 : 영화속에 'Ben Song' 이 등장하는 장면을 모아봤습니다. 엔딩부분은 마이클 잭슨이 부르지요.
[출처] 벤(Ben, 1972) 영화보다 마이클 잭슨 노래가 유명|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