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라드 (Willard)
1971년 미국영화
감독 ; 다니엘 만
출연 : 브루스 데이비슨, 어네스트 보그나인, 손드라 로크
엘사 란체스터, 마이클 단테, 조디 길버트
조안 쇼울리
'윌라드'는 쥐떼의 습격을 다룬 이색 호러물입니다. 사자나 호랑이, 공룡, 악어, 상어 같은 거대한 동물의 습격을 다룬 영화들도 있지만 한마리의 힘은 약해도 여러 떼들이 모여서 공격하면 무서운 공포가 될 수 있는 짐승의 습격을 다룬 영화도 종종 있는데 벌떼의 습격을 다룬 '스웜' 개미떼의 습격을 다룬 '네이키드 정글' 새떼들의 습격을 다룬 알프레드 히치콕의 '새' 식인 물고기의 습격을 다룬 '피라냐' 같은 영화들이 그런 작품들이지요.
아무튼 동물은 잘 키우면 반려동물이 될 수 있지만 위험한 존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윌라드'는 쥐들을 등장시켰는데 1971년 작품 '윌라드'와 1972년 작품 '벤' 이렇게 2부작으로 연달아 제작했습니다. 정식으로 이어지는 속편인데 배우들은 교체가 되지요. 다만 1, 2편에 모두 비중있게 나오는 존재가 바로 '벤' 이라는 쥐 입니다. 손바닥에 꽉 찰 크기의 거대한 쥐 인데 '윌라드' 라는 제목은 벤을 키우는 주인공 이름이고, 이후 속편의 이름은 아예 쥐의 이름을 딴 '벤'으로 정했습니다.
이 '벤'이라는 제목은 많은 분들에게 그리 낯설지는 않을 것입니다. 바로 너무나 유명한 가수 마이클 잭슨이 10대시절 앳띈 목소리로 부른 노래 'Ben Song'을 많이들 기억할 것이니까요. 그런데 정작 노래는 많이 알아도 영화 '벤'은 거의 모릅니다. 설마 그 감미롭고 아름다운 노래 '벤'이 쥐떼의 공포를 다룬 영화 주제곡이라는 것은 생각지 못했을 테니까요. 그냥 영화 '벤'의 주제곡이다 라고 소개되었고, 마이클 잭슨의 앳된 목소리만 기억하겠죠. '벤'이라는 제목에서 동물 공포영화의 느낌을 얻을 수도 없고요.
주인공 윌라드를 연기한 브루스 데이비슨
악덕 사장 마틴을 연기한 어네스트 보그나인
흰 쥐를 소크라테스라고 이름 붙여서 기른다
자, '윌라드'와 '벤' 두 편의 영화를 연달아 소개할텐데, 우선 오늘은 1편 '윌라드' 입니다. 원작이 있는 작품인데 스티븐 길버트 라는 작가의 원작이라는군요. 주인공 윌라드(브루스 데이비슨)는 직장에 다니는 젊은 청년입니다. 원래 그 회사는 아버지가 설립한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동업자였던 마틴(어네스트 보그나인)이 사장이 되었는데 마틴은 악덕 사장이었습니다. 윌라드를 승진도 안시키고 종처럼 부려먹고 심지어 윌라드의 집까지 빼앗을 궁리를 하고 있습니다. 윌라드는 매일 마틴에게 야단을 맞으며 힘들게 생활하고 있지요. 그런 윌라드에게 그나마 두 가지 위안이 있는데 하나는 어여쁘고 상냥한 직장 동료 조안(손드라 로크)의 존재, 또 하나는 남몰래 집에서 쥐를 키우는 취미를 갖고 있는 것입니다. 처음에 호기심에 쥐에게 먹이를 주다가 아예 키우기 시작했고, 윌라드 집의 지하실은 쥐의 서식지가 되었습니다. 쥐들은 놀라운 속도로 빠르게 번식해 나갑니다.
윌라드는 예쁘장한 흰 쥐를 소크라테스라고 이름 붙이고 침대에서 같이 자면서 특별히 예뻐하는데 벤 이라고 불리우는 커다란 흑쥐가 자주 윌라드의 방에 들어옵니다. 벤은 일종의 쥐들의 리더 같은 존재가 됩니다. 윌라드는 가방속에 소크라테스와 벤을 몰래 넣어서 회사에 데리고 다니는데 나중에 그게 화근이 되지요. 그리고 비극적 사건이 벌어집니다.
점점 늘어나는 쥐 숫자
쥐로 인하여 아수라장이 된 파티
쥐를 길들이는 윌라드
애완용으로 키우던 쥐가 사람을 습격하는 공포의 대상이 된다.... 뭐 이런 내용이지요. 쥐가 굉장히 빨리 번식한다는 부분도 잘 이용하고 있고. 1971년 당시는 아직 CG를 사용하기 전 시대라서 실제 쥐들을 훈련시켜서 출연시켰습니다. 쥐들이 경로를 따라 움직이고, 제법 연기(?) 도 하는 등 꽤 어렵게 만든 영화로 느껴집니다. 물론 CG가 없는 시대이고 쥐가 개나 고양이와는 다르기 때문에 그다지 그럴싸한 장면이 많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그냥 요즘 시대에 보면 어설픈 B급 영화이죠. 그래도 쥐떼의 습격을 다룬 영화로 2부작을 기획한 것이 독특합니다.
주인공 윌라드 역에는 당시 20대 중반의 브루스 데이비슨이 출연하고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 '무법자 조시 웨일즈' '더티 파이터' 등으로 낯익은 손드라 로크가 윌라드의 회사 동료 조안으로 비중이 생각보다 약하게 등장합니다. 그리고 악덕 사장인 마틴으로는 50-60년대 명조연 배우인 어네스트 보그나인이 등장하는데 매우 잘 어울립니다. 윌라드의 엄마 역으로는 엘사 란체스터가 출연하지요. 그럭저럭 이름이 알려진 배우들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배우의 역할보다는 윌라드와 쥐의 교감과 쥐의 역할이 주요 소재가 되는 영화지요.
고양이를 선물받고 난감한 윌라드
쥐새끼를 잡아라!
거대한 쥐 '벤'은 1년뒤의 속편에서의 활약을 예고한다.
평소 가까운 척 하던 사람이 어려울때 도와주지 않고 외면하거나 오히려 빨아먹으려고 할 경우 벌을 받는다 뭐 이런 교훈 비슷한 것을 던져주기도 하지만 아주 미약하고 그리 깊이있는 영화는 아닙니다. 내용에서의 완성도도 아쉽지만 CG시대와 달리 쥐의 활용도 많은 한계가 있었던 영화입니다. 그냥 소재의 독특함 때문에 찾아보는 작품인 정도지요. 이 '윌라드' '벤' 2부작이 완성된 이후 영화는 실종되고 오로지 마이클 잭슨의 노래만 남게 된 셈입니다. 이 연작영화보다 노래만 많이 알려졌고, 그나마도 마이클 잭슨 이라는 대가수의 이름이 들어가서 그런 것이지요. 많은 사람들이 싫어하는 동물인 쥐 를 등장시켰기 때문에 별것 안 보여줘도 자체가 음산할 수 있었던 영화입니다.
ps1 : 조안이 엄마가 돌아가시고 외롭게 된 윌라드에게 위안이 되라고 고양이를 선물하는 장면이 매우 난감합니다.
ps2 : 주연배우가 쥐를 싫어하면 출연하기 어려웠을 텐데 브루스 데이비슨은 쥐를 별로 꺼려하지 않나 보네요. 저도 쥐는 굉장히 싫어하기 때문에. 다행히 우리나라는 고양이 천국이 되버려서 쥐를 구경하기가 요즘은 매우 힘들지요.
ps3 : 쥐가 새끼를 번식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야말로 '쥐새끼' 장면이지요. 작고 붉은 색깔로 왠지 불쾌한 장면입니다. 모든 동물의 새끼는 귀엽기 마련인데 워낙 어릴 때부터 쥐에 대한 안좋은 인식을 받고 자라서인지.
ps4 : 보통 70년대는 미국개봉 후 2-3년 지나서 개봉하는 게 보편적이었는데 이 영화는 미국에서 발표된 같은 해 인 1971년에 우리나라에 개봉되었습니다. 2003년 CG시대에 리메이크가 되기도 했지요. 리메이크 버전도 소리소문 없이 국내 개봉되었습니다.
ps5 : 다니엘 만 감독은 '사랑하는 시바여 돌아오라' '내일 울련다' '추억의 장미' '버터필드 8' '죽음의 연주' 등 제법 괜찮은 영화를 많이 연출한 실력파 감독인데 '윌라드'는 다소 쉬어가는 소품인 셈입니다
[출처] 윌라드(Willard, 71년) 쥐의 습격을 다룬 이색 소재 영화|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