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권 진학률 분석…
서울대 내신중시 정책 때문… 30개 외고 1등급 학생들
37%가 연·고대 합격 '강세'
12일 공개된 지난해 수학능력시험 성적에서 학교별 평균 점수의 상위권은 외국어고가 독차지했다. 수능 3개 영역(언어·수리·외국어)의 평균 점수 순위에서 1등은 평균 401.63점을 기록한 대원외고였고, 상위 30개교 중 21개교가 외국어고였다.영역별 1등급 학생 비율 순위에서도 언어·수리·외국어영역 모두 상위 10개교 중 8개가 외국어고교였다. 외국어와는 무관하다고 여겨지는 수리영역(수학) 1등급 비율에서도 대원외고·한국외대부고·한영외고가 1·2·3위를 쓸어갔다.
그렇다면 실제 명문대 입시에서도 외국어고교가 압도적으로 유리할까. 이번에 공개된 수능 성적을 특목고 입시기관 '하늘교육'이 분석한 '고교별 주요 대학 진학자 숫자' 자료에 대입한 결과, 외국어고 학생들이 서울대 진학에는 불리했으나 연·고대 입시에서는 유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외고 1등급' 서울대 입시에선 무력
지난해 수능 시험을 치른 전국 30개 외고 학생 1만426명 중 언어·수리·외국어 중 한 과목 이상에서 수능 1등급을 받은 '1등급 학생'은 5640명(54.1%)으로 전체 학생의 절반이 넘었다. 그러나 이 중 서울대에 합격한 학생은 277명에 지나지 않았다. 외고 출신 1등급 20명 중 1명(4.9%)꼴만이 서울대에 진학한 것이다.
반면, 지난해 대입실적을 공개한 서울지역 인문계 고교 155개교의 1등급 학생 1만241명(응시자 중 10.7%) 중 서울대에 진학한 학생은 7.1%(722명)에 달했다. 대입실적을 공개한 경기지역 인문계 고교 101개교의 1등급 5105명 중에서도 5.3%에 해당하는 272명이 서울대에 들어갔다. '인문계 1등급'이 '외고 1등급'보다 서울대 진학에 유리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결과는 서울대가 고교 내신을 중시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울대는 정시 일반전형 2단계에서 내신을 50%나 반영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학원가에서는 "내신 3등급이 안 되면 수능 만점이어도 서울대에는 떨어진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2005년부터 서울대가 정원의 20% 이상을 농어촌지역 출신 학생들로만 뽑는 '지역균형선발제도'를 실시하면서 외국어고 등 특목고 학생들이 들어갈 수 있는 문이 좁아졌다는 평가다.
특목고 입시기관 하늘교육의 임성호 이사는 "중학생 학부모들은 종종 '외고 가면 서울대 간다'라는 잘못된 편견을 갖고 있는데, 서울대는 내신을 많이 보기 때문에 외고생이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며 "무조건 외고를 고집하는 것은 오히려 대학 입시에선 악수(惡手)"라고 했다.
◆연·고대는 외고생이 절대 유리
반면, 연세대와 고려대 입시에서는 '외고 1등급'들이 강세를 보였다. 지난해 447명(재수생 포함)이 수능시험에 응시한 대원외고는 276명(61.7%)이 연·고대에 합격했으며, 한국외대부속 용인외고도 응시생 323명의 연·고대 합격률이 45.2%(146명)에 달했다.
지난해 전국 30개 외고 1등급 학생 5640명 중 3293명(37.1%)이 연·고대 합격생이었다. 서울·경기 지역 1등급 학생의 연·고대 합격률 32.2%(3293명)와 29.5%(1504명)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였다.
대성학력평가연구소 이영덕 소장은 "상위권만 입학하는 외고 학생들은 전 영역에서 고르게 높은 점수를 나타낸다"며 "모집 정원의 50%를 내신 성적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수능 우선 선발제도'로 뽑는 연·고대 입시에서는 외고생이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소장은 또 "올해 입시에서는 '수능 우선 선발제도'가 70%로 확대돼 외고 졸업생이 지난해보다도 더 유리해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