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로니에 전국 청소년 백일장은 1985년 시작하여 현재 29회에 이르고 있으며,
상위 입상자는 대학 입시전형에 가산점을 받을 수 있어,
해마다 2천 명 이상이 참가하는 아주 권위있는 백일장이다.
백일장에 오산시 원일중학교 3학년 이지윤 학생이 중등부 운문 장원을 수상했다.
오산시를 빛내준 자랑스러운 이지윤 학생을 만나보자.
[기자]
먼저, 축하해요. 많이 기쁘죠. 부모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그리고 학교에서도 무척 자랑스럽겠어요.
[학생]
네, 감사해요. 어릴적부터 초등학교 3학년때까지 엄마가 책을 항상 읽어주셨어요.
저희집이 그리 넓은 편이 아닌데 현관문을 열면 책들이 눈에 먼저 띄어요.
엄마가 책을 좋아하시거든요.
항상 가까이 옆에 두고 시간날때마다 읽고, 자격증에 도전하는 모습들,
직장다니시며 바쁘셨는데도, 열정적으로 무언가를 하셨어요.
아빠는 묵묵히 제 얘기를 들어주시구요.
학교에도 제가 쓴시가 걸려있어서 지나가다 볼때면 기분이 좋아져요.
교장선생님, 담임선생님도 축하하고, 자랑스럽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기자]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볼게요. 책 읽는거 좋아해요?
[학생]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에요.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책은 몇번이고 읽는편이에요.
지금도 저는 학원을 다니지 않아요.
혼자서 공부를 하는데 잘 모르는 부분이 나오면 이해될 때까지 몇번이고 읽어요.
그러다보면 한두번 읽었을때 지나쳤던 부분이 다시 보이기도 하면서 이해가 되요.
그러고도 이해가 안되면 저보다 공부 잘하는 친구한테 물어보거나,
인터넷강의를 집중 반복해서 들어요.
이해가 안될때는 몇번이고 반복해 들어봅니다.
그러면 머릿속에 얽혀있던 실마리가 차근차근 풀려서 이해가 쏙쏙~~
제가 아주 좋아하는 공부방법입니다.
[기자] 백일장은 언제부터 준비했나요?
[학생]
답답하거나 시상이 떠오를때 가끔씩 종이에다 낙서하면서 쓰긴했어요.
하지만 다른 친구들처럼 논술학원을 다닌적이 없어서
제 실력이 어느정도 인지 가늠할 수가 없었어요.
백일장도 처음 나가고 얼떨떨해서 상 받을거라고는 기대도 안했어요.
중3이라 내년에 고등학교 가야하니 올해엔 이곳저곳 백일장에 나가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로니에 백일장 공고문이 학교에 붙어있는게 제눈에 딱 들어오는거예요.
그때가 마침 중간고사 기간이라 밤 늦게 집에 들어와서 새벽 2시나 되서야 예선접수를 했어요.
난생처음 다른 사람들한테 글 보여주며, 평가도 받아보고, 잘 썼다는 호평이 많아서 기분이 좋긴했어요.
[기자] 백일장 본선때 많이 긴장되지 않던가요? 글제가 주어졌을때 바다를 선택한 이유는 무언가요?
[학생]
일찍 출발을 했는데 버스 놓치고 전철도 코앞에서 놓쳐서 본선에 늦을 위기에 처했어요.
가는 내내 조마조마했는데 결국 안전하게 도착해 접수하고, 생수 한병 받고 안으로 입실했죠.
본격적인 백일장 시작 전에 개회식을 하고,
'예선 응모한 2000명 중 150명에 들었으니 상을 못 가져간다고 해도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라는 말을 듣자 안심이 되면서 한편으론 설레었어요.
글제는 바다, 뿌리, 오월.
오월은 이전에 나갔던 백일장에서 썼던 글제라 다시 쓰고 싶지가 않았어요.
다음은 뿌리였는데, 뿌리, 라고 하니까 민족의 뿌리, 우리 민족의 정신...
이런것들만 생각나는 거예요.
그것들을 써내기에는 제 실력이 부족하다고 생각되어서, 바다를 선택했어요.
최근 세월호 사태를 얘기하고 싶었거든요.
별과 바다라는 내용을 중심으로 시를 쓰기 시작했는데, 안에 담은 내용은 세월호 이야기.
함부로 꺼내기가 조심스러운 소재인 만큼
최대한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안에 숨겨서 표현하려고 노력했어요.
심사위원분들이 별과 바다라는 소재 안에 숨긴 내용을 알아보실 수 있으리라 기대했어요. ㅎㅎ
[기자] 상을 받을 거라고 기대했나요? 그때의 기분은 어땠어요?
[학생]
처음 참가한 백일장이어도 '참방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마로니에 백일장은 대상, 장원, 차상, 차하, 참방으로 수상부문으로 나뉘어져 있다)
솔직히 말하면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은 건 아니었어요.
다만 이 많은 아이들 사이에서 저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몰랐거든요.
그래서 조심스러웠고, '참방이라도 받았으면 '했죠.
그런데 제 이름이 안 불리더라구요.
그때부터 조금 조바심이 났어요. 뒤에서 보고 계실 엄마께 너무 죄송한거예요.
그래서 '아, 차하에서라도 내 이름이 불렸으면' 싶었는데 역시나 호명이 안되었어요.
이때부턴 그냥 반쯤 마음을 비운 것 같아요.
예상했던 것처럼 , 차상에도 역시 저는 안불리더구요.
이젠 그냥 '괜찮아, 다음에 더 열심히 하자...' 하는 생각으로 고개만 푹 숙이고 있었어요.
마지막으로 중등부 장원 호명이 시작됐어요.
산문 장원이 제 뒷줄에서 나오고 운문차례가 되었는데, '오산'이라는 말이 들리는 거예요.
오산에서 간 사람은 저 밖에 없었거든요.
갑자기 긴장이 풀리면서 눈물이 나오기 시작했어요.
엉거주춤 단상 앞으로 나가는데, 다리가 후들거리고....
상 받고 사진 찍는데도 다리는 계속 후들후들... 그러면서도 사진 찍을때는 열심히 웃었어요.
어쨌든 그걸 끝으로 시상식은 끝이 났어요.
심사위원 분들 중 한 분이 오시더니 지윤학생이냐고, 시를 무척 잘썼다며 칭찬해주셨어요.
이대로 열심히 하면 좋은 문인이 될 수 있을 거라고 하시면서 명함을 주셨어요.
그제야 실감이 나더라구요.
[기자] 지윤학생의 꿈은 무엇인가요?
[학생]
일단, 제가 중3이니까 내년에 예술고등학교가 목표예요.
문예창작과에서 체계적으로 글쓰기 공부를 해서 우리나라를 빛낼수 있는 문인이 되고 싶어요.ㅎㅎㅎ
여리고 수줍어 하지만 자신의 꿈을 이야기할때 눈이 반짝거리고 당당하게 말하는
이지윤학생의 인터뷰를 끝내는데 너무 대견스러워서 꼭 안아주었습니다.
이제부터 자신의 꿈을 멋지게 펼칠 지윤학생을 기대하며 시를 감상해 보실까요.
바다
이지윤
바다
어둠을 갉아먹고
아주 까맣게 변했다
오늘 밤에도
별, 그들은
박아놓은 못이 빠지면
우수수
까만 바닷속으로 뛰어들 텐데
바다는
그것들을 삼킨 걸까
그 캄캄한 뱃속에
별이 가득 차 있는 걸까
차가운 뱃속에서
별들은 웅크리고 잠에 들었다
텅 빈 은하수
바다,
뱉지 않고 무엇 하는가
삼킨 그것들
내일 새벽 밝으면 하늘로
은하수 되어 돌아가야 하는데.
인터뷰후 저녁을 먹는데 음식이 나오는 동안에도 책을 펼쳐드는 이지윤학생.
좋은아빠 프로젝트에 참가중인 장전수아빠가 적극적인 추천으로 알게 되었는데,
사교육 없이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아이의 모습이
참으로 대견하고 아름다워 보여 많은 분들에게 알리고 싶었다고 한다.
학원에 의지하지 않고 꾸밈없이 순수하게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학생을 보니 칭찬일색도 모자라다.
학교끝나면 논술학원으로, 수학과외로, 영어원어민 찾아다니며
잠이 부족해 축처진 어깨로 학교와 집을 오가는 아이들...
꿈을 찾기 보다는 꿈을 쫓아 다니는 모습에서 씁쓸함이 느껴졌는데...
이렇게 자신만의 방법으로 천천히 앞으로 향하는 학생을 보니
인터뷰내내 내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학생이 보여준 희망 바이러스로 꿈에 대해 이야기하는 학생들이
더 많아질 거라는 바램과 행복이 느껴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