許公[筠] 在咸悅謫居 見寄因次以答
雲溪 全以性
南遷同作北望人。
歲晏楓林惱椘臣。
莫恨覊蹤違晤語。
只教明月見精神。
風霜影伴天涯客。
雨露恩添夢裡身。
日暮瘴江愁病意。
有誰於此是相親。
허균이 함열에 귀양살이할 때 보내온 편지로 인하여 차운하여 답하다.
운계 전이성
남쪽으로 내려와 함께 북녘을 그리는 사람이 되었으니
한 해가 저무는데 단풍 숲은 ‘굴원’처럼 괴로워하나보다.
갇힌 신세를 한탄하지 말고 원망하는 말을 하지 말고
다만 밝은 달과 같은 정신을 가집시다.
모진 고생(風霜)의 그림자가 하늘 끝을 떠도는 방랑객과 동반하더니
우로(임금)의 은혜가 꿈속에서 헤매던 몸에 덧씌워졌다.
날이 저물어 남쪽 강가(瘴江)에서 병든 마음 때문에 근심이 깊어가고
누가 이곳에 친하게 지내러 오는 사람이 있겠는가?
[국역] 전과웅
[출처] 운계선생문집
● 허균 [ 許筠 ]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서예가이다. 자는 단보(端甫), 호는 교산(蛟山) · 학산(鶴山) · 성소(惺所) · 백월거사(白月居士), 본관은 양천(陽川)이다. 부친은 서경덕(徐敬德)의 문인으로서 학자 · 문장가로 이름이 높았던 동지중추부사(同知中樞府事) 허엽(許曄)이다.
5세 때부터 글을 배우기 시작하여 9세 때에 시를 지을 줄 알았다. 12세 때에 부친을 여의고 더욱 시공부에 전념하였다. 학문은 유성룡(柳成龍)에게 나아가 배웠다. 시는 삼당시인(三唐詩人)의 하나인 이달(李達)에게 배워 시의 묘체를 깨달았으며, 인생관과 문학관에도 많은 영향을 받았다.
1594년 26세에 정시문과(庭試文科)에 을과로 급제하고 설서(說書)를 지냈다. 1597년에 문과 중시(重試)에 장원하였다. 이듬해에 황해도 도사(都事)가 되었으나, 서울의 기생을 끌어들여 가까이 하였다는 탄핵을 받고 여섯달 만에 파직되었다. 그 뒤에 춘추관기주관(春秋館記注官) · 형조정랑을 지냈다. 1602년에 사예(司藝) · 사복시정(司僕寺正)을 역임하였다. 이 해에 원접사 이정구(李廷龜)의 종사관이 되어 활약하였다. 1604년에 수안군수(遂安郡守)로 부임하였다가 불교를 믿는다는 탄핵을 받아 또다시 벼슬길에서 물러나왔다.
1606년에 명나라 사신 주지번(朱之蕃)을 영접하는 종사관이 되어 글재주와 넓은 학식으로 이름을 떨쳤다. 누이 허난설헌의 시를 주지번에게 보여 이를 중국에서 출판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 공로로 삼척부사가 되었다. 그러나 석 달이 못 되어 불상을 모시고 염불과 참선을 한다는 탄핵을 받아 쫓겨났다. 그 뒤에 공주목사로 기용되어 서류(庶流)들과 가까이 지냈다. 또다시 파직당한 뒤에는 부안으로 내려가 산천을 유람하며 기생 계생(桂生)을 만났다. 천민 출신의 시인 유희경(柳希慶)과도 교분이 두터웠다.
1609년에 명나라 책봉사가 왔을 때에 이상의(李尙毅)의 종사관이 되었다. 이 해에 첨지중추부사(僉知中樞府事)가 되고 이어 형조참의가 되었다.
1610년에 전시(殿試)의 시관으로 있으면서 조카와 사위를 합격시켰다는 탄핵을 받아 전라도 함열(咸悅)로 유배되었다.
그 뒤에 몇 년간은 태인(泰仁)에 은거하였다. 1613년 계축옥사에 평소 친교가 있던 서류(庶流)출신의 서양갑(徐羊甲) · 심우영(沈友英)이 처형당하자 신변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하여 이이첨(李爾瞻)에게 아부하여 대북(大北)에 참여하였으며 왕의 신임을 얻어 예조참의를 거쳐 승문원부제조(承文院副提調)가 되었다.
1614년에 천추사(千秋使)가 되어 중국에 다녀왔다. 이듬해 1615년에는 동지 겸 진주부사(冬至兼陳奏副使)로 중국에 다녀왔다. 이 두 차례의 사행에서 많은 명나라 학자들과 사귀었으며 귀국할 때에 『태평광기(太平廣記)』를 비롯하여 많은 책을 가지고 왔다. 그 가운데에는 천주교 기도문과 지도가 섞여 있었다고 한다. 1617년에 좌참찬이 되었다. 폐모론을 주장하다가 폐모를 반대하던 영의정 기자헌(奇自獻)이 길주로 유배를 가게 되었을 때 아들 기준격(奇俊格)이 부친을 구하기 위하여 허균의 죄상을 폭로하는 상소를 올렸다. 이에 상소를 올려 변명하였다. 1618년에 남대문에 격문을 붙인 사건이 일어났을 때 심복 현응민(玄應旻)이 붙인 것이 탄로났다. 기준격을 대질 심문시킨 끝에 역적모의를 하였다는 것이 빌미가 되어 동료들과 함께 저자거리에서 능지처참을 당하였다.
[네이버 지식백과] 허균 [許筠] (한국 역대 서화가 사전, 2011. 11. 28.)
● 謫居 적거
귀양살이를 하고 있음.
● 風霜 풍상
1. 바람과 서리. 2. 많이 겪은 세상(世上)의 어려움과 고생(苦生).
● 雨露之恩 우로지은
비와 이슬이 만물(萬物)을 기르는 것처럼 은혜(恩惠)가 골고루 미침을 이르는 말.
● ‘瘴江’은 고온다습한 곳에서 많이 생기는 여러 가지 나쁜 기운이 많은 강물을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