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0'(zero)은 짝수인가 홀수인가 아니면 둘 다 아닌 것인가. 수학자들이 다소 난감해하는 이 문제가 미국 뉴욕에서 다시 한번 화제가 되고 있다. 허리케인 샌디로 1970년대 이래 최악의 기름 대란이 발생하면서 주유소 홀짝제를 시행한 것이 직접적인 계기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지난주 홀짝제를 발표하면서 짝수 또는 0 으로 끝나는 번호판의 차량은 토요일인 11월10일과 같은 짝수 날짜에만 기름을 넣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홀수 또는 글자로 끝나는 번호판의 소유자들은 홀수 날짜에만 넣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도 홀짝제 정책을 발표했지만 수학계의 곤혹스런 입장을 감안했는지 0 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따라서 블룸버그 시장이 0 을 명시적으로 언급한 것은 수학자들을 적잖이 난처하게 만드는 일일 수도 있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2일 보도했다.
서양의 수학자들에게 숫자 0 을 어떻게 보느냐는 쉽지 않은 문제다. 중세 유럽인들이 아라비아 숫자를 받아들일 당시 서양에는 0 에 대한 개념을 나타낼 숫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수학계에서는 0 을 특수하거나 이상한 숫자 정도로만 여기는 분위기다.
지난 한달 간 세계 각국의 네티즌들이 구글 검색창에 0 은 홀수인가 짝수인가라는 질문을 6천회 이상 던졌다는 사실도 이런 현상을 반영한다. 뉴욕대 수학과의 조너선 굿맨 교수는 0 을 숫자로 여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다며 0 을 숫자로 보지 않았다면 홀짝에 대한 질문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 시장이 굳이 0 을 언급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고 한다. 뉴욕시장실 대변인은 0 이 혼란을 줄 소지가 있어서 그 부분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문제가 더는 논란거리가 못된다는 지적도 있다. 버나드칼리지 수학부의 월터 뉴만 학장은 0 을 2로 나누면 0 이 될 뿐 비(非)자연수나 분수가 되지 않는다. 따라서 0 은 짝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