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백송이 꽃다발의 위력
지난 11년 전 전주**학교에 부임한지 3개월이 지난 어느 날 “귀교가 제16회 여성의 날 올해의 성 평등 디딤돌 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고 전북여성단체연합회 박영*회장의 전화를 받았다. 7월 1일 오후 7시 전주 디지털 독립영화관 4층에 갔다. 전북여성 한마당을 여는 말에 이어 축사 및 내빈소개가 있었다. 그리고 사랑의 향기를 노래하는 ‘휴먼스’ 밴드 공연이 펼쳐졌다. 밴드에 리듬을 맞춰 발랄한 음악의 선율이 마음을 편안하게 하였다.
“몇 달 전 지적 장애를 갖고 있는 두 명의 여학생을 동네 아저씨가 성폭력을 했다. 피해 학생들은 담임교사께 상황을 알렸다. 담임교사와 교감, 교장선생님이 곧바로 회의를 거쳐 성폭력 상담소로 피해 사실을 알렸다. 이후 선생님들은 경찰에 직접 고소를 해서 가해자들이 더 이상 피해자를 괴롭힐 수 없게 했다. 선생님들은 자신의 반이 아니어도 엄마처럼 학생들과 마음을 나누며 사건지원에 있어서도 바쁜 업무를 뒤로 하고 학생들과 함께 해 주셨다. 평상시에도 학생들의 학교생활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삶에 귀를 기울이고 꾸준한 관심과 사랑이 있었기에 교사-학생간 친밀감이 형성되었다. 지식만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아니라 삶을 함께하는 선생님의 모습을 보며 우리나라 교육계에 희망이 있음을 본다.” 라는 요지로 수상 선정이유를 말했다. 동그랗고 예쁘장한 상패에 두개의 꽃다발이 내 품에 안겨졌다. 하나의 꽃다발은 여러 가지 꽃들이 섞인 평범한 꽃다발이었는데 두 번째 꽃다발은 예쁜 빨간 장미 백 송이를 묶은 커다란 꽃다발이었다. 당연히 해야 할 도리를 했을 뿐이고 사회적 약자이면서 성적 자기결정권이 미약한 학생에게 관심을 갖고 대처했을 뿐인데 상까지 안겨줘서 너무 황홀하고 가슴이 벅찼다. 앞으로 더 잘 하라는 격려의 상이었고 꽃다발이었다.
전주 MBC 여성시대 김정*작가님으로 부터 “7월4일 10시 40분쯤 성 평등 디딤돌 상 수상 전화인터뷰에 응해 달라”는 전화가 왔다. 청소년 성문제는 특히 예민하고 성문제에 관한 한 약간 폐쇄적인 환경이기에 조금 망설였지만 장애우에 대한 성인식 홍보도 할 겸 사회적인 배려와 관심을 부탁하려고 인터뷰에 응했다. “내가 죽으면 장애를 가진 이 자식을 누가 돌보겠느냐?”면서 “저 애들보다 내가 하루만 더 살았으면 좋겠다.”고 학부모들은 말한다. 장애인 학부모의 심정을 조금은 짐작할 수 있는 말이었다. 그 고충은 죽지 못해 사는 말로 들렸다. 장애인 못지않게 학부모에게도 보살피는 교직원에게도 사랑의 손길을 멈춰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당당하게 말했다. 라디오 공중파를 따고 널리 퍼져 나갔다. “돈이 많은 자가 가난한 사람을, 지위가 높은 자가 낮은 사람을, 건강한 자가 아픔이 있는 사람을, 젊은이가 나이 많은 노인을,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보살피고 품는 사회가 선진국이 아니겠느냐?” 며 호소하였다.
여러 가지 신체적 정신적 불편을 겪고 있는 학생들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은 장미 백송이의 꽃다발 위력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힘은 내가 2014년 2월 학교를 떠나날 까지 소진되지 않았다. 성 인지교육은 보건교사의 역할이 컸다. 여 교직원에게는 쉼터를 제공해 주고 탈의실을 마련해 주었고 자녀 면담이나 하교를 기다리는 학부모에게는 편히 쉴 수 있는 학부모 대기실을 교문 바로 옆에 마련해 드렸다. 행정적인 지원은 행정실장의 역할이 컸다. 그리고 기숙사 여학생이 사용하는 2층 복도에는 출입구에 철제로 된 차단막을 설치하고 남학생은 1층만을 사용하게 하였다. 그리고 넘치는 활력을 억제하기 보다는 발산할 수 있도록 방과 후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적극 도와주었다. 기숙사 사감선생님과 기숙사 담당 부장선생님의 협조가 큰 몫을 차지했다. 그 덕분에 성문제는 물론 안전사고가 한건도 없었고 민원도 없는 조용하고 평온한 가운데 학교생활을 할 수 있었다. 매월 체험학습을 할 때는 생활적응 훈련을 위해 현장주변 식당에서 매식할 수 있도록 학교에서 배려하였고 많은 시간 자연과 더불어 지낼 수 있게 하였다. 학교에서는 경제활동을 생활화하기 시장보기를 실시하였고 농작물을 재배하고 수확하는 즐거움을 맛보게 하였다. 그리고 수확한 농산물을 분배하는 것보다는 일정액의 모형화폐를 주고 사고 싶은 농산물을 사가는 놀이중심 학습활동을 실시하였다. 교육과정 운영은 초·중·고 전공과 교사의 협조를 이끌어 냈다.
특수학교에 근무하는 교직원은 장애우를 대할 때 부모와 똑같은 따뜻한 사랑과 사명감을 갖고 임한다. 장애학생을 지도할 때나 학부형을 대할 때는 많은 인내심이 요구된다. 대충대충 넘어갈 수도 없다. 개개인에 맞는 신변처리는 물론 저마다 다른 학생들의 눈높이를 맞추어 꼼꼼하게 챙기고 보살펴 주어야 한다. 마치 개구리가 다리를 오므리고 있다가 어디로 뛸지 모르는 것과 같으니 항상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그래서 쉴 틈이 전혀 없다. 항상 긴장하고 있어야 한다. 늘 불안하고 초조하다. 학부모들은 자녀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로 인하여 많은 것을 학교와 교사들에게 요구한다. 그러므로 장애인을 돌보는 분들에게 장미 백 송이 꽃다발의 위력이 발휘될 수 있게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고 격려해 주어야 사기가 저하되지 않는다. 고충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리라. (2022. 7.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