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정관리 가는 STX조선 ◆
"3년 전에 비하면 절반도 안 팔립니다. 계약기간 끝나면 접을 생각이에요."
24일 정오께 STX조선해양 진해조선소가 위치한 경남 창원시 진해구 원포동. 한 슈퍼에서 만난 50대 여주인은 "STX가 잘나갈 때만 해도 사람으로 미어터졌다. 이걸로 애들 대학등록금이며 생활비며 다 댔는데 지금은 문만 열어놓은 상태"라며 "STX가 망하면 동네는 말 그대로 죽은 것"이라고 말했다. 점심시간인데도 조선소 바로 옆 명동마을에는 예년에 비해 저렴한 분식점 등에만 사람이 조금 있을 뿐이다. 횟집 등 다소 고가 음식점들은 거의 개점휴업 상태였다.
조선소에서 삼포마을로 향하는 편도 4차로 대로에는 수개월째 빈 상가들의 임대 현수막만 썰렁하게 내걸려 있고, 원룸에 나붙은 현수막도 오랜 세월 걸려 있었던 듯 빛이 바래 있었다.
명동마을 한 주민은 "1년 만에 장사 접고 나갔고, 새로 지은 한 상가는 7개월째 아무도 입점하지 않고 있다"며 "지금은 그래도 STX나 인근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있어 점심 때 사람들이 돌아다니지만 법정관리 들어가 잘못되면 마을 결딴 날까봐 겁난다. 인근 신도시인 용원도 상권이 다 죽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STX조선의 법정관리 전환 소식에 지역 경제도 직접적으로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당장 지역 상권이나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는 것은 물론 인근 조선기자재 협력업체가 연쇄 부도나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STX조선소가 있는 수치·죽곡마을이 2008년 진해국가산단으로 지정됐지만 이들 마을 주민의 이주단지 조성 공사도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이주단지 사업시행자인 STX조선은 진해구 명동 일대 16만7701㎡에 단지 조성사업을 벌여 2012년 9월부터 진행해왔다. STX조선은 현재 전체 33필지 중 27필지에 대한 보상을 마쳤으나 이주단지 매입비가 없어 사업이 답보 상태다. STX는 새로운 사업시행자를 물색하고 있으나 법정관리 신청을 하면서 사실상 이 사업도 표류할 전망이다. 또 SXT가 일반분양하는 진해구 웅동1동 지역의 '2차 STX칸' 아파트도 현재 사업이 중단돼 새로운 사업자를 모색하고 있었으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게 됐다.
진해구 용원동 한 부동산중개소 소장은 "용원신도시는 STX 관련 근로자들이 들어오면서 급성장했다"며 "이미 3년 전부터 STX가 기울어지면서 상권이나 부동산 시장도 침체됐다. STX가 망하면 동부 진해 지역이 불 꺼진 거제처럼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와 여당은 조선업을 올 상반기 내에 '특별 고용지원 업종'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특별 고용지원 업종으로 지정되면 고용 유지 지원금 지급, 구직급여 특별 연장, 재취업 훈련 등 고용안정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24일 국회에서 조선·해운업 구조조정과 관련해 긴급 당정협의를 열고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
김광림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브리핑에서 "각종 세금과 4대 보험금, 장애인 분담금 납부를 유예해달라는 영세 협력업체의 요청도 기획재정부에서 적극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