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소비자 지갑 닫았다… 세계경제 침체 공포 확산
美-中 11월 소매판매 큰 폭 감소
미국과 유럽 중앙은행들이 줄줄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글로벌 증시도 연달아 하락한 15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한 트레이더가 심각한 표정으로 모니터를 보고 있다. 뉴욕=게티이미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계속되는 긴축으로 미국과 중국의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되는 등 글로벌 경기침체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15일(현지 시간) 발표된 미국의 11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6% 하락해 시장 예상(―0.2%)보다 많이 떨어졌다. 중국도 11월 소매판매가 전년 대비 5.9%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시장 추정치(―3.7%)보다 하락폭이 훨씬 컸다. 미국에서 11월은 블랙프라이데이 등 쇼핑 대목 시기인데도 소비가 줄어든 것이어서 경제의 버팀목인 소비 부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완화로 확진자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돼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연준이 14일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결정하며 긴축 장기화 의지를 드러낸 데 이어 유럽, 영국, 스위스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줄줄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렸다. 이에 15일 미국 나스닥 지수는 3.23% 급락했고, 16일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도 1.87% 떨어지는 등 글로벌 증시가 내려앉았다. 코스피는 1.3% 넘게 추락했다가 전날보다 0.04%(0.95포인트) 하락한 2,360.02로 마감했다.
美 연준發 침체공포… 글로벌 금융시장 출렁
美-中 소비위축
美-日 증시 급락… 코스피도 하락
“과도한 긴축 위험 인식해야” 지적
외신 “한국, 긴축 속도 조정해야”
세계 물가가 정점에서 내려오며 ‘I(인플레이션)’의 공포가 잦아들고 있지만 ‘R(경기침체)’의 공포는 커지며 15일(현지 시간)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긴축 장기화 예고와 경기침체 우려 확산이 글로벌 증시를 끌어내린 것이다. 니라즈 시아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는 “세계 수요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며 “중국 경제는 계속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연말에 유럽은 경기침체에 들어갈 것이다. 영국은 이미 경기침체 상태”라며 “이 모든 것이 (내년) 경기 전망을 어둡게 만든다”고 분석했다.
○ 美-中 소비·제조업 위축
가장 큰 우려는 연준의 긴축이 소비 등 실물경제의 위축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미국 소비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미 경제의 버팀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 금리 인상이 계속되면서 소비자들은 연말 행사 관련 제품인 전자기기, 옷, 스포츠용품에 지갑은 닫고, 식료품 등 필수품 위주로 구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의 내수 부진은 한국을 비롯한 주변 수출국의 무역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
제조업 경기 전망도 어둡다. 12월 뉴욕 제조업 지수인 ‘엠파이어스테이트 제조업 지수’는 전월보다 15.7포인트 하락한 ―11.2를 기록했다. 이 지수는 0을 기준으로 내려갈수록 경기 위축, 올라갈수록 경기 상승을 뜻한다.
세계 경제 규모 1, 2위를 차지하는 미국과 중국의 소비 부진으로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25% 떨어져 최근 3개월 중 하락폭이 가장 컸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2.49% 급락했고, 연준 금리에 민감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3.23% 떨어졌다. 소비 부진에 직격탄을 입은 아마존 주가는 3.42% 내려갔다.
16일 코스피도 개장 직후 1.3% 넘게 떨어지는 등 장중 한때 2,326.83을 찍었지만 외국인이 순매수로 돌아서면서 낙폭을 줄였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0.04%(0.95포인트) 하락한 2,360.02로 마감했다.
○ “韓 긴축 속도 조정해야”
연준은 누적된 긴축으로 내년 경기가 둔화하겠지만 경기침체 수준은 아닐 것이라고 본다. 14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은 내년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중간값을 0.5%로 9월 전망(1.2%)보다 0.7%포인트나 낮췄다. 19명 위원 중 2명은 내년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내려갈 것으로 내다봤다. 뱅크오브아메리카 글로벌 리서치팀은 이날 “연준의 최근 경제전망은 경기침체 위험이 올라가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기침체 우려가 깊어지면서 각국 중앙은행이 과도한 긴축을 피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WSJ는 “연준이 유가 하락 등 좋은 소식은 정책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각국 중앙은행들은 과도한 긴축의 위험을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한국이 레고랜드 사태 이후 자금 경색과 가계 부채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며 “누적된 긴축을 소화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 한중일 경제를 분석하는 국제기구인 ‘아세안+3 거시경제조사기구(AMRO)’도 “한국은행은 경기 둔화와 증가하는 금융 안정성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유연하고, 신중하고, 전향적인 태도로 긴축 속도를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박민우 기자, 세종=박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