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
원제 : Autumn Leaves
1956년 미국영화
감독 : 로버트 알드리치
주제곡 노래 : 냇킹콜
출연 : 조안 크로포드, 클리프 로버트슨, 베라 마일즈
론 그린, 로스 도넬리
베를린 영화제 은곰상 수상
유명한 프랑스 샹송 '고엽'을 알린 영화가 1946년 마르셀 카르네 감독의 '밤의 문' 이었다면 그 노래를 본격적으로 주제곡으로 십분 활용하고 내용까지 어느 정도 접목시킨 영화가 1956년 미국에서 만든 '낙엽(Autumn Leaves)' 입니다. 제목 그대로 직역하면 '가을이 가네' 뭐 그렇게 해석할 수 있겠지만, '낙엽'이라는 우리나라 개봉제도 노래의 가사에 잘 맞습니다. 노래 가사의 내용이 여름에 만나 사랑했지만 떨어지는 낙엽을 바라보며 가을에 떠난 사람을 그리워하며 겨울의 쓸쓸함을 걱정하는 노랫말이었으니까요.
이 영화는 국내에 '낙엽'이라고 개봉했지만 DVD 출시는 '고엽'으로 되었습니다 이런게 제가 참 싫어하고 우려하는 '선무당이 사람잡는' 결과입니다. DVD 출시사에서 뭔가 고엽 이라는 제목을 어설프게 알고 있긴 했던거죠. 그런데 '고엽'이라는 제목은 이 영화가 아닙니다. '고엽'이라고 우리나라에 개봉한 영화는 따로 있어요. 마리아 셀 주연의 독일영화 'Rose Bernd' 입니다. 이런 오류가 참 수십년을 헷갈리게 만듭니다. SK 비디오에서 80년대에 잘못 제목을 출시한 세르지오 레오네의 영화 2편이 지금까지 교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건 방영제를 잘못 선택한 EBS와 그런 잘못된 제목을 턱 하니 그냥 쓴 '시네마데끄' 그리고 네이버 영화 모두 공동 책임이 있지요. 한 영화에 제목이 여러개 존재하고 그리고 그 잘못된 제목이 다른 영화의 제목을 훔쳐온 거라면 그건 명백한 사회적 혼란입니다. 만약 '사랑과 영혼'으로 출시된 영화를 구매했는데 데미 무어와 패트릭 스웨이지 주연작이 아니라 아주 엉뚱한 영화라면 누가 책임집니까? 제목이란 그 영화를 가리키는 '고유명사'입니다. 이걸 맘대로 바꿀 권한은 누구에게도 없는 것이지요. 만약 '고엽'이라는 제목만 보고 이게 마리아 셀 나오는 독일영화인줄 알고 없는 돈을 털어서 구매한 가난한 사람이 있다면 이 피해는 누가 보상해 줍니까? 아예 모르는 사람이 출시했다면 그냥 '오텀 리브스'라고 출시했겠죠.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게 딱 이런겁니다.
두 나이든 독신녀들의 대화
유난히 눈이 크고 특히 흰자위가 큰 것이 특징인 조안 크로포드
외모의 특징이 없는 배우 클리프 로버트슨
아무튼 냇킹콜이 아예 고엽을 노래로 부르는 이 영화는 '밤의 문'과는 스토리상 아무런 관계가 없는 미국영화입니다. 로버트 알드리치 감독 작품인데 이 로버트 알드리치는 참 제가 희안하게 여기는 인물입니다. '베라크루즈' '아피치' '공격' '건파이터' '특공대작전' '불타는 전장' 북극의 제왕'.... 이게 이 감독의 연출작인데 뭔가 느껴지지 않습니까? 굉장히 마초적이고 강한 남성적 영화들이지요. 거칠고 땀내나는 남자들 분위기가 풀풀 느껴지지요. 즉 이 영화들만 보면 이 감독의 성향이 어떤지 대략 보이는데 의외로 '낙엽' '베이비 제인에게 무슨 일이' '허쉬 허쉬 스위트 샬롯' 등 여주인공의 심리를 잘 활용한 영화들도 제법 있습니다. 즉 여주인공의 수난과 심리를 깊이있게 다룬 장르, 마초 남자들의 거친 삶과 액션 이 두 장르는 전혀 달라 보이거든요.
'낙엽'은 조안 크로포드 라는 중견 배우가 주인공으로 나온 영화입니다. 오프닝의 주제곡과 초반에 전개되는 내용을 보면 전형적인 중년여성과 연하남의 달달한 사랑 또는 애틋한 이별영화 같이 느껴지지요. 작가인 밀리(조안 크로포드)는 혼자 사는 외로운 중년여성 입니다. 어느날 홀로 식당에 갔다가 작업을 거는 젊은 남자 버트(클리프 로버트슨)를 만납니다. 버트의 적극적인 구애와 말솜씨에 매료된 밀리는 너무 나이차이가 나는 것을 우려해서 일부러 버트를 멀리하기도 하지만 결국 끈질긴 버트의 애정공세에 결혼을 결심합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백화점에서 요직을 맡고 있다고 이야기한 버트... 하지만 어느날 남편의 이야기가 모두 거짓이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조안 크로포드와 클리프 로버트슨은 실제 나이차이가
18살이나 되는데 연상녀 연하남 커플을 연기한다.
52살의 조안 크포포드가 무리하게도
'지상에서 영원으로'를 연상시크는 해변장면을 연기한다.
결혼을 약속하는 두 사람
초반에 연상녀 연하남의 달달한 사랑이야기로 흘러가던 영화는 어느 순간 모든 것이 뒤집히는 반전이 벌어집니다. 물론 어느 정도 예상은 되지요. 두 사람이 사랑하고 결혼해서 행복해지는 것이 너무 빨리 전개되니까요. 하지만 애틋한 오프닝 노래와 달리 거짓말을 일삼고 가짜 인생을 살아가는 남편의 비밀이 밝혀지면서 사기결혼을 당한 나이든 여인의 수난이야기로 전환되는 느낌입니다. 그런데 그것도 아니었습니다.
이 영화의 진짜 반전은 남편이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버트의 아버지로 등장한 핸슨(론 그린) 이라는 인물을 통해서 드러납니다. 그리고 버트의 전 부인 버지니아 역으로 베라 마일즈가 의외로 등장비중이 높지 않게 출연합니다. 베라 마일즈는 나름 주연급 레벨인데 여기서는 무명 여배우가 출연해도 될 듯한 역할이지요.
아무튼 어떻게 관객이 예상했던간에 버트 때문에 벌어지는 밀리의 수난이 후반부 절반의 내용입니다. 다만 위안거리가 남편이 사악한 사기꾼이라기 보다 한없이 가엾은 인간이라는 부분, 아무튼 초반부의 분위기처럼 밀리는 행복한 결혼을 했던 것이 아니었고, 결국 사실상 민페덩어리 남편을 위해서 지독한 수난과 헌신 그리고 또 버려질 수도 있는 상황까지 감내하는 인고의 시간을 갖게 됩니다. 그렇게 조금 애매하게 짜맞춘 듯한 '고엽'의 노래가사 같은 상황이 구성되기는 합니다.
베라 마일즈가 너무 비중없게 등장함.
보난자로 알려진 론 그린이 비열한 역할로 등장.
며느리 관계가 되는 조안 크포포드보다 실제 나이가
11살이나 적다는게 캐스팅의 운제.
남편의 거짓말을 알게 되고.....
1950년대 할리우드는 나이든 남자배우들이 많이 활개치던 시대였습니다. 토키영화 초기에 주연배우로 활약했던 유성영화 1세대 배우들이 20여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나이를 먹었지만 여전히 스크린에 주인공으로 등장했고, 그들은 딸뻘 되는 20대 여성들과 달달한 로맨스를 이루었죠. 예외적으로 오히려 나이가 든 여배우였지만 연하남과 로맨스 공연을 한 인물이 조안 크로포드 입니다. '서든 피어'에서 16살 연하의 잭 팔란스와 사랑을 나누었고, '쟈니 기타'에서는 12살 연하의 스털링 헤이든과 연인이었고, '낙엽'에서의 상대역인 클리프 로버트슨은 18살이나 연하의 배우입니다. 물론 50년대 중년남들이 젊은 여배우들과 공연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었죠. '서든 피어'의 잭 팔란스는 계획 범죄를 노린 사기꾼이었고, '쟈니 기타'의 스털링 헤어든도 떠났다가 홀연 돌아온 옛 연인이었습니다. '낙엽'에서는 거짓말을 일삼는 불안정한 남편과 결혼하여 몸고생 마음고생을 하지요. 연하남 사귀었다가 행복이 아닌 고생하는 중년여인 역할들을 한 것입니다.
로버트 알드리치는 상당한 수작들을 많이 연출했는데 그의 대표작들과 비교하면 '낙엽'은 다소 평범합니다. 냇킹콜이 부른 고엽 이라는 주제곡을 원활하게 잘 쓰고 있지만. 이야기 자체가 좀 작위적인 면이 있지요. 베라 마일즈 라는 배우를 너무 못 활용하고 있기도 하고. '보난자'로 알려진 론 그린이 이 영화에서는 야비한 중년남자로 등장합니다.
거짓말로 범벅된 연하남과의 피곤한 사랑
조안 크로포드는 '쟈니 기타'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하고 '베이비 제인에게 무슨 일이'도 어느 정도 알려진 영화이기 때문에 지금은 중년 혹은 노년배우 이미지로 각인된 배우인데 20-30대 시절 출연한 상당수의 영화들이 우리나라에 개봉되었던 배우이고 1920년대 무성영화 들도 꽤 개봉되었습니다. 아쉽게도 젊은 시절 출연한 영화는 '그랜드 호텔'외에는 거의 볼 수 없을 뿐이지요. 그래도 꽤 희귀작이었던 '낙엽'의 출시는 매우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다만 2만원 정도나 받고 파는 상품임을 감안하면 너무 번역 수준이 떨어지고 심지어 자막 싱크도 수시로 어긋나더군요. 그냥 희귀고전이라는 것에 감지덕지하며 내용전달 정도에 의미를 갖고 봐야 하는 수준이지요. 아무리 라이센스 없이 출시하는 제품이라도 좀 최소한의 기본을 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아무튼 냇킹콜의 주제곡은 매우 반가웠던 영화입니다.
평점 : ★★☆ (4개 만점)
ps1 : 클리프 로버트슨 처럼 나오는 영화마다 얼굴이 달라보이는 배우는 드문 것 같습니다. 그만큼 개성없는 외모라는 의미죠.
ps2 : 이 다소 평범해 보이는 영화가 놀랍게도 베를린 영화제 은곰상을 수상했네요. 베를린 영화제가 휴먼드라마를 우대하는 경향은 50년대에도 있었던 것입니다.
ps3 : 조안 크로포드는 당시 52세인데 좀 무리하게 로맨스 영화에 출연한 느낌이 너무 강합니다. 그리 앳된 외모도 아닌데. 심지어 수영복 씬도 있고, '지상에서 영원으로'의 그 유명한 장면과 거의 유사한 바닷가 장면도 있지요. 요즘 시대보다 훨씬 노화가 빨랐던 1950년대에 52세 여배우가 그런 연기를 하는게 좀 무리해 보였습니다. 그리고 이 배우는 페이 더너웨이가 주연한 조안 우드워드의 삶을 다룬 일종의 전기영화 '존경하는 어머니'에서 너무 못된 인간으로 다루어져서 호감이 안가는 배우입니다.
ps4 : 조안 크로포드가 론 그린 보다 실제 나이가 11살이나 많다는 것이 캐스팅의 문제가 있습니다. 아무리 연하의 남자와 연애했다고 해도 시아버지 자리를 연기한 배우보다 11살이나 많다니요. 론 그린과 클리프 로버트슨이 7살 차이인데 아버지와 아들로 등장한 것도 그렇고.
ps5 : 마리아 셀이 주연한 진짜 '고엽'의 개봉광고 입니다. 이 영화는 1988년 TV 방영되기도 했습니다.
[출처] 낙엽(Autumn Leaves, 56년) 냇킹콜 버전 고엽이 주제곡|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