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윤이의 리코더 스승 '조 진희'선생님의 독주회를 마치고..2007년
2009년 한국음악치료 학회 정기 학술대회
학술대회장...숙명여대 젬마 홀..
'정 혜원'선생님..상윤의 음악치료와 피아노 교육을 맡고 계신다. 이번 사례발표는 정 선생님과 상윤, 그리고 나.. 이렇게 세 사람의 co-work( 협업) 형태로 진행되었다. 선생님은 나를 co-therapist(동료 치료자)로 소개하셨고 치료대상이 직접 나와서 연주를 하는 경우는 거의 보기 드문 케이스라 굉장히 호응을 얻었다.
상윤이는 헨델의 소나타를 연주했다. 오랜만에 부는 데도 오히려 훨씬 유려하게 연주을 했다.
왼쪽 부터 상윤, 정 선생님, 그리고 고개 숙인 나.. 우리는 다른 선생님들이나 부모님들께,혹은 주변의 많은 분들께 음악치료가 치료실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 생활 전체로 확산시켜 음악을 매개체로 정서와 행동을 변화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상윤이가 보이는 자폐적인 상동행동은 평생 따라다닐 것이라 생각하며 이미 그의 일부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그의 생활에서 보이는 자폐적이고 경직된 행동양식에는 충분히 변화를 줄 수 있었고, 앞으로도 상당 부분 가능할 것이라 본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상윤이가 사랑하는 음악을 변화의 매개체로 쓰면서 치료의 효과도 함께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사족(蛇足)으로 붙이자면... 자폐인의 치료와 재활에 있어서 어느 하나로 지목할 수 있는 절대적인 수단(method)는 있을 수 없다. 다만, 여러 가지의 치료와 훈련과 학습이서로 어우러져 경계를 허문 상태에서 아이에게 가장 도움을 많이 줄 수 있는 통합적인 접근 방식이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본다. 이런 면에서 이번 학회에서테마로 삼은 '통합 예술 치료'는 매우 바람직한 시도라고 생각했다. 나아가서 예술치료뿐 아니라 모든 교육방법에 있어서도 절충과 협업이 필요하다고 부모의 입장에서 감히 주장해 본다.
** 음악 치료와 음악 교육..그 선택의 기로에서..
2007년 8월 29일 두 번째로 상윤이 쓰러지고 난 후, 당분간 학교 수업 외엔 모든 것을 접기로 했다. 피아노 레슨, 리코더 레슨, 상윤이 그토록 좋아하던 '축구' 까지...
세브란스 병원 응급실에 누워있는 아들을 지켜 보며 내 머릿속은 텅 비어 갔다. 지금 내가 이 아이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 아이를 지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동안 혹시라도 나로 인해 아이가 잘못 된 부분이 있다면 어떻게 하나.. 아이가 자신만의 세계에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 아이를 우리의 세계에 묶어 놓으려 쉼없이 몰아부친 것이 아이를 탈진시키지 않았을까.. 아이를 위한다는 일이 도리어 상하게 하진 않았을까..
- 자폐인 아들을 키우면서 나는 개방적인 사람이 되어간다. 어떤 일이든지 내 아들에게, 그리고 내게 일어날 수 있다고 모든 가능성 앞에 나를 열어 놓으면 오히려 두려움이 옅어지는 것을 느낀다. '그래, 올테면 한번 와봐라..' 하는 마음으로 산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너무나 두렵기 때문에 도리어 먼저 열어 버리는 것일 게다. -
막상 내게, 내 아들에게 '간질'이란 난제가 주어진 후 안타까운 마음에서 '발달장애 정보 모음터'카페에서 만난 '이 경아'선생께 연락을 드렸다.
10월9일... 이 경아선생님의 소개로 '서초 여성회관'에서 '정 혜원'선생님을 만났다. 상윤은 2003년에서 2004년에 걸쳐 일산 백병원에서 '음악치료'를 받았는데 매우 즐거워 했기 때문에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매주 화요일마다 음악치료를 하는데, 치료실에는 최근 리모델링을 한 후 'one-way mirror'가 설치되어 있다.(강남이라 그런지 역시 다르다!!) 1995년 8월 처음으로 아이를 소아정신과에 데려가 놀이치료라는 것을 받게 한 이후 치료실 밖에서 아이를 기다리며 그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전혀 알 길이 없었다. 치료가 끝난 후 선생님이 붙여주는 간략한 설명으로는 못 다할 그 어떤 움직임이 닫혀진 문 안에서 마구마구 일어날 것 같았지만, 내 눈으로 볼 수 없으니 얼마나 안타까웠던지... 이곳에서 드디어 또 하나의 미스테리가 풀려 간다.
음악치료실 one-way mirror 너머 겨우 의자 하나 놓을 만한 거울 저편의 공간에서, 나는 아들을 마주 보고 있다. 그가 나를 볼 수 없는 그곳에 내겐 생경스런 얼굴을 한 또 하나의 아들이 있다. 늘 그를 따라다니는 나의 시선을 벗어나 그의 자폐성의 표출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자신의 존재를 자연스럽게 즐기는 그가 있다. 부셔져라 드럼을 쳐내리며 드럼 속으로 빨려 들어 가는, 선생님과 한 공간에 있으나 순간순간 유체를 이탈하여 그만의 세상으로 달아났다가, . 불현듯 낮아지는 드럼소리와 함께 그의 의식도 이 세계로 돌아온다. 그는 드럼을 매개로 자폐와 비자폐의 영역을 넘나드는 줄타기를 하고 있다. 가끔씩 그가 거울 앞으로 얼굴을 들이밀어 나는 소스라치게 놀란다. 어쩌면 의식하지도 못한 채 육감으로 내가 거기 있음을 느끼고 있지는 않을까..
2007년 12월 15일 첫 만남부터 두 달 남짓한 시간동안 상윤은 아주 많은 변화를 보이고 있다. 지금도 '오늘은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까'하는 기대로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선생님과 나는 거울의 양면에서 아들을 지켜본다.
2007년 12월부터 일주일에 두 번으로 치료시간을 늘였다. 조금이라도 자주 만나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는 예상을 빗나가지 않고 상윤은 자폐적인 사고로 경직된 그의 음악에 유연함과 융통성을 조금씩 받아들이고 있다. 정 선생님을 처음 만났을 때 나누었던 수많은 이야기들 중에서 'emotion(감정)은 motion(행동)을 지배하고, motion은 emotion을 변화시킨다'라는 이론이 있었다. 즉, 상윤의 자폐성이 그의 연주로 하여금 감정적 고조가 없이 경직되고 기계적인 것으로 만들기 때문에 역으로 상윤의 연주에 감성과 유연함을 불어넣는다면 아이의 정서에도 자폐성이 줄어들고 부드러워지며 아울러 생활과 행동도 변할 것이란 이론이었다. 일단, '연주에 유연함을 심어보자'를 목표로 삼고 치료를 시작했다.
나 역시 상윤의 음악에서 누구보다도 자폐성을 많이 인식했었고, 그것을 완화시키기 위해 음악을 도구로 삼으려는 여러 가지 시도를 했었다. 상윤을 위한 독주악기로 '리코더'를 택한 것도 '나무', 혹은 '플라스틱'을 울려서 만들어지는 부드러운 소리와 리코더 음악 특유의 유려함 때문이었다. 말을 할 때 딱 딱 끊어지는 호흡과 세기를 조절하기 힘든 음성을 리코더 불기를 통하여 고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연주를 들려주고 흉내를 내게 해도 아이의 취향을 바꾸기는 힘들었다. <<아이의 귀엔 분절음이 가장 편안하게 들렸기 때문이었을까... 비트가 강하고 빠른 음악을 좋아하는 아이에게 느리고 고요한 음악이 견디기 힘든 것이었을까 ... 커다란 자신의 호흡을 줄이고 줄여서 길고 가늘게 뽑아내며 아이는 과연 그 연주를 즐길 수 있었을까... >> 피아노를 칠 때도 마찬가지였다. 같은 멜로디가 여러 형태로 끊임없이 반복되는 '하농'을 부서져라 치는 것을 매우 즐겼다. 심지어 아이의 손끝에서 피아노 줄이 세 개나 끊어져 나갈 정도였다. 그런 상윤에게 연주의 유연성을 어떻게 심을까..의문스럽기도 했다.
첫 치료시간... 상윤이 가진 음악적인 소양을 가늠해 보기 위해 여러 방법으로 테스트해 보는 선생님 앞에 아들은 자신이 가진 자폐성의 한계를 모두 펼쳐놓았다. 편중된 '어미의 시각'으로 본 아들의 이미지을 일체 배제하고, 있는 그대로의 상윤을 파악하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한 나는 묵묵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좋아하는 피아노곡을 한 곡 연주해 줄 수 있냐는 선생님의 부탁에 선뜻 키보드 앞에 앉은 상윤은 곡 하나를 제대로 떠올리지도 못하고 있었다. '어머니, 피아노는 일단 다음으로 미루기로 해요...' '그래요, 바닥부터 시작해 봅시다...'
선생님과 함께 드럼을 두드리고,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아이에게는 색다르고 다양한 리듬의 변화가 생기고, 제법 완만한 S라인이 그려지고, 자신 있고 편안한 노랫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다만...이 모든 것이 두 달 남짓한 기간 동안 음악치료실 안에서 이루어진 것만은 아니라고 확신한다.
<<잔잔한 강의 수면 아래 숨겨져 흐르는 저류처럼, 도저히 뚫을 수 없을 만큼 치밀한 자폐성의 껍질 아래 십오 년을 넘어 쌓여 온 사랑과 가르침과 배움과 음악이 방울방울 맺혀 제법 큰 물줄기가 되어 있다가, 그를 알고 건드리는 손길을 만나서 마침내 스며 나오기 시작한 것은 아닐까... >>
12월 10일... 두 시간 넘게 걸려 집으로 오신 정 선생님께 첫 피아노 레슨을 받았다. 지난 8월말 이 연희선생님께서 마지막 레슨을 하신 후 처음 받는 레슨이라 30 분이 지나자 상윤의 인내는 한계점에 다다른 듯했다. 자폐적인 행동들이 나오고, 언성이 약간 높아지고.. 하지만 무시하고 한 시간 동안 레슨을 진행했다. 상윤이 선택한 곡으로 레슨을 했는데 영화 '피노키오'에 나오는 'When You Wish Upon A Star'이란 재즈곡이었다. 아래에 붙인 동영상은 그때 찍은 것으로 상윤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내가 상윤에게 피아노를 가르칠 엄두도 못내었을 때 누군가가 이런 영상을 보여줬다면 상당히 용기를 얻었을 것 같은 생각에서, 자폐인들을 키우는 부모님이나 선생님들께 참고로 하시라고 올려본다.
http://tvpot.daum.net/clip/ClipViewByVid.do?vid=0O6gBNWj590$
** 아이에게 곡의 흐름을 몸으로 느끼게 하기 위해서 등을 어루만지고 밀고 당기고 하는 선생님의 손길, ** 호흡을 느끼게 하기 위해 일부러 과장되게 숨을 쉬는 모습, ** 자폐적인 행동을 받아들이는 담담한 자세.. 등을 유심히 보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하여 지금까지 세 번의 레슨을 받았을 따름인데도 아들의 연주는 제법 부드럽고 유려해져 있다. 피아노 앞에 앉아 건반에 손을 얹기 전에 크게 심호흡을 하고, 부드럽게 어루만지듯, 의식을 하며 연주를 시작한다. 아들의 양 볼은 웃음을 머금어 볼록해져 있다. http://tvpot.daum.net/clip/ClipViewByVid.do?vid=wmisfJfppPQ$
2007년 12월 15일...치료실에서 첫 만남부터 두 달 남짓한 시간동안 상윤은 아주 많은 변화를 보이고 있다. 지금도 '오늘은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까'하는 기대로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선생님과 나는 거울의 양면에서 아들을 지켜본다. http://tvpot.daum.net/clip/ClipViewByVid.do?vid=7SV7Jm2apus$
나는 상윤에게 말한다. '상윤아, 네가 무언가 바라는 게 있어서 하나님께 기도를 드릴 때 어떤 목소리로 말하니? 별님에게 네 소원을 간절히 빌 때 어떻게 부탁을 하니? 그런 목소리로 연주를 하렴...'
<< 만약에, 만약에.. 아들이 문자 그대로 이 말을 해석하지 못 한다 해도, 이 속에 담긴 메시지를 그의 가슴으로 받아들임을 저는 알지요. 왜냐하면 바로 그 목소리로 연주를 하려고 애쓰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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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Wishing to be a Super Mom!! 원문보기 글쓴이: 슈퍼맘
첫댓글 어디서 많이 본 학생이지요? 한번씩 읽어보시면 도움이 될 것 같아 스크랩해왔습니당~~
캠프에서 봤던 친구 맞나요?? 우리 혁수도 리코더 조금 불기 시작했는데....
사랑캠프에서 연주했던 친구 맞는 것 같네요...혁수도 잘 키워보세요^^
우리아이들도 조금은 느리지만 할수 있지요 ~우리부모님들 신종 풀루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