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414) - 대만일주걷기 기행록(6)
~긴 터널 지나 아름다운 바닷길(福隆-宜蘭 頭城 27km)
2월 18일, 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오전 8시 우의를 갖추고 걷기에 나섰다. 잠시 걸으니 자전거 통행이 가능한 구초령터널(舊草領隨道)에 이른다. 길이가 2,200여m나 되는 긴 터널이다. 나의 살던 고향, 후루사토를 부르며 걷는 발걸음이 운치 있다. 비 맞을 염려 없이 30여분 걷게 되니 감사한 마음이다. 터널 중간쯤 행정구역이 신베이(新北市)에서 이란(宜蘭縣)으로 달라진다.
터널을 빠져나오니 바닷가로 연결된다. 대형화물차량이 질주하는 환도일주 1호선을 따라 20여km 이어지는 해안 길이 한국의 동해처럼 아름다운 경관이다. 그 옆으로는 철길, 빈번히 오가는 열차가 지날 때마다 손을 흔드는데 승객은 별로 많지 않은 듯. 세 시간쯤 걸어 다지에(大溪)라는 작은 역의 대합실에서 도시락 점심을 들고 오후걷기에 나섰다. 오전 내내 내리던 비는 소강상태, 비가 자주 올 것에 대비하여 주최 측에서는 우산 30개와 우의 100여개를 버스에 비치하였다. 걷는 중에 궁(宮)이나 묘(廟)라 칭한 사당을 많이 지난다. 한결같이 국태민안(國泰民安)과 풍조우순(風調雨順)의 소망을 새긴 글귀가 크게 붙어 있다. 어디나 그러하기를.
오후 3시, 이란현 터우청진(頭城鎭)의 우스항(烏石港)에 이르니 날렵한 초대형 건물이 눈길을 끈다. 이란현립 난양박물관, 2010년에 문을 연 생태박물관으로 이란을 상징하는 명소로 알려졌다. 주최 측인 영화등산위원회의 이란지부가 방문을 주선하여 관장이 직접 일행을 맞아 현황설명을 하고 영상을 틀어준다. 이란의 독특한 자연환경, 어류 생태, 고고학적 자료 등 다양한 볼거리들이 풍성하다.
한 시간여 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버스에 올라 온천수가 유명한 시가지의 숙소로 향하였다. 숙소의 물도 온천수라는 지배인의 설명이다. 지엔수이잉(簡素英, 여성) 영화등산위원회 이란지부장이 마련한 저녁식사가 푸짐하고 깔끔하다. 박물관 입장료도 지불하는 등 멀리서 온 손님을 환대하는 정성이 깍듯하다. 숙소에 돌아오니 저녁 9시가 가깝다. 아직 할 일이 남아 있네, 인터넷에 기행록을 올리고 나니 밤 11시가 지난다. 몸은 고단하지만 유쾌하고 흥미로운 날로 이어지는 것을 감사하며 잠자리에 든다. 걸으면서 본 글귀가 떠오른다, 곤혹한 인생(困惑的 人生), 매혹의 미래(魅惑的 未來). 긴 터널 지나 아름다운 바닷길 나오듯 우리 가는 길, 밝은 날들로 이어지라.
첫댓글 비가 내린 뒤라서일까요??
풍경이 아름다워요.
화순 나들이를 하는 듯 익숙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오늘은 어디쯤 가고 계실까요?? 다람쥐 쳇바퀴 돌듯 제자리 걸음만 걷는 제게 교수님의 도전정신은 범접할 수 없는 신기루와도 같습니다.
항상 느낌있는 글...감사드려요^^
기회가되면 대만여행을 같이 가십시다. 가고싶은 충동을 사진을보면 불일듯 일어납니다.
와우^^꼭 그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