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경향신문 신춘문예 詩 당선작〉
- 당선소감 / 백가경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쓰는 것이 시일까, 내가 시를 쓸 자격이 있을까? 경향신문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울먹이는 제가 선뜻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습니다. 제게 시는 모든 사람으로부터 외면당했다고 느꼈을 때, 세상의 빛나는 것들이 하찮아 보일 때, 사는 것을 잠시 그만두고 싶을 때 쓰였습니다. 분노와 슬픔과 괴로움 그리고 부끄러움, 그런데도 살아보겠다고 꿈틀대는 욕망이 시 속에서만 비로소 쓸모를 찾았습니다. 어두운 방에서 더 어두운 생각을 톺아보고 그보다 어두운 곳에 있을 존재에 기대어 썼습니다.
그랬던 시가 살면서 가장 빛나는 자리로 저를 데리고 나왔습니다. 영문을 모르겠습니다. 요즘은 시가 어떻게 시작되는지 잊을 것 같은 두려움에 꿈속에서도 문장을 중얼거립니다. 좋은 시란 어떻게 쓰이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모르는 마음으로 덤벼봐도 된다는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모르기 때문에 그 속으로 마음껏 몸을 던져도 된다고, 길을 잃은 곳에서 더 길을 잃기 위해 난장을 부려도 된다는 목소리였습니다.
함께 시를 써나간 김미라 언니, 양송이 언니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우리는 오래 들어왔던 시 수업이 갑작스럽게 폐강한 후 임시저장이란 이름의 작은 모임을 만들어 시를 쓰고 서로의 것을 읽었습니다. 만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시절에 모니터 화면 너머로 표정을 나누고 이어폰으로 전달되는 낭독을 들으며 저는 써나갈 힘을 가까스로 얻었습니다. 어느 우스갯소리가 기억나네요.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Ctrl+S만 차리면 산다”고요. 계속, 습관적으로, 시도 때도 없이 저장한다는 임시저장이란 기능처럼 지금 우리가 기억하고 기록해야 하는 것, 돌아보아야 하는 것을 신경질적으로 시에 저장하며, 오래 써나가겠습니다. 칠흑 같은 바다 위로 둥실 떠오른, 혼불 같은 목소리를 들려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백가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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