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1. 7. 쇠날. 날씨: 구름이 가득한 하늘인데 낮에는 해가 나왔다.
[우면산 가을 속으로]
불타는 가을산을 느끼러 우면산에 가는 날, 날이 흐리지만 예보와는 달리 점점 날이 좋다. 본디 이런 날이 산 타기 딱 좋다. 서류와 회의 속에 살다가 자연과 아이들 속에 푹 빠지면 힘이 난다. 걸으며 이야기하다 웃고 뛰고 달리는 재미난 세상이다. 선생 둘레에서 끊임없이 묻고 이야기를 건네는 어린이들 덕분에 어린이들 기운을 하나하나 느낀다.
날씨가 어찌될지 장담하기도 어려운 상황이고, 소망탑까지 가는 분들이 많은 걸 보고 나니 중간쯤 헬기장에서 여러 상황을 생각해 목적지를 선택하는 투표를 했다. 소망탑까지 가는 것이 힘들다고 알려줬는데도 끝까지 가보자는 어린이들이 많다. 세 번을 투표했는데 거의 대등하게 의견이 갈린다. 그래서 끝내 마지막 네 번째 투표로 결정하기로 했다. 거의 의견이 비슷하게 갈리는 상황에서 의견을 모아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셈인데, 선생이 소망탑까지 가고 싶어 투표를 자꾸 하자는 줄 오해하는 어린이도 있다. 선생들은 빠지고 어린이들끼리 투표를 해서 결정을 했다. 투표 결과 소망탑까지 가지 않고 여기에서 물애비약수터로 방향을 바꾸어 내려가기로 했다. 현우는 소망탑을 가고 싶어 눈물이 났다. 더 어려운 길을 가는 기쁨을 아는 어린이인게다. 그래도 금세 마음을 추슬러 동생들을 이끌고 내려가는 그 모습이 정말 멋있다.
산에서는 갈림길이 나오면 뒷 사람이 올 때까지 기다린 뒤 확인하고 이동하는데, 차례로 뒤에서 그 몫을 놓쳤나보다. 다시 큰 갈림길에서 보니 맨 뒤에 오던 선생 한 분이 오지 않아 기다렸다. 전화를 한 결과 잠깐 갈림길에서 다른 길로 가다 다시 되돌아 오고있다고 했다. 5분 안에 오는 길이고 되돌아가서 도와주면 아이들에게 재미난 산 속 추억을 만들어주겠다 싶어 제안을 했다. 맨 뒤에서 길을 잠깐 놓친 분을 구조하자는 말로 돕도록 제안하고 사탕으로 유혹했더니 역시 한 무리의 어린이들이 우루루 몰려간다. 물론 바로 돌아왔지만 순간을 특별하게 만들어버린 추억이다. 어린이들에게는 길을 잃은 누군가를 구조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물애비 약수터에서 11시 50분쯤부터 맛있게 점심을 먹고, 학교에서처럼 쇠날에는 1시 30분까지 긴 점심시간을 보내는데 곳곳에서 마음껏 노는 모습이 보기 좋다. 단풍잎을 던지며 놀았더니 함께 뛰는 사진찍기로 이어진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숨바꼭질과 잡기놀이, 재미난 몸놀이로 아름다운 가을산을 수놓았다. 물애비 약수터에서 시 쓰기를 하지 않고, 내려오는 길에 생각해둔 푹신한 나뭇잎이 있는 곳에서 썼다. 명상을 하고 시를 쓰는 풍경은 언제나 멋지다. 물론 공부로 하니까 하지 어린이들이 쓰는 것을 얼마나 반기겠는가. 그래도 멋진 풍경을 몸에 담고 쓰고 싶은 글감으로 휙 쓰는 맛을 아는 어린이들이 이 세상에 얼마나 되겠는가. 맑은샘 교육의 힘이다.
학교에서 마침회를 마치고 과천시청대강당에서 열린 <과천형 미래인재 양성을 위한 학교지원방안 연구 용역 착수보고회>를 다녀왔다. 과천의 초중고 교장들, 학교 운영위원들, 창의교육협력센터 운영위원들이 한 자리에 모인 자리다. 안양과천교육지원청 교육장, 과천시장, 과천시의회 의장도 참석했다. 나는 과천시 창의교육협력센터 운영위원 자격으로 초대를 받았다. 그런데 과천시에서 고등학생들의 진로 교육을 돕기 위한 자치단체의 학교지원방안을 찾는 것인데, 진로를 진학으로만 좁게 보는 듯 해 아쉽다. 그러나 자치단체가 예산을 투입하기 위해 방법을 찾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뜻이 있겠다. 할 말은 많지만 입시교육 지원으로만 한정되지 말고, 말 그대로 미래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귀한 교육재정 투입으로 연결되길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