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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三國志)제78편※
이호경식지계(二虎競食之計)
한편, 조조의 명령으로 천자 명의로 보내진 조서를 받은 기주의 원소는 문무백관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입을 열어 말한다.
"조정에서 조서를 반포하여 나를 대장군에 봉하고 무정후(務政後) 작위를 내린다고 하오.
더구나 기주와 청주, 심지어는 우리가 얻으려 해도 아직 손에 넣지 못한 병주까지 모두 나한테 내린다고 하는데...."
여기까지 말한 원소는 잠시 좌중을 돌아보며 이어서 말한다.
"말들 해보시오. 조서를 받아야 하오, 말아야 하오?"
그러자 백관들의 좌중에서는 한탄의 말이 나온다.
"아이구, 저걸 받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러게 말야 큰 걱정이군!"
그러나 무장쪽에서는 한 장수가 일어나 읍하며 아뢴다.
"주공의 대장군 승차를 경하 드립니다.
조서는 받아야 합니다."하고 말한다.
그러자 백관쪽에서 한 사람이 일어나,
"지금 천도한지도 얼마 안 되어 천자께서도 지치신 몸이신데 그 조서를 직접 쓰셨을 리가 없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여기까지 듣고만 있던 모사(謨士) 허유가 말을 자르며 앞으로 나선다.
"주공, 소관이 생각하건데, 겉으로 보기에 그 조서는 선심을 쓰는 것으로 보이나 실상, 속으로는 악의가 다분히 숨겨져 있습니다."하고 말하였다.
허유의 말을 듣고 원소는 물론, 좌중의 문무백관들은 허유의 다음 말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좌중을 돌아 보며 잠시 뜸을 들인 허유의 말이 이어진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조서가 비록 황제의 명의로 반포되었다고는 하나 조서 안에 글자 하나하나에는 조조의 간교한 의도가 숨겨져 있습니다.
그러니 일단 조서를 받들어 감사의 뜻을 표하게 되면 주공께서는 조조가 천자를 끼고 제후들을 호령하는 것을 인정하게 되는 셈이고,
조서를 받들지 않으시면 신하의 도리를 어기고 천자와 조정에 대항하는 역도가 되는 것입니다.
또한 오늘 조서를 받는다 해도 만약 또다른 조서가 오면, 양식을 바치라고 하던가,
철군을 하라거나 심지어 영토를 내놓으라고 하면, 그때 주공께서는 받들겠습니까,
말겠습니까?
지금은 조서를 받들든 안 받들든 곤란해지십니다.
조조의 간교한 계략에 이미 넘어가신 겁니다!"
그러자 침통한 표정으로 듣고 있던 원소의 입에서는 <으음 !"> 하는 짧은 한탄의 소리가 입 밖으로 튀어 나왔다.
그리고 나서 이런 한탄조의 말을 하였다.
"내가 왜 그때, 선생 말을 안 들었던지....
내가 만일 그때 천자를 내 손에 넣었더라면 좋았을 것이 아닌가? ...
그렇다면 천자를 끼고 제후들을 호령하는 사람은 조조가 아니고 나 였을 것인데....
내 군사들은 조조보다 이십 만이나 더 많고, 영토 역시 두 배나 더 크지 않은가 말야!
이곳으로도 천자가 천도할 수가 있었지 않았느냐 말이야. 으이그 ! ... 순간의 판단 착오로 조조한테 기선도 뺏기고 놈의 간교한 계략 따위에 놀아나게 되었으니, 헛참 !..."
그러자 원소의 한탄조의 말을 자신의 수염을 매만지며 듣던 허유가 <헛 !>하고 허탈한 웃음을 지어 보이며 말문을 연다.
"아쉽군요. 그때 제가 천자를 구해야 한다고 했을 때, 누군가 저에게 그러지 않았습니까? <허유의 말이 타당치 않고 염려가 지나치다>고...."
허유는 이렇게 말을 하는 도중에 눈을 돌려 모사 전풍을 쳐다 보았다.
그러자 이미 허유의 말을 안절부절하며 듣던 전풍이 말을 못하고 고개만 푹 숙이고 바닥만 쳐다 보고 있었다.
순간, 원소가 두렁두렁한 눈을 치켜뜨고 손을 들어 허유를 말린다.
"그 일은 내가 망설이다가 그릇친거요.
다른 대신과는 무관하오."
원소는 단언하듯이 말한 뒤에, 이번에는 사정하는 어조로 말하는 것이 아닌가?
"선생, 그러면 이제, 내가 어떻게 하면 좋겠소?"
그러자 허유는 기다렸다는 듯이,
"주공, 신이 단언컨데, 오년 안에 주공과 조조는 생사의 전투를 벌이게 되실 것입니다."
하고 잘라 말했다.
"으잉 그렇게나 빨리?"
원소가 양 미간을 찌푸리며 묻자, 허유는,
"주공, 생각해 보십시오.
조조가 왜 천자를 끼고 제후들을 호령하고, 다른 제후들에게는 관작(官爵)을 내리면서 왜 자기 자신은 마다했겠습니까?
그의 생각은 이미 자기가 천자고, 천자가 자기 자신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천하의 대권을 쥔 마당에 관작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주상, 지금의 조조는 그가 소유한 영토의 넓이는 물론, 군사의 수에 있어서도 주공에 못미칩니다.
허나, 조조는 천자를 끼고 제후들을 호령하는 이점을 충분히 이용하여 한걸음씩 성장할 것입니다.
주공, 조조와 동탁을 비교해 보았을 때 조조가 백배는 더 교활할 것입니다. 속으로는 천하를 노리는 것이지요."
허유의 구구절절 옳은 소리를 묵묵히 듣고있던 원소는 <흥 !> 하고 콧방귀를 뀌었다.
그리고,
"한때는 내 밑에서 술이나 마시면서 내 눈치나 보던 놈이, 이젠 나와 천하를 두고 다투게 되었다구? 흥 !"하고 심히 불쾌한 내심을 드러내었다.
그러자 허유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부드러운 소리로,
"주공, 저의 직언을 용서하십시오.
앞으로 조조는 주공과 천하를 쟁취할 뿐만 아니라 결과가 어떻게 될 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허유의 입바른 소리를 들은 원소가 순간, 탁자를 치며 자리에서 불쑥 일어나며 소리를 질렀다.
"으흠! 내가 이 자를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
그 순간 문무백관들은 모두 깜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원소의 격앙된 명령이 이어졌다.
"조조가 내게 도전할 능력이 생기기 전에 내가 먼저 조조를 쳐서 자웅을 가리겠다.
명을 내린다! 추수가 끝나면 십오 만 병력을 출병해서 먼저 유주와 병주를 공격한다.
그리고 군사를 재정비하여 조조를 멸하겠다!"
만조 백관들이 두 손을 읍하고 허리를 굽히며 일제히 외친다.
"알겠습니다 !"
그러자 허유도 두 손을 읍하고 허리를 굽히며 한마디 더 하였다.
"주공, 그렇게만 하신다면 주공은 천하의 주인이 되실 겁니다."
허도로 천도를 감행한 이후, 천자를 수중에 넣다시피한 조조는 각지 제후들에게 천자의 명의로 조서를 보낸 얼마후, 후당에 연락을 베풀고 문무 백관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그 자리에서 조조는 이렇게 말했다.
"듣건데 여포(呂布)가 지금 서주(徐州)의 유비(劉備)에게 몸을 의탁하고 있다는데 그들이 힘을 합하여 우리를 쳐오면 매우 귀찮은 일이오.
그것을 미연에 방비할 수 있는 계책이 있으면 말해보시오."
허저가 이내 이렇게 말한다.
"주상 ! 저에게 정병 오만을 주시면 유비와 여포의 머리를 베어와 주상께 바치겠습니다.
그 소리가 떨어지자, 모사 순욱이 소리내어 웃는다.
"하하하, 장군의 용맹은 익히 알지만, 어찌 어려운 방법을 쓰려고 합니까 ?"
"순욱 ! 남의 말을 비웃지 말고 좋은 계책이 있으면 말해 보시오."
조조가 정색을 하며 묻자 순욱은,
"계책이 없는 것은 아니오나, 이제 막 천도를 단행하여 민심이 안정되기도 전에 군사를 일으켜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음... 그것은 맞는 말씀이오. 그렇다고 염려스러운 적을 그냥 두고 보아서는 안되잖소?"
"맞는 말씀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직접 싸우지 아니하고서도 <이호경식지계(二虎競食之計)>를 쓴다면 주공의 걱정을 단박에 덜어 낼 수가 있을 것입니다."
"이호경식지계라니?"
"가령 두 마리의 굶주린 호랑이가 있다고 하십시다.
그런 경우 누가 먹기 좋은 한덩이 고기를 던져주었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결국 한덩이 고기를 위해 두 마리의 호랑이가 크게 싸워서 한 마리는 죽고 한 마리는 승리할 것입니다.
그러나 싸움에서 이긴 호랑이도 반드시 만신창이가 될 것이 분명하니, 그러면 호랑이 가죽 두어 장쯤 얻는 것은 무척 쉬운 일이 될 것입니다."
"과연 옳은 말이오! 그러면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을 써야 되겠소?"
"유현덕은 지금 서주를 점령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정식으로 조칙(詔勅)을 받은 것이 아닙니다.
그것을 이용해 천자의 명의로 칙사를 보내어 서주 태수로 봉하는 동시에, 여포를 죽여 없애라는 밀명을 별도로 내리면 될 것입니다."
"음 ... 그럴 듯한 계책이오!"
"그 계책이 뜻대로 이루어지면 그대로 우리에게 유리하고, 만약 그 계책이 실패하더라도 여포가 유현덕을 죽일 것이므로 이래저래 우리에게는 덕이될것입니다
※삼국지(三國志)79편※
구호탄랑지계(驅虎呑狼之計)
유비는 황제의 칙사를 융숭히 맞이한 뒤에 밀실로 들어가 밀서를 보고 크게 놀랐다.
(여포? 여포를 죽이라고 ....?)
유비는 몇 번이고 고개를 기울이다가 관우, 장비, 자룡을 불러 밀서를 내밀어 보이며 말하였다.
"전에는 내가 직급이 낮다는 이유로 천자께서 서주목에 봉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왔는데, 이번에 나를 서주목에 봉하면서 여포를 없애라는 밀명을 내렸으니 아우들 생각은 어떤지 모르겠네."
그러자 밀서를 다 보고난 장비가 대뜸 말한다.
"여포같이 의리를 모르는 흉악한 놈을 살려두는 것은 우리를 위해서도 결코 좋은 일이 아니잖소?
그러니 이번 기회에 황제의 명을 받들어 여포 놈을 깨끗이 죽여 없애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러자 유비가 고개를 흔들며 말한다.
"여포가 형편이 궁해서 나를 믿고 찾아 왔는데 이제 내가 그를 죽인다면 나야 말로 의를 모르는 인간이 될 게 아닌가?"
그러자 관우가 말한다.
"형님, 여포를 죽이라는 것은 필시 조조의 생각일 겁니다."
"그래요 형님! 황제가 시켰건 조조가 시켰건 여포를 죽여 버립시다! 어쨌거나 여포, 그놈이 좋은 놈은 아니잖소?"
장비가 열을 내며 말하였다.
그러자 유비가,
"셋째, 그건 아니네. 여포가 비록 지금은 형세가 궁하여 소패성에 가 있지만 한 때는 동탁을 죽여 없애고 그 잔당들과 싸우는 전공(戰功)을 세워 황실을 되찾은 공을 세운 적도 있지 않은가?"
그러자 장비는 다시 불평한다.
"형님은 마음이 너무도 인자하시오. 그런 놈 하나 죽이는 것을 무얼 그리 깊이 생각하시오."
"아닐쎄, 아니야.
이 문제는 지금 당장 결정할 문제가 아니고 좀 더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이네.
그러면 칙사를 융숭히 대접하며 며칠 쉬게하는 동안 이 문제를 다시 거론키로 하세."
이렇게 장비는 여포를 죽이자고 끝까지 주장했지만 유비는 끝내 듣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내막을 알 턱 없는 여포는 유비가 칙사를 맞아들여 서주목에 제수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축하차 찾아왔다.
그리하여 축하의 인사를 마치고 문밖으로 막 나오는데 장비가 별안간 장검을 내리치며 외쳤다.
"이놈 여포야! 내 칼을 받아라!"
여포는 무장답게 날쌔게 검을 피하며,
"엇? 장비가 무슨 일로 나를?"
"너같이 의리를 모르고 절개가 없는 놈은 살려 둘수록 나라에 해가 될 뿐이다.
그러잖아도 너 같은 놈은 죽여 마땅한데, 특히 조조한테서 우리 형님에게 너를 죽이라는 밀서가 왔기로 내가 너를 죽이려는 것이다!"
장비는 그렇게 외치며 또다시 여포를 향하여 장검을 내리치려는데 유비가 장비의 등뒤에서 그의 팔을 움켜잡으며 큰소리로 꾸짖는다.
"셋째, 이게 무슨 짓이냐!"
"형님! 그냥 내버려두시오. 저런 놈은 죽여야 합니다."
"뭐라고? 내가 언제 자네더러 여 장군을 죽이라고 하더냐? 여 장군은 나의 손님이신데,
내 손님을 해치는 것은 나를 해치는 것과 다름없는 것이다."
"쳇! 형님은 어쩌자고 저런 놈을 두둔하는게요!"
장비는 화를 버럭 내면서 물러가 버린다.
그러자 유비는 여포에게 머리를 정중히 수그리며 사과한다.
"여 장군! 미안합니다. 워낙 장비는 철없는 아이처럼 단순한 위인이니까, 너그러이 용서하시오."
"알겠소이다. 그런데 지금 장비의 말을 듣건데, 조조가 장군더러 나를 죽이라고 했다는데 그게 사실이오?"
유비는 여포를 다시 방안으로 맞이하고 나서, "이번에 조조가 나에게 보낸 밀서에 나더러 여 장군을 도모하라는 말이 있었소이다.
자, 여기 밀서가 있으니 직접 읽어 보시오."
여포는 밀서를 읽어 보고 나더니 얼굴빛이 하얗게 변했다.
"그래 유 장군은 나를 죽일생각이시오 ?"
"천만의 말씀, 내가 그런 뜻이 있었다면 어찌 장군에게 이 밀서를 보였겠소?"
"고맙소이다. 이것도 필시 조조란 놈이 우리 두 사람을 불화케 하려는 간계가 분명하오."
"그러나 여 장군! 염려마시오. 조조가 황제의 명을 빌려 이런 밀서를 보냈기로 불의를 감행할 내가 아니오."
"유 장군! 그게 진정으로 하시는
말씀이오?"
"내 어찌 여 장군에게 거짓말을 하오리까? 안심하고 소패성으로 돌아가시오."
유비는 여포를 정중하게 돌려보냈다.
그러자 얼마 후에 관우와 장비가 들어와 유비에게 묻는다.
"형님은 어찌하여 여포를 살려 보내셨소?"
"모르는 소리 말게. 조조가 여포와 나를 싸우게 만들어 어부지리(漁父之利)를 얻으려는 계교를 부리고 있는 것이 명백한데 내가 왜 그런 술책에 넘어가겠나?"
관우는 그 말을 듣고 비로소 깨닳은 바가 있었다.
"과연 형님 말씀이 옳습니다."
그러나 장비는 여전히 불평을 한다.
"나는 그래도 그놈을 죽여서 후환(後患)을 없애는 것이 좋을 것 같소!"
"아니야, 그건 대장부가 할 일이 아니야."
유비는 투덜거리는 장비를 이렇게 말하면서 넌즈시 타일렀다.
그리고 유비는 그 길로 칙사를 찾아가서 조조에게 보내는 답서(答書)를 전하였다.
그 답서에는,
<여포에 대한 내명(內命)은 잘 알았으나 일을 급히 도모하기는 어려운 일이 있습니다.
기회를 보고 있는 중이오니 그리 아시옵소서.>
하는 사연의 답서였다.
한편 조조는 칙사가 가져온 답서를 보고 크게 실망하였다.
그래서 그는 모사 순욱을 불러 말했다.
"유비가 <이호경식지계>에 걸려 들지 않으니 이제는 어찌하면 좋겠소?"
순욱이 대답한다.
"그러면 두번째의 계교를 써보기로 하지요."
"그건 또 뭐요?"
"그것은 <구호탄랑지계(驅虎呑狼之計)> 올시다."
"<구호탄랑지계>? 그건 또 뭐요?"
"이번에는 원술(袁術)에게 사람을 보내 유비가 남양(南陽)을 치려 한다고 알려주면 됩니다."
"음...."
"그리고 유비에게 다시 칙사를 보내어 원술이 황명에 복종치 않으면서 새로 나라를 일으켜 황제에 오르려 획책하고 있으니 남양을 토벌하라는 칙명을 내리시면 됩니다.
그러면 고지식한 유비가 천자의 명을 거역할 리가 만무하니까요."
"음...."
"이 계교는 호랑이로 하여금 이리를 잡아 죽이게 하는 계교입니다.
즉, 이리가 호랑이의 빈집을 노리고 덤벼들 것이 분명한데 누가 이리라는 것은 짐작이 되실 겁니다."
"이리는 여포란 말인가?"
"옳은 말씀입니다. 이 계교는 틀림없이 맞아 떨어질 것입니다."
이리하여 유비에게는 두번째의 칙사가 내려오게 되었다.
유비는 황망히 성밖까지 나가서 칙사를 맞았다.
그리하여 조서를 읽어 보니, 군사를 일으켜 남양의 원술을 치라는 황명이 아닌가?
유비는 자신의 내실에서 관우, 장비, 자룡을 불러놓고 이 문제를 상의하였다.
"황제 폐하께서 다시 조서를 내리시어, 남양의 원소가 야심을 품고 있어 이를 정벌하라고 하니, 아우들 생각이 어떤지 모르겠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관우가,
"형님, 일단 조서를 받드시어 군사를 모으고 훈련을 시키시되, 원술을 토벌하라는 밀서는 분명 조조가 천자의 명을 빌어 거짓으로 내린 조서이니 실제론 받들진 마십시오."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유비는,
"음, 아우의 말은 타당치 않네. 은혜로운 조서는 받고 밀서는 거짓이라고 거부한다면, 그 말은 곧 유리한 것만 받자는 것이 아니겠나? 그리한다면 신하의 도리가 아니지."
그러자 장비가 대뜸 이렇게 말한다.
"그럼 당장 싸우지요. 솔직히 원술이 좋은 놈은 아니잖소?
기억나시오. 예? 과거 동탁 토벌대에 있을 때 그 원술이란 놈이 군량을 보내주지 않아서 곤경에 빠진적이 있지 않소.
예? 이제 그놈을 혼내줄 때가 됬으니 잘 됐지뭐요."
그러자 유비가,
"옛 일은 꺼낼 것 없네. 오늘 원술이란 자의 의도가 불순하다고 조서가 내려온 이상 상명에 따를 수밖에 없네.
다만, 대군이 출정하면 이 서주성을 누가 지켜야 하는지? 그게 문제네..."
그러자 장비가 예의 투덜대는 어조로 말한다.
"저더러 지키란 말씀은 마슈! 난 답답해 미치겠소. 이번 원술 정벌은 내가 선봉에 서겠소."
그러자 잠자코 듣고 있던 관우가 한마디 한다.
"형님, 여기는 제가 지키겠습니다."
그러자 유비는 손을 들어 관우의 말을 막으며 말한다.
"둘째, 대군이 출정하는데 문제가 생기면 자네와 상의해야 하네.
그러니 자네는 가야하네."
그러자 자룡이 한 발 앞으로 나서며 유비를 향해 두 손을 읍하며 말했다.
"주공, 그럼 제가 남아서 지키겠습니다."
그러자 유비는,
"자룡, 자네는 하늘이 내린 선봉장이네. 자네도 나와 함께 가야하네."
그러자 장비가 심술이 잔뜩 뭍은 소리로 말한다.
"좋소. 좋아요! 셋이서 즐기러 간다 이거죠? 나 혼자만 쏙 빼놓고!..."
그 말을 듣고 관우가 웃으며 말한다.
"허허헛, 셋째 ! 서주는 우리의 근거지라 목숨처럼 중요한 곳이네.
집만 잘 지키고 있어도 큰 공을 세우는 셈이지."
그러자 장비는 역시 심술이 잔뜩 뭍은 소리를 내뱉는다.
"흥 !"
"안돼 !"
유비가 관우의 말을 제지하고 나섰다.
"셋째는 성격이 급하고 충동적이라 이런 임무에는 적당하지가 않네.
이 문제는 다시 애기하도록 하세."
말을 마친 유비가 자리에 앉아버리자,
장비가 가시돋힌 어조로,
"엣? 무슨 소리요? 형님은 나를 너무 무시하는게 아니오? 내가 서주마저 지키지 못 하면 내 목을 베어버리슈!"
그러자 유비가 장비에게 다짐을 받듯이 물었다.
"정말 잘 할 수 있겠나?"
"걱정하지 말고 다녀오시오.
서주는 나 장비한테 맡기고."
"좋아 ! 그렇다면 규칙을 몇 개 정할 테니 우리가 출정할 동안 꼭 지켜야하네."
"형님, 말씀만하슈. 예 ! 헤헤헤 ... 그저, 술만 못 먹게 하게 되면..."
그러자 유비가 바로 손가락을 세워 장비에게 보이며 말한다.
"맞아 ! 제일 첫 번째 규칙이 금주네!"
그 말을 들은 장비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그것도 순간, 장비는,
"싸우러 가지 못 하는 것도 괴로워 죽겠는데 술까지 못 마시게 하면 차라리 죽는게 낫다구요!"
하고 대답한다.
그러자 유비는 돌아서며,
"에이, 그러면 관두세, 관둬!"
유비가 고개를 흔들며 자기 자리로 돌아가려고 하자 장비가 황급히 유비의 팔을 잡아 당기며,
"에,에,에.., 형님 ! 하면 되지 않소, 하면 되지 않소 ! 형님 ! 규칙이 뭔지 말씀해보슈!"
"좋아, 첫째 ! 술 마시지 말것 !"
"음 !..."
"둘째, 성질 부리지 말것 !"
"예 !"
"셋째, 부하들을 때리지 말것 !
이 세가지는 군령이네. 이를 어길시엔...."
"걱정하지마슈! 그 정도 쯤이라면 뭐, 이 장비도 할 수 있다고요.
예, 개선할 때를 기다렸다가 그때 실컷 마시지요. 하핫, 하하하 !...."
(그러나, 고양이가 생선가게를 지킬 것인지, 장비가 술을 안 마실 것인지? 그것은 결코 알 수 없는 일이 아니던
가?)
※ 삼국지(三國志)제80편 ※
화를 부르는 장비의 술
한편, 남양의 원술은 만조 백관들을 자수각(紫水閣)에 불러놓고 조조로부터 받은 밀지를 놓고 한바탕 분통을 터뜨렸다.
"헛 참! 돗자리나 짜서 팔아 먹던 놈하고 돼지나 잡던 백정놈이 감히 나를 치러 오겠다고?"
그러자 원술의 책사 도저(陶貯)가 묻는다.
"지금 유비 삼형제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렇소. 이게 조조가 나에게 보내온 밀서요.
유비가 비밀리에 조정에 상주해 내가 황제를 넘본다면서 내 목을 베기위해 남양을 치겠다고 했다니, 헹 ! 유비 그 놈은 도대체 뭐요,
엉? 촌에서 굴러먹던 개뼉다귀 같은... 아니 그런 자가 스스로 황실의 후예를 자칭하는 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천하 평정을 운운하다니 이거야말로 사기치는 것이 아니오?
도겸이 와병중인 틈에 그 넓디 넓은 서주 땅을 낼름 먹은 것도 모자라서 우리 남양까지 넘보다니 이걸 내가 참아야 하는거요?"
그러자 좌중에 한 백관이,
"세상이 험하니 소인배가 설치는겁니다."하고 아뢰니 또 다른 백관이 나서며 말한다.
"괘씸한 놈입니다. 당장 출병해서 제거 하십시오."
하고 뒤이어 아뢰는 것이었다.
그러자 책사 도저가 한 발 앞으로 나서며 아뢴다.
"주공의 말씀대로 유비가 괘씸하긴 하나 그럼 조조는 올바른 자일까요?
밀서에 쓰여진 글이 모두 진실이라고 할 수 있을 까요?
소신 생각엔 몇 가지 의문점이 있습니다.
첫째, 유비가 조정에 밀서를 보내 주공께서 황제를 넘본다고 모함을 했다고 하는데, 이건 불확실합니다.
둘째, 유비가 정말 조정에 밀서를 보냈다면 조조가 왜 그 사실을 주공께 알렸으며 그 의도가 뭘까요?
이 점을 따져 보아야 할 것입니다.
셋째, 주공과 유비, 두 사람 사이가 나빠지기를 바라는 곳은 어딜까요?"
그러자 잠자코 듣고만 있던 원술이,
"선생 ! 그게 무슨 ?...."
도저가 이어서 말한다.
"그게 바로 서줍니다. 유비같은 소인배가 드넓은 서주성과 육군(六郡)의 영토를 가져갔으니 이는 천하의 제후들이 시샘할 일이 아니겠습니까?
서주를 가장 탐내는 자는 바로 조좁니다. 지금 유비와 여포가 손을 잡고 강력한 군사로 서주를 지키고 있으니 조조는 감히 침공할 엄두를 못내고 버리기도 아까우니 어쩌겠습니까?
때문에, 주공을 선동해 유비와 싸우게하여 어부지리(漁父之利)를 얻으려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만일 유비한테 패하면, 아니, 그럴 일은 없겠지만 조조가 쉽게 우리 남양을 얻을 테고, 유비한테 승리한다고 해도 결국 조조는 서주를 얻게 될 것입니다."
원술이 도저의 말을 듣고 대답한다.
"선생 말이 옳소. 그럼 어찌해야 좋겠소?"
"감히 여줍건데, 주공께서는 서주를 얻고 싶으십니까?"
"당연하지 ! ... 어찌 그런 당연한 말을 묻소?"
그러자 도저는 팔을 들어 횡으로 그으며 단호하게 말한다.
"그럼 실행에 옮기십시오. 서주를 쉽게 취할 계략이 있습니다."
"어서 말해 보시오."
원술이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그러자 도저는, "여포가 용맹하기는 하나 근본이 되지 않은 자로써, 변덕이 심하고 탐욕스러워 여포와 유비가 한 성(城)에 있다는 것은 물과 기름의 관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주공께서는 황금 만 냥과 비단 천 필을 여포에게 내리시면서, 유비를 기습 공격케 하고 그때를 틈타 출병을 하신다면 승부는 불을 보듯 뻔~할 겁니다.
그렇게 서주를 취한 뒤에는 서주 두 개군(郡)을 여포에게 상으로 주면 충분합니다.
그런 뒤에 기회를 보아 여포까지 없애버리면, 그야말로 일거양득이 아니겠습니까?"
도저의 말을 흡족한 얼굴로 듣던 원술이 고개를 끄덕이며 웃어젖혔다.
"하하하하...."
"주공, 어떻습니까?"
도저의 반문을 받자, 원술은 연실 고개를 끄덕이며 좋아한다.
"좋소, 좋아! 선생의 말씀은 지극히 현명하오."
하고 만족스러운 대답을 하였다.
한편, 유비가 원술 정벌을 떠난지 불과 하루가 지난 뒤에 서주성을 지키는 임무를 맡은 장비가 유비의 자리로 다가 가서 얼굴 가득히 만족한 웃음을 웃으면서 그의 자리에 앉아 본다.
"헤헤헷! 아이고... 여기가 큰형님 자리구나! 하하핫, 음, 여봐라! 주부(主簿) 어딧냐?"하고 이어서 호령을 쳤다.
그러자 시종을 보던 주부 하나가 황급히 달려오며, "아 ! 예,예,예...여기 있습니다!"하고, 유비가 부를 때와는 전혀 다른 아첨스러운 대답을 하였다.
그러자 장비가 목에 힘을 주며 말했다.
"형님께서 내게 서주성을 맡기시고 군령 3조를 남겨, 꼭 지키라고 하셨다.
첫째, 술마시지 말것 ! 둘째, 성질부리지 말것 ! 셋째, 때리지 말것!
지금 당장 이 군령을 족자로 만들어서 여기 이 대들보에 걸어놓아라! 내가 매일같이 보고 되새기면서 엄수할 것이다 ! "
그러자 주부가 대들보를 올려다 보며,
"알겠습니다. 그런데 글짜는 얼마나 크게 쓸가요?"하고 물었다.
그러자 장비는 두 손을 오무려 크기를 가름해 보이며,
"글짜는 이만큼, 사발크기로 쓰도록 해라!"
"그렇게나 크게 말입니까?"
"나 참! 내가 볼꺼니까 사발정도의 크기는 돼야지!"
"아 ! 네,네,네.... 사발 만큼 크게요?"
"응 ! 다 쓴 다음에 대들보에 걸어 놓고.. 그리고 당장 가서 통령(統領)이상의 장수들을 정자에 모두 집합하라고 해라 ! 훈시를 하겠다."
"네, 네,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말이다 ! 이 장비가 빗은 술 오십동, 그걸 거기다 꺼내다 놔라 !"
그러자 주부가 고개를 갸웃하면서,
"장군, 방금 하신 말 잊으셨나요?
주공께서 남기신 군령 일조가 술 안 마시기 아닙니까?"
"뭐야 ? 말이 많다 ! 내가 시키면 시키는대로 해 !"
"아, 예,예 !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
장비의 지시에 몸을 떨던 주부가 쪼르르 물러갔다.
잠시후, 정자에 모여든 장수들에게는 장비의 손에 의해 대접 가득 술이 따라지기 시작하였다.
"자, 마셔라 !"
한편, 남양 정벌에 나선 관우는 대군의 행진중에 유비에게,
"형님! 셋째가 사고나 안 칠지 걱정입니다."하고 말하였다.
"나도 그렇네, 허나 어쩌겠나. 셋째가 제 버릇도 못 고쳐서야 앞으로 어찌 대업을 이루겠나? 그러니 지켜볼 수밖에, 길어야 이번 원정이 수 십일 정도가 아니겠나?"
"네..."
"사실 걱정은 셋째가 아니라 여포일세. 여포가 소패성으로 간 뒤 병력 확충에 여념이 없다는구먼,"
"형님, 여포는 굶주린 호랑입니다. 위험한 자 입니다. 속히 쫒아내셔야 합니다."
"여포를 인의로 대해줬으니 배신않길 바라야지."
"배신을 한다면요?"
"여포가 배신을 한다 해도 나는 인의를 지킬 것이네."
한편 소패성에서는 진궁이 원술이 보내온 밀서를 보며, 침통한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러자 여포가 진궁에게,
"선생, 원술이 나에게 황금 만 냥과 비단 천 필을 보낼테니 서주를 공격하여 유비를 내쫒으라고 하니, 이게 바로 절호의 기회가 아니겠소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진궁이 밀서를 접으며,
"기회이긴 하지만, 서주성이 그렇게 호락호락 하겠소? 관우, 장비, 조운 등 모두 장군이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니오."
그러자 여포가 발끈하며 말한다.
"무슨 소리 ! 적토마와 방천화극이 있는데 뭐가 두렵습니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근거지가 될 만한 견고한 성 입니다.
언제까지나 얹혀 살 수는 없지 않소? 어느날 갑자기 유비와 원수가 되면 어쩜니까? 먼저 선수를 쳐서 손을 쓰는게 낫지!"
여포의 말을 듣고, 진궁이 담담한 어조로 대꾸한다.
"좋소! 그럼 이럽시다. 이번 일은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니 일단 원술에게 승낙한다고 하고 황금과 비단을 받아들이시고, 서주성 공격은 조금 더 두고 봅시다."
"좋소."
한편, 서주성에서는 장비가 주최하는 술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장비가 부하 장수들에게 말한다.
"자~ 오늘은 한 잔씩들 마셔라! 우리 형님이 술을 금하라고 하신 것은 무슨 실수가 있을까 염려하셨기 때문이다.
그러나 술을 전혀 안 먹을 수도 없는 일이니, 오늘 하루만 취하도록 마시고 내일부터는 다시 금주(禁酒)하도록 하자.
그리고 활시위도 당기고만 있으면 활이 꺾이는 법이다.
오늘은 활시위를 풀어 줄 테니 맘껏 마시고 내일부턴 성을 또 굳게 지키자!"
장비는 손수 술 항아리를 들고 다니며 휘하 장수들에게 술을 한 사발씩 가득히 따라 주며 한바퀴 돌고 있었다.
이윽고 집극랑(執戟郞 : 요즘 말로 중대장) 조표(曺豹)앞에 왔다. 그러나 조표는 장비가 따라주려는 술을 받지 않았다.
그러면서,
"장군님 ! 저는 술을 전혀 못 합니다.
한 잔만 먹어도 저는 속이 뒤집어 집니다.
그러니 제게는 술을 주지 마십시오 !"하고 사정하였다.
그러자 이미 술이 가득 취한 장비가 손가락질을 하며,
"이런 망할 놈을 봤나? 술은 만병 통치약이야. 뭐 ? 술을 마시면 속이 뒤집어 진다구?
야, 이놈아! 이게 보통 술이냐? 이 술로 말할 것 같으면 장비술 아니냐? 그러니 군말 말고 한잔 마시란 말이다!"
조표는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술대접을 입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조금 마셔보더니 대뜸,
"장군님, 정말 못 마시겠습니다.
마시면 죽을 것 같습니다...!"
하고 고개를 털며, 애원하듯이 말했다.
그러자 장비가 조표에게 다시 손가락질을 하며,
"내 명을 거역하겠다는 것이냐, 엉? 벌주 열 잔을 마실래, 아니면 곤장 백 대를 맞을래, 응 ? 너 마음대로 골라봐!"
장비는 조표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말했다.
그러자 조표는 오만상을 찡그리면서 장비에게 굽신거리며,
"장군, 용서하십시오.
제발 제 사촌매형의 얼굴을 봐서라도 용서해 주십시오."하고 사정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자 장비는 새롭다는 듯이 물었다.
"사촌 매형? 네 사촌 매형이 누군데그래?"
"제 사촌매형은 상 장군(上將軍) 여폽니다. 주공과 형제처럼 친하지 않습니까?"
조표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장비의 돌주먹이 그의 얼굴로 날아갔다.
"아이쿠 ! 장군 ! 장군....!"
"여포를 어찌 큰형님과 형제라 하느냐? 내놈이 감히 내 군령을 거역하는 것도 모라라서, 여포를 들먹이며 공갈을 쳐?"
얼굴이 피투성이가 된 조표가,
"아닙니다, 장군 ! 공갈이라뇨?"
조표는 장비의 위세에 쩔쩔매며 대답했다.
그러자 장비는,
"좋아 ! 오늘 내가 네놈에게 뜨거운 맛을 보여주마. 그리고 넌, 여포대신 맞는 줄 알아라!"
장비는 술상을 쓸어 내리고 피투성이가 된 조표를 냉큼 들어서 상위에 엎어놓았다.
그런 후에 긴 막대를 두 동강을 내어 한 손에 하나씩 들고, 다디미 방망이로 빨래를 두두리듯 조표를 마구 때렸다.
"살려주세요! 살려 주세요 ~...!"
조표는 온갖 사정을 해댔지만, 술에 잔뜩 취한 장비는, "사내 대장부가 비굴하게 목숨을 구걸한단 말이냐! 차라리 더 때리라고 그래라! 안 그러면 여포, 네놈을 죽여 버리겠다!"
술취한 장비의 눈에는 조표가 이미 <여포>로 보였다.
그리하여 조표는 장비의 몽둥이 찜질로 초주검이 되고말았다.
※ 삼국지(三國志)제81편 ※
여포의 배신
얼마 후, 소패성(小沛城)에서는
상 장군 여포에게 수하 장수 하나가 달려와 아뢴다.
"장군님! 서주성의 조표가 우리에게 투항해 왔습니다."
"조표?"
여포는 옆에 있던 진궁을 쳐다 보며,
"사촌 처남인데, 어서 들라 해라!"하고 진궁과 장수를 번갈아 보며 말했다.
그러자 두 사람의 부축을 받으며 초주검이 된 조표가 여포 앞에 나타났다.
조표는 여포를 보더니 대번에 땅바닥에 엎어지면서 울음 섞인 말로, "매형! 너무 억울합니다. 엉~엉..."
하면서 울부짖는다.
그러자 여포가 놀란 눈으로 물었다.
"처남! 무슨 일이냐?"
그러자 조표가 여포에게 장비에게 당한 억울한 사정을 낱낱이 호소했다.
"장비란 놈이 술에 취해 가지고 저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습니다 !... 사촌 매형의 얼굴을 봐서라도 살려달라고 사정했는데, 사촌 매형이 누구냐고 묻기에 상장군 여포라고 했더니 갑자기 지랄 발광을 하면서 매형보고 도둑놈에 후레자식이라고 하면서 매형 대신 너를 때린다고 하며 죽도록 매질을 해댔습니다. 으흐흑 .."
"에잇! 보자보자하니까, 장비 이놈이! 번번히 내게 모욕을 하는구나. 내 이놈을 이번에는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
여봐라!"
"옛 !"
"방천화극을 준비해라!"
"옛 !"
"잠깐 !"
진궁이 여포를 붙잡으며 소리쳤다.
그리고,
"봉선, 봉선 ! 진정하시오."
하고 말하면서 조표에게 다가가서 그의 어깨를 감싸면서 물었다.
"말해보게. 장비가 자네를 왜 때린건가?
무슨 군령이라도 어긴건가?"
그러자 조표가 억울한 심정을 담은 어투로,
"장비가 억지로 술을 마시라고 하기에 술을 마시지 못 한다고 했더니 갑자기 때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진궁이 고개를 흔들며,
"이해가 안 되는군. 장비가 왜 자네에게 술을 강요한건가?"
"유비가 장비에게 군령 삼 조를 하달했는데, 첫번째가 음주 금지였습니다."
그러자 진궁이 놀라며,
"뭐라고? 유비가 장비에게 금주령을 내려?"
"네."
"왜지?"
"지금 유비는 남양을 정벌하러 갔기 때문에 성에는 장비 뿐이라 사고를 칠까봐 금주령을 내리고 간겁니다."
"유비가 출정을 갔다구? 그게 사실인가?"
"사실입니다. 어제 출발했습니다. 관우와 조운도 함께요."
"관우와 조운도 함께 갔다구? 그런데 서주성 성벽에 어째서 관우와 조운의 대장기(大將旗)는 그대로 걸려있는가 ?"
"그거야 위장막이죠. 지금 성안에는 노병(老兵) 오 천명하고 장비 그놈 뿐입니다."
조표의 말을 여기까지 듣던 진궁이 자리에서 일어나 여포를 향해 돌아서며,
"하! 잘됐군. 봉선! 때가 왔소!
하늘이 서주성을 내린다는데 이 기회를 놓친다면, 하늘의 뜻을 저버리는거요."
그러자 여포는 단숨에 대답한다.
"좋소이다. 그러면 내가 직접가서 해치우겠소."
"아니오! 서주성은 매우 견고해서 안에서 돕지 않으면 난공불낙이오.
조표! 공을 세울 마음이 있나? 이번 일만 잘 되면 조정에 상주하여 자네를 중랑장에 봉하고 작위를 내릴 것이네."
"하겠습니다 !"
"좋아, 자네가 할 일은 지금 서주성으로 돌아가 오늘 밤 자정에 횃불이 보이면 남문을 열어놓게."
"알겠습니다."
"좋아 ! 그럼 꼭 시키는대로 하게. 가봐!"
소패에서 서주까지는 사십 여리 밖에 안 된다.
여포가 적토마를 달려 팔천 철기와 일 만의 군사를 몰고 서주성에 도달한 것은 밤도 새어가는 사경이었다.
성루에 나부끼고 있는 관우와 장비, 조운의 대장기(大將旗)를 한눈에 알아본 진궁이 여포에게 말한다.
"하하하, 과연 위장막이군! 서주성은 지금 텅 비었소."
그러자 여포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명한다.
"신호를 보내라!"
그러자 명을 받은 장수가 남문 앞으로 불화살을 쏘아 날렸다. 성루에서는 신호를 알아보고 조표의 군사들이 두말없이 굳게 닫힌 서주성 남문을 열어제쳤다.
"우~와 ! ...."
여포를 선두로 그의 군사들이 노도와 같이 성안으로 몰려 들어가며 취해 쓰러진 장비의 군사들을 눈에 띠는대로 모조리 칼과 창으로 찔러 죽였다.
그야말로 대항없는 싸움이었다.
이때 장비는 술에 대취해서 세상모르고 코를 골고 있었다.
"장군 ! 장군 ! 큰일 났습니다 ! 적들이 쳐들어 왔습니다 !"
부하들이 황망히 달려와 장비를 깨웠으나, 여간해서 깨어날 장비가 아니었다.
"장군 ! 장군 ! 큰일 났습니다. 여포가 군사를 이끌고 성안으로 노도와 같이 쳐들어 왔습니다!"
장비는 취중에도 여포라는 소리를 듣자, 벌떡 일어나며,
"뭐야? 여포가 왔어?"
"네, 여포의 군사들이 성안으로 들어와 난동을 치고 있습니다!"
"으잉? 여포가 어떻게 성안으로 들어 왔단 말이냐?"
"조표가 내통한 모양입니다."
"뭣이? 조표 그놈이..."
장비는 이를 부드득 갈며, 갑옷을 나는 듯이 추려 입고 밖으로 나왔으나, 이미 술에 대취한 그의 발걸음은 정상이 아니었다.
장비가 바라본 성안은 이미 여포군에의해 아우성치는 도가니에 빠져 있었고, 장비를 발견한 여포가 방천화극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장비는 여포를 맞아 싸웠으나, 아직 취기가 가시지 않아서 여포를 당해 낼 자신이 없었다.
그리하여,
(에라 ! 이럴 때에는 36계 줄행랑이 먼저다 !)
장비는 부장 십여 기만을 거느리고 동문으로 달려나갔다.
유비의 가족들은 성안에 그대로 남았으나 구출할 도리가 없었다.
"이 비겁한 장비놈아! 어디로 도망을 치느냐?"
적병들이 맹렬하게 추격해 오며 고함을 질렀다.
그리하여 돌아다 보니 앞장 서서 추격해 오는 장수는 다름 아닌 조표였다.
"이놈 ! 네놈은 조표로구나 !"
장비는 되돌아서서 백여 기에 달하는 추격군을 모조리 후려갈기고, 장팔사모를 휘둘러 조표 조차 두 동강이로 베어 버렸다.
장비는 그제서야 정신이 들기 시작하여, 성밖으로 도망쳐 온 군사들을 수습해 가지고 유비가 출정한 회남(淮南)을 향하여 면목없는 새벽길을 달렸다.
한편, 서주성을 완전히 점령한 진궁은 유비의 가족들이 성안에 그대로 남아 있다는 수하 장수의 보고를 받고,
"명이다! 병사들을 시켜서 유비의 가족들을 철저하게 감시케 하며 출입을 제한하고 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하라!"하고 말하였다.
이날 새벽, 여포는 본색을 드러내어 사실상 자신의 은인인 유비를 배반하고 서주를 빼앗아 버렸다.
그러나 그는 계획적으로 유비를 배반할 만큼의 의리를 모르는 악인은 아니었다.
일시적인 욕망에서 서주를 빼앗기는 하였지만, 속으로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심정조차 없지는 않았다.
그리하여 서주성을 점령하게 되자 이내 방문(榜文)을 내걸었다.
방(榜) !
나는 오랫동안 유비 장군의 은혜를 입어 왔다.
내가 이제 서주를 점령했
다고 해서 배은망덕(背恩忘德)을 한 것은 아니다.
다만 성중(城中)의 사투(私鬪)를 진정시키고, 적을 이롭게 하는 도배를 내쫒은 뒤에 전후의 화근(禍根)을 제거했을 뿐이다.
그러므로 모든 백성들과 관리들은 속히 평소의 생업으로 돌아가 나의 치하(治下)에서 안정된 생활을 누리도록 하라.
상 장군 여포.
여포는 이와 같은 방을 붙이고 난뒤 부하들에게 엄명하였다.
"포로로 남아 있는 부녀자와 어린
아이에게는 함부로 손 대지 마라!"
유비의 사가(私家)에는 그의 가족들
이 모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여포가 그 집을 찾아가 보니 유비의 노모를 비롯하여 젊은 부인 둘과 어린 아이들이 방에 모여 앉아 근심
에 싸여 있었다.
"그대들은 현덕의 가족인가?"
여포가 그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러나 모두들 겁에 질려 아무 대답
도 못한다.
"하하하하...."
여포는 큰소리로 웃고 나서,
"그대들은 안심하시오.
나는 그대들과 같은 부녀자와 어린이를 함부로 죽이는 무자비한 사람은 아니오.
그러나 그대들의 부하는 주인의 가족조차 구하지 아니하고 도망을 쳤으니 무슨 면목으로 현덕을 만날 수가 있을까? 그야말로 어리석고 못난 사람들이오."
여포는 사뭇 거만한 어조로 그렇게 말하고 난뒤, 부장을 불러다가 이렇게 명령하였다.
"병사 백 명을 데려다가 현덕의 노모
와 처자를 보호하도록 하라.아무도 함부로 이 집에 드나들게 해서는
안 된다."
현덕의 노모와 부인들은 마치 여포의 말을 못 들은 사람처럼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
"안심하시오. 이만가보겠소
※ 삼국지(三國志)제82편 ※
여포가 베푼 아량
한편, 서주성을 완전히 점령한 여포는 기분좋은 승전 보고를 계속하여 받았다.
"상 장군! 양식창고에 군량 이만석이 가득차 있습니다.
유비의 군량은 이젠 모두 우리차지입니다!"
"좋아!"
"상 장군! 도겸의 아들도 병사들과 함께 투항했습니다!"
"좋아!"
그때 진궁이 들어 오며, 장비의 명으로 대들보에 써서 붙인 군령
삼 조를 가리키며 크게 웃어젖혓다.
"하하하하....
첫째, 음주하지 말것,
둘째, 성질부리지 말것,
셋째, 구타하지 말것! 하하하, 아이고! 익덕이 정말 재미있구먼, 엉? 정말, 재미있는 친구야! 술 한잔에 군령
삼 조를 모두 위반하고 서주성까지 우리에게 내주지 않았는가 말야?"
그러자 그 자리에 함께 있던 여포는 물론이고 수하 장수들 모두가,
"하하하하 !..." 하고 장비의 우매함을 크게 비웃었다.
여포가 진궁을 향해 기분좋은 어조로 말했다.
"공대 선생! 서주는 이제 우리 수중에 들어왔고 병사들도 모두 투항했으니
..."
그러자 진궁은 거기까지 듣고 두 손을 읍하며 머리를 숙이고 허리를 굽히며 말하였다.
"경하드리옵니다. 허나, 한가지 잊으신게 있습니다."
"그게 뭡니까?"
"지금 당장 원술에게 통보해서 전에 약속한대로 우리가 서주를 취했으니 우리에게 황금 만 냥과 비단 천 필을 보내라고 하십시오."
"맞습니다! 이럴 때 하는 말이 있지요! 일석이조라고!"
"하하하하!...."
그로부터 얼마 후,
진궁은 남양의 원술이 황금 천 냥과 비단 천 필을 보내오지 않는다는 소식을 여포에게 보고한다.
"장군! 원술이 딱 잡아 뗍니다."
"뭐요?"
"작심하고 말하길, 우리가 서주를 함락시켰지만 유비의 목을 가져오지 못 했으니 황금과 비단은 줄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러자 화가 동한 여포가,
"원술 이놈! 이제와서 딴 소리를 하다니!"
하며 원술이 보내온 죽서를 집어 던졌다.
그러자 진궁이,
"천하를 다투는 생사의 결투에서 신의란 없습니다.
제가 볼 때는 설사 우리가 유비의 목을 가져다 주었더라도 결과는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실상 원술이 원하는 것은 이 서주성 일 테니까요."
그 순간, 수문 경계병이 뛰어 들며,
"보고합니다. 유비군이 지금 성밖에 왔습니다!"
하고 외치는 것이 아닌가?
순간, 여포와 진궁은 물론이고 자리에 함께 있던 장수들이 화들짝 놀랐다.
여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물었다.
"군사는 얼마나 되던가?"
"유비 삼형제 뿐입니다."
"뭐야?"
"응?"
그 자리에 있던 장수들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놀랐다.
그것은 서주성을 빼앗긴 유비가 돌아왔다면 응당 대군을 몰아 빼앗긴 성을 되찾으려고 왔을 것인데, 고작 세 사람만이 성앞에 왔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장수들 속에서는,
"뭐야, 이게 도대체?"
"어이구, 간이 부었구먼!"하는 소리까지 튀어 나왔다.
그러자 여포가 유비와의 일대 격전을 예상한 어조로 말하였다.
"강심장이로군!"
그러자 진궁이 눈을 깜빡이며 말한다.
"아마도 싸우러 온 것이 아니고 청을 하러 왔을 겁니다."
그 말을 듣고 여포가 고개를 기울이고 눈알을 굴리며,
"이런 상황에서 감히 나를 보러 왔다?... 과연 유비는 군자로군! 그렇다면 내가 직접 만나 보겠소!"
여포는 말을 마치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성문으로 향했다. 그러자 진궁이,
"잠깐 ! 봉선 ! 할 말이 있소."하고 말하면서 여포에게 귀엣말로 무언가를 속삭였다.
그러자 여포는 진궁의 말을 듣고,
"응, 응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경계병이 보고한 대로 과연 서주성 밖에는 유비 삼형제 만이 성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며 우두커니 서 있었다.
이윽고 거대한 성문이 소리를 내며 열리고 여포를 비롯한 진궁과 호위 병사가 쏟아져 나왔다.
여포가 웃는 얼굴로 유비에게 다가 가서,
"하하하, 현덕! 그간 별고 없으셨소?"
하고 물었다.
그러자 유비는 말 없이 두 손을 읍하고 허리를 숙여 여포에게 예를 표하였다.
그러자 여포는 호탕하게 웃으며,
"하하하 ! 자, 자 ! 어서 안으로 들어 갑시다!"
하며 유비의 한 팔을 잡아 당기는 것이었다.
이 모든 것을 불편한 심기로 지켜보던 장비는. "끄응 !" 소리를 내며, 관우와 함께 유비의 뒤를 따랐다.
이윽고 유비 삼형제를 위한 조촐한 주안상이 마련되었고 상석에 앉은 여포가 유비에게, "현덕! 내가 성을 빼앗은 것이 아니라 당신 아우 장비가 술주정을 부리다 반란이 일어난거요.
난 성에 무슨 큰일이라도 날까 두려워 군사를 이끌고 왔고 그동안 서주성을 지키고 있었소."
이렇게 말한 여포는 서주목 인장을 집어 들고 유비의 앞으로 다가 갔다.
그리고,
"현덕이 돌아왔으니 이제 주인에게 돌려줘야지. 자, 서주 인장을 받으시오."
하면서 서주목 인장함을 유비에게 내밀었다.
그러자 유비는 허리를 굽히며,
"여 장군.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저는 이미 장군께 서주를 내드릴 생각이었지요.
이젠 저에게 재능도 덕도 없음이 드러났으니 전 자격이 없습니다.
오늘의 이런 사태 또한, 하늘의 뜻일 테니 장군께서 그냥 가지고 계셔야 합니다.
부디 저의 뜻을 의심하지 마십시오."
하고 말하며 다시 한번 허리를 굽혀 여포에게 예를 표하였다.
그러자 여포는 담담한 표정으로,
"으음, 그렇다면 명에 따를 수 밖에요.. 그러면 잠시 현덕을 대신하여 서주를 맡기로 하겠소.
그런데 현덕? 이젠 어디로 가실 생각이오?"하고 물었다.
그러자 유비 역시 담담한 어조로 말한다.
"사실, 갈 곳이 없긴 합니다. 다만 장군께서 허락 하신다면 잠시 소패에 머물고자 합니다만, 허락해 주실는지요?
그러면 소패는 서주와 기각지세를 형성함으로써 조조와 원술을 견제할 수 있다고 보는데, 장군의 의향은 어떠신지요?"
그러자 그때까지 담담한 표정으로 지켜만 보고 있던 진궁이,
"아이고, 현덕 형! 그래서 되겠습니까?
너무 불편하실 텐데요."
하고 거들고 나섰다.
그러자 유비는 진궁을 향하여 허리를 굽히며, "허락해 주신다면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 말을 듣고, 여포가 서주목 인장을 진궁에게 건네며 말한다.
"현덕! 소패는 당신꺼요. 그대가 나에게 해 줬듯이, 모든 군량은 내가 대겠소."
하고 자신 만만한 어조로 말하였다.
"장군의 호의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유비는 또다시 허리를 굽히며 여포에게 고마움을 표시하였다.
그러자 여포는 유비의 손을 덥썩 잡으며,
"우리가 협력하기만 하면 대업을 이룰 수 있소! 우리 함께 서주를 기반으로 군사들을 모아 원술을 치고, 조조를 친 후에, 유표와 공손찬을 쳐서 천하를 도모합시다. 엉?"
그 말을 듣고 유비는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숙임으로서, 여포의 기분을 흡족하게 하였다.
이렇게 유비가 여포와의 담판을 끝나고 밖으로 나오자, 기다리고 있던 유비의 가족들이 반갑게 다가왔다.
어머니는 물론이고 유비의 제일 부인 감(甘)부인과 제이 부인인 미(美)부인은 부군을 만나자 눈물을 흘리며 말한다.
"여포 장군이 우리들을 극진히 보호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생활도 알뜰하게 도와 주었습니다."
유비는 그 말을 듣고, 관우와 장비를 돌아보며 말했다.
"내가 뭐라고 하던가. 여포가 나의 가족들은 해치지 않으리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이렇게 유비가 가족과의 해후를 하고 난 뒤, 그들 모두를 수레에 태우고, 서주성을 나와 소패를 향해 길을 떠나게 되었으니, 이 모든 것이. 장비의 잘못인가, 아니면 얄굿은 운명의 장난인가? ...
세상 일은 참으로 알 수가 없는 일이다.
🔊다음 제83편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