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에 집을 옮긴 우리집은 두식구 살기엔 좀 넓은편이다.
새로 입주한 아파트 1층인 우리집 이름은 '아트힐 미술전문 공부방'이다.
이곳 카페 주인장으로부터 허락받고 지은 우리집 이름,,,
현관엔 예쁜 그림이 있는 간판?(명패)도 붙이고, 방과후 유아부터 초등학교 저학년들이
내가 만나고 가르치는 친구들이다.
처음 이사올때 남편과 나는 새로 바꿀 살림 품목 몇가지가 있었는데, 남편은 무슨일이
있어도 성능 좋은 트럼 세탁기와 지펠 냉장고를 새로 사야 한다하고, 나는 거실에 놓을
홈 씨어터와 소파나 안방 커텐중 하나를 포인트 칼라로 빨강색으로 꾸미고 싶어 했었다.
그런데 소리 내지 않고 화 내지 않아도 고집이 센 나는, 결국 강씨 성을 갖고있는 깐깐한
남편을 이기지 못하고 또 져버렸다.
어쨌든 살림 살이를 어느정도 갖추었는데 어쩌다보니 거의 남편 취향대로
갈색과 아이보리 톤으로 무난한 칼라로 집안이 꾸며진거다.
내가 싫어하는 무난한 색으로...
물론 내가 다 검열을 해서 장만한 거지만, 무언가 포인트를 주고 싶은 칼라인
빨강을 쓰지 못한 우리집 인테리어 분위기에 지난 7개월간을 난 늘 아쉬워했었다.
그러다 결국 일을 내 버렸다. 며칠전에 그렇게도 원했던 빨강색 살림살이 하나를
장만한거다. 바로 안방 침실에서 사용할 침대 시트다.
빨강 이불, 보랏빛과 노란 겨자색 꽃무늬가 화려한....^^
갑자기 우리집 분위기가 화색이 다 도는것 같다.
나는 왜 이다지도 빨강에 도취되는지 암튼 못말리는 빨강공주 초로기~
" 어휴~! 여기가 무슨 정육점이냐, 무당집이냐, 정신 사나워 죽겠다 정말~
야! 김둘탱 너, 저기 베란다에 짱박힌 '행복한 우리집' 다시 좀 봐~! 무슨 인테리어
감각이 이거밖에 안되냐 엉~? "
평소 나는 이것 저것에 워낙 관심도 많고, 하는 일의 성격상 어지간한 것들을 많이 해보아
손재주가 있다는 소리를 듣는편이다.
아이들 일을 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그래서 어느정도 재주가 있는 사람들이 많다.
별의 별 일이 많은 일이다보니...
신혼초에 인테리어 잡지인 '행복이 가득한 집' 이라는 월간지를 삼년 정도
정기구독을 했었다.
그간에 이사를 여러번 했었는데 그때마다 우리집 살림중에 부피나 무게가 많이
나가는게 책 박스였다. 나나 남편이나 늦게 만나 각자의 살림을 합치다보니
책장만 일곱개가 된다.
그러는중에도 버리지 않고 쌓아놓은 인테리어 잡지, 그 책을 가리켜 남편은 '행복한
우리집' 이라 한다.
잡지책, 이제라도 다시 좀 보고 감각을 키우라는 남편의 말이 얼마나 우습던지 감히 내게,
나도 어디 나가면 빠지지 않는 센스와 멋을 지닌 여인이건만..^^
우리집에 방문한 친구가 와서 하는말이 일품이다.
" 으이구, 이게 다 자기 좋으라고 그러는 줄도 모르고 증말~ 왜 이 깊은 뜻을 모르고
그런다니 니 남편은..? "
참내, 할말을 잃었다. 실은 그런 깊은 뜻도 있을거라는 예상을 한건 정말 아니었는데..^^
* 골골이 80 - 잔병치레를 자주 해서 늙어 죽지도 않고 골골거리며 자기 고생 시킬
거라고 툴툴대는 옆지기가 내가 아플것 같은 조짐이 보이면 하는 말.
* 김둘탱 - 평소 둔하고, 어리버리하다고 놀리거나 화 나면 불러대는 이름.
* 빨강 공주 - 옷, 구두, 가방등등 워낙 빨강색이 많아 내가 즐겨 쓰니, 남편이 그나마
기분 좋을때 부르는 이름.
* 뱃살 공주 - 자기 외소하고 마른건 생각지 않고 날보고 비만이라며, 기본이 임신
3개월이라나 뭐라나 다이어트 좀 하라고 부르는 이름.
* 죽은 물고기 - 초저녁이든 한밤중이든 한번 잠 들면 깊이 잠들어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인 나에게, 새벽 4,5시면 꼭 깨어서 화장실 다녀오는 남편이 한번 깬
잠 다시 안오니 뭔가 허전한지 잠든 나를 툭~ 툭~ 치고, 문대고,
비벼대도,,,^^
요동치 않는다고 다음날 아침에 기분나빠 심통부리며 부르는 이름.
참, 별명도 많다 그러고보니,,,
게중에 젤로 맘에 안드는 별명인 '죽은 물고기'..... 이건 나를 목욕?시켜도 유분수지..^^
실은 내가 좀 약골이긴하다 생긴거와는 달리, 체력이 딸려 남편에겐 남성을 충족시켜
주지도 못하는 마눌이고, 그런데다가 살림살이도 엉성하고, 잘 하는거라는게 대부분
가사완 상관없는 영양가 없는거만 잘한다 불만인 내 남편...
가만 생각해보니 남편이 나 만나기전에 37명의 여자들과 선을 보았다고 했는데 어쩌다
나와 같은 골골한 여인네를 만나 남들 다 만들어주는거 하나도 못 만들어주는지.
그나마 내게 있는 재능인 알랑방구, 애교는 어디 내놔도 빠지진 않는데, 이젠 한 10년
살다보니 이것도 벌써 약효가 떨어지려하고...
무언가 대비책이 필요하다.
그러고보니 우리집 새 살림살이인 '빨강 이불'은 남편에게 좋은것만은 아닌것 같다.
나야말로 정신건강, 육체건강을 위하여 필요한 침구가 되어버렸다.
정열이 이글이글 불타오를 것 같은 뜨거워지는 침구, 빨강이불...
오늘밤, 우리 부부의 활활 타오를 정열의 밤을 위하여~ 빨갛고, 뜨겁게...^^
Henry Bishop (1786 -1855) / Home Sweet Home / Sop. Deanna Durb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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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김둘탱님 순화동에 사시죠? ㅋㅋㅋㅋ 행복한 가정을 위하여 화이팅~~!
행복한 모습!! 역시 빨강색을 좋아했군요. 처음 만났을 때, 초록이님 빨간구두, 빨간 가방이 아~~~ 초록이님 색이었구나!!! 즐감했어요. 사랑스런 예쁜 아내!!!!!
정작 비솝은 평생 가정을 꾸려 본적이 없다던가요.....
반갑습니다^^빨강색 홧팅~~!!
너무 재미있는 일상의 이야기,삶을 재미있게 연극대사로 구사하면서 살아가는 초록이,ㅎㅎ /어이, 초록님아! 그리니까 죽살나게 운동 혀서 근육에 힘넣고 뼈에 기 불어 넣어서 꼼짝 못하게 하고 제왕에 등극하면 얼마나 좋을꼬~~~ 실례!
으잉~? 때가 되면 업을 이루실 님께서 잊고있던 동네를 다 상기시키십니다^^ 이종현님 저도 어디선가 읽어본적 있던것 같습니다 비숍의 이야기,,,,그래서그런지 이 곡 참 애잔한 느낌이 물씬~ 올해 제 목표중 하나가 운동에 취미를 붙여보자 입니다^^ 빨강의 본능에 오늘도 충실하기 위하여 위하여~ 아자~!!!!^^
,,너와 내가 인연으로 만나,,하나로 알콩달콩,,사는모습,,이뻐요..하나가되면,,중간으로 바뀌어지던데..아직,,저처럼 자기 주장 살릴 수있는 용기.. 박수ㅉㅉㅉ!!! 저두 아이들 레슨하면서 손재주 캡짱인뎅,,ㅋㅋㅋ..늘 행복여왕이시길바래요``
초로기님의 가정에 화목만이 넘치시기를....애교만점의 초로기님! 언제나 아름다운 가정꾸미시는 모습에 미소를 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