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字 隨筆 문득.1338 --- 몽골의 수도인 울란바토르로 떠나며
여행하다 보면 본의 아니게 잃는 것이 있다. 참고 감내해야 한다. 그에 못지않게 상대적으로 얻는 것도 있다. 뜻밖의 수확이기도 하다. 알면서도 어쩔 수 없는 일들이 있다. 이런 것이 여행의 감칠맛이기도 하다. 그렇게 서로 절충하고 상계하며 새로운 세상을 체험하고 터득하는 것이다. 그런 과정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므로 스스럼없이 받아들이면 된다. 당장은 불편하고 힘겨울 수 있으나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추억이 될 수도 있다. 여행에서는 우선 배가 불러야 한다. 그래야 즐거우며 자연스럽다. 선조들은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다. 여행은 교통문제 못지않게 잠자리 먹을거리를 걱정한다. 육체(배)만 그런 것이 아니다. 마음(영혼)도 그렇다. 먹을수록 배고픔을 느낀다고 한다. 먹어본 사람이 더 찾고 먹는다고 한다. 아는 만큼 볼 수 있다는 말과 일맥상통하지 싶다. 마음은 좀 더 까다로워 뭔가를 얻어내려고 한다. 칠월 초인데 태풍이 남부지방을 훑고 일본으로 건너갔다. 그 여파로 아침에도 빗방울이 떨어져 우산을 펼쳐 들고 눈치 보일 만큼 애매모호 한 표정으로 집을 나섰다. 현지에서 하루 더 편안히 쉬고 아침에 출발하여 한낮에 돌아오는 몽골항공 편을 선택하였다. 멀리 떠나는 날 날씨라도 기분 좋게 활짝 웃는 모습을 보이면 좋을 텐데 뭐가 그리 불만스러운지 잔뜩 찌푸렸다. 몽골항공은 확실히 대한항공보다 시설이나 서비스가 떨어진다. 기내 좌석이 2.3.2. 7줄인데 뒤쪽은 아주 좁다. 체격 좋은 사람은 큰 불편을 겪을 것 같다. 옷도 저 정도면 꽉 쪼여 투덜거릴 것이다. 그나마 운 좋게 좌석이 창가다. 창밖으로 시선을 돌릴 수 있으니 숨통이 트여 다행스럽다. 그런데 찌푸렸던 지상의 날씨와 천상의 날씨는 사뭇 다르다. 구름 위는 아주 활짝 갠 하늘이다. 대기권에 들어서니 기존의 땅과 하늘은 사라지고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 것이다. 순백의 설원에 신비스럽도록 시퍼런 하늘이 산뜻하게 만년설의 설산으로 둘러쳤다. 요정의 나라처럼 상상의 날개를 펼치기에 손색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