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절 참회와 도
1 “과거에 지은 죄를 뉘우치는 것은 참懺이라 하고 뉘우침으로써 다시는 짓지 않겠다는 것은 회悔라 하여, 참회라고 이르는 것이다.
참회를 하려면 반드시 먼저 삼보께 귀의해야 한다. 그 까닭은, 삼보는 일체 중생의 어진 벗이 되고, 복의 밭이 되기 때문이다. 만일 삼보께로 귀의하면, 무량한 죄를 멸하고 무량한 복을 얻으며, 생사의 고를 여의고 해탈의 락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중생은 비롯 없는 과거로부터 범부의 지위에 있었으므로, 귀천을 묻지 않고 모두 무량한 죄가 있으니, 혹은 삼업으로 인하여 죄를 지으며, 혹은 육근을 따라서 죄를 지으며, 혹은 속마음으로서 삿된 생각을 내며, 혹은 바깥 경계에 의하여 염착을 일으켜서 십악이 증장하고, 이리하여 팔만사천 진로문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죄상으로는 무량하지마는, 크게 말하면 세 가지에 넘지 않으니, 세 가지란 무엇인가? 번뇌장과 업장과 보장이 그것이다. 이 세 가지는 능히 현성의 도와 인도ㆍ천도에 승하고 또한 묘하고 좋은 일을 모두 막는다. 그러므로 이것을 삼장이라 이름한 것이요, 모든 부처님과 보살들이 방편으로 참회한 것이니, 이 삼장만 제멸하면, 육근ㆍ십악, 나아가 팔만사찬 번뇌문이 모두 청정하여지는 것이다.
2 이 삼장의 죄를 소멸하려면, 먼저 일곱 가지 마음으로 방편을 삼아야 한다. 무엇이 일곱인가? (1) 부끄러워하는 마음 (2) 두려워하는 마음 (3) 싫어하는 마음 (4) 보리심을 발하는 것(5) 원친에 평등한 마음 (6) 부처님 은혜를 갚으려는 마음 (7) 죄의 자성이 공한 줄로 관하는 것이다.
첫째, 부끄러워한다는 것은, 스스로 생각하기를 ‘석가모니도 나와 같은 범부였다. 그런데 그는 벌써 진사 겁 전에 성불하셨는데, 우리들은 육진에 물이 들어 생사의 물결 속에 흘러다니며 나올 기한이 없으니, 이것은 천하에 더 없는 부끄러움이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둘째, 두려워한다는 것은, 우리 범부들은 신ㆍ어ㆍ의의 업이 항상 죄와 더불어 상응하기 때문에, 이 인연으로 죽은 후에는 응당 지옥ㆍ아귀ㆍ축생에 떨어져 무량한 고를 받을 것이니, 이것이 실로 놀랍고 두렵고 무섭다는 것이다.
셋째, 싫어한다는 것은 우리들의 나고 죽고 하는 동안에는 오직 무상ㆍ고ㆍ공ㆍ무아ㆍ부정만이 있어서 허하고 거짓됨은 마치 물 위에 거품이 생겼다 꺼졌다 하는 것 같고, 끊임없이 오고 가는 것은 마치 수레바퀴 같아서, 생ㆍ로ㆍ병ㆍ사 등 사고가 서로 들볶아 쉴 때가 없다. 또 스스로 자기 몸을 관하더라도 머리에서 발끝까지 머리털ㆍ몸털ㆍ손발톱ㆍ이빨ㆍ고름ㆍ피ㆍ생장ㆍ숙장ㆍ큰창자ㆍ작은창자ㆍ비경ㆍ콩팥ㆍ염통ㆍ허파ㆍ간ㆍ얼ㆍ위경ㆍ지방ㆍ막ㆍ힘줄ㆍ혈관ㆍ맥ㆍ뼈ㆍ뼈골ㆍ코ㆍ침ㆍ대변ㆍ소변ㆍ진액 등등의 삼십육물로서 아홉 구멍에서 항상 부정한 것만 흘러나온다. 그러므로 이 몸은 모든 고가 모인 것이요, 모두가 부정한 물건이다. 지혜 있는 사람이야 어찌 냄새나는 이 육신을 즐거워할 것인가? 생사 중에 이러한 더러운 것이 있으니 이것이 실로 걱정되고 싫다는 것이다.
넷째, 보리심을 발한다는 것은, 경에 말씀하기를 ‘ 항상 부처님 몸을 즐거워하라.’ 하였으니, 부처님 몸은 곧 법신이라, 법신은 무량한 공덕ㆍ지혜에서 나오고, 육바라밀에서 나오며, 자ㆍ비ㆍ희ㆍ사에서 나오고, 삼십칠조도법에서 나온다. 이러한 가지가지 공덕과 지혜에서 나오는 것이 여래의 법신이므로 이 몸을 얻으려면, 마땅히 보리심을 발하여 일체 종지와 상ㆍ락ㆍ아ㆍ정을 구하여, 부처님의 국토를 깨끗이 하고, 중생을 성취하게 하기 위하여 신명과 재산을 아끼지 않는 것이다.
다섯째, 원친에 평등하다는 것은, 일체 중생에게 자비심을 내어 저니 나니 하는 생각이 없어야 한다. 어째서냐 하면, 만일 친과 원이 다르다면 이것은 분별심이라. 분별이 있으면 모든 생각이 일어나고, 생각의 인연으로 온갖 번뇌가 생기며, 번뇌의 인연으로 모든 악업을 짓고, 악업의 인연으로 모든 고의 과를 받게 되나니, 원친이 없이 마음이 평등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섯째, 부처님 은혜를 생각한다는 것은, 여래께서 과거 무량겁에 머리ㆍ눈ㆍ손ㆍ발ㆍ국성ㆍ처자ㆍ상마ㆍ칠보를 모두 버리시고, 우리들을 위하여 모든 고행을 닦았으니, 그 은혜와 덕은 참으로 갚기 어려운 것이다. 그러므로 경에 말씀하시기를 ‘머리에 이거나 두 어깨에 업고 항사겁을 지나더라도 능히 갚을 수 없다’고 한 것이다. 우리들이 부처님의 은혜를 갚으려면, 마땅히 용맹 정진하여 노고를 잊고, 신명을 아끼지 않으며, 삼보를 건립하여 대승법을 널리 유통시키고, 중생을 널리 교화하여 한 가지로 정토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일곱째, 죄의 자성이 공한 것을 관하라는 것은, 모든 상은 인연을 따라서 일어나지 않은 것이 없으니, 인연을 따라 난 것이므로 인연을 따라 멸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인연을 따라 났다는 것은 악한 벗을 친근하여 끊임없이 죄를 지었다는 것이요, 인연을 따라 멸한다는 것은 곧 오늘부터 마음을 씼고 참회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경에 말씀하기를 ‘이 죄의 상은 안에도 있지 않고, 밖에도 있지 않으며, 중간에도 있지 않다’ 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 죄는 본래부터 공한 것임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일곱 가지 마음을 내어, 시방에 계시는 모든 부처님과 현성을 생각하면서 합장하고, 지극한 정성으로 마음을 씻고 뇌를 씻어서 참회하면 무슨 죄가 멸하지 아니하며, 무슨 장애가 풀어지지 아니하랴.“
3 부처님은 분신왕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어떤 것을 도라 하는가? 이른바 도가 있다는 것은, 선과 불선, 누와 무루, 구와 무구, 위와 무위를 모두 얻을 수 없는 것을 이름하여 도라 한다. 평등한 것을 이름하여 도라 하니, 일체 법이 모두 진실한 까닭이며, 적정한 것을 이름하여 도라 하니, 일체 번뇌를 모두 여읜 연고며, 안온한 것을 이름하여 도라 하나니, 일체 좋은 방편을 여의지 않는 연고요, 무루를 이름하여 도라 하니, 모든 누가 다한 연고며, 행하지 않는 것을 이름하여 도라 하니, 분별견이 있는 사람은 능히 행하지 못하는 연고요, 행하기 쉬운 것을 이름하여 도라 하니, 바르게 수행하는 사람은 능히 행하는 연고며, 버리지 않는 것을 이름하여 도라 하니, 과거 부처님이 버리지 않은 연고요, 상을 여읜 것을 이름하여 도라 하나니, 능히 일체 의심을 끊은 연고니라. 만일 이러한 도리에서 둘이 아님을 알아 들아가면, 이것을 이름하여 도를 얻었다 하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