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16일 연중 제32주간 (토) 복음 묵상 (루카 18,7-8) (이근상 신부)
"하느님께서 당신께 선택된 이들이 밤낮으로 부르짖는데 그들에게 올바른 판결을 내려 주지 않으신 채, 그들을 두고 미적거리시겠느냐?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하느님께서는 그들에게 지체 없이 올바른 판결을 내려 주실 것이다. 그러나 사람의 아들이 올 때에 이 세상에서 믿음을 찾아볼 수 있겠느냐?”(루카18,7-8)
우리에게 속도, 시간이 숙제다. 미적거림 없이 지체 없이 내려주실 판결은 언제 오는가? 우리 물음은 아직 답을 가지지 못했다. 생의 끝에 다다랗으나 물음이 아직 시퍼렇게 살아있는 이들 일수록 지체 없으리라는 말씀은 공허하다.
혹여 하느님이 우리의 회심을 기대하며 인내하고 계신다고 여긴다면 복음은 그조차 명료하게 부정한다. '미적거린다'로 번역한 단어, 마크로투메오는 사실 인내하다, 참을성있게 봐주다는 뜻으로 더 많이 쓰인다.(야고보5,7;로마9,22) 그러니까 복음에서 주님은 하느님께서 죄인인 우리를 봐주시려 인내하지도 참지도 않으시며, 지체 없이, 속도감있게 판결을 내리시리라 강조하는셈.
하여 우리가 그분을 믿는다는 말은 그날이 언젠가 오리라는 걸 믿는것에 더하여 바로 그 속도, 지체없이 오리라는 것을 믿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니 믿는 자는 그 날이 언제냐는 물음을 가진 자가 아니다. 믿는 자란 그 날이 지체없이 온다는 답을 가진 자, 그 때를 '곧'으로 믿는 자다. 세상을 지배하는 속도감을 배반하는 믿음.
그러나 그 때를 곧으로 믿는 이만이 주님과 그 길을 걸으린난건 자명하다. 끝에 다다른 이의 가벼움. 결단과 식별의 명료함은 덤. 그리고 기쁨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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