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6. 26 - 7. 1 원주 시립중앙도서관 갤러리(T.033-737-4360, 원주)
2018. 9. 12 - 9. 18 양양문화복지회관 갤러리(T.033-670-2348, 양양)
2018. 12. 17 - 12. 29 홍천미술관(T.033-439-5800, 홍천)
2018. 1. 14 - 1. 26 강릉 아산병원 갤러리T.033-610-3114, 강릉)
지은환 개인전_ 건강한 생활 산수, 그 건강한 조형의 세계
글 : 김상철(동덕여대 교수, 미술평론)
수줍은 봄 45×34cm
작가 지은환의 작업은 전형적인 실경산수의 형식을 지니고 있다. 대상이 되는 자연을 직접 대면하고, 그 감동과 기운을 표출하고자 하는 실경산수는 전통적인 산수화의 관념성을 대신하며 현대 산수화의 보편적인 추세를 이루고 있다. 일견 서양회화에서의 풍경화와 유사해 보이지만 굳이 산수라 부르는 것은 그 근본적인 지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서양의 풍경화가 자연의 묘사와 재현을 목적으로 대상과 대립하는 시각을 취함에 반하여 산수는 자연과의 합일을 목적으로 하는 이상화를 전제로 한다. 즉 대상이 되는 자연을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묘사할 것인가 하는 점과, 이를 작가의 사상과 감정 등 주관적 내용들을 통해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가 하는 차이인 셈이다.
작가가 취하고 있는 소재로서의 자연은 주변에서 일상적으로 관찰되는 평범한 것이 특징이다. 굳이 큰 산과 깊은 물을 추구하여 장엄한 기세와 기운을 추구하지도 않고 과장이나 왜곡을 통해 대상을 가공하지 않고 보고 느끼는 바를 표출하고자 하는 작가의 소박하고 진솔한 의지가 돋보인다. 일상적인 현실 속에서 발견되는 경물들을 선택하고 이의 주관적 해석을 통한 취사선택과 조형적 가공, 그리고 표현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살펴볼 때 작가의 작업 방식은 기교적인 것에 앞서 대상에 충실하고자 하는 건강한 조형 의식이 돋보인다. 이는 오랜 기교적인 훈련을 통해 표출되는 유려한 조형적인 멋이 아니라 대상을 대하는 작가의 시각과 작업에 임하는 작가의 의지가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대상에 대한 진솔한 접근과 성실한 표현은 실경작업이 지녀야 할 가장 기본적인 덕목이자 본질일 것이다. 작가는 이를 의식적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감지하고, 기교적으로 표출하는 것이 아니라 본능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여겨진다. 그러므로 작가의 작업은 기능적인 세련미나 조형적인 아름다움에 앞서 우직하고 진솔한 표현에서 비롯되는 건강한 조형미가 두드러진다. 이는 기능적인 것으로는 다다를 수 없는 작가 고유의 특질이자 존중되어야 할 덕목으로 작가의 작업에서 가장 으뜸으로 손꼽을 수 있는 장점일 것이다.
울산바위를 바라보다 48×35cm, 화선지, 수묵, 한국화 물
수묵을 바탕으로 하여 채색을 적극 활용하는 작가의 작업은 건강한 자연미와 일상에 대한 소박한 관찰을 담아내고 있다. 그것은 굳이 대산대수(大山大水)의 웅장한 스케일이나 기세를 드러내지 않아 소소하지만 건강한 자연미를 확인함에 부족함이 없는 것이다. 이는 작가가 화면에 담아내는 자연이 바로 작가의 삶과 매우 근접한 거리에 있어 일상적인 관찰과 교감이 있었기 때문이라 여겨진다. 그러므로 굳이 작업을 위한 관찰, 혹은 조형을 위한 또 다른 가공의 과정이 생략된 채 그저 일상을 기록하는 듯 한 소박하고 진솔한 태도가 이러한 화면으로 표출되는 것이라 여겨진다.
굳이 수묵과 채색을 구분하지 않고 직감적인 감흥에 따라 화면을 구성해 나가는 작가의 작업은 분명 욱욱한 생명력이 장점이다. 특히 대상에 육박하고자 하는 작업 의지는 기능적이고 기교적인 것으로는 이룰 수 없는 독특한 감동을 주고 있다. 그러므로 작가의 수묵은 경우에 따라 투박하고 거칠지만 오히려 맑고 기운차며, 채색은 진하여 탁함으로 흐를 염려가 있으나 오히려 건강한 생명력을 여실히 표출해 내고 있다. 이는 재삼 부연하지만 작가의 작업이 지니고 있는 특질이자 장점이 아닐 수 없다.
희망의 빛 46×34cm
비록 작가의 작업이 실경산수의 형식을 띠고 있다 하지만, 몇 가지 내용에서 본다면 그의 작업은 실경과 관념, 현실과 이상이라는 상대적인 가치의 조화와 절충을 통하여 자신 만의 독특한 화면을 구축해 가고 있음이 여실하다. 기본적으로 실경산수는 생동하는 현장감을 전제로 한다. 투시와 원근 등 객관성을 표출할 수 있는 다양한 조형적 기법과 시점을 차용하되 이를 산수의 형식으로 변환시켜 전적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조형으로 수렴해 내고 있다. 평이한 시점과 꾸밈없는 화면의 전개는 보는 이의 시선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 부분적으로 발견되는 거칠고 강한 질감의 표현이나 이질적 표현은 흥미로운 것이다, 이는 작가의 작업 의욕이 여실히 드러나는 부분이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변화의 추구는 작업의 변화와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충분히 이해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앞서 거론한 바와 같이 작가의 작업은 이미 그만의 특질과 장점을 충분히 지니고 있다 할 때, 이는 경우에 따라서는 사족이 될 수 있음은 지적되어야 할 것이다. 대상에 육박하고자 하는 진지한 의지와 포착된 내용에 대한 진지하고 진솔한 표현은 작가의 작업에서 다시 강조되고 평가되어야 할 핵심적인 내용임을 상기한다면 이는 더욱 분명해질 것이다. 어쩌면 작가에게 필요한 것은 새롭고 자극적이며 현대적인 것이라는 조형적 충동보다는 이미 자신이 확보하고 있는 자신만의 장점을 여하히 더욱 적극적으로 발현하고 표출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라 여겨진다. 이것이 바로 작가의 다음 작업에 거는 기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