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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아세안(ASEAN) 회원국 중에서도 경제적 역동성이 큰 베트남은 매력적인 기업환경을 갖춘 개도국이지만, 여타 역내국과 비교해 보면 베트남의 기업환경은 여전히 개선할 부분이 존재한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베트남 기업환경의 강점과 약점에는 무엇이 있는지, 그리고 여기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무엇인지를 알아보고자 하며, 이로부터 도출한 결론은 베트남 정부의 자국 기업환경 개선 노력이나 민간기업의 투자 결정에 유용한 정보로 쓰일 수 있을 것이다. 아래에서 진행하게 될 분석은 총 10개의 국제 기업환경 지표를 활용하는데, 여기에는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경쟁력지수(GCI 4.0) ▲세계은행(World Bank)의 기업환경평가(EoDB)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의 글로벌혁신지수(GII) ▲재산권연대(PRA)의 국제재산권지수(IPRI) ▲헤리티지재단(Heritage Foundation) 및 월스트리트저널(Wall Street Journal)의 경제자유지수(EFI)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의 부패인식지수(CPI) ▲세계은행의 물류성과지수(LPI) ▲유엔의 전자정부발전지수(EGDI)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의 국제정보보호지수(GCI)가 포함된다.
2. 베트남 기업환경의 강점
베트남의 기업 투자환경은 최근 몇 년 동안 지속적으로 개선되어 왔으며, 이는 다양한 기업환경 지표상의 순위 상승으로 나타났다(<표 1> 참조). 먼저 베트남의 2019년도 GCI 4.0 점수는 61.5점(전년 대비 3.5점 상승)으로 세계 평균(60.7점)을 상회했고, 순위로는 141개국 중 67위(전년 대비 10계단 상승)로 중위권에 올랐다. 이를 바탕으로 베트남의 2019년 점수 및 순위 상승폭은 최대치를 기록했다(WEF, 2019). 다음으로 베트남은 2020년 EoDB 순위에서 190개국 중 70위를 기록해 2014년의 99위에 비해 약 30계단 상승했고(World Bank, 2020), 2022년 GII 순위에서는 132개국 중 48위로 중·저소득국가 36개국 중 2위에 등극함과 동시에 중국, 인도, 이란, 필리핀과 함께 혁신 속도가 가장 빠른 국가로 평가받았다(WIPO, 2022). 또한 베트남의 2022년 IPRI 지수는 4,497점으로 집계되었고, 순위로는 129개국 중 82위에 올라 2021년 대비 2계단 상승했다(PRA, 2022). 2022년 EFI에서 베트남의 순위는 전년 대비 7계단 상승하여 177개국 중 84위였으며, 경제적 자유 증진 및 무역·기업활동에 우호적인 환경 조성을 골자로 하는 베트남 정부의 정책 개혁 노력도 긍정적 반응을 얻었다(The Heritage Foundation, 2022). 또한 전반적으로 CPI 순위가 낮은 편에 속하는 베트남은 투명성 제고 및 공정한 투자환경 조성을 목표로 정부가 주도하는 법령 및 제도 개혁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이 일부 반영된 2022년 CPI 순위도 전년 대비 10계단 상승해 180개국 중 77위를 기록했다(Transparency International, 2022). 이외에 LPI나 EGDI 등 기타 지표에서도 베트남이 기록한 순위가 전반적으로 상승한 사실을 확인해볼 수 있다(ITU, 2020; UN, 2022; World Bank, 2021).
<표 1> 10개 기업환경 지표에서 베트남이 기록한 점수 및 순위 동향
출처: 개별 지표 저자 취합
베트남의 기업환경에 매력을 더하는 요소로는 다음의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베트남은 원자재를 공급받거나 세계 주요 시장으로 상품을 운송 및 수출하는 데 유리해 외국 기업이 활동하기에 적합하다는 지리적 이점을 지닌다.
둘째, 베트남은 시장의 규모가 크고 성장 속도도 빠르다. 현재 1억 명 수준의 인구를 보유한 베트남은 지난 10여 년간 안정적 경제성장을 일구어 냈고, 오늘날 역내에서 경제활동이 가장 활발한 국가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GCI 4.0의 핵심 지표 중 하나인 시장규모 측면에서 베트남은 2018년에 세계 29위를 기록했다가 2019년에는 이보다 3단계 상승한 26위로 올라섰다(<그림 1> 참조). 이에 더해 아세안, 한국, 일본, 호주, 유럽연합(EU), 영국 등과의 자유무역협정(FTA), 그리고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CPTPP) 등 각종 양자·다자 협정도 베트남 기업이 빠르게 성장 중인 세계 각지의 대규모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다.
<그림 1> 2018~2019년도 베트남의 GCI 4.0 항목별 점수 및 순위
자료: WEF(2018, 2019)
셋째, 베트남은 노동력이 풍부하고 여타 역내국에 비해 비용 경쟁력이 높다. 라오스나 미얀마의 경우 베트남에 비해 인건비 자체는 저렴하지만, 인프라의 질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며, 인도네시아도 최저임금이 낮지만 그만큼 노동생산성이 낮은 편이다. 인도 또한 최저임금은 베트남보다 낮지만 복잡한 기업환경, 정치불안, 비효율적 관료주의 등의 상대적 약점을 안고 있다(Samuel, 2020). 넷째, 베트남은 노동력의 질 측면에서도 여러 강점을 지닌다. 우선 베트남은 총인구의 52%가 생산가능인구에 속하고 이들의 문해율도 약 97%로 매우 높게 나타나는 등 이상적인 인구 구조를 지녔고, 직능훈련을 거친 숙련 노동자의 비율도 2009년의 14.8%에서 2021년에는 26.12%로 증가했다(GSO, 2022). 베트남 정부는 자국 노동력의 질을 더욱 끌어올리기 위해 기술집약형 산업 투입 인력의 직능·기술교육을 확대하는 노력을 펴고 있으며, 베트남의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2011~2020년 5.11%를 기록해 아세안 평균인 3.49%는 물론 개별 회원국의 수치도 대부분 뛰어넘었다(<그림 2> 참조).
<그림 2> 2011~2020년간 아시아 주요국의 노동생산성 증가율(단위: %)
자료: Pham et al.(2021)
다섯째, 베트남은 경제성장기를 거치며 수송 인프라를 비롯한 인프라 전반에도 상당한 자금을 투자해 발전 성과를 냈다. GII 지표에 의하면 베트남의 인프라 발전 관련 지수는 2011~2022년에 더욱 개선되었으며(WIPO, 2022), 특히 기업 투자활동에 큰 영향을 주는 물류 인프라에 관한 평가는 세계 38위로 베트남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그림 3> 참조).
<그림 3> 2022년 베트남의 GII 인프라 지표 순위
자료: WIPO(2022)
마지막으로 여섯째, 베트남의 정치적 안정성도 우호적 기업환경 조성에 기여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베트남은 내부 안정을 바탕으로 활발하고 개방적인 경제를 육성했고, 다수의 FTA를 체결하며 세계 경제권과의 통합에 확고한 의지를 나타냈다. 베트남이 지금까지 비준 절차를 완료한 FTA는 15건, 협상을 진행 중인 FTA는 2건이다. 아울러 베트남 정부는 2020년에 투자법(Investment Law)과 기업법(Enterprise Law)을 새로 제정함으로써 실용적 지침과 정책을 적절한 시기에 도입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이와 같은 변화는 규제 분야의 불확실성을 줄여 외국 주체들이 장기 투자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높은 수준의 신뢰를 만들어내고 있다.
3. 베트남 기업환경의 약점
하지만 베트남 기업환경에는 위에서 소개한 여러 강점 이외에 일부 한계점도 함께 존재한다. 베트남이 직면한 가장 근본적인 문제 중 하나는 각종 지표상 순위 상승에도 불구하고 일부 아세안 국가들에 비해 절대적 점수는 여전히 낮은 편에 속한다는 점이다. 일례로 2022년 GCI 4.0에서 베트남이 기록한 67위라는 순위는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등 다른 역내국에 비해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말해주는데, 특히 50위의 인도네시아와는 상당한 격차를 보인다. 이는 동남아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지닌 4대 경제 강국의 반열에 들겠다는 베트남 정부의 목표 달성에 크나큰 도전 요소이다. 베트남의 2022년도 GCI 4.0 순위는 전년 대비 4계단 하락한 것이며, 8개 세부 지표 중 4개(투입 부문 5개 중 3개, 산출 부문 3개 중 1개)에서도 순위 하락이 관찰되었다. 또한 총 7개 평가 지표 중 ▲인적자본·연구 ▲시장 고도화 ▲기업활동 고도화 ▲지식·기술 산출의 네 가지 항목에서 베트남이 획득한 점수도 전년 대비 하락했다(<그림 4> 참조). 2022년 IPRI 순위에서도 베트남은 아세안 국가 중 필리핀만을 겨우 넘어서는 역내 최하위권에 머물렀고(<표 2> 참조), 특히 유형재산권 보호 관련 지수에서 87위를 기록해 태국(63위), 인도네시아(48위), 말레이시아(28위), 싱가포르(1위)에 크게 뒤처지는 모습을 보였다.
<그림 4> 2021~2022년도 베트남의 GII 항목별 점수 및 순위
자료: WIPO(2021, 2022)
<표 2> 2022년 아세안 7개국의 IPRI 항목별 점수 비교
자료: PRA(2022)
베트남 기업환경의 약점으로 지적해 볼 만한 요소는 다양하다. 우선 숙련 노동자의 비중이 작고 직능훈련과 실제 노동시장의 필요가 서로 괴리되어 있다는 문제는 노동력의 질 측면에서 현황 개선 노력이 필요함을 말해준다. 또한 베트남의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지금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하기는 했지만, 2020년을 기준으로 베트남의 노동생산성은 말레이시아의 7분의 1, 중국의 4분의 1, 태국의 3분의 1, 필리핀의 2분의 1, 싱가포르의 26분의 1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나기에(Pham et al., 2021), 주변국과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는 기존의 성장 속도를 더욱 가속화할 필요가 있다. 한편 GII 지표에서 인적자본 및 연구 수준 항목의 점수 하락폭(5.1점)이 가장 컸던 점, 그리고 GCI 4.0에서 집계하는 노동자 숙련도 순위가 최하위 수준인 93위로 떨어진 점은 베트남이 숙련 노동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문제를 시사한다.
이에 더해 베트남은 인프라의 질적 향상에도 관심을 쏟아야 한다. GII 지표상 베트남의 인프라 관련 순위는 아세안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등 3개국 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그림 5> 참조). 인프라 측면에서 지적해 볼 수 있는 베트남의 대표적 문제는 고속도로, 고속철도, 공항, 항구 등 현대적인 통합 수송 네트워크가 갖추어지지 않아 세계적 기준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태라는 점이다.
<그림 5> 2022년 아세안 4개국의 GII 인프라 분야 순위 비교
자료: WIPO(2022)
한편 제도의 질 또한 베트남 시장의 효율성과 기업활동 매력도를 줄이는 요소이며, 따라서 GCI 4.0을 집계하는 WEF는 베트남이 법적 절차 간소화, 관료제적 병폐 및 부패 척결 등 기업환경 개선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지적한다(WEF, 2019). 이 밖에 2022년 EFI에서는 정부 청렴성, 사법절차 효과성, 투자 자유도가 부족한 점이 베트남의 경제를 제약하는 제도적 장애물로 드러났다(<그림 6> 참조).
<그림 6> 2021~2022년도 베트남의 EFI 항목별 점수
자료: 헤리티지재단(2022)
마지막으로 GCI 4.0, EoDB, EFI, CPI에서 베트남의 국가 경쟁력을 저해하는 공통 원인으로 지적하는 문제는 바로 부패이다. 우선 베트남의 2022년 CPI 순위는 전년 대비 소폭 개선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100점 만점에 42점에 머물러 180개국 중 77위를 기록했고, EoDB의 거버넌스 분야에서 다루는 부패 통제 관련 점수도 낮아 개선이 필요하다. 아울러 IPRI에 포함되는 부패 통제 지표에서도 베트남은 아세안 회원국 중 최하위 성적을 냈고, EFI에서도 베트남의 정부 청렴성이 모든 항목을 통틀어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4. 결론
베트남은 본고가 지금까지 분석한 각종 기업환경 지표에서 순위를 높이며 기업활동 거점으로서의 매력을 점차 높여왔다. 하지만 여타 아세안 국가와 비교해 보면 EoDB, GCI 4.0, GII, IPRI 등 다양한 지표가 평가하는 베트남의 여건은 여전히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등 역내 주요국에 비해 크게 모자란 상황이다. 따라서 아세안 최상위급의 기업환경을 지닌 4대 경제강국으로 발돋움한다는 쉽지 않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베트남 정부는 앞으로 규제, 법령, 인프라, 노동력 차원에서 경쟁력을 제고해 기업활동을 진작하고 국내·외 투자자에게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노력에 더욱 매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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