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약10년 아성이 무너졌다. 그동안 삼성이 배구계에 못할 짓을 많이 했지만 한국배구의 역사를 써내려온 팀이다. 삼성화재가 갓 창단했을 당시 직접 현장에서 플레이를 본게 엊그제 같은데... 고려증권 해체하고 신진식따라 삼성화재를 응원한것도 벌써 10년이다. 독주체제가 무너지길 간절히 바랬지만 막상 무너지니 허탈하기도 하다.
2. 1세트... 삼성의 작전시간. 신치용 감독 "어제 이긴 것만으로 만족하니까 편안하게 해."
3세트... 두세트를 잃고 패배 직전의 팀이라고 보기엔 선수들의 표정이 너무나 밝다.
지난 10년의 성과를 홀가분하게 스스로 정리하는 듯한 삼성화재 감독과 선수들의 모습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3세트에 나온 엄청난 수비들은 (특히 여오현이 펜스까지 가서 걷어올린 그 수비는 배구의 진정한 묘미를 느끼게 해주었다.) 최고 팀의 자존심과 명예를 끝까지 지키는 모습이었다.
3. 김세진, 신진식... 이 두선수가 한 팀에 공존한다는 것 자체가 완전 사기였지만 어찌됐든 이들은 삼성화재뿐아니라 국대에서도 우리나라 배구를 탄탄히 지켜온 기둥이었다. 이들의 시대가 져물어간다는게 정말 아쉽다. 배구선수들의 수명이 조금만 더 길었어도, 지난 10여년동안 배구계가 정상적으로 돌아갔더라도, 다른 팀들이 조금만 더 분발했었더라도 이들이 더욱 빛나지 않았을까....
4. 후인정... 과거 신진식의 성대와 더불어 고려증권 라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가장 좋아하던 대학팀이 경기대였다. 후인정, 구본왕, 유종훈, 차상현 등등... 배구계의 뻘짓으로 다들 떠나고 후인정만 남았다. 한때 삼성화재 못지않은 얌체짓을 해온 현대가 삼성의 독주로 인해 쇠락의 길을 걷게 시작했을 때 입단한 후인정. 당시 현대선수들 모두 떠나고 10여년의 2인자 신세를 참아온 후인정이 드디어 우승컵을 들었다. 오늘 보인 그의 눈물이 유독 뜨겁게 느껴졌다. 정말 축하한다.
5. 삼성의 몰락을 보고 있노라니 숱한 선수들이 머리를 스쳐간다. 원조 배구도사 박희상, 포스트 정의탁 박선출, 생각만 해도 안타까운 김기중, 권순찬, 안타까운 죽음을 맞았던 김병선과 블로킹 귀재 박종찬도 생각나고.... 나열할려니 한도 끝도 없을 것 같다.
6. 오늘 장병철의 서브를 보고 예전 성대 강서브 트리오가 생각났다. 신진식, 장병철, 김기중으로 이어지는 정말 무시무시한 위력의 강서브 트리오. 체육관에서 직접 본적이 있는데 그 소리가 정말 어마어마했다. 상대팀의 경계대상 1호였는데... 삼성화재에서 재현하나 싶었는데 장병철, 김기중이 삼성간건 정말 아쉬운 부분이다. 특히 배구계를 떠난 김기중을 생각하면 더욱... 훗날 정평호가 그 계보를 이어받았다.
7. 현대가 드디어 삼성독주를 무너뜨렸다. 삼성 주전들의 노년화와 현대의 김호철 감독영입+용병제도 실시의 시기가 묘하게 맞아떨어져 이뤄낸 성과이긴 하지만 어찌됐든 배구계의 새로운 시작점이 형성되었다. 이제는 현대, 삼성 뿐아니라 LIG, 대한항공의 분발이 필요하다. 이들의 분발이 배구인기 부활의 불씨를 활활 타오르게 할 것이다.
8. 어쩌다보니 프로배구리그가 충청권 잔치로 끝났는데 이제는 좀더 전국구화 시킬 필요가 있다. 올해는 국제대회의 참가도 제법 되는걸로 알고 있는데 프로배구의 열기를 국제대회의 성적으로 연결시킬수만 있다면 배구인기의 부활과 더불어 중소규모일지라도 새로운 팀의 창단을 유도할 수 있다. 굳이 대도시가 아니라 지금처럼 중소도시를 연고로 한다면 새로운 팀 창단도 가능하리라 생각된다.
9. 어찌됐든 오랜만에 배구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는 시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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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004. 10. 6
"배구가 떴던 90년대가 좋았지"
당시 한.일 배구 맞수 신영철 & 나카가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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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은 맞수를 친구로 바꿔놓았다. 네트를 사이에 두고 마주봤던 신영철과 나카가이치가 모처럼 나란히 앉아 옛 얘기를 나눴다. |
일본 배구의 마지막 수퍼 에이스. 1990년대 일본 배구의 간판이었던 나카가이치 유이치(36)에 대한 수식어다. 그가 활약하던 90년대 초.중반 남자배구 한.일전은 최고 흥행카드였다. 신진식의 유연함과 이경수의 강타를 겸비한 그는 한국 입장에선 눈엣가시였다. 그런 나카가이치도 두려운 상대가 있었다. 신영철(40) LG화재 감독이다. 91, 94년 배구 월드리그 세터상 수상자. 그의 토스는 늘 일본의 방공망을 초토화했다.
지난 6월 26년간의 선수생활을 접고 일본 V리그 사카이 블레이저스의 감독이 된 나카가이치가 전지훈련차 신 감독의 LG화재를 찾았다. 6일 일본으로 돌아가기 앞서 마주 앉은 두 사람은 달콤했던 90년대의 배구를 반추하면서, 찬바람 부는 2000년대의 배구를 이야기했다.
#한.일전
(나카가이치)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예선이 기억에 남는다. 그전까지 한국에 연패했는데, 그 경기에서 3-1로 이겼다. 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예선은 한국에 0-3으로 참패했다. 그때 내가 레프트를 봤는데 한국 라이트 김세진의 공격은 도저히 막을 수가 없었다.
(신영철)90년대에는 한.일전이 정말 많았다. 한.일전 하면 나카가이치부터 생각난다. 당신의 컨디션이 한국의 성적이었다. 92년 아시아선수권(태국) 때 호텔 에어컨이 너무 세 나카가이치가 감기에 걸렸는데, 내가 경험한 한.일전 중 가장 손쉬운 승부였다.
(나카가이치)별 걸 다 기억하네. 우리를 괴롭힌 건 늘 세터 신영철이었다. 우리의 센터블로커는 늘 당신의 토스 반대 쪽으로 뛰었다.
#추억의 선수들
(나카가이치)대표팀에 처음 들어왔을 때 한국에 장윤창이 있었다. 그 이후에는 하종화.마낙길.박희상이 기억에 남는다. 특히 박희상은 참 좋은 선수다. 우리가 치는 공은 다 받아내는 수비수였는데, 공격도 대단히 잘했다.
(신영철)나카가이치 시절 일본팀 멤버가 좋았다. 오다케.이즈미가와.미나미.오기노.사사키가 생각난다.
#한.일 배구
(나카가이치)일본과 한국의 배구가 많이 침체됐다. 안 좋은 국제무대 성적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은 제자리인데 다른 나라들이 강해졌다.
(신영철)맞다. 예전엔 명함도 못 내밀던 이란.호주까지 기술배구를 하면서 강호로 떠올랐다. 일본은 용병(외국인 선수)이 각 팀의 주공격수를 맡으면서 특급공격수가 나오지 않게 됐는데 그것도 한 가지 이유다.
(나카가이치)동감이다. 또 하나 한.일 월드컵 축구의 영향도 크다. 월드컵 전후로 학교 운동부의 대세가 배구에서 축구로 바뀌었다. 기존 배구팀도 많이 해체됐다. 팬도 축구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신영철)외국인 선수 부작용은 올해 프로리그를 출범시키는 한국이 참고해야 한다.
두 사람의 대담이 있던 날 LG화재 체육관에는 아카가키 요코라는 한 일본 여성팬이 찾아왔다. 10년 전 김세진 때문에 한국배구에 빠진 그는 이후 신 감독의 팬이 됐고, 아예 한국에 건너와 어학 연수 중이라고 했다. 그는 일본에서 나카가이치의 존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지난 6월 나카가이치 은퇴경기가 열렸는데, 1만엔(약 10만원)짜리 입장권이 발매 직후 매진됐다. 일본인들은 역대 남자배구에 3명의 수퍼 공격수가 있다고 한다. 72년 뮌헨 올림픽 우승 주역 오우코 세지, 그리고 80년대의 다나카 미키야쓰, 그리고 마지막 수퍼 에이스 나카가이치다."
첫댓글 그리운이름이내요 나카가이치 배구에 대해 생판 모르던 중,고교 시절에 한일전때 유독 눈에띄던 선수였죠.. 키도 그다지 크지않았던걸로 기억하는데 붕붕~ 날라서 스파이크를 꽃아데던걸 볼때 저자식 약먹었나? 잘하내? 라는 생각을 많이했었죠.. 이렇게 보니 세삼스럽내요 ㅋ
일본의 나까가이찌와 중국의 장시앙은 정말 상대 팀이었지만 좋아했던 선수들이었습니다...특히나 장시앙의 점프력은 정말 최강이었죠...
김기중선수는 많이 아쉽죠. 인하부고 출신이었던걸로 기억하는데.. 그당시 석진욱, 최태웅, 장병철 등등 당시 인하부고 멤버가 장난 아니었다는... 고려증권을 응원하던 시절이 그립네요..ㅋ
장시앙... 옛날에 우리나라랑 중국이랑 할때 장시앙 공격 블로킹으로 막은걸 거의 본적이 없었던... 엄청났었는데; 그리구 키 껑충하게 크고 팔길고 속공잘했던 일본 센터 오다케두... 그때가 더 재미있긴했죠.
김기중선수보다 권순찬선수 더좋아했는데 그리구 가장좋아했던 선출이형...
삼성 서포터들... 경기 끝나고..현대의 통합우승을 축하한다고 현수막을 내걸었죠..ㅡㅜ 서포터들도..선수들도..신감독도..아쉽지만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는..ㅜㅜ
김기중 써브는 정말 막다가 죽을수도 있겠다란 생각이 들었었는데.. --;; 열거하신 선수들보니 삼성가서 신세조진 선수들 꽤나 되네요. 안타까움..
음...나카가이치가 절대 막을수 없었다던 그시절 김세진의 타점이 지금 루니보다 높았다고 하네요;;;
나까가이치 전성기때 한국팀의 주공격수가 하종화와 임꺽정선수였는데 솔직히 밀린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나까가이치는 정말 일본선수지만 지금도 존경하고 싶어요.. 나까가이치 한명때문에 그당시 다른 멤버들은 우리나라가 우수했음에도 진적이 많았죠.. 그리고 박희상 스타일의 아오야마 선수도 기억나네요..
임꺽정만이 기억에 남습니다,,,임도헌 선수는 신진식과 비교해도 전혀 떨어지지 않는 선수였는데,,오히려 수비에서의 파인플레이는 공격수들 중에는 독보적이었고,,,독특한 눈모양도 인상적이었고,,
김기중,권순찬,신정섭,김규선,기용일 등 다른팀 가면 주전 뛸만한 선수들 강제은퇴시키고,세계선수권 불참해서 배구연맹에 통첩장까지 받아가면서 아시안겜에 1진내서 몇연패했죠.(중,일은 세계선수권에 주전 파견했습니다).이형두 국가대표선발 미끼로 채가고
신진식선수 졸업 빌미로 현대로부터 채가고,김세진도 모자라 lg로부터 구본왕까지 요구했었죠.최태웅,장병철,신선호,명중재 스카웃 시절에는 이 사전포섭으로 인해 드래프트가 무산되면서 타팀들은 선수수급을 아예 못했고 그때 당시 졸업반 선수들은 모두 배구를 그만뒀죠.
오늘 신치용씨가 한 7연패쯤만 하고 그만했으면이라는 지나가는 말을 한 것 같은데 그 싹쓸이만 아니었으면 타팀들의 경쟁력도 어느정도 올라왔을 테고 배구가 이렇게 망가지지는 않았을텐데...
임도헌선수는 군입대가 컸죠. 그때 강감독과의 불화 때문이었던걸로 아는데... 현대의 거포들 하종화선수나 임도헌선수는 군입대로 인해 전성기가 짧았죠. 전성기당시의 포스는 정말 대단했는데 그에 비해 삼성의 신진식,김세진은 보장받은 군면제를 통해 이 선수들에 비해서는 긴 선수생활을 이어가고 있죠.
현대의 경우 김호철감독 부임초기에는 선수가 없어서 8명정도로 로스터를 돌렸던 것으로 기억되네요. 윤종일선수가 리베로를 봤을 때도 있었고 센터였던 한희석이 날개를 봤던 적도 있었으니.. LG역시 삼성의 태클로 2년간 이경수가 뛰지 못했고 선수수급도 못하면서 지금의 노땅부실라인업이 되었죠.
대부분 동감입니다.. 삼성이 막상 지니 몬가 좀 허탈? 허전 하더군요 근데 인터뷰 기사를 훏어보다 화가난건 신치용 감독의 멘트 한구절때문이였습니다
" 앞으로 리빌딩 하고 좋은 선수들 길러내려면 3~5년 걸린다 드레프트제도때문에. 그냥 좋은선수 모으기 할수 있으면 1년이면 어쩌구.. " 그렇게 1년동안 모아서 또 10년 해먹을..? 저의 과대망상일지 모르겠으나 왠지 욱했습니다 정말 평준화가 됬으면 농구처럼..
아 ,,, 신치용,,,
권순찬 선수는 개인적으로 너무 아쉽네요.. 상무시절 블로킹1위도 차지했었고 백어택도 가능했고 속공과 개인시간차에 정말 능했던 선수죠... 삼성에서도 주전으로 뛸수있는 선수였는데 신치용 감독이 권순찬 선수를 전혀 쓰지를 않더군요... 다른팀으로 보내줬으면 좋았을텐데...
그리고 리빌딩이 없어도 센터에 신선호,고희진,조승목이고 레프트의 이형두,석진욱,김정훈 라이트의 장병철 세터 최태웅,유부재,리베로 여오현,이강주면 최소한 현대 다음을 갈겁니다. 여기에 뭐 용병 레프트 하나만 구하면 처진다고도 할 수 없죠.김세진은 노쇠화 기미가 뚜렸했고 신진식은 체력적 한계로 널뛰는 플레이를
했었으니 말이죠. 권순찬,김기중 원래 lg에서 눈독들였었는데 이 선수들이 lg에 있었으면 이렇게 선수부족으로 허덕이지 않았겠죠.대학시절만해도 이형두와 장영기의 기량차는 엄청났는데 지금은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온 듯.박재한 역시도 이선규나 윤봉우보다는 훨씬 나은 선수였는데 말이죠.
동양인이면서도 참 이목구비 뚜렷하고 잘생겼었죠. 지금도 그렇지만.. 장시앙은 동양적으로 참 미남이었고.. 당시 중계방송 해설자 "나카가이치를 봐야해요! 저 선수는 수비에도 가담 안 시키고 있어요, 어디로 뛰는지 보면서 따라가야 합니닷!" 수비도 안시키는... 진짜 수퍼에이스..-.-
나카가이치 선수 스파이크할때 후레쉬터지는게 장난이 아니었죠..거짓말좀 보태서 티비 화면가득 반짝이 뿌련놓은듯한정말 대단한 인기였습니다..실력도 출중했구요.그시절 한일전도 재미있었고.삼성의 독주체제가 무너지고 드래프트로 좋은선수 잘 분할되서 실력평준화된 프로배구가 됬으면 합니다..현대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