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부장
원제 : Teacher's Pet
DVD출시제 : 선생님의 애완동물
1958년 미국영화
감독 ; 조지 시튼
출연 : 클라크 게이블, 도리스 데이, 긱 영
메이미 반 도렌, 닉 아담스, 피터 볼드윈
찰스 레인
클라크 게이블은 유성영화 1세대 배우중에서 게리 쿠퍼와 함께 최고 인기 스타였지만 나이가 들어서 너무 무리한 역할을 맡곤 했습니다. 말년에 그는 25살 연하인 마릴린 먼로, 33살 연하인 소피아 로렌, 21살 아래의 이본느 드 칼로 등 딸 같은 여배우들과 공연을 했습니다. 이럴 수 있었던 것은 나이든 남자배우에게 비교적 관대했던 50년대 였고, 특히 네임밸류가 높은 남자 배우들에게 베풀어지는 혜택(?) 이었습니다.
그런 것을 감안하더라도 1957년에 촬영한 '사회부장'의 경우는 좀 너무 심했다 라는 생각이 듭니다. 50대 중반의 클라크 게이블이 23살 아래의 도리스 데이와 연인이 되는 것은 뭐 그렇다고 치더라도 그가 수업을 받는 학생이라는 설정은 좀 심합니다. 물론 영화속에서 만학의 학생들을 많이 포진시키긴 했지만 그래도 퇴직할 나이가 된 남자를 장래가 촉망되는 기자 지망생으로 추천하려고 하는 설정 자체는 아무리 관대하게 보아도 너무한 설정입니다. 더구나 이 역할 자체가 클라크 게이블보다 나이가 아래인 캐리 그랜트나 제임스 스튜어트가 나이때문에 거절한 역할이었으니 더욱 무리한 느낌이지요.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이 영화는 나름 칼라가 아닌 흑백으로 만들어서 클라크 게이블의 나이든 티를 조금이라도 감추려는 시도를 했고, 원래 신문기자 주인공으로 설정되었던 것을 편집장으로 바꾸어 연륜에 걸맞는 역할로 노력한 부분은 있습니다.
Teacher's Pet 이라는 원제를 직역하면 '선생님의 애완동물'이고 국내 개봉제는 '사회부장'인데 두 제목 다 좀 쌩뚱맞은 느낌입니다. 특히 언론을 소재로 한 내용에 '사회부장'이라는 제목이 왜 쓰였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50년대에 그런 용어가 있었는지 모르겠고. 당시 신문사 편집장을 사회부장 이라고 불렀는지.
제임스 개논(클라크 게이블)은 거대한 신문사의 유능한 편집장입니다. 학교는 제대로 다니지 못했지만 사회 밑바닥부터 쌓은 경험을 토대로 편집장에 오른 인물입니다. 그래서인지 그는 학교교육을 우습게 알고 이론만 가르치는 교육보다 현장경험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확고하게 가지고 있습니다. 엄마의 반대를 무릅쓰고 학교대신 이곳에서 일하는 어린 직원의 선택을 당연하다 여기고 학력이 높은 젊은 직원을 우습게 여깁니다. 그런 그에게 언론학을 가르치는 젊은 교수 에리카 스톤(도리스 데이)과의 인연이 생깁니다.
에리카는 풀리처상을 수상한 유능한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교수인데 현장 실무자인 개논을 강의에 초빙하려고 편지를 보냈다가 모욕적인 거절을 당합니다. 신문사 사장인 대령은 그 사실을 알고 개논에게 사과하라고 지시했고 개논은 에리카에게 사과하려고 학교에 찾아갔다가 얼떨결에 에리카의 강의를 듣게 됩니다. 에리카는 개논이 와 있는 것도 모르고 학생들에게 개논에 대해서 평가절하하는 강의를 하고 오기가 발동한 개논은 신분을 속인채 계속 그 강의를 듣게 됩니다. 개논이 기사를 쓰는 실습에서 상당한 실력을 발휘하자 에리카는 개논에게 관심을 갖게 되고 개인 교습까지 제안합니다. 이런 와중에 개논은 에리카에게 이성적 관심을 갖게 되는데 이런 상황에서 에리카와 절친해보이는 심리학 교수 휴고(긱 영)가 영 거슬립니다. 개논이 극장식 클럽에서 술을 마시다가 우연히 에리카와 휴고가 함께 온 것을 보고 합석하게 되고 개논과 휴고의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집니다.
악연으로 만났다가 나중에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는 뭐 우리나라 로맨스 드라마에서도 늘상 나오는 형태입니다. 도리스 데이가 연기한 에리카는 유능한 언론인 아버지를 두었던 엘리트 교수이고, 클라크 게이블이 연기한 개논은 학교는 제대로 다니지 못했지만 사회경험으로 높이 올라선 인물입니다. 결국 두 사람의 로맨스를 주축으로 한 코믹 영화이면서 교육과 사회경험중 어느것이 더 중요한가에 대한 논제도 던지는 영화입니다. 물론 로맨스 코미디인 만큼 그 주제를 심각하거나 진지하게 다루는 것은 아닙니다. 개논과 에리카의 자존심 싸움정도로 다루고 있지요. 뭐 결론적으로는 실제 현장의 경험과 책으로 배우는 교육 두가지 모두 중요하다 그런 결말입니다. 개논과 에리카가 서로의 장점, 즉 학식과 현장경험을 모두 존중하게 된다는 결말이니까요.
표면적으로는 두 남녀 주인공에게 50:50을 부여한 듯 하지만, 실제로는 마초영화 다운 기운이 있습니다. 늙수그레한 클라크 게이블이 젊은 도리스 데이에게 신분을 속이고 사실상 사기를 치는 듯한 내용도 그렇지만 난데없는 성추행(요즘 기준으로는 확실히 그렇죠)이라고 할 수 있는 돌발 키스도 그렇고, 그런 나이많고 무례한 남자인데도 도리스 데이가 푹 빠져드는 설정 자체도 다분히 마초적입니다. 물론 나중에 개논이 신분을 속이고 접근한 사기행각이 들통나서 에리카가 상처를 받고 삐치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결국 관대하게 용서하고 다시 돌아온다는 내용은 너무 뻔히 보이는 결말입니다. 좀 독특한 것은 개논의 라이벌처럼 등장했던 심리학 교수 휴고가 결국 개논과 에리카의 사랑의 줄다리기에 가교역할을 톡톡히 한다는 것이죠. 어찌 보면 휴고가 상남자입니다.
다분히 남성입장으로 만들어진 영화긴 하지만, 그리고 클라크 게이블이 너무 나이가 많았지만 그럼에도 재미난 시나리오와 두 배우의 노련한 연기 때문에 영화는 꽤 재미있습니다. 캐리 그랜트도 잘 어울렸을 듯 하지만 워낙 베테랑인 클라크 게이블도 잘합니다. 야성적 연기를 많이 했던 클라크 게이블은 사회에서 산전수전 겪으며 경험을 많이 쌓은 자수성가형 인간으로 잘 어울렸고, 도리스 데이는 많이 배운 엘리트 여성으로 세련된 분위기가 잘 어울렸습니다. 앙숙처럼 설정된 상태에서 남자가 신분을 속이고 접근하는 내용은 록 허드슨과 도리스 데이가 공연한 '연인아 돌아오라'와 비슷합니다. 그 영화는 남녀 주인공이 광고계 라이벌로 등장하였고, '사회부장'은 언론계 현장 경험자와 교육 이론가와의 만남이었습니다.
이 영화에서의 설정처럼 실제 정식 교수코스를 밟지 않은 현장 실무 베테랑들이 교수로 초빙되어 강단에 서는 경우가 우리나라에서도 제법 있습니다. 장미희, 소찬휘 같은 A급 연예인들이나 손석희 같은 방송인들이 자신의 경력을 인정받아 교단에 서기도 했었죠. 이론은 이론대로 현장 경험은 경험대로 모두 중요한 것이 사실이고, 이 영화에서는 학교는 여러 교육방법중 하나일 뿐이고, 현장 경험도 중요한 교육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50대 후반이 되어가는 클라크 게이블의 나이가 역할에 비해서 많긴 했지만 이때부터 건강이 안좋았는지 유독 더 나이가 들어 보였습니다. 흑백화면임에도 감출 수 없을 만큼 상태가 좋아 보이진 않더군요. '어느날 밤에 생긴일'이나 '바람과 함께 사리지다'에서의 멋진 모습은 사라지고 주름진 피곤한 얼굴에 비대해진 몸이 로맨스 코미디를 소화하기에는 좀 안스러워 보였습니다 다만 능청스러운 연기는 좋았지요. 어쨌든 도리스 데이는 이후에 유사한 분위기의 코믹 영화에 계속 출연하여 많은 인기를 누렸고 흥행력은 오히려 당대 최고 여배우로 평가되는 엘리자베스 테일러나 오드리 헵번보다 더 좋았습니다. 대신 상대배우가 젊은 록 허드슨으로 바뀌었죠.
신문기자와 기사에 대한 정확성과 프로정신이 강조되는 내용이라서 요즘 기레기 라고 불리울 정도로 신뢰를 잃은 우리나라 언론들과 좀 비교되는 느낌도 듭니다. 얼마나 기사를 제대로 잘 써야 하는지에 대한 부분이 학교교육과 현장 실무 모두에서 강조됩니다. 코믹한 내용속에 나름 언론사의 중요한 역할이 제기되고 있지요.
우리나라에 미국 현지개봉보다 불과 몇달 늦은 1958년 12월에 개봉되었고 그때 제목이 '사회부장'이었습니다. 클라크 게이블은 1951년부터 1960년까지 총 13편의 영화에서 주연을 했는데 그중 12편이 우리나라에 개봉될 정도로 인기가 높았습니다. 보기 드물게 저가형 비 라이선스 제품이 아닌 파라마운트에서 정식으로 국내 DVD가 출시된 영화이기도 합니다.
평점 : ★★★ (4개 만점)
ps1 : 도리스 데이가 교수로 등장하고 있는데 강의를 듣는 학생중 상당수가 만학인 것과 학교 입학이 아닌 등록만 하면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것으로 보면 정식 학부가 아니라 평생교육원 같은 강의개설 같습니다. 아니면 일반 사회인이 들을 수 있는 특수교육 시설인건지. 50년대 당시 이쪽의 교육문화를 잘 모르겠으니 정확한 상황파악이 안되네요.
ps2 : 컴퓨터가 파티션 대신 오픈된 책상과 타자기가 있는 과거의 사무실 모습이 그 시대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클라크 게이블이 독수리 타법으로 타자를 치는 모습도 흥미롭고.
ps3 : 클라크 게이블은 나이가 들었을때는 우리나라 배우 정진영과 좀 많이 닮아 보이네요.
ps4 : 록 허드슨이나 캐리 그랜트, 제임스 스튜어트 등도 잘 어울릴 배역이긴 했지만 그들은 너무 곱상한 외모라서 밑바닥에서 치열하게 경험을 쌓으며 자수성가한 인물처럼 느껴지지는 않을 듯 합니다. 그러 면에서 나이가 좀 많이 들었어도 클라크 게이블이 더 적역같기는 하네요.
[출처] 사회부장(Teacher's Pet, 58년) 클라크 게이블, 도리스 데이의 코믹 로맨스|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