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전에 은빛 섬광님께서 조선시대 염초제작법에 대해서 물어보셔서 저희 학교 도서관에 있는 신전자초방-융원필비 영인본(학국 과학사학회에서 펴낸 것입니다)을 토대로 설명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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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화약관련 서적으로는 대표적인 것은 14세기에 나온 최무선의 <화약수연법>(火藥修鍊法)과 15세기의 <총통등록>(銃筒謄錄)과 17세기 군관 성근의 실험을 통한 연구를 병조판서 이서가 책으로 낸 <신전자취염초방>(新傳煮取焰硝方) 그리고 김지남이 중국 화약 제조방법을 연구하여 새로운 방법으로 완성한 성과를 남긴 <신전자초방>(新傳煮硝方)이 있습니다
이중 화약수연법과 총통등록은 전해지지 않지만 나머지 두권은 전해지고 있고 이 둘을 토대로 설명하려 합니다
1.신전자취염초방
이 책은 군관 성근의 연구를 토대로 병조판서 이서가 15개의 공정에 따라 기술한 것입니다
일단 기본 재료는 흙입니다 가마솥 밑에 있는 흙 마룻바닥 밑의 흙 담벼락 밑의 흙 또는 온돌 밑의 흙을 긁어내서 쓰는데 그 흙 맛이 짜거나 시거나 또는 달거나 쓴 것이 더 좋다고 합니다
이제 이 흙과 따로 준비한 오줌과 재를 섞습니다 이렇게 섞어진 흙을 말똥으로 덮고 말똥이 마르기를 기다리고 거기에 불을 붙여 태운 다음 그 흙을 다시 잘 섞어서 나무통 속에 펴고 물을 붓습니다
그러면 나오는 용액을 가마 속에 넣고 끓이기를 세번 거듭하고 식혀서 초석을 결정시킵니다 이때 남은 용액과 남은 흙은 버리지 말고 모아 두었다가 다음에 다시 쓰도록 했습니다
제가 아는 한 옛날 역사스페셜에서 최무선 장군의 화약에 관한 방송을 했을 때 이 방법으로 흑색화약 제조법을 설명했습니다
2.신전자초방
이것은 위의 신전자취염초방보다 약 반세기 뒤에 나온 것으로 지은이 김지남은 사신과 함께 중국에 왕래하면서 중국 화약 제조법을 연구하여 새로운 효율적 방법을 완성한 것입니다
신전자초방의 화약제조 공정은 10가지 과정을 거치는데 화포장들이 쉽게 알 수 있게 한자와 한글을 같이 썼습니다
옛날 한글을 읽을 줄 알면 얼마든지 읽을 수 있지만 ㅡ.ㅡ;;; 외계어라고 느껴질 정도입니다(물론 읽다보면 무슨 말인지 알겠지만)그래서 이 책의 머리말을 토대로 설명합니다
1)흙 모음
여기서는 화약제조에서 기본 원료의 하나인 흙을 채취하는 방법을 서술하였는데 종전과 같이 특이한 곳의 흙뿐만 아니라 길바닥의 흙을 이용하게 하고 있어 원료 채취의 제약을 크게 완화 하였습니다 다만 위의 신전자취염초방과 달리 짠 흙은 습기를 쉽게 빨아들이기 때문에 쓰지 않도록 했습니다
이런 방법은 화약 제조에서 가장 적당한 질산 암모늄을 풍부하게 함유한 흙을 쓰는 것이 좋기 때문입니다
2)재받음
이것은 잿물 즉 알카리를 얻기 위해 탄산칼륨이 풍부한 재를 만드는 방법을 기술한 항목으로 다북쑥이나 곡식대(볏짚,기장짚,피짚,조짚 등)가 가장 좋고 잡초나 잡목은 그 다음이고 소나무는 쓰지 못하게 했습니다
또 물을 끓이는 연료로 이것들을 쓰면 두 가지 일을 한 번에 할 수 있으므로 생산의 능률화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3)교합함
위의 두 가지 공정에서 얻은 흙과 재를 혼합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흙 4말과 재 4말 조선말로는 각 10말 씩 섞는데 점성이 강한 흙일 때는 재를 1말 쯤 더 넣고 모래가 많이 섞인 흙이면 재를 1말 쯤 덜어낸다고 합니다
4)물밭음
이것은 화약의 주원료인 염초를 추출하는 방법을 설명하는데 먼저 독 밑에 작은 구멍을 뚫고 독 안에 우물 자(井)모양으로 나무를 엇놓고 그 위에 대발 2벌을 엇깔고 혼합된 재와 흙을 고루 편 다음 물을 부어 독 밑으로 흘러 나오는 물을 가마에 넣고 끓입니다
이 공정이 가장 중요한 단계인데 이것은 흙 속에 들어있는데 질산암모늄과 잿물 즉 수산화칼륨을 반응시켜 염초인 질산칼륨을 합성하는 것입니다
5)물달임
여기서는 제조된 염초를 다시 물에 녹여 가열처리하여 정제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때 생기는 염초는 결정이 좋을 때까지 반복처리하는 효율적 방법을 정량적으로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생긴 것이 모초(毛硝)입니다
6)재련함
이 공정은 정제한 염초를 다시 정제하는 것으로 여기서는 아교물을 넣고 끓여 거품을 건저내는 작업을 반복하는 방법이 설명되어 있고 거기서 생기는 것을 정초(精硝)라 하고 그 결정이 모양을 보고 알 수 있게 기술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 따라 많은 양의 염초를 효과적으로 정제할 수 있습니다
7)삼련함
여기서는 재련한 후에도 최상의 품질에 이르지 못했을 때 거듭 정제하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원료 추출의 효율을 높이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 폐액의 재사용 방법을 구체적으로 부연하고 원료와 공력의 절감에 유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8)나무비미
이 공정과 9번 공정은 이전 공정들과 연결되있지 않은데 부연 설명 같습니다
여기서는 재를 만드는데 필요한 다북쑥 곡식대 잡초 등을 채취하는 방법과 유의할 점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9)아교물
이것은 염초를 달일 때 아교를 첨가하는 방법으로 아교는 방습제나 불순물을 제거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재련 공정 때 쓰입니다 여기서는 아교 사용의 자세한 방법과 아교가 하는 역할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10)화약합제
이것은 화약제조의 마지막 단계로 여기서는 이미 합성 정제한 염초와 버드나무 재 황을 고운 분말로 하여 염초 1근 버드나무 재 3량 황 1량 4돈 즉 78:15:7의 비율로 섞고 쌀 씻은 맑은 뜨물로 반죽을 하여 방아로 잘 찧어서 화약을 만드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습니다(아마도 겔[Gel]화를 지키는 것 같습니다)
책의 끝부분에는 5면에 거쳐서 득초법시말 즉 조선에서 화약을 만들기 시작하여 김지남이 새로운 방법으로 화약을 제조하게 된 경위와 그 중요성을 비교적 자세하고 쓰고 있습니다
김지남의 새로운 제조 방법은 10년을 두어도 습기가 차지 않는 질이 좋은 화약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했고 천공개물의 염초 70 재, 황 30 부분의 조성비와 비교할 수 있고 현재의 6:1:1의 비율로 섞는 것과 비교할 수 있고 혼합물을 쌀 씻는 맑은 뜨물로 반죽하여 방아에 찧어서 떡과 같은 상태로 만들었다는 공정도 현재 행해지고 있는 화약 제법과 비교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 방법에 의해 종전에 비해 흙과 재를 1/3만 써도 충분히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17세기 조선인들의 언어사용 연구에도 많은 도움을 주는 책입니다
추신: 위에 보면 흑색화약을 떡처럼 만든다고 하는데 이렇게 겔화 시키면 어떤 면에서 좋은 건가요? 보관할 때 안정성이 높아지는 건가요?(가루로 있을 때는 밀가루처럼 폭발 할 수 있으니)
첫댓글얼치기 화학도가 한마디 하자면. 겔화시커 입자를 거칠게 만들면 착화속도가 빨라집니다. 즉 그만큼 빨리 한꺼번에 세게타서 폭발력이 높아진다는 얘기죠. 이는 화학반응의 속도를 조정하는 3가지 요인중하나인 반응물의 밀도에 해당합니다.(화약의 경우는 고체니 표면적) 쉽데말해 고운 화약가루를 포신에 꽉꽉 채워넣으면 점화원부터 꼬약꼬약 타들어가는 반면에 겔화시켜 굵은입자를 성기게 채워 넣으면 빈공간을 따라서 불길이 확 번져 나가며 거의 일시(물론 상대적 의미로)에 화약이 터져나가는 겁니다. 물론 보관하기도 편하고 안정성도 있다는 부수적 이득도 있죠.
그리고 또 몇가지 첨언을 하자면 염초채취에 짠흙을 피한다는것은 나트륨 성분이 많은 흙을 피한다는 이야기 입니다. 조상들이 맨땅에 헤딩하기로 얻은 경험적 지식이랄까요? 질산나트륨도 훌륭한 산화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만 애석하게도 사촌인 소금(염화나트륨)처럼 물을 흡수하는 성질이 있어 화약의 원료로는 부적합 합니다. 둘째로 아교의 역활은 불순물의 제거입니다. 아교가 콜로이드라는 점을 이용한것이죠. 콜로이드를 이용한 물질 분ㅁ리-정제기법은 오늘날에도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주로 유기질 찌꺼기(재찌꺼기라던가 먼지,미세한 흙등)을 제거하는 역할을 했을것으로 추측합니다.
첫댓글 얼치기 화학도가 한마디 하자면. 겔화시커 입자를 거칠게 만들면 착화속도가 빨라집니다. 즉 그만큼 빨리 한꺼번에 세게타서 폭발력이 높아진다는 얘기죠. 이는 화학반응의 속도를 조정하는 3가지 요인중하나인 반응물의 밀도에 해당합니다.(화약의 경우는 고체니 표면적) 쉽데말해 고운 화약가루를 포신에 꽉꽉 채워넣으면 점화원부터 꼬약꼬약 타들어가는 반면에 겔화시켜 굵은입자를 성기게 채워 넣으면 빈공간을 따라서 불길이 확 번져 나가며 거의 일시(물론 상대적 의미로)에 화약이 터져나가는 겁니다. 물론 보관하기도 편하고 안정성도 있다는 부수적 이득도 있죠.
그리고 또 몇가지 첨언을 하자면 염초채취에 짠흙을 피한다는것은 나트륨 성분이 많은 흙을 피한다는 이야기 입니다. 조상들이 맨땅에 헤딩하기로 얻은 경험적 지식이랄까요? 질산나트륨도 훌륭한 산화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만 애석하게도 사촌인 소금(염화나트륨)처럼 물을 흡수하는 성질이 있어 화약의 원료로는 부적합 합니다. 둘째로 아교의 역활은 불순물의 제거입니다. 아교가 콜로이드라는 점을 이용한것이죠. 콜로이드를 이용한 물질 분ㅁ리-정제기법은 오늘날에도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주로 유기질 찌꺼기(재찌꺼기라던가 먼지,미세한 흙등)을 제거하는 역할을 했을것으로 추측합니다.
저위에 짠 흙을 안 쓰는 이유와 아교의 역할에 대해서도 썼습니다 물론 기록에 있는 것만 써서 정확한 화학적 지식은 몰랐는데 무장공비님께서 알려주셨네요 감사합니다
오..오.. 전상용님 정말 감사합니다. ㅠㅠ; 학교와 구내 도서관을 돌아다녀봐도 구할 수 없어서 포기하고 있었건만.. 흑흑.. 그나저나 융원필비라는 책이 조선무기편제에 관해 상당히 중요한 책인가보군요.. 여기저기서 융원필비가..
최소한 화약무기라면.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