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정산악회의 솔향기길 트레킹 출발은 5시 30분이다.
4시 반 알람에 일어나 준비를 하는 바보는 같이 못가겠다고 한다.
할 일도 많고 어젯밤 기훈이와 함께 마신 술탓도 있을 것이다.
차를 끌고 오는 그에게 조심히 오라는 말도 없이 집을 나선다.
6시 조금 지나 비엔날레주차장을 나선 성안관광은 고창고인돌휴게소에서
멈춰 아침밥을 먹게 해 준다.
따뜻한 찰밥에 김과 열무김치 멸치 등 반찬도 많아 모두 맛있게 드신다.
도리포가 소주 한 컵을 가져와 반을 마시라해 망설이다가 마시니 또 들어간다.
차 안에서 무등골 회장님의 협찬으로 상품권 추첨을 한다.
앞에 앉은 푸른솔님은 마지막 당첨자가 되었는데, 오늘 참가자 중 최연소자인
스물네살 제대하고 참석한 어떤 아들에게 주신다. 제대하고 어머니를 따라 이런 길에
참석한 모습이 좋다.
잠자고 홍성휴게소에서 한번 쉬고 천수만을 건넌다.
간월도쯤에서 저녁을 먹는다기에 바보에게 이리로 오라고 해야겠다고 맘먹는다.
10시가 조금 지나 오르막 길가에 차를 멈춰주며 A코스는 내리라고 한다.
대부분 내린다. 외지 관광버스는 더 지나간다.
모가 푸르게 자라난 논둑을 걸어 마을 앞 시멘트길을 지난다.
앞서 걷던 한분이 내비게이션을 보며 길을 안내해 주신다.
뜨거운 햇볕을 걸어 음포해수욕장으로 들어간다.
국선님과 가을사랑의 걸음이 빠르다.
무석(무등산 서석대의 닉인데 지금은 없을 무에 애통할 석자를 쓴다고 한다.
얼굴이 나보다 젊게 보이는데 78학번이라고 한다.)님의 앞뒤 길안내를 받아 걷는다.
우리 일행만 걸음이 빨라 뒤에 오는 팀이 보이지 않는다.
음포해수욕장에서 모래벌을 지나 산아래에 이르니 길이 희미하다.
사람이 다닌지 오래인 길이 산으로 이어지는데 싸리나무며 청미래덩굴 등이
길을 덮어버렸다.
반바지를 입은 난 뒤에 쳐지지만 그래도 가시가 맨살을 긁는다.
10여분 헤맸을까 민가 뒤 철망을 따라가다 길로 들어선다.
종아리엔 길게 긁혀 피가 맺혔다. 무릎 쪽은 쓰리다.
그 집 앞에 빨갛게 익은 보리수를 따 먹는다.
검붉은 색깔의 나리도 본다. 구비를 돌아 찻길로 오르는데 뒤에 온 일행이
그 집앞의 보리수 따 먹는 모습이 보인다.
버스 정류장을 지나 구비진 아스팔트 길을 돌아 내려가니 꾸지나무골해수욕장 가는 길이다.
자동차캠핑장과 놀이시설 등은 녹이 슨 채 풀 속에 묻혀 있고
건물도 짓다가 말았다. 내려가니 빽빽한 솔밭에 사람들이 많다.
우리 일행 B팀이 막 일어나고 있다.
앞지르려는 국선님을 불러 국순당 막걸리 두병을 사 온다.
안주도 없이 네명이서 나눠먹고 수박응로 입을 행군 다음 일어난다.
익산에서 온 여성산악회원과 한남성에게 가 소주 한컵을 마시고 닭튀김을 주어 먹고 나선다.
이제부터 길은 잘 열려있고 오가는 사람도 많다.
트레킹하는 여성 팀이 오르막을 숨가뿌게 간다. 난 사진을 찍다가
걸음 빠른 일행을 숨거칠게 따라간다. 왼쪽으로 바다가 내려다 보이고
뾰족하게 솟은 바위가 자주 나타나고 그 사이에 하얀 모래밭도 보인다.
작은 모래톱에 사람들이 앉아 있고 가끔 튜브에 아이를 올린 가족도 보인다.
그 가족만의 전용해수묙장으로 보며 예전 고흥에서 살때 여의천 한구석에서
놀던 기억이 난다.
B코스 팀이 하얀 모래 구석에 자릴 잡고 술을 부르는데 난 내려가지 않는다.
12시 반이 지나자 밥 먹을 곳을 찾는다.
바다쪽으로 벋어나간 솔밭에 들어가 자릴 잡는다.
네 명이서 경사에 앉아 점심을 펴는데 다 각각이다.
무석님이 플라스틱 소주병을 꺼내 그나마 술이 참여한다.
바람이 시원하다. 소나무 사이 바다 조망도 좋다.
가난한 점심이지만 족발에 반주를 곁들인 점심에 배가 부르다.
다시 작은 길을 따라 소나무 숲사이를 걷는다.
갈수록 말라죽어가는 빨간 소나무들이 많다. 솔향기 안난다고
회비 돌려달라고 한다 해 웃는다. 정말 소나무가 다 죽어 이름값을 못할까 걱정이다.
밥을 먹고 한시간 남짓 숨가뿌게 오르내렸을까
너른 공터에 한 사나이가 괭이를 짚고 앉아있는 조각상이 나타난다.
의자 옆에 앉아 사진을 찍는 사이 안내판을 보니, 이 솔향기길의 개척자
차윤천씨의 상이다. 2007년엔가 유조선이 좌초되어 기름이 온통 바다를 덮어
안타까운 사람들이 수없이 몰려 와 기름을 닦아낼 때, 이분이 나서
바다로 내려가는 오솔길을 만들었댄다. 그 후 태안군이 협조하여
오늘날의 이 길이 만들어졌다는 내용이다. 감사를 드리는 마음도 잠깐 또 걷는다.
오른쪽으로 도로로 나가는 길이 보이는데 우린 만대항까지 끝까지 가 본다.
구비를 돌아 임도를 만나 다시 바다로 내려가는데 일행이 보이지 않는다.
혼자 한가로이 바다를 돌아 오며 갈매기도 보고, 만대항에 시작한
관광객도 본다. 건너편의 섬들과 마을 이름은 알 수 없다.
만대항으로 돌아오니 버스가 저 앞쪽에 있다.
배낭을 스틱으로 괴어놓고 바람을 쐬는데 뚜벅이님이 와
막걸리 한잔 핮고 끈다.
가게 뒤에서 막걸리 마시며 웃는데 일행 몇이 동참한다.
일행을 기다리며 너른 주차장에서 잠깐 술판을 벌인다.
태안읍으로 이동해 목욕을 하는 사이 바보가 생각 나 얼른 나온다.
목욕탕의름을 말해주고 막 술을 몇 잔하는 사이 바바가 도착했다.
빠져나오니 술꾼들이 다가와 손을 흔들어 준다.
간월암 앞에서의 저녁식사와 서해 낙조를 못 봐 아쉽긴 하지만 서산으로
무릎 수술하신 장모님을 뵈러간다.
처가에 행사가 있다던 처남이 식사준비를 많이 했다.
멕시코와의 축구경기를 하는 사이 술에 취해 잠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