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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천사가해석한성경 원문보기 글쓴이: 성모세
예수 다시 십자가에 못박히다(볼세비키) 13
13 볼세비키
마놀리오스가 산을 향해 출발했을 때 날은 이미 어두워 있었다. 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있었으며, 따스한 동풍이 불며 빗방울이 몇 줄기 그의 손 위랑
얼굴에, 그리고 메마른 대지 위에 떨어졌다. 목마른 대지처럼, 마놀리오스의
육신은 기쁨에 차 있었다.
이 세상이 얼마나 경이로운가! 그는 산을 오르며 중얼거렸다. 눈을 뜨면
산이며, 구름, 떨어지는 빗방울들이 보이고, 눈을 감으면 이러한 산과 구름이며
비를 창조하신 하나님이 보이는구나. 어느 곳에서고, 밝은 곳이든, 어두운
곳이든 하나님의 은총이 우리를 감싸고 있구나!
그는 어느덧 족장과 사제에 대한 생각을 잊어버리고, 헛된 근심들도 떨쳐
버렸을 뿐만 아니라 하찮은 기쁨과 고통도 초월하고 있었다. 그는 모든
세속적인 기쁨과 고통을 맛보았다. 그는 바로 그의 하나님과 직면해 있었다.
그가 그렇게도 충실히 섬기던 주인에게서 쫓겨나서, 그는 내일 동틀무렵
그토록 사랑하던 산과 작별할 것이었다. 그는 등에 보따리를 둘러메고, 양치기
지팡이를 짚으며, 끊임없이 외로운 길을 홀로 기약없이 출발할 것이다.
빗줄기가 점점 굵어지고, 멀리서 우뢰 소리가 둔탁하게 울리고 있었다.
마놀리오스는 걸음을 재촉했다. 바람이 그의 등뒤에서 앞으로 밀어 대고
있었다. 마치 바람이 손과 인간의 숨결을 지니고 있는 듯이 그에게 느껴졌다.
그는 멀리 희미한 불빛을 발견했다. 그는 그것이 양치기 오두막의 작은
창문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지금쯤은 이미 니콜리오가 젖짜기를 끝내고 저녁
식사를 하고선 잠자리에 들었을 것이다. 그는 생각했다. 저 불빛은 미켈리스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리라. 생각이 그의 친구에 머물자 그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는 그것을 견딜 수 없을 것이다." 그는 중얼거렸다. "그는 귀족의 생활
방식을 지니고 있어. 맛있는 음식과 펀안한 잠자리. 가정의 안락하고 따스한
생활이 몸에 배어 있다. 그는 집으로 돌아가는 편이 나을 거야. 그를 참을 수
있게 하자. 그의 신간은 아직 다가오지 않았어. 그가 좋아하든 아니하든 간에
부가 그의 영혼을 내리누르며 자유로이 행동하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
마리오리도 또한 자신도 모르게 그를 속세에 얽매어 놓고 있다."
그는 그리스도의 단호하고도 분명한 말씀을 기억했다. '부자가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기보다는 낙타가 바늘 구멍을 통해 가는 것이 더 쉽다.'
그는 미켈리스가 불을 응시하며 벽난로 앞에 앉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
"산의 젊은 족장님께 인사드리오." 그는 그의 머리칼과 땀이 흐르는 얼굴을
닦으며 쾌활히 말했다. "내일 아침 나는 이 사랑하는 오두막과 작별하고 떠날
것이오. 그대의 아버님께서 나를 해고하셨소."
그는 불 앞 땅바닥에 주저앉아서 침착한 목소리로써 분노로 끊어오르던 늙은
족장이 그에게 한 가혹한 말, 해고된 자신과, 사제가 퍼부은 악담들을
얘기했다.
"이 모든게 내가 일어나리라고 예상 했던 것입니다." 그는 결론지어 말을
맺었다. "나는 후회하지 않소. 당신의 아버지께선 나를 해고 할 수 밖에 없었고
사제님은 나에게 악담을 하실 수밖에 없었소. 그리고 나는 떠날 수밖에 없는
것이오."
"그대는 지금 어디로 가려 하오?" 미켈리스가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친구의
손을 꽉 잡으며 말했다.
"밤이 지혜를 가져다 주겠지요. 하나님은 때때로 우리의 잠 속에 내려오시어
꿈의 형태로 그 길을 보여 주시곤 하시지요. 아직 나는 아무런 결심도 하지
못했소. 하나님이 선택하실 것이고, 우리는 알 수 있게 될 거요. 걱정하지
마오."
"그대는 코스탄디스 집 뜰에서의 그 저녁을 기억하고 있겠지요."
미켈리오스가 말했다. "내가 그대에게 말했지요 - 기억하겠소? - 마놀리오스,
그대가 가는 곳은 어디든지 내가 함께 가겠다고. 내가 오늘 저녁 그것을 다시
이야기하오."
"그렇게 너무 서두르지 마십시오, 미켈리스, 너무 서둘지 마시오. 내일
봅시다."
그들 두 사람은 대화를 계속하기엔 너무 지쳐 있었다. 빗줄기가 격렬하지만
즐겁고 세차게 내렸다. 산의 메마른 초원은 향기롭고 신선하게 되었으며,
부드러운 동풍 속에서 바람은 먼 곳으로부터 소나무의 송진냄새를 몰아왔다.
대지는 그 향내를 발산하였다. 흙덩어리와도 같은 마놀리오스의 머리는 비를
반기며 그것으로 부터 신선함을 끌어내었다.
저것이 하나님의 응답이었나? 주님이 오늘 밤 이 자비로운 비의 모습으로
오신 것일까? 마놀리오스는 하나님을 기꺼이 맞아들였으며 전신으로 기쁨을
느꼈다. 밤새들도 또한 나무의 빈 구멍이나 바위 틈에 성급히 들어가서는
그들의 젖은 날개 위로 하나님이 내려오심을 느꼈다.
미켈리스는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축축히 젖은
대지의냄새를 맡았다. 그는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마음속에 마리오리의 생각이 떠오르자 그의 가슴은 젖어 가는 대지와도 같이
근심스레 뛰기 시작했다. 그가 마지막으로 그녀를 보았을 때 그녀의 얼굴은
화장기가 없이, 창백하고 지쳐 있었다. 그녀는 입에다 손수건을 대고 계속
기침을 하였다. 그러나 그때 그녀의 손수건은 핏빛을 내보이는 것을 감추기
위해 흰색이 아닌 붉은색이었다. "미켈리스." 그녀가 말했었다. "읍내에 있는
의사에게 진찰을 받기 위해 아버지께서 저를 데려다 주실 거예요. 저는 건강이
좋지 않아요."
흙 냄새를 맡았을 때 미켈리스는 자신의 가슴이 떨리고 있는 것을 느꼈다.
그는 생각했다. 나는 아직도 속세에 애착을 가지고 있구나. 아직도...
그 비오는 한밤중에, 다정하게 미켈리스와 마놀리오스는 껴안고 잠을 잤다.
그리고 아침에 그들이 잠에서 깼을 땐 신선하게 씻긴 산이 아침의 첫 햇살을
받으며 웃고 있었다. 하늘에는 양털 같은 구름이 일고 있었고 가지 끝에 매달린
물방울들이 반짝거리며 떨고 있었다.
마놀리오스는 미켈리스가 자기에게 주었던 십자가에 못박히신 예수님 그림을
벽에서 떼었다. 그런 다음 그는 조각한 예수의 가면을 끄집어내리고 옷가지를
챙기고선 보따리를 만들어 돌의자 위에 올려놓았다.
미켈리스는 아무 말 없이 그를 바라다 보았다. 그들은 침묵 속에서 앉아
우유를 마셨다. 그리고 나자 마놀리오스가 일어섰다. 그의 눈길은 오두막,
의자, 주위의 바위들에, 산 위에, 무언의 작별인사를 하기 위해 머물렀다. 그는
구석에 있는 양치기 지팡이를 집어들었다. 미켈리스도 일어났다.
"마음이 정해졌소, 마놀리오스? 떠나는거요? 어디로 가려는 건지?"
"잘 있으오, 미켈리스"
"어디로 가는지 말해 주구려."
"사라키나로. 나는 그들과 굶주림을 함께 나누러 가는 거요."
"내가 함께 가는 걸 원하지 않소?"
"아직은 안됩니다. 참아야 해요. 당신에겐 그대 아버지와 약혼녀가 있잖소.
나는 아무도 없소. 그래서 쉽게 결정할 수 있습니다."
"그래요, 그러나 이렇게 쓰여 있잖소. '자기 아버지와 아내, 자식들을
미워하지 않는 자는 내 제자가 될 수 없느니라.'"
"나도 알고 있고. 미켈리스. 그러나 속세, 아버지와 아내한테 애착을 가진
당신 마음의 뿌리를 완전히 뽑아 버렸는지? 아직은 그렇지 못해요. 그러니
참아야 됩니다. 당신의 때가 올 것이오. 너무 그렇게 서두르지 마시오. 그것은
자고새처럼 소리없이 다가올 것이오."
"나는 아버지에게로 되돌아가고 싶지 않소."
"좋아요. 돌아가지 말아요. 사라키나와 리코브리시 사이인 여기에 머물면서
그대의 때, 자고새를 기다려요. 곧 다시 보게 될 것입니다."
그가 미켈리스에게 손을 내밀었고 서로 손을 꽉 잡았다.
"마놀리오스," 그가 말했다. "오래지 않아 나도 가서 그대와 함께 하지요.
맹세하오. 곧 다시 만납시다!"
마놀리오스는 그의 작은 보따리를 겨드랑이에 끼고, 성호를 긋고는 떠났다.
천사의 날개가 다시 돋아나 마놀리오스는 나는 듯이 바위를 건너 뛰며 갔다.
엘리야 선지자의 작은 교회가 산꼭대기의 울퉁불퉁한 바위 사이에서 번쩍거리며
가까와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마놀리오스는 지팡이를 쳐들며 "오!" 하고
외쳤다.
파트리아케스는 온종일 그의 아들을 기다렸다. 이 삼일의 시간이 헛되이
흘러갔다. 자포자기하여 그 늙은이는 설득하라고 친척들을 보냈다. "내
아들놈을 가서 만나게. 자네가 그에게 말좀 해봐. 자네는 같은 무리잖아.
아마도 자네 말에는 귀를 기울일 걸세."
얀나코스는 머리를 가로저었다.
"제 생각에는, 일들이 되어가는 것으로 판단하건대, 저도 머지않아 산으로 갈
것입니다, 족장님." 그가 말했다. "다른 사람을 보내십시오."
파나요타로스가 그를 만나러 왔었다.
"족장님, 몇 마디 자세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마놀리오스가 사라키나에
정주하였습니다. 그가 피난민들을 한데 불러모아 설교를 하며 그들을 선동하고
있습니다. 그가 공공연히 말하길 가난한 자들은 배부른 자들이 가지고 있는
먹을 것을 빼앗을 권리가 있다고 합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이 말을 잘
기억하십시오 - 굶주림에 견딜 수 없게 될 때 그들은 늑대와도 같이 마을로
내려올 것입니다."
그는 잠시 말을 끊고 머뭇거리는 듯하였다. 한숨을 내쉬고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그 노인의 귀쪽으로 구부렸다.
"수상한 것을 눈치챘습니다, 족장님." 그가 낮은 소리로 넌지시 비추었다.
"거리낌없이 말해 봐라. 파나요타로스, 내가 듣고 있다. 자네는 아마도
사랑하지 않을 때 무엇을 확실히 보거든. 자, 털어나 보라!"
"마놀리오스는 볼셰비키입니다!"
"볼셰비키?" 족장이 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그런데 그것이 무슨 뜻이지?"
"그것이 무슨 뜻인고 하니, 배가 고프면 마음껏 먹어라. 갖고 싶은게 있으면
그것을 빼앗아라! 이런 뜻이죠. 지금 이 세상을 뒤죽박죽으로 파헤쳐 놓은게
바로 이 약탈자 무리들입니다."
"그런데 네가 생각하기에는..."
"확실합니다. 그들은 어느 나라이든, 가장 조그만 마을 안에, 그리고 아주 먼
세상 까지도 그들의 무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황무지로 가 보십시오. 그러면
그들을 발견하실 수 있을 겁니다. 각 가정에서도 그들을 발견하실 수 있을
겁니다. 어느 돌이라도 들춰 보십시오. 그들을 발견할 겁니다. 이제 그들은
리코브리시에까지 마놀리오스를 보낸 것입니다."
"그 말은 현기증을 일으키도록 아주 잘 꾸며낸 이야기군. 파나요타로스! 나를
오싹하게 만드는군. 나는 그것으로 인해서 죽게 되겠군. 확실히 말해 보게!"
"그건 사실입니다, 죽음을 면치 못할 문제지요. 악마의 자식인 그들이 술책을
부리고 있어요. 마놀리오스를 봤지요? 그는 성자인 체하고 고기도 먹지 않고
자신은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더군요. 여자들 꽁무니를 쫓아다니는 일도
없고 요즘에는 그 작은 복음서를 손에서 놓는 일조차 없다나요. 언제나 그는
어느 누가 다가오는 것을 보면 복음서를 펴들고 그가 읽고 있는 것을 믿게
만들지요. 모두 속임숩니다! 며칠 전, 그가 목이 달리려고 했을 때, 그들이
내게 말하기를, 그가 무슨 일을 했는지 압니까? 이 말을 들어 보십시오. 아마
소름이 끼칠겁니다. 그는 후세인의 피묻은 옷을 발견했던 마르다 늙은이와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대요. 그래서 그녀는 오직 마지막 순간에 그것들을
보이려고 했지요. 왜냐구요? 그래야만 마을 사람들이 마놀리오스가 마을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바칠 준비가 되었다고 믿게 되리라는 것입니다. - 자신의
이름을 떨치기 위한 한 방편이죠. 사람들도 확보해 가지고 있다가 때가 오면
모스코로부터 지령을 받아 그들을 몰아대어 원로들, 저명인사들의 목구멍을
찢어 버리려고 합니다.
파트리아케스는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머리를 손 안에 파묻어 버렸다.
"자비로운 하나님." 그가 중얼거렸다. "자비로우신 하나님이시여, 모든 것이
끝장 나고 있습니다!"
그는 벌떡 일어나 별안간 두 눈을 부릅떴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내 아들은...?" 그는 일그러진 입으로 더듬거렸다.
"마놀리오스가 그를 속였습니다. 파트리아케스, 그가 미켈리스를 움직여서,
그 자신도 알지 못하게 볼셰비키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가 집을 떠나 산에
있는 그와 한패가 되는 것을 보시지 않았습니까? 곧 아시겠지만 얀나코스도
떠날 것이고, 그 뒤를 따라 코스탄디스도 집을 떠나 그들과 한패가 되기 위해
가 버릴 것입니다. 그것은 마치 전염병과도 같은 것입니다. 족장님, 한 사람이
그것을 다른자에게 전합니다. 이발사 안도니스도 역시 그것에 사로잡힌
듯합니다. 그리고 푸줏간 뚱보 디미트리도요. 게다가 제가 생각하는 것을 알고
싶으시다면 교장 선생까지도."
"네가 말하고 있는게 도대체 무엇이냐, 파나요타로스? 모든 게 끝장인가!
내가 가서 그리고리스 사제를 찾아봐야지. 그러면 모든 사실을 밝혀 내겠지!"
"포티스 사제와 그 가난한 자들도 그가 자기 주위로 끌어들이고 있어요. 알고
싶으시다면, 그들을 곧장 리코브리시로 보낸 것도 바로 모스코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터어키 사람들이 그들을 내몰았다고 합니다. 그들은
나라를 위해 희생했습니다. 이런 모순이 또 어디 있습니까? 그들은 보낸 것은
바로 모스코에 있는 적들입니다.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마놀리오스는
그들에게 보내는 전달문을 갖고 있습니다. 그것은, '여기 리코브리시에는 먹을
것도 부족하지 않고 모든 것이 풍족하게 있습니다. 오십시오. 우리가 이 마을을
자루에다 집어넣을 것입니다. 여기에 있는 족장은 완전히 노망한 늙은이니,
그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니, 아시다시피, 이것이
마놀리오스와 포티스 사제가 장터의 도둑떼처럼 즉시 한패가 된 이유입니다. 한
눈을 깜빡거리면서 그들은 서로를 이해했던 것입니다. 그때가 바로 당신이 그를
쫓아 버린 그 이전이었습니다. - 그가 어디로 갔는지 생각해 보셨습니까? 곧장
사라키나로 입니다! 족장님, 이것은 분명합니다!"
파트리아케스는 방 안을 천천히 왔다갔다 하더니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결심한 듯이 말했다.
"가서 그리고리스 사제에게 말씀드려라. 무조건 내가 그를 만나러 가겠다고.
바로 오늘 저녁에!"
"그리고리스 사제님은 오늘 저녁에 따님을 데리고 읍내로 떠나셔서 아마 내일
돌아오실 겁니다. 그분은 그녀를 한두 명의 의사에게 보이려고 데려갔습니다.
그녀는 기침을 하고 피를 토합니다. 사실상 그녀의 건강은 매우 심각합니다."
"썩 꺼져 버리라구!" 노인은 화가 나서 소리를 버럭 질렀다. "네놈은 오늘
동틀 때부터 그런 걱정거리만 떠벌리고 다녔더냐?"
"족장님, 저는 단지 제가 알고 있는 것만 말씀드리고 있을 뿐입니다.
믿으시건 말건 좋으실대로 하십시오. 그것은 나리의 문제입니다. 제가 너무
오래 귀찮게 해드렸군요. 죄송합니다. 가겠습니다."
지옥에나 떨어져라. 이 유다 이스가리옷, 이놈아! 노인은 마음속으로
저주하면서 큰소리로 외쳤다.
"잘 가게, 파나요타로스. 그리고 무슨 소식 듣거든..."
"걱정 마십시오, 족장님. 다시 오겠습니다."
그는 쿵쿵거리며 밖으로 나갔다. 사악한 미소가 그의 얽은 얼굴에서 빛나고
있었다.
파트리아케스는 침대에 푹 파묻히어 몸을 쭉 뻗고는 파나요타로스가 자신에게
말했던 것을 골똘히 생각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소용없는 일이었고 그는
그것들을 정리할 수가 없었다.
"빌어먹을, 아주 오래된 곤경 속으로 거의 빠져 버린 것 같군! 선하신
하나님께서는 우리 모두를 장님으로 만들어 버렸어. 맹세하건대 우리들 중 어느
누구도 그것을 알지 못했었어. - 그 늙은 여우 사제도, 학식 있는 그 교장도,
심지어는 나조차도. 내 수중에 첩자를 가졌었다니. 생각만해도! 그들이 이
마을에 불을 놓으려는 도화선을 당긴 것이 바로 우리 집부터였다니! 족장으로서
이 늙은것이 현명하지 못했구나! 무례하고 난폭한 짐승 같은자가 와서 내 눈을
열게 할 때 까지 기다리고 있었다니! 비열한 마놀리오스를 당장에 내몰고, 그
야비한 악당놈들, 더러운 볼셰비키 놈들을 사라키나로부터 내쫓아야만 한다.
이웃을 정화하고 다시한번 마을을 영예와 정의로 사스려야 한다! 내일, 사제가
돌아오면 이 모든 것은 바로잡게 될 것이다."
이러한 생각을 하자 그는 마음이 평안해졌다. 그는 눈을 감고 잠을
청하였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아래층에서는 레니오가 노래를 비둘기처럼
꾸르르거렸다. 그녀는 가만히 있질 못하고 혼수감을 자랑할 친구들을 기다리며
여기저기로 뛰어다녔다. 그녀는 온 물건들을 늘어놓기에 정신이 없었다. 긴
복도에다 아주 솜씨좋게 늘어놓았기에 원래보다 훨씬 더 많은 것처럼 보였다.
설탕을 넣은 아몬드와 커다랗고 흰 양초들 사이에는 레몬꽃으로 엮은
결혼화관이 놓여 있었다.
오늘 저녁에 니콜리오가 주인님의 결혼선물인 새옷을 입고, 레니오가 그에게
준 붉은 수건을 머리에 묶고선 산에서 내려올 것이다. 일요일인 내일 결혼식이
거행될 것이고 니콜리오 부인인 신부는, 붉은 옷을 입은 마부가 이끄는 노새를
타고 그들의 새 보금자리인 산의 양우리로 갈 것이다.
침대 위에 누워서 노인은 레니오의 노래 소리와 도착한 도착한 친구들의
즐거운 함성과 웃음 소리를 듣고 있었다. 이러한 것들이 그로하여금 자신의
결혼식을 생각나게 했다. 그가 성 게오르그(풀이: 그의 이름이 게오르그
파트리아케스로서 작자가 그를 성 게오르그에 빗대어 풍자한 듯) 마냥 늘씬하고
호리호리했던 22살의 젊은이였을 때 약혼녀를 데려오기 위해 백마를 타고
달려갔었다. 그는 자기 아버지집 문간에서 그녀를 다시금 볼 수 있었는데
그녀는 풍습대로 흰 베일을 쓰고 있었으므로 얼굴이 가리져 보이질 않았었다.
신랑인 그는 참지를 못하고, 그녀의 부모님께 외쳤다. "구름을 걷고 태양을
보이게 하십시오!" 그러자 늙으신 그녀의 어머니는 눈물 고인 눈으로 발 끝으로
서서 그녀의 베일을 젖혔다. 그 즉시 그 모든 행렬이 - 신랑, 신부, 부모님들,
친구들, 말이며, 노새, 색색가지의 쇼올 - 마치 정말 태양이 떠오른 것처럼
빛났다.
그리고 나서 파트리아케스의 상념은 그 커다란 날개짓으로 시간을 가로질러
넘어갔다.
몇년이 흘러갔고 태양은 어두워졌다. 성 게오르그도 체중이 늘어 몹시
뚱뚱해졌다. 그러나 그는 아직도 혈기왕성하였다. 족장의 저택에는
까로우프라고 불리는 건강한 하녀가 있었다. 그는 그녀의 풍만한 가슴과
온세계를 휘감은 듯한 엉덩이, 그리고 빨간 사과와도 같은 발뒤꿈치에
새삼스럽게 눈독을 들였다. 어느 날 밤 그는 층계가 삐걱거리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나이보다 늙게 보이는 그의 아내 게으르그 부인이 알아채지
못하도록 주의하면서 살금살금 아래층으로 내려갔었다. 그는 까로우프가 잠들어
있는 작은 방으로 슬쩍 미끄러지듯이 들어가 그녀의 침대에 기어 들어서
레니오가 출생하게 된 것이었다.
그런 레니오가 지금 결혼을 하게 된 것이다.
늙은 족장은 미소를 머금었다. 그는 파나요타로스가 한 이야기도, 집을 나간
그의 아들도 잊고 있었다. 지나간 세월들이 그의 마음에 되살아나 일깨워져
다가왔다. 기뻤던 일들, 부정한 행위, 토끼, 자고새, 숭어 닭이며, 새끼돼지,
쇠꼬챙이에 꿴 양고기, 육반 파이, 꼬치고기, 굴, 과일을 넣은 파이들, 과자빵,
웨이퍼(풀이: 살짝 구워서 만든 양과자의 일종. 보통 아이스크림과 함께 먹음),
샤베트, 묵은 술, 캐비아(풀이: 철갑 상어의 알을 소금에 절인것), 그가
게걸스럽게 먹어치웠던 모든 것들이.
"감사하게도 신의 은총으로," 그는 중얼거렸다. "나는 확실히 좋은 시절을
보냈었지."
그의 머릿속이 혼미해져 가더니 그는 눈을 감고 잠이 들었다.
한편, 회색 노새를 탄 그리고리스 사제와 얀나코스의 당나귀 위에 탄
마리오리는 미켈리스가 물러가 있는 산을 향애 가고 있었다. 그녀는 그녀
아버지께 청을 들어주십사 하고 애원하였던 것이다.
"저는 그이를 만나야 해요. 아버지 전, 읍내로 갔다가 다시 돌아올 수 있을지
없을지 알지 못해요."
"그런 말 하지 말아라, 얘야." 그녀의 아버지는 목메어 흐느끼는 목소리로
부르짖었다. "하나님은 위대하시므로 넌 나을 수 있을 거다. 크리스마스 때면
우린 네 결혼식을 볼 수 있을 거야. 그날 난 널 기쁘게 하려고 춤을 추겠지."
"산에 들르세요. 그래서 그를 다시 한번 만나게 해주세요." 그녀가 애원했다.
"네가 원하는 대로 하렴. 이 어린 것아, 내가 언제 너의 청을 거절 한 적이
있었느냐?"
이러한 말과 함께 그는 노새를 산으로 향하게 했다.
미켈리스는 홀로 의자에 앉아 있었다. 니콜리오가 결혼 예복을 입고,
곱슬곱슬하고 아주 깨끗한 머리털은 빨간 비단 수건으로 공들여 묶은 채, 목 뒤
양어깨 사이에 지팡이를 메고선 산을 배경으로 나타나더니 길을 떠났다.
"안녕히 계십시오, 도련님." 그는 미켈리스를 향해 외쳤다. 미켈리스는
속으로 그를 축하하였다. "잘 가게. 결혼을 축하하네. 점잔을 빼는
사람들에게도 안부를 전해 주게!" 그러자 그의 웃음 소리가 산 주위로 울려
퍼졌다.
그는 양떼에게로 다가가서 두 집게손가락을 입 속에 넣어 양들에게
작별인사로 휘파람을 불었다. 그러나 나선형의 뿔을 가지고 방울을 달고는
양떼를 이끄는 수양 다소스가 일어나 다가오는 것을 보자 그는 그 양의 뿔을
붙잡고 승부를 겨루고 싶은 충동을 참을 수가 없었다.
"이 늙어빠진 놈아!" 그는 자기의 바램이 이루어지고 있는 행복감에 그에
대고 소리쳤다. "가서 너의 암양들을 찾아봐라. 나는 레니오를 찾아가는
길이란다! 월요일 아침에 보자꾸나. 다소스야, 나에게 축복을 해주렴!"
그리고 나서 그는 비탈길을 내려가 요란한 발소리를 덜커덕덜커덕 내었다.
사람의 목소리기 들려오자 미켈리스는 벌떡 일어났다. 바위 사이로 그는
그리고리스 사제와 그 뒤에 사랑하는 마리오리가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그의
가슴은 심하게 방망이질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어디로 가고 있는 중일까? 왜 이리로 오는 걸까? 뭔가 좋지 않은 일이
생겼음에 틀림없어! 그는 중얼거리고서 그들을 맞으러 달려나갔다.
"내 사랑하는 미켈리스." 사제가 말했다. "홀로 쓸쓸히 있는 자네를 만나니
참으로 반갑군. 우린 읍내로 가는 중인데 마리오리가 자네에게 작별인사를 하지
않고는 떠나려 하질 않아. 마리오리는 건강이 좋질 않다네. 무슨 병인가 진찰을
받으로 가는 중일세."
"안녕, 미켈리스."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을 보자 얼굴을 붉히면서 부드럽게
말했다.
미켈리스는 말에서 내리는 것을 도아 주었고 그들은 의자에 앉았다. 해는
아직 중천에 떠 있었으나 멀리서는 안개가, 그때까지 빛 속에 잠겨 있던 평원
위로 벌써 퍼지고 있었다. 두 마리의 까마귀가 시끄럽게 머리 위로 날아갔다.
사제는 그것을 보고선 눈살을 찌푸렸으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 두
젊은이는 알아차리지 못하였다. 미켈리스가 금반지가 반짝이는 약혼녀의 가냘픈
손을 잡았다.
"자네의 저택을 들여다보겠네." 사제가 말하고는 그 약혼한 한쌍을 두고
오두막으로 들어갔다
"귀여운 마리오리." 미켈리스가 물었다. "건강이 좋지 않다니? 하나님은
위대하시오. 내사랑, 하나님께 맡겨요. 당신은 곧 나을 수 있을 거요. 그건
아무것도 아닙니다. 용기를 가져요. 금방 시간이 흘러 크리스마스가 다가올
것이오."
"네." 마리오리가 부드럽게 대답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어요."
잠시 후 마리오리가 물었다.
"당신, 아버님하고 다투셨나요?"
"아버지 일은 잊어요. 그 일은 너무 고통스러우니 그것에 관해서는 얘기하지
맙시다. 마리오리, 당신을 사랑해요. 난 당신을 잃고 싶지 않소. 오직 당신만이
나를 현실과 맺어 주고 있소. 그밖엔 아무것도 오직 당신분이오. 알겠소?"
"제가 더 이상 가까이 있을 수 없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어요?"
미켈리스가 손으로 그녀의 입을 막았다.
"아무 말도 하지 말아요." 그가 말했다.
마리오리는 그의 손바닥에 키스를 할 시간을 가졌다.
"내 사랑." 그녀는 절망하고 있었나, 이렇게 아름다운 눈에서 눈물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그리고리스 사제가 문간에 다시 나타났다.
"마리오리." 그가 말했다. "우리는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어. 이리 오너라.
하나님께서 우리와 함께 하시길!"
그리고리스 사제는 미켈리스에게 말했다.
"자네와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미켈리스, 그러나 돌아와서 하기로 하지. 자넨
언제쯤 아버지한테 돌아갈 건가?"
"하나님께서 원하신다면, 사제님." 미켈리스가 허리를 구부려 그의 손에 입을
맞추며 대답했다.
"하나님은 때때로 인간의 마음이 먼저 당신께로 신호를 보내 주기를
기다린다네, 미켈리스." 사제는 그를 준엄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그는 더 얘기를 하고 싶었으나 억제했다.
"안녕히 가십시오." 미켈리스가 외쳤다. "주님의 가호가 함께 하시길!"
그는 잠시 마리오리의 작은 손을 잡았다.
"마리오리." 그가 속삭였다. "나에겐 오직 당신뿐이오! 잊지 말아요!"
그는 얼굴을 돌려서 그녀가 눈물을 보지 못하도록 했다. 그리고선 가파르고
험한 바위산을 기어올라가 그들이 내려가는 것을 내려다보았다. 그는
중얼거렸다. 그래, 내 마음은 아직도 세속에 애착을 가지고 있구나.
그는 산을 이리저리 거닐다가 평원을 향해 내려갔다. 포도 수확기가
시작되었고, 포도향 내음에 취해 추수하는 부인네들의 흥겨운 노랫가락이
뚜렷하게 들려왔다. 그들은 잘 익은 포도송이를 따 바구니에 던져 놓고 있었다.
그들의 손에서는 붉은 포도즙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 여인들은 포도를 수확한
바구니를 나르면서 한숨을 짓거나 흥에 겨워 콧노래를 부르는 젊은 남정네들을
바라보면서 마음에 위한을 얻고 있었다.
미켈리스는 멈춰 섰다. 그의 마음은 억제할 길 없는 슬픔으로 짓눌리고
있었다. 아니다. 저것은 수확의 즐거운 노랫가락이 아니라 장례식의 애도의
노래이리라.
그는 거기에 서서 아무런 감정의 동요없이, 결코 멈추지 않고서 냉혹하게
돌고도는 인생살이를 맛보앗다. 대지의 수레바퀴는 계속 돌고 있었다. 때는
바야흐로 포도 수확기에 이른 것이다. 그리고는 올리브 차례가 다가올 것이다.
그때가 바로 예수님 탄생 시기인 것이다. 포도나무는 새로이 꽃을 피울 것이며,
옥수수 씨앗도 뿌릴 것이고, 그리고는 다시 수확기가 돌아올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은 마치, 미켈리스 자신이 세월의 수레바퀴에 얽매여 밝은 태양 아래서,
또는 궂은 비 아래서 일어났다가 쇠잔하는 것처럼 돌고 돌았으며, 밤과 낮도
그렇게 나타나서는 가라앉곤 하였다. 이 모든 것들과 함게 그리스도도 다시
태어나시어 인간으로 성장하여 복음을 전하기 위해 의연히 세상에 나섰다가
십자가에 못박히고 다시 부활하신 후 그 다음 다시 강림하셔서는 또다시
십자가에 못박히실 것이라는 상념에 빠져 있었다.
미켈리스는 관자놀이가 윙윙거리며 현기증이 엄습해옴을 느꼈다. 그는 이
시간의 수레바퀴를 막아 멈추게 하려는 듯이 바위에 매달렸다. 그는 땅 위로
미끄러져서는 울음을 터뜨렸다.
그 다음날인 일요일 파트리아케스는 잠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그는 밤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잠시 그가 잠이 들었지만 악몽이 엄습하여 피가 그의
머리 위에 솟구쳐 질식해 있는 자신을 의식했었다. 그는 그의 아들에게
레니오의 결혼식에 참석하라는 전갈을 보냈으나 그의 아들은 이렇게 회답했다.
"만일 장례식이라면 가겠습니다만 결혼식이라면 가지 않겠습니다." 늙은이는 이
답장을 받고 심장을 찌르는 듯한 아픔을 느겼다.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도대체 내가 어쩌면 좋으냐 말이다? 불쌍한 노인은
눈물이 가득 고인 채 중얼거렸다. 그는 이 세상에 하나뿐인 내가 사랑하는
아들인데 왜 참석하기를 거절하는 것일까? 내가 그애에게 무엇을 해주면 된단
말인가?
그는 자신의 전생애를 되돌이켜보다가, 만년에 가서는 화가 나서 다시는 입을
열지 않으려 했으며, 손에 채찍을 들고 돌아다니면서 남녀 하인을 때리거나
돌을 집어들고선 우물가로 물을 길러 가는 젊은 처녀들에게 돌을 던져 물동이를
박살내곤 했었다. 그는 사람을 먹는 도깨비처럼 게걸스럽게 먹고, 물고기처럼
또 마셨었다. 어떤 병마도 그를 붙잡을 수는 없었다. 그에게는 모든 사람들이
대경실색하여 얼이 빠지게 만드는 새로운 이빨이 돋아나고 있었다. 어느 쾌청한
날 그는 벼랑에서 떨어져 숨을 거두었다. 지금에 이르러서조차도 이것을
생각하기만 하면 파트리아케스는 공포에 휩싸이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당신
아버님이 자살 하셨소" 라는 새로운 소식을 가지고 그에게 왔을 때 그는 크고
힘차게 세상이 떠나갈 듯이 웃어 댔었다. 온 마을 사람들은 자식으로서의 그런
무정함을 보고 치가 떨릴 만큼 반감을 일으켰었다. 그러나 그는 웃으며
안도감을 느꼈었다. 그것이 마치 자신이 이때까지 바위에 짓눌려 있다가 그
바위가 갑자기 굴러 없어진 것처럼 그에게는 여겨졌던 것이다. 이제 그 아들이
자유롭게 숨쉴 수 있으니 그 얼마나 좋은 일이었는가! 그는 그의 기쁨을 억제할
수가 없었었다.
그때의 웃음을 기억하면서 늙은 족장은 몸을 떨었다.
미켈리스 역시, 바위가 그의 숨통을 짓누르고 있는 것처럼 느끼고 있는 지도
모르지 않은가?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 정말
사실인가? 그럼 이번에는, 미켈리스가 굴레를 벗어난 해방감에 웃기 시작할
차레인가?
그는 공포에 질린 두 눈을 둥그렇게 떴다.
그러나 나는 아버지를 사랑했었다. 그랬지. 미켈리스도 역시 나를 사랑하고
있을 거야. 의심의 여지가 없어. 정말 그렇다면? 뭐가 뭔지 모르겠군! 모든
자식들이 결국에는 그들을 낳아 준 부모를 싫어하고 미워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 어디 쓰여 있기라도 하다는 말인가? 왜? 도대체 왜? 알 수가 없군!
파트리아케스는 이 모든 것들을 회상하고 한숨을 내쉬고는 침대 위에서
돌아누우려 뒤척뒤척거렸다. 그의 육중한 몸무게로 인해 마룻바닥이 진동을
했다.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해 열어 둘 대문에 점차 저녁이 깃들었다.
그리고리스 사제가 도착하였고, 결혼식이 막 거행되려고 하였다. 그때서야
늙은이는 겨우 일어나 마치 많은 걱정거리를 안은 황소처럼 헐떡거리며, 세수를
하고 옷을 입고는 몸치장을 했다. 그는 코밑수염과 눈썹을 물들였으며 그의
머리카락에 오렌지 향수를 뿌리고는 그의 딸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내려갔다.
그 결혼할 한쌍은 눈부시게 빛났으며 말쑥하고 아름답게 단장하고 있었다. 그
둘은 땀을 흘리며 말들이 바다에서 떠올랐을 때 풍기는 그런 냄새를 발산하고
있었다. 만일 이 세상에 이 한 쌍만이 홀로 남게 된다 할지라도 이 세상은 곧
새로운 인간들로 다시 가득차게 되리라는 생각이 누구에게나 들었다.
늙은 족장은 그들 옆에 자리를 잡았다. 그가 신부를 신랑에게 넘겨주고,
결혼예물을 교환할 것이었다. 그리고리스 사제는 벌써 찬송가를 부르기
시작했으며 교구 관리들이 때를 맞춰 은향로를 흔들고 있었고 손님들은 모두 그
자리에 참석할 수 있었던 것을 자람스럽게 생각하면서, 정렬하여 방 주위에 빙
둘러서 있었다. 어린 두 소녀가 맛있는 고기가 가득 담긴 접시를 나르며 시중을
들고 있었다.
그리고리스 사제는 너무 서둘렀기 때문에 더듬거렸다. 그는 제 정신이
아니었다. 그의 생각은 그날 아침 그의 딸애를 진찰하고는 고개를 흔들던
의사에게로 날아가 있었다. 그는 너무 서둘렀기에 해야 할 부분의 절반을
생략해 버린 채 억지로 노래를 불렀다. 신랑과 신부 역시 이러한 것들이
자신들이 잘 살기 위해 무슨 소용이 있는가 하고 생각하면서 둘만의 시간을
오금이 쑤시도록 기다렸다. 파트리아케스도 다리가 아팠기 때문에 예식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자존심 때문에 그는 이를 악물고 꼿꼿이
서 있었다.
"친애하는 여러분." 결혼식이 끝나자 그가 말했다. "오늘 저녁, 레니오와
니콜리오가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저희 집에 잘 오셨습니다! 마음껏 먹고
마시십시오. 우리는 많은 양을 잡았습니다. 하나님의 축복으로, 술도 많이
있습니다. 포도 수확기가 되었으니 술통은 곧 다시 찰랑찰랑 넘칠 것입니다.
그러니 허리의 단추를 풀고 마음껏 드십시오."
그는 그 젊은 부부에게로 돌아섰다.
"오래 잘 살아라, 귀여운 것들." 그가 그들에게 당부했다. "이 땅의
백성으로서 자식 낳고 백년해로 하기 바란다. 사람의 종족은 번성하게
마련이다. 벽난로 불이 꺼지지 않도록 해라. 카론(풀이: 저승으로 가는
나룻배의 사공. 그리스를 침략한 터어키를 일컫는 듯) 앞에서 깃발을 내려서도
안 된다. 우리가 씨뿌리면 그가 거두어 들이지. 우리는 누가 승리하는지 보게
될 것이야. 알겠느냐, 복받은 니콜리오야? 화약에 불을 당겨 봐! 네가 할 수
있는 한 힘껏 뿌려 보아라! 여러분 죄송합니다. 저는 이만 쉬어야겠습니다.
몸이 좀 좋지 않아서. 그러나 여러분들 - 계속하십시오! 먹고 마시고, 오늘은
휴일이니 동이 틀 때까지 마음껏 즐기십시오!
아직 턱에 수염이 나지 않은 젊은 청년들과 처녀들, 곧 여러분께서 결혼할
차례가 오길 빌겠습니다. 그리고 나도 다시 한번 젊은 성 게오르그가 되어서
여러분들께 큰 병에다 포도주를 드릴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모두들 웃음을 터뜨렸다. 족장은 오른손을 들어 그들에게 인사를 했다. 어린
소녀 하나가 그를 위해 문을 열려고 달려나갔다. 문간에서 그는 멈춰 서서는
사제의 사제복을 벗고 있는 그리고리스 사제에게로 돌아섰다.
"사제님." 그가 말했다. "식사가 끝나신 후 올라오십시오. 우리 이야기나
나눕시다."
사제가 즉시 일어섰다.
"당신과 함께 가겠소이다." 그가 말했다. "신의 가호가 함께 하시길,
여러분!" 그리고 나서는 신랑 신부에게 말했다. "머리 장식을 깨끗이하고
풍성하게 하기를!"
그 두 인사가 가 버리자 손님들은 휴 하고 숨을 내쉬고는 잔치상으로
다가갔다.
마을의 그 두 우두머리는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아래층에서는 축제가
한창 무르익고 있었다. 술과 고기가 노래와 춤을 따라 들려지고 있었으며 웃음
소리가 터지고, 즐거움으로 헐떡거리고 있었다. 그러나 윗층에서 중요한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는 두 노인에게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침대에 쭉 누워서는 파트리아케스가 장황하게 이야기했다. 그는 계속
늘어놓았다. 그는 볼셰비키에 관한 이야기를 했는데, 그는 볼셰비키를 반은
사람이고, 반은 짐승인, 쇠 장을 박고 나막신을 신은 채 북쪽에서 밀려내려온
것으로 상상하여 이야기했다. 그들이 지나가는 곳은 불꽃을 일으키며 마을은
불길에 휩싸였다는 둥, 선두에는 마놀리오스가 달려가고 있었는데 그도 또한
반괴물이 되어 있었다는 둥 생각나는 대로 지껄였다. 그의 입으로부터는 불길이
나오고 있었으며, 팔을 쭉 뻗어 리코브리시를 가리키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 파문당한 사제 포티스도 그들과 함께 있지요." 그리고리스 사제가
말했다. "그가 우두머리입니다."
"사제여, 포티스 사제 역시도 사라키나에 있는 모든 불량배들과 한패요. 온
사라키나 사람들은 우리 마을을 급습하기 위해 진격중일 거요. 당신이 '발들이
머리를 거슬려 반란을 일으켰다' 라고 말했을 때 당신의 말이 정말 옳았어요.
그것이 내가 당신을 뵙자고 한 이유입니다. 사제, 여기 있는 우리 둘이서 이
문제를 논의하여 사태를 다시 바로잡기 위한 최선의 방책을 강구해야만 하오."
그리고리스 사제는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때때로 그는 분노가
치밀어올랐으나 즉시 그의 생각은 마리오리에게로 돌아가선 눈앞이 캄캄해지고
귓전이 윙윙 울렸으며,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그들은 한밤중까지 이야기를 계속하였다. 마침내 엄습해 오는 피로를 느겼다.
그들은 서로를 충분히 알게 되었으며, 싫증이 난 듯 서로를 바로보았다. 그의
혀에 종기가 나게 해서 좀 조용히 할 수는 없을까? 그리고리스 사제는
생각했다. 이제는 그만 물러갈 때가 되지 않았나? 파트리아케스도 속으로
중얼거렸다. '지루해 죽을 지경이군. 살찐 돼지같으니라구!'
그리고리스 사제는 다시금 마리오리를 생각했다. 그녀를 좁은 안뜰이 있는
진료소의 자그만 방에 홀로 남겨 두었다. 그곳은 더워서 숨막힐 정도로
답답하리라. "따님은 잠시 이곳에 머물러야 합니다." 그 의사들이 엄포를
놓았다. "좀더 지켜보고서 우리가 당신께 알려 드리지요." "위험합니까?"
불쌍한 아버지가 몸을 떨면서 물었다. "생명이 위태롭습니까?" "위험은
합니다만 희망은 있습니다. 사제님, 우리는 기다려야만 합니다. 지금 상태로는
당신 딸의 핏속에서 두마리 사나운 짐승이 서로 싸우고 있는 중이지요. 어느
것이 이길지 알게 될 것입니다." "제게 모든 사실을 말해 주십시오." 사제는
애원했다. "우리는 당신께 다 말씀드렸습니다. 사제님, 한 달 있다가 다시
오십시오." "하나님께 기도드리겠습니다." 사제가 말했다. "당신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십시오. 저희도 저희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다음에 오십시오. 안녕히 가세요. 하나님께서 도와 주실 것입니다!" 그들은
서둘러 그를 보내고 다른 환자를 맞아 들였다.
사제는 기운을 내서 일어나 파트리아케스에게 손을 내미었다.
"안녕히 주무십시오, 족장님." 그가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내일 이
모든 것을 다시 이야기합시다."
"좀더 있다 가시지 않고서, 사제? 왜 그리 서두르십니까? 제가 실수를
했군요. 마리오리에 관한 소식을 여쭈어 본다는 게 그만 잊었습니다. 의사들이
뭐라고 말합니까?"
"외관상으로 그애에게 아무 일도 없다 합니다. 그앤 아직 어린데다가 좀
쇠약해지고 있지요. 의사들 말에 의하면 그애는 곧 결혼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리스 사제는 화제를 바꾸었다.
"그런데 미켈리스 - 그는 어떻습니까? 저는 그가 좀 걱정이 돼요,
파트리아케스."
"염려하실 필요 없습니다." 노족장은 화가 나서 대답했다. "그는 젊어서 옷
속에 벌떼를 지니고 있지요. 허나 곧 열풍은 지나가게 될 것입니다.
마놀리오스만 없어진다면 모든 것이 다 잘될 것입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사제여!"
이런 말을 하고선 그는 홱 몸을 돌려 벽을 마주 보았다.
그는 사제가 쿵쿵거리며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소리를 들었다.
눈개승마같으니라구. 그는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 내 아들이 걱정스럽다구?
나는 네 딸년 마리오리가 걱정스럽다. 이 늙은이야! 만일 내 아들이 폐병장이와
결혼하여 내 가문을 더럽히게 되는 것보다 차라리 네 딸이 죽는 편이 더
낫겠다. 그래야 우리가 평안해지지. 그 가엾은 애에게는 안됐지만 맹세코
그녀가 죽는 게 더 낫다구!
리코브리시의 원로들이 마놀리오스를 없애버리기로 결정내리고 있을 그때에,
마놀리오스는 포티스 사제와 함께 사라키나의 피난만들이 추위와 기근을 견디며
이 겨울을 보낼 수 있는 방도를 찾으려 애쓰고 있었다.
"우리는 오직 일을 해야만 살 수 있습니다." 포티스 사제가 말했다. "일을
하고 사랑을 하십시오."
그들은 일할 수 있는 남자와 여인네들을 모아서는 그들을 두 패거리 - 조합 -
로 나누고 각각에게 연장자나 어머니로 책임자를 임명하였다. 그리고 나서
포티스 사제와 마놀리오스는 그들을 이웃 마을로 보내 일거리를 찾도록 했다.
그들은 각기 다른 방향으로 뿔뿔이 흩어졌고, 사라키나에는 단지 노인들과
어랜애를 돌보는 부인네들만이 남겨졌다.
"하나님의 가호가 함께 하시기를, 사랑스러운 신도들이여." 포티스 사제가
그들의 여정을 몇 발자국 따라가면서 축복했다. "일해서 할 수 있는 한
과일이며, 식용류, 포도주, 옷가지를 모두 모으십시오. 마음속에는 항상 새로운
가정을 생각하시고, 벌들이 자신의 벌통을 갖고서 꿀을 모으러 들판이며 산위로
흩어져 나갈 때 꿀을 가득 싣고 그들의 작은 밀납 구멍으로, 그들이 남겨 놓고
간 애벌레에게로 돌아오지 않습니까? 그 꿀벌들처럼 하십시오. 성도들이여, 잘
가십시다. 하나님의 은총이 함께 하시길!"
마놀리오스는 자주 그들과 동행을 했다. 가는 도중에 그는 그들을 격려하며
주위에 있는 마을들을 손으로 가리키면서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며
어떤 집 대문을 두드려야 하는지를 이야기했다. 그는 그들에게 일을 시키고선
사라키나로 돌아왔다. 포티스 사제와 그는 아이들을 모아 놓고 교장 선생인
하지 니콜리스가 준 석판을 이용해 그들에게 철자법을 가르쳤다. 밤이 되면
그들 두 사람은 교회 옆에 있는 돌의자에 앉아 오래도록 이야기를 나누었다.
"가장 작은 자갈돌 안에서조차도," 어느 날 저녁엔가 포티스 사제가 말했다.
"가장 보잘것없는 짐승 안에조차, 가중 우둔한 영혼 안헤서조차도 주님이
온전히 살아 계신다네. 마놀리오스, 우리 이 작은 마을, 우리의 세계를 위해
우리 최선을 다해 봅시다. 거룩한 영혼으로써 모든 것을 빛나게 하고
부지런해져서는 번성하여 하나가 됩시다. 이러한 목적을 위한 선행은 비록
그것이 가장 멀리 떨어진 황야에서 행해진 것일지라도 온 세상을 통애서
메아리쳐질 것입니다."
마놀리오스는 눈을 들어 포티스 사제를 바라보았다. 그는 야위었으나 굳센
모습이 어둠 속에서 빛나는 듯이 보였다. 하늘로 쭉 뻗은 그의 두 손이
불꽃처럼 너울거렸다.
"그렇습니다, 모든 사람은," 마놀리오스가 힘차게 응답했다. "누구나
스스로도 온 세상을 구원할 수 있다고, 저는 종종 그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사제님, 그러나 지금은 두렵습니다. 그러면 그런 커다란 사명을 우리가 지고
있는 것입니까? 그렇다면 살아 있는 동안 우리는 무엇을 해야만 합니까? 어떤
길을 우리는 따라야 합니까?"
그는 아무 말이 없었다. 밤은 깊었다. 나이든 부인네들은 불을 지펴 음식을
준비했다. 굶주린 어린아이들은 그들 주위에 쪼그리고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마놀리오스는 한 손을 포티스 사제의 무릎 위에 얹고 명상에 사로 잡힌 사제는
아무 말이 없었다.
"우리가 어떻게 하나님을 사랑해야 합니까, 사제님?" 그가 나지막이 물었다.
"인간을 사랑함으로써일쎄, 나의 아들아."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인간을 사랑해야 하나요?"
"바른 길을 가도록 그들을 힘써 인도함으로써라네."
"그럼 그 올바른 길이란 무엇입니까?"
"지금 가고 있는 바로 이 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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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천사가해석한성경 원문보기 글쓴이: 성모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