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15일, 광복절을 맞이하여 아주 뜻깊은 기념관을 다녀왔습니다.
오전에 국립중앙박물관에 가서 "새 보물 납시었네" 기획전시를 관람하고, 바로 옆에 있는 국립한글박물관에 가서 "노랫말 선율에 삶을 싣다" 기획전시까지 관람을 했답니다.
점심을 먹고 오후 일정...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지만 그냥 들어가기 아쉬어 발걸음을 돌린 곳이 바로 남산에 있는 안중근의사 기념관입니다.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이 쏟아지는 빗속을 뚫고 남산도서관 주차장까지 달려갔답니다.
비가 많이 와서인지, 휴일임에도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아서 오히려 관람하기에는 아주 좋았습니다.
안중근의사 동상이 자랑스럽게 서있고 그 맞은편은 안의사광장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안중근의사와 관련된 나무도 심어져 있고, 안중근의사의 명언 등이 바위에 새겨져 있습니다.
참, 다들 아시죠? '도마 안중근'에서 '도마'는 호가 아니라 세례명이라는 거...
안중근의사는 독실한 가톨릭신자로, '도마'는 현대어 세례명 '토마스'의 한자식 표기랍니다.
참고로, 안중근의사의 큰아들 세례명인 '분도'는 현대어 세례명 '베네딕토'의 한자식 표기이기도 합니다.
드디어 안중근의사 기념관으로 들어갑니다.
코로나로 인한 체온검사, 마스크 검사, 손소독제까지 다 바르고 나면 바로 로비가 나옵니다.
그곳에 자랑스럽게 서있는 안중근의사의 동상이랍니다.
뒤에 펼쳐져 있는 '대한독립'이라는 글자와, 동상 앞에 놓인 무궁화가 아주 잘 어울립니다.
안중근의사 하면 떠오르는 상징의 공간입니다. 이곳을 지나면 안중근의사의 일생이며 업적이 연대순으로 파노라마처럼 펼쳐집니다.
안중근의사의 가족은 모두 독립운동에 투신하신 분들입니다.
부모님을 비롯해서 아내, 자녀들, 형제들, 조카들까지 모두 직접적으로 혹은 간접적으로 독립운동에 힘을 보태셨습니다.
그래서 여러 정부에 걸쳐 무공훈장을 받은 분들이 꽤 많답니다.
그동안 안중근의사 하면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것으로만 알고 있는 분들이 많은데, 하얼빈 의거 이전에도 정말 많은 활동을 하셨더라고요.
저 역시도 대충 알고 있던 내용도 있지만, 이번에 기념관에 와서 제대로 알게 된 내용도 많습니다.
안중근의사는 다방면으로 활동도 많이 했지만, 많은 글과 명언도 남겼습니다.
또 의병활동을 하면서는 생포한 일본군 포로를 만국공법에 의해 석방하기도 하는 등 평화사상을 보여주는 행동도 합니다.
이제 안중근의사의 상징이 나타나게 됩니다.
손가락의 손마디 두 개가 잘리게 된 것이 바로 12명의 동지들이 일심단결하여 만든 동의단지회라는 동맹 때문이지요.
손가락을 잘라서 그 피로 혈서를 쓸 정도로 독립에 대한 의지가 강했던 의사의 강단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제 3층으로 올라갑니다. 안중근의사의 마지막 활동이 되는 하얼빈 의거사건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안중근의사가 순국하신 뤼순감옥도 그대로 재현해놓았습니다.
물론 이것보다도 훨씬 더 열악하고 무서웠겠지요. 저는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는 곳입니다.
사형언도를 받고 사형이 집행되어 돌아가시기 직전까지의 사진들입니다.
참, 안중근의사의 코에 수염처럼 생긴 자국은 실제로 수염이 아니라 고문의 흔적이라고 합니다.
일각에서는, 의사의 콧수염을 하나하나 뽑고 입마개를 씌워서 생긴 흉터가 아닐까 하더군요.
얼마 전 안중근의사의 사진을 복원하면서, 콧수염 자리에 핏자국과 흉터가 함께 엉겨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하더라고요.
저 수염이, 수염이 아니라 고문으로 인해 생긴 흉터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더 아픕니다.
기획전시실로 가기 전 마지막 벽에 붙어 있는 안중근의사의 필체들입니다.
"경천(하늘을 공경함)"은 서울대교구 소장, "백세청풍(백세에 걸쳐 부는 맑은 바람)"은 일본인 사토 가즈오 소장, "청초당(푸른 풀이 돋은 언덕)"은 해군사관학교박물관 소장의 작품들입니다.
이중에서 "청초당"은 보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상설전시관이 끝나면 바로 기획전시관이 나오는데, 이번 기획전시 주제는 '안의사의 옥중유묵'입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2020년의 광복절, 아주 뜻깊은 관람을 마치고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오늘의 감동 깊은 관람을 할 수 있도록 적극 추천해주신 문우의 2학년 김승환대표님 정말 고맙습니다.
질척거리는 빗속을 뚫고 기꺼이 함께해주신 3학년 김영선 홍보부장님 정말 고맙습니다.
늘 배우고 노력하고 함께하는 문우사랑 식구들이 있어 오늘, 아주 보람된 광복절 하루를 마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