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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아는 만큼 들리는 클래식 음악의 세계!
클래식 감상의 즐거움을 극대화해줄 매력적인 클래식 입문서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알아야 할 52가지』. ‘오케스트라의 자리 배치와 악기 편성은 어떻게 하는 걸까?’ ‘연주가 끝난 후 지휘자는 왜 무대 뒤로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할까?’ 등 클래식을 감상하며 궁금했을 법한 부분들에 대해 전문성을 뽐내기보다는 깊이 있는 클래식 이야기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는 책이다. 몰랐던 부분은 알아가고, 알았던 부분은 함께 공감하며 한 장 한 장 읽다 보면 클래식을 더욱 즐겁게 향유하기 위한 방법을 자연스럽게 알 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악기와 오케스트라에 대해 알고 싶은 것들’에서는 여러 악기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에 대해 살펴보고, 2장 ‘알면 더 즐길 수 있다, 클래식 용어 풀어보기’에서는 클래식 감상 전 꼭 알아야 할 최소한의 클래식 용어들을 알려준다. 3장 ‘세상을 뒤흔든 작곡가와 명곡 이야기’에서는 비발디, 하이든, 베토벤, 모차르트 등 작곡가의 이름과 그들이 남긴 명곡의 숨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4장 ‘감상의 묘미를 더하는 클래식 에세이’에는 테마별 클래식 명곡들을 다루며 음악 감상에 도움이 될 만한 여러 에세이들을 살펴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5장 ‘신화의 세계를 담아낸 클래식 이야기’는 명곡에 담긴 신화 속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자소개
바이올리니스트 겸 음악칼럼니스트 최은규는 12세 때 바이올린을 시작해 서울예고에 입학했다. 서울예고를 졸업한 후 서울대 음악대학에 입학해 당시 KBS 교향악단의 악장이었던 김의명 교수를 사사했다. 오케스트라에 남다른 애정을 가져 1992년 1월에 부천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상임단원으로 입단했고, 같은 해 2월에 대학을 졸업했다. 그후 10여 년간 오케스트라 연주자로서 활동했으며 서울대 대학원에서 음악이론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음악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최은규에는 부천필에서 연주 활동 이외에도 주요 공연의 곡해설과 '말러 프렐류드 콘서트'의 기획 및 해설, 말러클럽LD감상회, 제야음악회와 모닝콘서트 해설 등을 맡았으며, 10여 년간 월간 『객석』을 비롯한 음악전문지와 일간지 등에 다양한 음악칼럼과 음악평론을 기고하는 음악 전문 필자로 활동해왔다. 또한 '천리안 고전음악연구동호회' 회장, '부천필과 함께 하는 음악 감상반' 강의, 말러 동호인들의 커뮤니티 '말러리아' 회장, 예술의 전당 음악아카데미 강의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음악애호가와 음악전문가 사이의 '벽 허물기'를 시도하고 있다.
2001년부터 부천필의 제1바이올린 부수석으로 활동했고 2004년부터는 부천시립예술단의 기획홍보팀장으로 재직하면서 다양한 클래식 공연을 기획했으며, 2006년에는 대원문화재단 사무국장을 역임했다. 현재 성신여대, 예술의전당, 부천 필하모닉, 풍월당에서 강의하고 있으며 대원문화재단의 전문위원으로, 연합뉴스 객원기자로 일하고 있다.
목차
지은이의 말 _ 한 권으로 엮어낸 클래식 입문서
1장악기와 오케스트라에 대해 알고 싶은 것들
클래식 음악을 연주하는 가장 거대한 악기, 오케스트라
무대 앞쪽에 있는 오케스트라의 현악기
연주자 개인의 부담이 매우 큰 목관악기 연주자들
오케스트라 금관악기, 그것이 알고 싶다
청중의 귀를 사로잡는 오케스트라 타악기
오케스트라의 자리 배치, 어떻게 하는 걸까?
오케스트라의 악기 편성, 어떻게 하는 걸까?
우리가 미처 몰랐던 오케스트라 리허설의 비밀
참으로 매혹적인 오케스트라의 독주악기
2장알면 더 즐길 수 있다, 클래식 용어 풀어보기
교향곡, 오케스트라를 돋보이게 하는 곡
협주곡, 조화와 경쟁의 독특한 묘미
카덴차, 오케스트라와 청중이 숨죽이는 순간
서곡과 전주곡, 음악회의 첫인상
주제와 변주, 선율에 재미를 더하다
푸가, 가장 흥미로운 음악양식
세레나데, 여름휴가처럼 편안한 음악
모음곡, 만화경 같은 음악
3장세상을 뒤흔든 작곡가와 명곡 이야기
비발디의 [사계],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클래식
베토벤의 9개 교향곡, 교향곡의 모범으로 우뚝서다
헨델의 [메시아], 오라토리오의 걸작
바흐의 [마태 수난곡], 종교음악의 금자탑
하이든의 [러시아 4중주]와 모차르트의 [하이든 4중주]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가장 완벽한 오페라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 최고의 희극 오페라
베토벤의 [크로이처 소나타], 피아노와 바이올린의 대결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 깊은 우수를 담은 연가곡
멘델스존의 [한여름 밤의 꿈], 결혼행진곡으로 익숙한 명곡
브람스의 교향곡 제1번, 베토벤 교향곡의 맥을 잇다
브루크너의 [브루크너 교향곡], 웅장한 음악의 건축물
베르디의 [레퀴엠], 오페라를 방불케 하는 진혼 미사곡
드보르작의 [아메리카], 현악4중주단의 필수 레퍼토리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뒤늦게 인정받은 걸작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 리듬의 혁명을 일으킨 문제작
4장감상의 묘미를 더하는 클래식 에세이
여행과 음악, 여행의 추억을 담은 명곡들
바다를 담은 음악, 생명의 원천을 표현하다
미완성의 명곡들, 그래서 더욱 빛난다
편곡의 세계, 작품에 생기를 불어넣다
교향곡 속의 춤곡, 듣는 즐거움이 커진다
세기말의 음악, 음악사의 전환점이 되다
감성을 강하게 자극하는 단조 음악의 매력
실내악의 다양한 악기 편성
약음기, 결코 약하지 않은 또 하나의 악기
5장신화의 세계를 담아낸 클래식 이야기
목신과 여름, 드뷔시의 음악
바쿠스와 바카날, 바그너의 음악
바쿠스와 아리아드네,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아폴론과 다프네, 스트라빈스키와 슈트라우스의 음악
엘렉트라의 복수,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페넬로페의 기다릴 줄 아는 사랑, 몬테베르디의 오페라
모든 음악가들의 조상인 오르페오의 노래
오이디푸스, 인간의 오만함이 불러온 파국
수많은 음악 속에 등장하는 트로이 전쟁
프로메테우스를 닮은 위대한 음악가들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알아야 할 52가지』 저자와의 인터뷰
출판사 서평
아는 만큼 들리는 클래식 음악!
이 책은 클래식 감상의 즐거움을 극대화해줄 매력적인 클래식 입문서다. 현장에서 마주하는 오케스트라 공연의 감동은 가히 압도적이다. 하지만 당신이 느낀 그 감동은 어쩌면 빙산의 일각일지도 모른다. “아는 만큼 보인다[知則爲眞看].”라는 말처럼 클래식 음악도 아는 만큼 들리기 때문이다. 클래식 감상 전 꼭 알아야 할 최소한의 것들을 알아둔다면 그 감동의 깊이는 더 깊고 진해질 것이다. 클래식 감상의 신세계를 향한 첫 발을 이 책으로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오케스트라의 자리 배치와 악기 편성은 어떻게 하는 걸까?’ ‘연주가 끝난 후 지휘자는 왜 무대 뒤로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할까?’ 등 클래식을 감상하며 궁금했을 법한 부분들에 대해 저자는 전문성을 뽐내기보다는 친절하게 다가와 깊이 있는 클래식 이야기를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듯 조곤조곤 알려준다. 저자와 대화를 나누듯 책장을 넘겨보자. 클래식 음악 감상이 더욱 즐거워질 것이다.
음악칼럼니스트로서 월간 《객석》과 네이버 캐스트 등 여러 매체를 통해 활동하고 있으며, 음악평론가로서 연합뉴스 등에 주요 음악회 리뷰를 기고하는 등 다방면에서 활동중인 저자가 써내려간 클래식 이야기는 클래식 감상의 또 다른 세계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바이올리니스트로서 연주생활을 했던 저자의 경험과 열정, 음악평론가로서의 냉철한 시선이 한데 어우러져서 탄생한 이 책은 클래식 감상 입문서로 손색이 없다. 특히 작곡가와 명곡에 숨은 이야기는 물론 흥미로운 신화를 담은 클래식 이야기도 들려주어 굉장히 쉽게 읽히면서도 유용하다. 몰랐던 부분은 알아가고, 알았던 부분은 함께 공감하며 한 장 한 장 읽다 보면 클래식을 더욱 즐겁게 향유하기 위한 방법을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다. 클래식 음악을 감상하는 즐거움과 설렘을 이 책과 함께 한껏 느껴보길 바란다.
클래식 감상의 묘미를 더하다!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악기와 오케스트라에 대해 알고 싶은 것들’에서는 여러 악기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에 대해 살펴본다. 클래식 음악을 연주하는 가장 거대한 악기인 오케스트라의 구성과 악기 모양, 소리를 잘 익혀두기만 해도 음악 감상의 질은 확연히 달라진다. 저자는 이 장에서 오케스트라를 구성하는 악기인 현악기, 목관악기, 금관악기, 타악기 등을 각각 소개하면서 해당 악기 연주자들의 속내도 들려주어 다소 딱딱할 수 있는 내용에 재미를 더한다. 2장 ‘알면 더 즐길 수 있다, 클래식 용어 풀어보기’에서는 클래식 감상 전 꼭 알아야 할 최소한의 클래식 용어들을 알려준다. 저자는 교향곡, 협주곡, 카덴차, 서곡, 전주곡 등 음악회에 가면 반드시 듣게 되는 기본적인 용어들을 숙지한다면 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음악회를 즐길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시대에 따라 달라진 각 용어들의 의미를 알기 쉽게 일러주고 용어들에 해당하는 걸작들을 소개해주고 있어 어려울 수도 있는 용어들이 흥미롭게 다가올 것이다.
2장까지가 클래식 감상을 위한 기초체력 다지기였다면 3장부터는 본격적으로 클래식 감상의 깊이를 더해준다. 3장 ‘세상을 뒤흔든 작곡가와 명곡 이야기’에서는 비발디, 하이든, 베토벤, 모차르트 등 작곡가의 이름과 그들이 남긴 명곡의 숨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슈베르트의 삶에 대해 생각하며 그의 《겨울 나그네》를 들어보면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장을 더욱 잘 활용하는 방법으로 해당 곡들을 들으며 읽기를 권한다. 4장 ‘감상의 묘미를 더하는 클래식 에세이’에는 테마별 클래식 명곡들을 다루며 음악 감상에 도움이 될 만한 여러 에세이들이 담겨 있다. 마지막으로 5장 ‘신화의 세계를 담아낸 클래식 이야기’는 명곡에 담긴 신화 속 이야기를 들려준다. 흥미진진한 신화를 읽으며 클래식 명곡을 떠올린다면 그 흥미는 배가될 것이다. 각 장에 담긴 클래식 감상의 묘미를 더하는 저자의 매혹적인 이야기는 클래식 감상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다. 클래식 음악의 신세계! 이 책과 함께 떠나보자.
책속으로 추가
베토벤 이후의 교향곡은 2갈래로 발전해갔다. 하나는 베토벤이 남긴 교향곡들 중 제3번 《영웅》이나 제6번 《전원》처럼 표제가 있는 교향곡에 영향을 받은 표제교향곡들이 있고, 어떠한 표제도 없이 순수하게 음악적인 교향곡들이 바로 그것이다. 전자의 경향이 혁신적인 데 비해 후자는 조금 보수적이라 할 수 있는데, 그건 표제뿐만 아니라 악기를 사용하는 방식이나 편성에서도 잘 나타난다. 혁신파의 대표주자인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을 살펴보자. 이 교향곡에 나타난 파격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베를리오즈는 대개 2대 이상 편성되지 않는 바순을 무려 4대나 쓰고, 크고 낮은 소리를 지닌 튜바나 특수 악기인 하프도 각각 2대씩이나 편성해 독특한 소리를 만들어냈다. 《환상교향곡》보다 수십 년 뒤에 작곡된 브람스의 교향곡에도 제2번을 제외하고는 튜바가 편성되지 않고 하프는 전혀 나오지 않는 점을 생각해보면, 베를리오즈를 비롯한 혁신파 관현악 작곡가들이 악기의 색채감을 얼마나 중요시했는지 알 수 있다. _pp.94~95
94협주곡에서는 독주악기를 연주하는 협연자가 주인공이니 만큼 독주자의 기량을 마음껏 과시할 수 있는 시간도 마련되곤 한다. 이런 부분을 ‘카덴차(cadenza)’라 한다. 카덴차는 협주곡의 한 악장이 끝나기 전 빈칸으로 표시된다. 작곡가가 남겨둔 그 빈칸은 연주자의 현란한 연주로 인해 비로소 채워진다. 카덴차는 연주자에게나 청중에게나 항상 특별한 관심의 대상이 된다. 그것은 연주자의 기량을 마음껏 과시할 수 있는 기회이자 그 능력을 평가받는 시험의 장이기 때문이다. 카덴차는 연주자에게 허용된 자유로운 창조의 시간이다. 작곡가와 연주자의 역할이 뚜렷하게 구별된 이후, 연주자에게는 오로지 악보에 있는 음표들을 재현할 수 있는 기회 밖에는 주어지지 않았지만, 카덴차는 연주자에게 음표를 만들어낼 수 있는 자유를 부여한다. 단순한 재현이 아닌 새로운 창작의 시간인 것이다. 물론 카덴차라고 해도 연주자에게 무제한의 자유를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 작곡가가 협주곡의 카덴차를 미리 작곡해놓은 경우에 카덴차에 담긴 자유의 의미는 퇴색해버린다. _pp.106~107
베토벤은 교향곡뿐 아니라 오페라 서곡 분야에서도 중요한 음악가다. 베토벤은 그의 유일한 오페라 《피델리오》를 위해 무려 4곡의 서곡을 남겼고, 그 중 《레오노레》 서곡 제3번은 오페라 공연을 위한 서곡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내적인 완결성이 높은 독립적인 작품이라 할 만하다. 멀리서 들려오는 트럼펫의 신호나팔 소리와 현악기들의 불꽃 튀듯 화려한 연주, 전체 오케스트라가 환희에 찬 소리를 들려주는 결말은 매우 극적인 느낌을 전해주기에 굳이 오페라를 보지 않더라도 이 서곡만으로도 충분한 감흥을 느낄 수 있을 정도다. 19세기의 오페라 서곡 중에는 흥미로운 작품들이 많다. 새벽의 평화로움과 격렬한 폭풍우, 기병대의 말발굽 소리까지 담고 있는 로시니의 《윌리엄 텔》 서곡은 그 자체로 하나의 완결된 교향시처럼 다채롭고, 베버의 《마탄의 사수》 서곡은 오페라 속의 가장 중요한 주제들을 뽑아 접속곡처럼 구성한 흥미진진한 메들리 같기도 하다. 브람스와 차이콥스키는 아예 오페라나 발레와는 상관없이 독립적인 서곡을 작곡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_p.118
쇼팽의 24곡의 전주곡 가운데 가장 유명한 곡은 아마도 《빗방울 전주곡》이라 불리는 제15번일 것이다. 이 곡을 작곡할 당시에 쇼팽은 건강이 좋지 않아서 지중해의 어느 섬에서 요양을 하고 있었는데, 그때 창밖으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를 피아노로 이 전주곡에 담아서 우울하고 불안한 마음을 달랬다고 한다. 쇼팽은 ‘피아노의 시인’이라고 불릴 정도로 피아노라는 악기로 시적인 감수성을 잘 표현해낸 음악가로 알려져 있다. 그런 만큼 그가 작곡한 전주곡에서도 피아노의 시인으로서의 면모를 느낄 수 있다. 각 작품마다 고유의 숨결이 느껴지는 쇼팽의 전주곡 24곡은 하나의 ‘음악장르’라기보다는 하나의 ‘음악적 영감’으로 승화된 듯하다. 쇼팽의 예술적 전주곡은 드뷔시의 전주곡으로 계승되었다. 드뷔시의 전주곡들은 하나의 묶음으로 된 ‘전집’이라기보다는 그 하나 하나가 고유의 아름다움을 지닌 작품들의 모음과도 같다. 1910년에 출판된 전주곡집 제1권과 1913년에 출판된 제2권은 각각 12곡의 개성적인 전주곡들로 구성되었다. _p.126
아마 푸가라는 소리만 들어도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골치 아프게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17세기와 18세기 전반기의 오르간 작품이나 건반악기 작품 가운데 푸가라 불리는 작품을 들어보면 구불구불 끊임없이 이어지는 선율들이 얽히고설켜 대체 어디가 선율의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지 파악조차 되지 않을 때도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푸가라는 이름의 모든 음악은 다 비슷비슷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푸가를 수많은 악기들이 모여 있는 오케스트라로 연주한다면 더욱 복잡할 것만 같다. 하지만 푸가의 간단한 원리를 보면 이런 음악이 오히려 관현악곡과 잘 어울린다는 걸 알 수 있다. 여러 악기로 이루어진 오케스트라는 어떤 면에서는 여러 성부로 된 푸가를 연주하기에 아주 유리하다. 갖가지 악기로 연주할 수 있으므로 푸가는 더욱 풍부하고 아름답게 표현된다. 그래서 지휘자 레오폴트 스토코프스키는 본래 오르간 작품인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 d단조를 관현악용으로 편곡하기도 했다. _p.137
《돈조반니》의 세레나데는 밤에 연인의 창가에 부르는 전형적인 세레나데라고 할 수 있지만 클래식 음악에는 이런 세레나데만 있는 것은 아니다. 노래 없이 악기로만 연주하는 세레나데도 참 많다. 모차르트는 악기로 연주하는 세레나데도 많이 작곡했다. 사실 모차르트는 ‘세레나데’라는 용어를 특별한 행사를 위해 작곡된 관현악곡에 적용한 거의 최초의 작곡가라고 할 수 있다. 모차르트가 작곡한 세레나데를 보면 관악기나 현악기만으로 연주하는 것들도 있지만 팀파니가 들어간 대규모 오케스트라를 위한 세레나데도 있다. 모차르트가 활동하던 시대에 이렇게 여러 종류의 세레나데가 작곡되었던 이유는, 당시 음악을 사랑했던 부유한 귀족들이 파티를 열 때 서정적인 세레나데 풍의 가볍고 듣기 좋은 음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모차르트는 나중에 음악의 도시 빈에서 활동할 때 귀족들의 후원을 많이 받았으므로 그들이 원하는 행사 음악을 작곡해야 했는데, 그런 과정에서 많은 세레나데를 작곡하게 된 것이다. _p.143
베토벤은 교향곡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에 걸작을 남겼지만, 그는 특히 교향곡이라는 장르를 최고의 예술적인 음악으로 가다듬었기에 교향곡 역사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어떤 학자는 베토벤이 남긴 9개의 교향곡이 ‘태양’이라면, 그 이후에 작곡된 교향곡들은 베토벤 교향곡의 주위를 도는 ‘행성들’이라고까지 말하기도 했으니, 교향곡 역사에서 베토벤 교향곡의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베토벤의 교향곡은 모두 9곡이니 숫자로만 보았을 때는 하이든이나 모차르트에 한참 못 미친다. 그러나 베토벤은 평생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여러 차례의 스케치를 통해 완벽을 기했기에 교향곡 한 곡 한 곡의 완성도는 매우 높다. 베토벤이 청년 시절에 작곡한 교향곡 제1번과 제2번은 하이든과 모차르트의 교향곡처럼 밝고 화창하다. 교향곡 제3번부터는 베토벤다운 기질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영웅’이라는 부제가 붙은 교향곡 제3번은 귓병으로 자살까지 생각했던 베토벤이 이를 극복하고 작곡가로서 새 출발을 알리는 작품이었기에 대단히 웅장하고 영웅적이다. _pp.174~175
헨델의 《메시아》가 초연되던 1742년 4월 13일, 더블린의 뮤직홀은 헨델의 신작을 들으려고 몰려든 청중들로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입장권은 완전히 매진되었고, 신문에서는 “혼잡을 피하기 위해 장소를 많이 차지하는 현란한 복장은 삼가라.”며 경고하기도 했다. 신사들은 검을 차지 못했고, 숙녀들은 스커트를 부풀리는 후프를 입어서는 안 되었다. 연주회장에 한 사람이라도 더 들어갈 수 있도록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결국 600석의 공연장에 700명이 끼어 앉아 헨델의 《메시아》를 들을 수 있었다. 초연은 대성공이었다. 더블린의 언론은 앞다투어 헨델의 《메시아》 공연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더블린 저널은 “숭고하고 장대하며 부드러운 음악”이라는 찬사를 보냈고, 엘핀의 주교 에드워드싱 박사는 “헨델은 오라토리오 분야에서 내가 알고 있는 작곡가들보다 엄청나게 뛰어나지만 《메시아》라는 제목의 이 작품은 그 스스로를 능가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는 《메시아》를 처음 듣고도 이 작품이 헨델의 작품들 가운데서도 매우 뛰어난 것임을 알아보았던 것이다. _p.182
현악8중주 3악장에서 들을 수 있는 현악기의 가벼운 음향은 멘델스존의 《한여름 밤의 꿈》 서곡에서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진다. 현악8중주곡을 완성한 지 1년 후인 1826년, 멘델스존은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을 읽고 나서 “내일부터 나는 ‘한여름 밤의 꿈’을 꾸기 시작할 것입니다.”라고 선언했다. 그리고 곧바로 《한여름 밤의 꿈》 서곡을 완성했다. 이 곡에 표현된 멘델스존의 꿈은 지극히 환상적이고 매혹적이다. 그는 어떻게 2대의 플루트만으로 음악을 시작한다는 기발한 생각을 해냈을까! 플루트의 맑고 순수한 음색에 오보에와 클라리넷, 바순, 호른이 더해지며 요정의 세계로 들어가는 4개의 코드가 완성되면, 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린 주자들이 깃털처럼 가벼운 음색으로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들려준다. 멘델스존의 스승인 첼터가 ‘모기떼’라 표현했던 이 환상적인 음향은 때로는 불빛으로 모여드는 작은 곤충들 같기도 하고, 작고 귀여운 요정의 날갯짓 같기도 하다. _p.238
작곡가 브람스 역시 이룰 수 없는 사랑을 간직하며 평생을 독신으로 지냈다. 브람스가 일생 동안 흠모했던 클라라 슈만 역시 영화 속의 폴르처럼 14년 연상이었다. 스승이나 다름없는 로베르트 슈만의 부인이자 위대한 피아니스트였던 클라라 슈만을 마음속에 간직하며 살아왔던 브람스의 음악에는 이룰 수 없는 사랑의 아픔을 암시하듯 어딘지 모를 고독감을 담고 있어 낙엽이 지는 늦가을의 정취와 너무나 잘 어울린다. 영화 《굿바이 어게인》에서 폴르와 시몬이 함께 감상한 브람스의 교향곡 제1번은 브람스가 슈만의 《만프레드》 서곡에 감명을 받아 구상한 이후 무려 21년간의 노력 끝에 완성한 야심작으로, 브람스 특유의 우수어린 선율과 쓸쓸한 분위기를 담고 있다. 운명의 발자국소리와 같은 1악장의 도입부에서부터 벅찬 환희로 가득한 4악장 종결부에 이르기까지 탄탄한 구성미가 돋보여 베토벤 이후 쇠퇴해간 독일 관현악의 자존심을 세운 걸작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교향곡 제1번의 작곡에 심혈을 기울인 긴 세월 동안 브람스를 괴롭힌 것은 베토벤이 남기고 간 9곡의 교향곡이었다. _pp.245~246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 브루크너 교향곡은 그리 반가운 곡이 아니다. 이 웅장하고 장엄한 음악의 건축물을 완성하기 위해 현악 주자들은 단순한 리듬을 계속 반복하는 중노동을 견뎌야 하며, 관악 주자들은 목관악기나 금관악기로도 파이프오르간 소리를 내야 한다. 이는 자신이 연주하는 악기 고유의 정체성을 버리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자신을 희생하며 만들어낸 비개성적·객관적 음향이야말로 브루크너 교향곡에 신성한 아름다움을 부여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브루크너 교향곡의 주제 선율은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선율이 아니다. 그것은 마치 계속해서 성장하고 진화해가는 ‘에너지 파동’과 같고, ‘길고 긴 크레셴도(crescendo)’나 다름없다. 특히 브루크너 교향곡을 마무리하는 종결부에서 서서히 으뜸화음이 확산되는 과정을 듣고 있노라면 그 거대한 음향 덩어리에 완전히 압도될 수밖에 없으며, 금관악기를 강화한 오케스트라 소리는 너무나 웅장해서 음향의 포화상태를 경험하게 된다. _p.2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