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1. 9. 달날. 날씨: 구름이 가득한 하늘인데 낮에는 해가 나왔다.
[어린이도서관]
1. 모둠마다 아침열기 시작할 무렵, 아이들과 만든 누룩을 법제했다. 누룩상자에서 발효된 누룩을 꺼내 같이 누룩을 만든 6학년을 불러 누룩 상태를 보며 황국균을 보여주고. 이제 사흘 밤낮으로 이슬 바람 햇빛을 맞힌 뒤 곱게 빻을 거라고 알려주었다. 망치로 잘게 부수는 일을 한참 했다. 그야말로 누룩 만들고 법제하고 막걸리로 갈 때까지 모든 게 정성이 들어가야 한다. 이번 주 법제를 마치면 막걸리를 담을 것이다. 어른들에게는 우리 손으로 만든 누룩으로 빚은 천연발효 전통주 맛을 선물하고, 우리 6학년에게는 관찰과 마지막 졸업여행 노잣돈으로 쓰이겠다.
2. 점심때 3학년 지성이가 교사실에 와서 목공풀을 찾는다. 왜 그러냐 물으니 나무곤충 만들기를 했는데 떨어져서 붙이려고 한단다. 어떻게 만들었냐니 교실에서 보여주는데 멋진 작품들이 많다. 해마다 버려진 나뭇가지로 곤충을 만들어 공부하는데 때마다 놀라운 작품들이 나오곤 했다. 한주엽 선생이 땀을 많이 흘렸겠다. 일놀이 교과통합을 잘 살려가고 있어 반갑고 고맙기만 하다.
낮에는 6학년 춤 수업을 봤는데 재미지다. 오래전 춤추던 때가 생각나 몸이 들썩인다. 춤선생 노학섭 선생도 신이 났다. 아이들이 짧은 시간에 많이 배운 듯 한데 본격으로 대사를 치고 한 판 놀이마당으로 만들 모양인가보다. 한 때 춤꾼을 꿈꾸던 때가 생각나 우리 아이들 작품을 볼 생각을 하니 설렌다.
3. 요즘 도서동아리 어린이들과 대단한 일을 꾸미고 있다. 이른바 다락방을 진짜 놀라운 어린이도서관이자 만화방으로 바꾸는 계획이다. 올초 작은 도서관 밑그림을 세우며 그렸던 걸 이제야 본격으로 살피는 게다. 다락에 가득한 글모음을 다시 정리해 위치를 잡아 역사방으로 알맞게 꾸미고, 다락방 전체를 어린이 도서관으로 만들 계획이다. 책장을 알맞게 만들어 넣고, 글모음 책과 교구들을 정리하면 넓은 공간이 나온다. 그리고 다락 창고를 문이 없는 비밀의 방으로 만들면 우리 어린이들의 상상과 안정을 돕는 공간이 될 것이다.
먼저 도서동아리 이끔이들에게 도서관과 편안한 공간이 같이 가는 다락방 이름을 멋지게 지어달라고 했고, 어린이들에게 다락방에 생길 도서관에 넣을 좋은 책과 만화책을 추천하도록 도와달라고 했더니 진행 속도가 빠르다. 게시판에 붙여서 어린이들이 책을 쓰게 하고, 이름도 추천해놓았다. 나중에 맑은샘회의에서 결정하면 되겠다.
오늘은 다락방 건축도면 평면도를 복사해서 함께 살펴보고 설계를 해봤다. 어느 정도 공간이 나오고 책이 어느 곳에 들어가야 하는지만 살펴도 아이들이 환호성을 지른다. 푹신한 의자도 놓고, 천장에는 우주의 별들을 담기로 했다. 야광 별자리를 모아놓기도 했지만 멋진 별자리를 수놓을 계획이다. 현재 안전 때문에 버려진 공간이 되어버린 다락창고를 깨끗하고 안락하게 만들 생각에 선생도 설렌다. 큰 윤곽은 나왔지만 어린이들이 다락 설계도를 잡아오면 이제는 선생들과 어른들이 할 일이 나오겠다. 혼자 해도 되지만 그러면 재미없다. 여러 모둠이 공부로 삼아서 하는 것도 좋고, 어른들의 재미난 일놀이 거리도 되고, 창조의 기쁨을 누리는 시간이 되어갈 것이다.
4. 낮에 몸놀이를 관문체육공원으로 갔는데 따라가지 못했다. 축구장을 아주 빌려서 몸놀이를 하는 날인데 아쉬움을 뒤로 하고 서류를 만들고 정산보고서를 정리해나간다. 이럴 때면 시간이 어찌나 빨리 가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이번 주는 서류와 바깥 회의가 몰려있기도 해서 시간 나누기를 잘 해야 한다.
5. 오후 늦게 어려운 전자편지를 받았다. 세상 일이 그렇다. 사정을 모르면 모르쇠해도 되는 일인데 사정을 아니 매몰차게 끊어내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그렇다. 내 코가 석자라지만 우리 코도 석자다. 우리가 우리에게 집중하는 동안에도 수많은 동지들이 몸과 시간을 내어 이끌어준 덕분에 우리가 있는 줄 안다. 다 어려운 처지다. 그래서 고민이다. 끝내는 믿음과 공동체 힘으로 살필 문제다. 또한 스스로 냉정하게 객관으로 현재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걱정은 하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고마운 사람들이 있기에.
6. 저녁에는 과천시 주민자치회 조례에 관한 설명회에 다녀왔다. 과천의 풀뿌리민주주의로 보면 새로운 역사가 열리는 셈인데 동마다 주민자치회를 가꾸려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는지 모르겠다.
7. 밤에는 문상을 다녀왔다. 1기 졸업생 성혁이가 지금 군대에 들어간다고 연락왔다. 2기 재명이와 정수, 3기 영진이는 벌써 제대를 했다. 아이들이 군대 갈 나이가 되고, 어른들은 돌아가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