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조>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이순신
한산(閑山)섬 달 밝은 밤에 수루(戍樓)에 혼자 앉아
큰 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 하는 적에
어디서 일성호가(一聲胡笳)는 남의 애를 끊나니
♣어구풀이
-한산(閑山)섬 : 한산도(閑山島). 거제도(巨濟島)에 딸린 작은 섬.
-수루(戍樓) : 수자리터에 세운 감시하는 망루. ‘수자리’는 국경
경비의 임무, 또는 그 임무에 종사하는 민병대.
-일성호가(一聲胡笳) : 한 곡조의 호가(胡笳)소리. ‘호가’는 호인
(胡人)들이 갈잎을 말아서 불던 저(笛)로써, 그 소리가 매우 애
처롭게 들렸다고 함.
-끊나니 : 끊느냐?
♣해설
-초장 : 한산섬의 달 밝은 밤에 수자리터 망루에 외로이 앉아
망을 보면서
-중장 : 큰 칼을 옆에 차고 깊은 걱정을 하고 있는 차에
-종장 : 어디서 한 곡조의 호가의 저소리가 이렇듯 나의 창자를
끊으냐?
♣감상
이 시조는 국가의 운명을 생각하는 장군 자신의 깊은 심려를 노래
한 것으로 너무나 잘 알려진 임진란의 진중작(陣中作)이다. 오직 나
라를 위한 충정으로 10년을 하루같이 나라를 지켜온 장군의 우국지
정(憂國之情)에 읽는 이의 가슴이 뭉클해진다. 종장의 ‘애를 끊나니’
에서 우리는 나라의 위기를 한몸으로 지탱하려던 장군의 충성심과
인간적인 안타까움을 아울러 느낄 수 있다. 「충무공 전서」의 한역
‘한산도야가(閑山島夜歌)’는 다음과 같다.
閑山島 明月夜 上戍樓 撫太刀 深愁時 何處一聲胡笳 更添愁
(한산도 명월야 상수루 무태도 심수시 하처일성로가 경첨수)
♣작가소개
이순신(李舜臣, 1545~1598) : 자는 여해(汝諧), 본관은 덕수(德水).
32세에 무과(武科)에 급제. 시호는 충무공(忠武公). 임진왜란 때
구국(救國)의 영웅, 정유재란(丁酉再亂) 때 삼도수군통제사가 되어
왜적을 무찌르고 노량(露梁)해전에서 장렬하게 전사. 저서로
「난중일기(亂中日記)」와 시조 2수가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