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부처님 오신 날이고 세번째 일요일이면서 스승의 날이다.
우리 집에서는 지난 11일이 세째의 생일이고
이틀 후인 17일은 둘째의 생일이어서
오늘 둘의 파티를 같이 하기로 하였다.
마침 소백산 철쭉제가 어제 부터 시작이 되었기에
오늘 전 가족이 철쭉제에 같이 가기로 하였으나 아이들이 늦게 일어 나는 바람에
아침겸 점심을 먹고 안동 댐으로 가서 시간을 보내다가 여름 옷이 없다고 조르는
아이들을 이길 수 없어서 옷가지 좀 사주고 핏자헛에서 단란한 시간을 보내었다.
집에 도착하니 용산리에 사는 친구네에서 된장 가져 가라는 전화가 와서
땅거미가 내릴 때쯤 그릇 챙겨서 친구집엘 갔다.
집사람이 고추장은 해마다 맛있게 담그는데
된장만은 항상 실패를 해서 지난 가을에 친구에게 된장을 담궈 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그걸 가져 가라는 전화였다.
시장에 들러서 닭 한마리 사 들고 친구집에 도착하니
마침 저녁을 먹고 있어서 물김치에 된장 고추장
고소한 참기름 한방울 떨어 뜨려서 비벼 먹으니
산해진미가 부럽지 않았다.
두어시간 정담을 나누다가 장독대로 가니 우리 독에 하나 가득 담겨 있는
된장에서는 맛있는 냄새가 폴폴 났다.
된장위에 비닐을 깔고 소금을 가지런히 부어 놓고 돌가루 종이(다 알지?)로
독 위를 잘 감싸서 장독 뚜껑을 덮어 놓았는데
친구 부인의 정성이 눈에 그대로 보였다.
된장 맛은 집안 대대로 내려 오는 전통의 맛이 있는데
친구네 된장은 해마다 맛이 참 좋았기에 부탁을 했고
흔쾌히 수고를 해 준 친구 부인이 고맙다.
이제 내일부터는 된장찌개와 된장국, 그리고 된장무침을
참으로 맛있게 먹게 될 것 같다.
이게 시골에 사는 사람들의 좋은 점이 아니겠는가?
서로가 서로를 위해 줄 수 있고, 아껴 줄 수 있고,
편안하게 믿고 의지해 줄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게 이 얼마나 넉넉한 삶인가?
서을에 살다가 고향으로 내려 온 지 17년
난 고향에서의 삶이 너무 좋다.
한 템포 느린 생활방식도 좋고
몇 걸음만 나가면 벗을 할 수 있는 자연이 좋고
흉허물 없이 마음을 터 놓고 한잔 할 수 있는
친구들이 있는 고향.
첫댓글 고향에서의 생활은 좋지 생활의 탬포가 하나 늦은것도 이제 우리 나이에 걸맞고 마음도 푸근한것이 좋지
서울에 와보니 각자의 삶이 고비용 구조로 이루어져서 그저 각자 자신의 자신을 꾸려가기 바빠서 깊은 인간관계를 가질 여유를 못내는 것 같네요. 아이들도 요즘은 안동에서 행복한 유년시절을 보내게 해주어서 고맙다고 해요. 시골에 살아본 사람만이 그 맛을 알지요...
상한아 약올리냐? 부러워 죽갔구먼.
아직도 친정어머니가 만들어 주시는 된장을 먹고 있는데 나중에 시골 가서 살게 되면 한낮의 햇볕을 가득이 담아 잘 숙성된 그런 된장을 나도 한 번 만들고 싶네요.
석달만에 고국에 와서 고향 뉴스를 접하니 더욱 실감나는 얘기...집에 물어 봤더니 우면산 밑에 유명하다는 할머니 된장 주문해서 먹든지, 부족하면 여기 저기서 얻어 먹는다네요. 애들도 워낙 좋아하여 끼니마다 된장찌게 없으면 안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