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29(목) 2005-그라나다
6시 30분에 일어나서 잠자는 호스탈직원을 깨워 짐 맡기고(대부분의 호스탈은 체크아웃해도 짐 맡아준다) 나와 한 친구는 버스터미널로, 다른 친구들은 알함브라로 갔다. 여럿이 오니 이럴땐 편하다.
터미널 도착하니, 매표소는 8시에 연다고 한다. 카프테리아에서 커피 한잔(80센트) 마시며 기다리다 표 샀다. 무려 14시간 소요. 59.88유로. 기차보다 오래 걸린다. 어쨌든 표 구했으니 다행. 유로버스라고 좀 빠른게 있는데 71유로(기차요금과 비슷). 좌석이 좀 넓어보이기는 하지만 어차피 침대가 아니니 그냥 싼걸로 샀다. 덕분에 밤새 다리구부리고 자느라 고생 톡톡히 했다.
알함브라 간 친구들도 표(10유로) 샀다. 8시 45분 알함브라 도착. 9시에 젤 먼저 관람시간이 정해진 나제르정원(이게 맞나?)으로 갔다. 천장무늬가 인상적이다. 빨간 꽃이 피어있는 화단도 예쁘고. 화려하다는 느낌보다 소박하면서도 웅장한 기운이 돈다.



원형으로 생긴 아래 사진의 건물은 정반대쪽에서 속삭이듯 말해도 들린다고 해서 한 번 실험해 봤다. 진짜 들린다. 사람이 아주 작게 나올 정도로 먼 거리인데도 들리도록 지은거 보면 신기하다.
이건물 아래층 가운데에서 얘기하면 에코효과가 있다. 역시 실험해 봤더니 정말 그렇다. 잼있내. 우리가 하는걸 보고 어떤 아줌마도 해본다. 서로 보며 웃었다.

아침 일찍 일어났더니 10시인데 배고프다. 어제 수퍼에서 산 걸 먹으며 열심히 구경했다. 알함브라 관광은 시간 이 꽤 걸리고 안에 마땅히 사먹을 곳이 없으므로 간식을 준비해 들어가는 게 좋다.
1시쯤 나와서 알바이신 지구로 가는 버스를 탔다. 이 버스는 우리나라 마을버스 같은데 딱 버스 한대 갈만한 좁은 골목길을 달린다. 사람과 마주치면 사람들이 벽에 딱 붙어서 피한다.
한동안 올라가다가 어느 광장에서 내렸는데 작은 장이 섰다. 어디 가던 시장 구경은 흥미롭다. 우리네와 비슷하지만 이마저 이국이라 생각하니 구경할만 하다. 나라 사람도 우리 나라 시장을 보면 색다른 기분을 느끼겠지?

누에바광장 근처는 알함브라 가는 입구답게 많은 기념품가게와 레스토랑이 많다. 꼭 무언가를 사는 것보다 그냥 구경하는 것도 잼있다.
낮이 되니 또 햇볕이 뜨겁다. 지치고 덥고, 배고프고. 누에바 광장의 한 식당에서 델 디아(오늘의 메뉴)를 시켰다. 음료, 빠에야, 얇은 빵, 시큼한 샐러드가 총 7.5유로. 빠에야 제외하고는 별로다. 케밥이 맛있다고 누군가가 여행기에 써서 시켰는데 역시나 짜다.(스페인 오실 분들은 짜지않게 해달라는 말을 배워 오면 아주 유용할 듯하다) 스파게티는 너무나 밍밍하고. 왜 우린 주문할 때마다 실패하는지....

바르셀로나 가는 버스 시간이 되서 터미널로 갔다. 우리 여기서 한국사람 망신 다 시킨 거 같다. 밤새 버스를 타야 해서 터미널 화장실에서 세수하는데 사람들이 이상한 듯 쳐다본다. 이거 현지 신문에 나면 어쩌지?
그나저나 긴 시간을 버스에서 보내야 하는데 제발 타자마자 잠이 쏟아져서 아침에 깼으면 좋겠다.
첫댓글 ㅎㅎ 저도 야간열차 타기 전 터미널화장실서 화장지우고... 그랬어요... ^^;;;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