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안보분석]  
파리 테러 후의 국제정치
 
“IS 퇴치” 한목소리 국제사회, 오바마만 바라봐
- 오바마 정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소한의 개입 견지
- 국제 공조와 美가 얼마나 적극적인 행동 취하느냐가 관건
 
지난달 1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감행된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극악무도한 테러에 전 세계가 분노하고 있다. 이 테러로 어느 때보다도 국제 사회의 공조가 요구되고 있다. 사진은 테러 당시 현장의 긴박했던 모습. 연합뉴스
|
 
파리에서 감행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극악무도한 테러에 전 세계가 분노하고 있다. 그러나 분노에 뒤따라야하는 테러 대응은 가능한 것일까? 어느 때보다도 국제 사회의 공조가 요구되는 상황이고,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의 태도가 관건이다.
테러는 정치적으로 동기화된 폭력이다. 주로 민간인 등 연약한 대상을 목표로 한다. 또한 대중적 공포감을 조성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한다. 테러리스트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주장에 관심을 끌기 위해 일반 시민 또는 관련 없는 방관자들을 목표로 무차별적 폭력을 가한다. 파리 테러에서 이 같은 테러의 전형적 특징이 모두 드러났다.
파리 테러의 원인을 살펴보면 여러 요인이 얽혀 있다. 그중 국제사회가 이슬람 극단주의에 대응하기 위한 집합적 노력을 도출하는 데 실패한 것이 이번 비극이 발생한 주된 요인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사헬 지역(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남쪽에 길게 분포한 지역)과 중동 지역의 불안정은 난민 증가, 테러리스트 양산, 극단주의 발호, 인도주의적 위기를 초래했다. 사헬과 중동 지역의 거버넌스 상황이 악화되면서 이슬람 극단주의가 대중에게 파고들었고, 테러리스트가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결과를 낳았다. 그동안 ‘파리’에서의 테러라는 상징적 사건으로 비화되지 않았을 뿐이다.
많은 이들이 중동·아프리카 문제에 대한 미국의 전략 변화도 테러집단의 발호를 야기했다고 평가한다. 미국 정부는 2003년 이라크 침공으로 국제문제에 대한 과잉개입 사례를 남겼다. 그러나 현 미 행정부는 국제적 과소개입을 지속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들어서 전개된 중동과 아프리카에 대한 미국의 이러한 전략 수정은 시리아 문제를 악화시켰고, 이슬람 극단주의의 폭주를 허용했다는 뒷말을 낳고 있다.
이런 주장을 펼치는 이들은 오바마 행정부 들어 미국이 전략적 변화를 꾀하지 않을 수 없었던 상황을 들고 있다. 미국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국방비 삭감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 직접 군대를 해외로 보내 분쟁을 해결하는 것보다는 가벼운 방식(leaner ways)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 외적 조건이다.
2011년 리비아 폭격 당시의 캐치 프레이즈가 ‘뒤에서 리드하기(leading from behind)’였고, 2012년 신국방전략지침(DSG)에서 ‘혁신적이며, 저비용이고, 작은 발자국을 남기는 접근’을 강조하고, 2015년 국가안보전략(NSS)에서 ‘전략적 인내와 지속성’을 강조한 것은 이러한 전략적 변화를 담아낸 것들이었다. 미국은 이런 맥락에서 나토 국가들과 같이한 리비아 폭격과 프랑스가 중심이 돼 말리 문제에 개입한 것을 뒤에서 리드하면서 위기관리에 성공한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파리 테러 이후 미국과 국제사회가 이슬람 극단주의의 발호를 다뤄온 방식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파리 테러의 충격을 딛고 국제사회가 대테러 공조 분위기를 형성해 가고 있다. 지금은 서방 국가들이 극단주의 테러를 단죄하기 위한 결의를 다지고 있지만 이 문제 해결을 위해 국제사회가 얼마나 실효적인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파리 테러 이후 대테러 관련 공동전선 구축도 문제가 되지만 난민문제도 복잡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커져버렸다. 지금 유럽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난민 사태에 휩싸여 있다. 아프리카와 중동에서 유럽으로 난민이 물밀듯이 몰려들고 있다. 2014년 한 해 동안 28만 명의 난민이 유럽으로 유입됐는데, 2015년에는 더 많은 수의 난민이 유럽으로 들어오고 있다. 문제는 이번 파리 테러 용의자들이 난민을 가장하고 프랑스에 잠입했다는 데 있다. 파리 테러 이후의 유럽은 난민과 테러리스트를 구별할 수 있는 분별력을 잃어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동안 유럽 각국은 난민 사태 해결에 힘을 모으지 않고, 오히려 장벽을 세우는 데 급급했다. 그나마 독일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 난민 사태에 대한 공동 대응을 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즈음에 파리 테러가 발생했다. 파리 테러 이후로 충격에 빠진 프랑스는 칼레의 영국과 자국을 잇는 터널 인근과 항구 주변에 철책을 설치하던 방식을 아마도 더욱 강화할 것 같다.
국제 공조에 대해 낙관적으로 보는 이들은 냉전 종식 이후 최악의 관계로 치닫고 있는 미국과 러시아가 공동전선을 펼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러나 비관적인 예측도 많다. 9·11 당시 미국의 부시 대통령에게 가장 먼저 위로 전화를 하고 대테러를 위한 협조를 약속한 외국 정상이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었다는 점을 기억하면 더욱 그렇다는 주장이다. 국제사회가 공분하는 분위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벌써 IS 퇴치를 위해 10만 명의 다국적군을 구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가장 중요한 행위자인 미국이 테러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지상군 투입을 포함해 얼마나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는지가 관건이고 국제사회의 관심도 이 부분에 모아지고 있다. 테러 이후 지구촌이 직면한 다양한 문제를 놓고 국제정치적 게임이 어떻게 진행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부형욱 공공정책학 박사, 한국국방연구원 국방전략연구실장>
IS, 한국에서도 테러 가능성?
한국갤럽 설문 56%로 가장 위협... 북한은 14%
‘파리 연쇄 테러’ 이후 테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IS가 한국을 테러 대상으로 지목했다는 뉴스가 보도되면서 불안감도 증폭되고 있다. 한국 갤럽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테러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국가 또는 집단’으로 IS 또는 이슬람 테러조직을 지목한 경우가 56%에 달한다.
IS에 의한 테러 못지않게 북한을 테러 위협으로 지목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테러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국가로 북한을 지목한 경우는 14%에 달했다. 이 같은 시각은 북한이 1983년 아웅산 묘지 폭파, 1987년 대한항공(KAL)기 폭파, 일본의 테러단체인 적군파 요원 비호, 일본인 납치, 사이버 공격 등 끊임없이 테러 시도를 해온 것에 기인한다. 또 북한이 1988년부터 2008년까지 미 국무부의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돼 있었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