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字 隨筆 문득.1339 --- 울란바토르에는 배수구가 없다
빈약한 ‘톨강’이 ‘테를지 국립공원’을 휘돌아 울란바토르 시내를 가로지른다. 이곳에서나마 물의 흐름을 볼 수 있고 강바닥에 잡목이 시퍼렇게 자란 모습을 신기한 눈빛으로 볼 수 있어 삭막하던 마음이 다소 편안해진다. 울란바토르 시내에는 별도의 배수구가 없다. 아예 만들지 않는다. 그만큼 많은 양의 비가 내리지 않는다. 비가 내리면 흐르고 싶은 대로 내버려둔다. 어찌 보면 자연에 맡겨두는 것으로 이치에 맞는 것 같아도 도시에서는 상상조차 어려운 일 중 하나다. 그만큼 강수량이 절대 부족하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물이 한꺼번에 들이닥치면 꼼짝없이 큰일을 당할 수밖에 없어서 기적 같단다. 울란바토르 시내에 돌아다니는 승용차 대부분은 일본 토요타이고, 버스나 봉고차는 거의 우리나라의 현대차다. 현대자동차매장이 보이고, 삼성 티브이도 빼놓을 수 없다. TV 채널 308번은 YTN 전용 채널로 실시간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다. 교민 3천여 명이 거주하며 한국기업이 많이 진출하고 한국인 관광객이 북적거린다. 가는 곳마다 우리 국력이 대단함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비록 물은 부족하여도 석탄 매장량이 세계 3위로 아주 풍부하다. 따라서 전기는 자연스럽게 화력발전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물이 부족한 탓으로 중앙난방식으로 공동으로 온수가 공급된다. 울란바토르는 표고 1,350m 고지대로 북위 47.8도다. 위도는 파리, 뮌헨, 시애틀과 같은 위치로 북극이 가까워 약간이지만 백야현상의 영향을 받고 있다. 밤이 되어도 어둡지를 않고 오후 10시를 넘어 가로등이 없어도 훤하다. 아침도 일찍 밝으니 캄캄한 어둠은 불과 몇 시간 되지 않는 셈이다. 태양이 지평선 아래로 내려가지를 않으므로 낮이 계속되는 현상을 백야현상이라 하고, 그 반대 현상은 극야현상이라 한다. 우리나라가 여름일 때 북극은 백야현상, 남극은 극야현상이 나타난다. 지구의 자전축이 23.5도 기울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오래 지내다 보면 자연스럽게 적응될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