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남 님 일상생활 24-1 “뒷정리도 꼼꼼히 해야 되요.”
김길남 님의 일상에서 일정 부분에 한하더라도 식사를 만들어 먹고 그 뒷정리를 하는 것은 큰 부분을 차지해 왔다. 장기간에 걸쳐 지속해 오신 결과로 식사를 만들어 드시는 것은 어느 정도 해내실 수 있는 반면에 그 뒷정리를 하는 것은 제대로 정착하지 못했다. 직원들이 신경을 쓰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도 음식은 만든 후 뒤처리가 훨씬 힘들다는 것이 중론인데 김길남 님이라고 예외일 수 없었던 것이다.
거기에 형제이신 김국도 님이 자취를 하시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김길남 님의 비중이 높아지게 된 것을 이유로 김길남 님의 주방을 정리하고 앞으로의 식생활과 뒷정리를 개선해 보자는 의견이 직원들 사이에서 나왔다.
“김길남 님, 여기 주방에서 길남 님 물건들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좀 볼 수 있을까요?”
“응”
우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싶어 김길남 님의 물건들의 상태를 확인해 보고자 김길남 님의 안내를 받아 김길남 님의 주방용품들을 다른 분들의 것들과 구분해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제대로 설거지가 되지 않은 채로 방치된 프라이팬이나 녹이 슬어버린 냄비 등 대부분의 물건들이 사용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있었다.
“김길남 님 봉사활동하실 때는 꼼꼼하게 설거지를 잘 하셨는데, 왜 본인 물건은 이렇게 대충 설거지를 하신 거예요?”
봉사활동 중에 설거지를 하시던 김길남 님의 모습이 떠올라 그렇게 묻자 김길남 님은 멋쩍게 웃기만 하셨다. 이제까지 김길남 님을 도우면서 지켜본 바로는 할 말이 없는 상황일 때 주로 말없이 웃는 김길남 님이셨다. 쓰기 어려운 상태의 물품이 워낙 많아서 버려야 하나 고민을 하던 차에 영양사 님의 도움을 받아 현재 김길남 님의 주방에 대해 진단을 받을 수 있었다. 영양사 님의 설명을 받아보니 스테인리스로 된 용기 몇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대부분을 버려야 한다는 판단이 나왔다.
“자, 김길남 님 여기 이것들은 이제 전부 버리기로 해요.”
“응.”
김길남 님과 주방용품들을 분리수거한 뒤에 다시 주방으로 돌아와 남은 것들을 직접 설거지하실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드렸다. 설거지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설거지가 끝난 싱크대를 어떻게 정리해야 하는지, 식기세척기는 어떻게 청소해야 하는지 모두 설명과 함께 직접 해보실 수 있도록 도와드렸다.
“김길남 님 이제 매일 앞서 설명 드린 것처럼 매일 반복하시는 거예요. 가능하시겠어요.”
“응.”
“하다 보면 다시 시들해져서 금방 하기 싫어질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옆에서 꾸준히 도울 수 있도록 노력해 볼게요.”
“응.”
김길남 님은 즉답을 하셨지만 아마 본인이 하고 싶은 활동일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차이가 극명한 김길남 님이기에 지속적으로 자리를 지켜드리지 않으면 단발적인 효과만 낼 것이라 예상이 되었다. 앞으로 김길남 님이 일상적으로 뒷정리를 해내실 수 있도록 도울 방법을 생각해 봐야겠다.
2024년 01월 03일 수요일 김정원
꾸준히 함께 의논하고 연습하시며 뒷정리를 잘 하실 수 있길 응원하겠습니다. - 최승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