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독서
<주님께서 "내 이름이 거기에 머무를 것이다." 하고 말씀하셨으니 당신 백성 이스라엘의 간청을 들어 주십시오.>
▥ 열왕기 상권의 말씀입니다.8,22-23.27-30
그 무렵 22 솔로몬은 이스라엘 온 회중이 보는 가운데
주님의 제단 앞에 서서, 하늘을 향하여 두 손을 펼치고 23 이렇게 기도하였다.
“주 이스라엘의 하느님,
위로 하늘이나 아래로 땅 그 어디에도 당신 같은 하느님은 없습니다.
마음을 다하여 당신 앞에서 걷는 종들에게
당신은 계약을 지키시고 자애를 베푸시는 분이십니다.
27 어찌 하느님께서 땅 위에 계시겠습니까?
저 하늘, 하늘 위의 하늘도 당신을 모시지 못할 터인데,
제가 지은 이 집이야 오죽하겠습니까?
28 그러나 주 저의 하느님, 당신 종의 기도와 간청을 돌아보시어,
오늘 당신 종이 당신 앞에서 드리는 이 부르짖음과 기도를 들어 주십시오.
29 그리하여 당신의 눈을 뜨시고 밤낮으로 이 집을, 곧 당신께서
‘내 이름이 거기에 머무를 것이다.’ 하고 말씀하신 이곳을 살피시어,
당신 종이 이곳을 향하여 드리는 기도를 들어 주십시오.
30 또한 당신 종과 당신 백성 이스라엘이
이곳을 향하여 드리는 간청을 들어 주십시오.
부디 당신께서는 계시는 곳 하늘에서 들어 주십시오.
들으시고 용서해 주십시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너희는 하느님의 계명을 버리고 사람의 전통을 지킨다.>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7,1-13
그때에 1 예루살렘에서 온 바리사이들과 율법 학자 몇 사람이
예수님께 몰려왔다가,
2 그분의 제자 몇 사람이 더러운 손으로,
곧 씻지 않은 손으로 음식을 먹는 것을 보았다.
3 본디 바리사이뿐만 아니라 모든 유다인은 조상들의 전통을 지켜,
한 움큼의 물로 손을 씻지 않고서는 음식을 먹지 않으며,
4 장터에서 돌아온 뒤에 몸을 씻지 않고서는 음식을 먹지 않는다.
이 밖에도 지켜야 할 관습이 많은데,
잔이나 단지나 놋그릇이나 침상을 씻는 일들이다.
5 그래서 바리사이들과 율법 학자들이 예수님께 물었다.
“어째서 선생님의 제자들은 조상들의 전통을 따르지 않고,
더러운 손으로 음식을 먹습니까?”
6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이사야가 너희 위선자들을 두고 옳게 예언하였다.
성경에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이 백성이 입술로는 나를 공경하지만 그 마음은 내게서 멀리 떠나 있다.
7 그들은 사람의 규정을 교리로 가르치며 나를 헛되이 섬긴다.’
8 너희는 하느님의 계명을 버리고 사람의 전통을 지키는 것이다.”
9 또 이어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너희의 전통을 고수하려고 하느님의 계명을 잘도 저버린다.
10 모세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여라.’
그리고 ‘아버지나 어머니를 욕하는 자는 사형을 받아야 한다.’고 말하였다.
11 그런데 너희는 누가 아버지나 어머니에게
‘제가 드릴 공양은 코르반, 곧 하느님께 바치는 예물입니다.’
하고 말하면 된다고 한다.
12 그러면서 아버지나 어머니에게 더 이상 아무것도 해 드리지 못하게 한다.
13 너희는 이렇게 너희가 전하는 전통으로 하느님의 말씀을 폐기하는 것이다.
너희는 이런 짓들을 많이 한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한국은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는 사회입니다. 다양한 종교가 서로 대립하거나 갈등하지 않고 공동선을 향해 서로 연대하는 사회입니다. 다양한 종교가 연대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째, 삶의 대화입니다. 이웃 종교와 관계를 어렵게 만드는 말과 판단과 행동을 삼가도록 노력을 기울이는 것입니다. 서로를 가로막는 불신의 벽을 허물기 위하여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둘째, 신학자들의 대화입니다. 여러 종교의 전문가들이 각자 자기 교파의 교리를 깊이 설명하고, 그 특성을 분명하게 제시하는 ‘대화’의 필요성을 말합니다. 이는 충분하지 못한 신학 지식과 교리 이해로 말미암아 서로 다른 교파에 속한 종교인들이 서로의 교리와 생활에 관한 잘못된 인식과 공정하지 못한 평가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예, 가톨릭은 마리아교다.) 타 종교에 대한 교리와 신학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셋째, 공동선을 위한 협력입니다. 모든 종교인은 보편적인 가치에 따라서 사회의 공동선을 위해 폭넓은 협력 활동을 할 것을 권고합니다. 학문과 예술을 진보시키기 위해서, 기아와 재난, 문맹과 빈곤 등 소외 계층이 겪는 곤경에 대한 대책 마련에 서로 협력해야 합니다. 특히 생명 경시 풍조를 극복하기 위한 생명 운동과 창조 질서 보존을 위한 생태 위기에 공동으로 대처하고 전쟁과 폭력을 막고 자유와 평화를 이루기 위해 함께 협력해야 합니다. 넷째, 함께 기도하는 것입니다. 기도는 모든 종교인의 공동의 언어입니다. 기도는 일치를 이루는 힘입니다. 기도가 없는 종교는 참된 종교라고 말 할 수 없습니다. 함께 기도한다면 서로 협력하고, 연대할 수 있는 길이 보일 것입니다.
교황청은 2023년 12월 18일에 ‘간청하는 믿음(Fiducia supplicans)’이라는 제목의 선언문을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톨릭 사제의 ‘동성 커플’ 축복을 공식 승인했다고 밝혔습니다. 교황청 교리성은 선언 내용과 관련해 “축복은 모든 규정에 어긋난 상황을 승인하는 것은 아니지만 하느님이 모든 이를 환영한다는 의미”라며 “축복을 통해 하느님의 도움을 구하는 모든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게 교회가 접근하는 것을 방해하거나 막아선 안 된다.”고 밝혔습니다. 교리성은 또 “가톨릭교회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상에 따라 축복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를 확대하고 풍부하게 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교황청 선언문을 옹호하는 측은 이번 결정을 ‘가톨릭교회의 전통을 뒤집는 역사적 결정’이라며 반기고 있습니다. 그러나 상당수 교회 지도자들과 교인들은 성경의 가르침과 맞지 않는 것이라며 단호히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어느 나라든지 서로 갈라서면 망하고 집들도 무너진다. 사탄도 서로 갈라서면 그의 나라가 어떻게 버티어 내겠느냐? 그런데도 너희는 내가 베엘제불의 힘을 빌려 마귀들을 쫓아낸다고 말한다.” 교회는 성 소수자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장애를 지닌 사람들은 부모나 자신이 죄를 지어서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그것은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돌에 맞아 죽게 될 여인 앞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 중에 죄가 없는 자가 먼저 돌을 던져라!” 나와 다른 모습, 나와 다른 생각, 나와 다른 삶을 산다고 해서 그들이 죄인은 아닙니다.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에서 예외 되는 사람은 없습니다. 성 소수자를 포함해서 모든 창조물은 하느님의 축복을 받을 수 있습니다.
언제나 어디서나 통하는 주님의 가르침이 있습니다. 남에게 원하는 대로 남에게 해 주는 것입니다. 먼저 말하기 전에 먼저 듣는 것입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충실하게 하고, 내가 할 수 없는 것은 솔직하게 인정하고 그 둘을 식별하는 지혜를 청하는 것입니다. 끝으로 필요한 것이 있다면 내가 필요해서 만나는 사람보다는 나를 필요로 하는 분들을 더 자주 찾아뵙고 만나는 것입니다. 이 모든 것들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기도와 사랑입니다. “이 백성이 입술로는 나를 공경하지만 그 마음은 내게서 멀리 떠나 있다. 그들은 사람의 규정을 교리로 가르치며 나를 헛되이 섬긴다. 너희는 하느님의 계명을 버리고 사람의 전통을 지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