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 루이스에서 만나요
원제 : Meet Me in St. Louis
1944년 미국영화
감독 : 빈센트 미넬리
원작 : 샐리 벤슨
출연 : 주디 갈랜드, 마가렛 오브라이언, 메리 애스터
루실 브레머, 톰 드레이크, 레온 에임스
해리 대븐포트, 조안 캐롤, 마조리 메인
헨리 H 다니엘스 주니어, 준 록하트
아카데미 아역상 수상 (마가렛 오브라이언)
빈센트 미넬리 감독의 '세인트 루이스에서 만나요'는 두 천재 여배우의 대표작입니다. 꼬마아역 천재인 마가렛 오브라이언과 청소년 아역 천재였던 주디 갈랜드입니다. 두 여배우의 이력에서 이 영화는 대표작 역할을 합니다.
우선 이 영화를 그냥 보는 것과 영화와 관련된 여러가지 이야기를 연관시키며 보는 것에서 재미의 차이가 상당히 다릅니다. 오늘은 이 영화와 관련된 여러가지 연관 이야기를 함께 하면서 어떻게 이 영화를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는지를 나누어 보겠습니다.
이 작품이 만들어진 것은 1944년 입니다. 2차 대전이 한창이던 시절이죠. 1942년에 등장한 '미니버 부인'이란 영화도 마찬가지지만 전쟁에 미국이 참여하게 되고 따뜻한 위로가 되는 가족영화가 필요하던 시기에 등장했습니다. 배경은 1903년 봄 에서 1904년 봄까지의 세인트 루이스 라는 도시입니다. 왜 그 시기일까요? 세인트 루이스 라는 도시의 역사를 논할때 1904년의 무역 박람회를 빼놓을 수 없는데 그 무역 박람회가 열리기 전까지의 1년의 시기를 다룬 영화입니다. 물론 박람회 준비와 관련된 영화는 아니고 어느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주디 갈랜드
등장부터 돋보이는 마가렛 오브라이언
장거리 전화와 관련된 1903년 봄 에피소드
이 영화속 가족을 소개한다면, 네 자매를 키우는 가족입니다. 물론 네 자매의 오빠인 아들도 하나 있는데 비중이 별로 없습니다. 중심은 네 자매로 돌아가고 그 중 둘째인 에스더(주디 갈랜드)와 막내인 투씨(마가렛 오브라이언)가 가장 비중이 있습니다. 네 자매들이 사는 어느 소박한 집의 이야기라니 뭔가 연상되는게 있나요? 네, 바로 '작은 아씨들' 입니다. '세인트 루이스에서 만나요'는 우리나라에 '푸른 화원'이라는 제목으로 개봉된 작은 아씨들 원작을 각색한 1949년 영화와 많이 닮았습니다. 네 자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는 부분도 닮았지만 마가렛 오브라이언이 등장한다는 공통점이 있고, 그 엄마가 바로 메리 애스터라는 점에서도 유사합니다. 이 영화에서 모녀로 등장한 두 사람은 5년뒤에 다시 모녀를 연기한 것이죠. 할아버지로 등장한 해리 대븐포트 라는 배우도 '푸른 화원'에서 닥터 반즈 라는 인물로 출연했습니다. 이래저래 공통점이 있는 것이지요. 세 배우가 5년뒤 같은 영화에서 뭉치는 셈인데, '푸른 화원'의 여주인공 이었던 준 앨리슨이 그 영화에서 마가렛 오브라이언의 언니로 나왔었지요. 준 앨리슨이 '세인트 루이스에서 만나요'에 출연하지는 않았지만 같은 해 발표된 영화 '백만인의 음악'에서 마가렛 오브라이언의 엄마같은 느낌의 언니로 출연합니다. 이런 상황을 보면 마치 '세인트 루이스에서 만나요'는 마가렛 오브라이언의 5년뒤의 '푸른 화원' 출연을 위한 리허설 같은 영화가 된 셈입니다. 심지어 언니들이 파티에서 춤추는 장면을 계단에서 두 자매가 지켜보는 장면까지 유사하게 등장합니다.
일종의 세인트 루이스 버전 '작은 아씨들' 인 셈입니다. 네 자매중 둘은 어른에 가깝고 둘은 아직 꼬마입니다. 둘이 꼬마지만 마가렛 오브라이언은 아주 더 작은 꼬마지요. 13살과 7살 이라는 차이가 있으니 당연합니다. 변호사 아버지를 둔 네 자매는 자상한 엄마(메리 애스터)와 연륜만큼 속 깊은 할아버지, 그리고 큰 오빠 한명과 오손도손 살아가는 8인 가족입니다.
1949년 작품 '푸른 화원(작은 아씨들)'에도 등장했던
장면과 거의 유사한 장면, 춤추는 언니들을 지켜보는 동생들
1949년 푸른 화원에서도 마가레 오브라이언이
이 연기를 똑같이 한다. 5살만 더 먹었을 뿐.
마가렛 오브라이언의 익살스런 재능이 그야말로
다채롭게 펼쳐지는 영화
주디 갈랜드, 마가렛 오브라이언, 이 두 천재 소녀의
합동 공연이 재밌게 펼쳐짐
주디 갈랜드의 재능, 마가렛 오브라이언의 능청스러움이
부조화속의 조화를 이룬다.
불끄기 놀이로 시작된 사랑
이야기는 크게 세 단락으로 구성됩니다. 1903년 봄, 1903년 할로윈데이, 1903년 크리스마스, 이렇게 세 번의 에피소드가 각각 독립적으로 펼쳐입니다.
1903년 봄의 이야기는 뉴욕에서 걸려올 전화에 대한 내용입니다. 큰 언니 로즈(루실 브레너)는 뉴욕에서 남자친구 워렌이 6시 반에 장거리 전화를 걸 예정입니다. 일부러 먼 곳에서 비싼 요금을 지불하고 전화를 거는 이유가 아마 청혼을 할 거라는 기대를 로즈는 하고 있습니다. 전화기가 있는 곳은 바로 주방이라서 가족들은 로즈가 민망하지 않게 1시간 일찍 5시 반에 저녁을 먹고 자리를 비켜주려고 합니다. 그런데 이 계획은 눈치없는 아버지로 인하여 실행되지 못하고 결국 6시반에 저녁을 먹게 되며 로즈는 온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전화를 받게 됩니다. 휴대폰이 없었던 80년대와 90년대 중반까지 삶을 경험한 분들은 이런 상황이 이해가 될 것입니다. 집에 전화기가 한 대 있는 경우 중요한 전화를 가족이 있는 앞에서 받는 것이 좀 불편하지요. 전화기가 보편화되기 전인 1903년 당시의 모습의 특징을 재미있게 잘 그려낸 에피소드입니다. 로즈만의 에피소드로 그치지는 않고 둘째인 에스더(주디 갈랜드)의 사랑에 대한 내용도 재미있게 펼쳐입니다 에스더는 옆집 남자 존 트루엣을 사랑하는데 어떻게 그를 꼬실까 나름 작전을 짜고 수행을 합니다. 하지만 센스가 좀 떨어지는 듯한 존은 에스더의 계획대로 움직여주지 않습니다. 결국 1903년 봄의 이야기는 자매들의 코믹한 센스와 이들과는 대조적으로 센스 떨어지는 두 남자의 이야기인 셈입니다. 물론 할아버지는 나름 센스쟁이입니다.
이 영화 한편에서만 몇가지 다른 얼굴을 선보이는
마가렛 오브라이언
할로윈 데이 에피소드에서의 마가렛 오브라이언의
재능이 가히 놀라울 정도
1903년 가을 할로윈데이 이야기는 그야말로 마가렛 오브라이언의 독무대 입니다. 마가렛 오브라이언이 연기한 꼬마 투씨, 1903년 봄 이야기에서도 주디 갈랜드와 멋진 콤비를 이루어 노래와 춤을 깜찍하게 선보였는데 할로윈 에피소드에서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정말 명연기를 보여주지요. 어두운 밤길을 걸어가서 이웃집 문앞에서 미션을 수행하는 내용을 어떻게 이런 꼬마가 천연덕스럽게 해내는지 정말 탄복할 정도입니다. 마가렛 오브라이언은 1942년 5살의 나이에 출연한 '마가렛의 여행'이라는 영화에서 캐릭터의 이름으로 사용한 마가렛 이란 이름을 평생의 예명으로 사용하게 되는데 이렇게 5살때 이미 스타가 되었고, 1949년 '푸른 화원'까지 5살에서 12살 까지가 전성기인 그야말로 꼬마 역할 전문 배우였고, 30년대 후반에 등장한 셜리 템플에 이어서 전국구 스타로 이름을 날린 아역배우였습니다. 할로윈 에피소드에서 보여주는 당돌한 연기가 놀랍고 이후 전차장난과 거짓말을 하는 맹랑한 소녀역할까지 이 할로윈 데이 에피소드를 쥐고 흔듭니다. 앞선 에피소드에서의 주디 갈랜드와의 공연장면도 앞 부분을 제법 길게 롱테이크처럼 잡아냈는데 할로윈 에피소드에서도 마가레 오브라이언의 표정연기에 의존하는 제법 긴 테이크를 잡아내고 있습니다. 1903년의 할로윈의 모습은 기존 우리가 많이 봐왔던 할로윈 데이의 풍경, 즉 사탕을 얻으려 귀신 분장을 하고 집집마다 방문하는 것과는 달리, 문을 두드리고 나오면 밀가루를 뿌린다는 점이 좀 다릅니다. 아마 20세기 초에는 이런 방식이었나 봅니다.
1903년 크리스마스 이야기는 뉴욕으로 발령난 아버지 때문에 세인트 루이스를 떠나게 된 가족들이 맞이하는 마지막 겨울입니다. 무도회에서 로즈, 에스더 자매의 각각의 사랑도 순조롭게 전개되고 할아버지의 센스도 잘 발휘됩니다. 하지만 정든 마을과 정든 사람들을 떠나야 하는 가족들의 마음은 심란합니다. 투씨는 눈사람을 못 가져갈 바에는 없애버리겠다고 눈사람을 때려부수며 울기까지 하지요. 존과 사랑이 잘 익어가지만 먼 뉴욕으로 떠나야 하는 에스더의 마음도 심란합니다. 이런 가족의 마음을 알게 된 아버지가 큰 결단을 내리지요.
부부가 함께 부르는 '당신과 나(You and I)'
그것을 지켜보는 딸들
주디 갈랜드, 마가렛 오브라이언
이 천재 소녀들이 이끄는 영화
이렇게 세 단락의 에피소드가 시기를 나누어 펼쳐지고 다시 1904년 봄, 세인트 루이스에서 펼쳐진 무역 박람회를 배경으로 대단원의 막이 내립니다. 악당도 없고, 착한 사람들만 등장하는 훈훈한 영화지요. 착한 영화이고 가족영화입니다.
전쟁중에 만들어진 영화이니 훈훈하고 착한 가족영화 역할을 했고, 마가렛 오브라이언을 중심으로 '푸른 화원(작은 아씨들)'을 위한 워밍업처럼 느껴진 영화였는데 주디 갈랜드가 등장하기 때문에 영화의 장르가 '애매한 뮤지컬'이 됩니다. 전형적인 뮤지컬 영화는 아니고 그냥 합창 몇개와 주디 갈랜드에게 노래할 기회를 몇 번 주는 정도입니다. 뮤지컬 흉내를 좀 많이 낸 극영화라고 보는게 맞겠죠. 물론 감독도 '파리의 아메리카인' '브리가둔' '지지' 등 유명 뮤지컬을 만든 감독으로 역사에 기록된 빈센트 미넬리 입니다. 빈센트 미넬리는 '신부의 아버지' '배드 앤 뷰티풀' '빈센트 반 고흐' '달려오는 사람들' 등의 일반 극영화도 잘 만들고 뮤지컬도 잘 만드는 재능있는 인물입니다. 그리고 이 영화를 만들면서 주디 갈랜드와 사랑에 빠졌고, 결국 결혼까지 합니다. 빈센트 미넬리는 첫 결혼이었고, 주디 갈랜드는 아직 어린 나이였음에도 벌써 두 번째 결혼이었지요.
즉 이 영화의 포인트를 다시 정리하면 1. 작은 아씨들의 워밍업 같은 영화 2. 빈센트 미넬리와 주디 갈랜드의 특별한 인연이 생긴 영화 3. 꼬마 천재 마가렛 오브라이언의 진가가 발휘된 대표작 4. 주디 갈랜드를 위해서 마련된 노래 장면들 5. 전쟁 위문같은 느낌의 가족영화, 착한영화 6. 세인트 루이스라는 도시와 박람회 시기의 마을환경을 보여준 영화 7. 밀가루 뿌리기 시기의 할로윈 데이 장면 등등 입니다. 이런 포인트를 짚고 보는 것과 그냥 낯선 배우들이 나오는 오래된 칼라 고전영화 하나 보는 것과는 재미면에서 천지차이 입니다. 특히 원작소설 작가 샐리 벤슨의 어린시절 경험이 그대로 자전적 소설로 쓰여진 내용인데 샐리 벤슨은 1903년 당시 6세 였고, 실제로 세인트 루이스 출신이니 당시의 시대적 분위기가 잘 반영된 이야기인 것입니다.
소녀배우로 시작해서 MGM 뮤지컬의 간판 노릇을 했던 주디 갈랜드는 '오즈의 마법사' '세인트 루이스에서 만나요' '이스터 퍼레이드' '스타탄생' 등의 대표작이고, 5살때 꼬마아역으로 등장하여 인기를 모은 마가렛 오브라이언은 '마가렛의 여행' '백만인의 음악' '세인트 루이스에서 만나요' '푸른 화원' 등이 알려진 배우입니다. 이 재능있는 두 여배우가 각각 22살, 7살때 출연한 영화입니다. 평온하고 따뜻한 가족영화이자 여성영화의 고전이지요. 40년대 영화로는 보기 드물게 칼라이고, 마가렛 오브라이언은 아카데미 아역상 이라는 정규부문에 없는 특별상까지 수상했습니다.
ps1 : 영화 주제곡인 '세인트 루이스에서 만나요'라는 곡은 원래 1904년 박람회를 위해서 만들어진 곡이라고 합니다.
ps2 : 대부분 주디 갈랜드가 노래하지만 메리 애스터과 피아노를 치며 남편과 함께 노래하는 장면에서 나오는 'You and I' 라는 곡도 인상적입니다 다른 가수의 더빙이긴 했지만요.
ps3 ; 주디 갈랜드, 마가렛 오브라이언이 함께 하는 율동과 노래입니다. 명장면이지요.
[출처] 세인트 루이스에서 만나요(Meet Me in St. Louis, 44)|작성자 이규웅
https://blog.naver.com/cine212722/2218630598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