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어는 저렴하게 구입했는데 현장에서 회를 떠주지 않는다는 점은 불편합니다. 몇천 원을 주고 회 떠주는 가게를 이용하거나 집으로 가져와 직접 떠야 하는데 한 가지 다행인 점은 회를 뜰 줄 모르는 초심자도 이 방법대로만 한다면 집에서 손쉽게 전어회를 뜰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회를 뜰 때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은 포를 뜨고 껍질을 벗기는 작업일 것입니다. 포를 뜨고 껍질을 벗기는 과정에서 살을 상당 부분 날리게 되겠지요. 그런데 이 계절에 전어는 주로 작은 사이즈를 뼈째 썰어(세꼬시) 먹으니 그 어려운 포를 뜨지 않아도 되며, 껍질도 벗기지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전어회를 쉽게 썰어 먹을 수 있을지 아래 사진을 통해 자세히 알아봅니다.
먼저 비늘을 긁어줍니다. 전어 비늘은 작고 연해 칼끝으로 대충 문질러도 잘 벗겨집니다. 열 마리를 회 떠야 한다면, 열 마리 모두 이런 식으로 비늘을 긁어만 놓습니다. (물에 씻지 않습니다.)
칼 턱을 이용해 사진과 같이 칼집을 넣습니다. 대가리를 댕강 자르는 것이 아니고 절반만 자릅니다.
이 상태에서 사진과 같이 칼집을 넣습니다. 이는 배지느러미의 딱딱한 부분까지 함께 제거하기 위함입니다,
칼끝을 이용해 항문이 있는 곳까지 배를 가릅니다.
내장을 긁어내고, 내장을 감싼 검은 막(많이 먹으면 배탈의 원인)도 칼끝으로 긁어냅니다.
전어를 뒤집어서 반대편에 있는 검은 막도 긁어냅니다.
자~ 깨끗해졌죠?
이제부터는 가위를 사용합니다. 등지느러미를 오리는데요. 방향은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꼬리에서 머리 방향으로 해야 잘 잘립니다.
뒷지느러미 부근에도 딱딱한 뼈가 있으니 제거합니다.
꼬리지느러미도 제거합니다.
마지막으로 흐르는 물에 세척하는 과정이 남았습니다. 배를 펼치면 안쪽에 응고된 피가 맺혀 있을 겁니다.
엄지손톱을 이용해 이 부분을 박박 긁으면서 씻어줍니다. 조리용 족집개가 있다면 그것을 사용해도 좋습니다.
이렇게 준비한 전어는 마른행주나 키친타월에 돌돌 말아서 물기를 빼줍니다.
마무리로 내장이 빠진 안쪽도 꼼꼼히 닦아줘서 물기를 제거해 줍니다.
횟감용 전어 장만이 끝났습니다. 여기까지 했다면 전어회 뜨기의 80%는 끝난 셈입니다. 이제 뼈째 썰기만 하면 됩니다.
전어를 사진과 같이 두고 빗금이 친 방향대로 썰면 됩니다.
이렇게 자리를 잡고 첫 번째 조각을 써는 것으로 시작해
두께는 최대한 얇게 쳐내듯이 썰면 됩니다.
접시에 깻잎을 깔고 전어회를 올립니다. 통깨가 있다면 전어회에 뿌립니다. 곁들여 먹을 쌈채로는 편 마늘과 고추, 고추냉이를 올려서 냅니다.
소스는 취향에 맞게 먹으라고 필요한 모든 소스를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전어회를 드셔보셨으면 아시겠지만, 사실 간장에는 손이 잘 안 가게 됩니다. 맛있는 쌈장 하나면 충분하죠. 이날은 쌈장이 없어서 급히 만들어야 했는데 급조한 쌈장도 맛이 좋았습니다. 여기서 제가 만든 쌈장 재료를 간략히 소개합니다.
#. 생선회 쌈장 만들기
- 고추장과 된장은 1.5 : 1 비율로 섞는다.
- 다진 마늘, 다진 매운 고추, 식초, 참기름 듬뿍, 매실청(없으면 설탕), 깨소금을 적당량 섞는다.
- 맛은 식초와 설탕으로 조절하면 된다. (위 사진을 기준으로 저는 식초를 5숟가락 이상 넣습니다.)
횟감용 선어 전어를 썰어도 맛은 충분히 보장된다
일반 소비자들은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전어의 속성을 잘 모릅니다. 신선도에 대한 불신도 있으니 산 전어가 아니면 불안해하는 것이 사실이죠. 활어 코너를 지나 시장 구석에는 '횟감용 전어'를 바닥에 깔아놓고 파는데 이는 수조에서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았거나, 죽어가는 전어를 걷어다 파는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가격은 활전어보다 약 40% 정도 저렴합니다. 일부는 아직 숨을 거두지 못한 채 팔딱팔딱 뛰기도 합니다. 그 아래 깔린 전어는 이미 숨을 거두었지만,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횟감용으로 쓸 수 있는 상태입니다. 그러니 전어를 아는 사람들은 굳이 비싼 돈 주고 활전어를 사 먹을 필요가 없겠지요.
물론, 선어 횟감이라 활전어에 버금갈 만큼 고운 자태가 느껴지지는 않지만, 선어 횟감도 비린내가 적고 충분히 고소하면서 신선한 맛을 느끼기에는 문제없습니다.
전어회를 드실 때는 깻잎을 충분히 준비해 주세요. 저는 깻잎 한 장에 전어회 3~4점을 듬뿍 올리고, 마늘과 고추를 올리며, 쌈장에 고추냉이까지 곁들여 크게 한 입 먹습니다. 그리곤 우적우적 씹어먹지요. 입안에서는 전어의 꼬시움과 마늘, 고추의 맵싸함이 어우러지고, 쌈장의 감칠맛과 산미까지 터지는 맛의 축제를 경험할 수 있을 겁니다. 마지막에는 生고추냉이가 코끝을 살짝 찡하게 하면서 여운을 남기겠지요.
생선회는 그 자체의 맛을 오롯이 즐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민족이 수백 년 동안 연구하며 구축한 부재료와의 궁합도 맛의 조화 면에서는 매우 중요하다 볼 수 있습니다. 우리만의 생선회 문화 중 고쳐야 할 점은 고쳐야겠지만, 좋은 점은 계승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겠지요. 전어회는 부패하기 쉬운 등푸른생선이므로 살균 능력이 탁월한 마늘과 고추냉이, 그리고 된장이 들어간 쌈장과의 궁합이 매우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10월 중순 이후로 넘어가면, 전어 씨알이 상당히 커집니다. 그때는 포를 뜨고 길쭉하게 썰어 먹어야 제맛이지만, 칼질 경험이 없는 초심자가 포를 뜨기에는 부담입니다. 추석을 전후로 한 지금은 적당한 크기의 전어를 푸짐히 양껏 먹을 수 있는 시기입니다. 전어철이 가기 전에 이런 방법으로 전어회를 장만해 드신다면, 남보다 저렴하고 푸짐히 드실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