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字 隨筆
문득.1340 --- 몽골의 초원을 한가로이 달리며
독수리가 칭기즈칸으로 뒤바뀐다. 세계를 호령하며 주름잡던 전설은 하늘을 찌르며 영원할 줄 알았는데, 원나라는 백년도 못 버티고 힘없이 무너졌다. 그 후예들은 그간 수 없는 수모를 겪어가며 여전히 거친 초원을 벗어나지 못했다. 죽은 자는 말이 없으며 이빨 빠지면 발버둥을 쳐대도 헛일이다. 초원은 나무라고는 거의 없다. 잡풀에 민들레가 꽃을 피우고 엉겅퀴며 쑥이 짙은 향기를 내뿜는다. ‘콘도르’라고 독수리가 칭기즈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팔뚝에 앉은 사진 모델로 2불이다. 칭기즈칸 동상 앞에서 독수리와 함께 추억에 담아두려는 호기심에서 사람들이 시시덕거리며 웅성거린다.
초원 저쪽으로 기차가 지나간다. 짙은 매연에 석탄 가루가 휘날리면서 흙먼지보다 더한 시커먼 분진이 뒤덮는다. 무려 85량이나 되니 한 량에 10m씩만 계산해도 850m라는 계산이 나온다. 조금 후 객차는 불과 10여 량으로 화차와는 달리 아담하면서 품위를 갖추어 그림처럼 빠져나간다. 노스탤지어 손수건이라도 흔들어주고 싶다. 테를지국립공원 지역이 옛날 옛적에는 바다였다고 한다. 바다가 1,600m를 넘나드는 고원이 되고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없는 기이한 형상의 바위가 되었다니 그저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초원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는 목가적인 분위기에 트레킹을 하면서 승마를 즐긴다.
‘어워’라는 토속신앙을 만난다. 큼직한 돌무더기 위에 빨간색, 파란색, 흰색, 노란색 천이 매달린 나뭇가지가 꽂혀 섬뜩하게 펄럭인다. 인간의 세계와 구분되는 간단한 의식을 치르면서 신격화하여 산신령에게 예를 갖추는 민속신앙 터이기도 하다. 시골 언덕배기 외진 길목을 지나다 보면 당산나무 아래 흔하게 있던 성황당이 떠오른다. 신기하다고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주먹만큼 한 돌을 주워 들고 반신반의 호기심 섞어 돌무더기 왼쪽으로 돌아가면서 조심스레 얹고 소원을 빈다. 세 바퀴를 돌아야 효험이 있다고 한다. 한쪽에 돈을 낼 수 있게 돈통도 마련되어 있다. 호기심에 그냥 따라나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