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을 찾아 달빛어린 들판을
걷고 들어와 자리에 누워 잠을
청해보지만 창가에 비친 달빛에
밤이 이슥토록 늙은 마음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돌아
머나먼 길을 헤매인다.
아득한 옛날 휘영청 달밝은 밤
어머니의 다듬이질 소리, 한숨
소리 들려와 그 밤을 한 숨도
못자고 장닭 울음소리에
새벽을 맞았다.
창밖을 보니 둥근 달이 서산
마루에서 이지러지고 있었다.
십 오륙년 전 고향을 찾았을 때
낙동강변 분수쇼.
내 고향 안동
동서남북 길목에 거대한 문을
세우고 『정신 문화의 수도』라는
현판이 내걸려 있다.
또 『독립 운동의 성지』라는
뿌듯함이 여기저기서 느껴진다.
퇴계 이황으로 대표되는 유학자들
징비록의 류성룡, 임청각의
이상룡, 시인 이육사 같은
애국지사들이 있었으니 딴은
그럴만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좀 멋적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다.
한 십여년 전에 안동을 여행한
유력 일간지의 한 언론인이
『정신 문화의 수도』라는 현판을
매단 거대한 문을 보고
비아냥 거리는 투로 쓴 칼럼을
읽으며 쑥스럼움과 불쾌함의
상반된 감정을 느꼈다.
그 칼럼을 쓴 이도 그 현판의
정신과 뭔가 걸맞지 않다는
느낌으로 그랬겠지만 솔직히
불쾌함이 더 컸던 것은 어쩔 수
없는 애향심의 발로 탓일 게다.
징비록을 읽고 하회 마을과
병산서원을ㅈ찾아보며 유성룡에
대해, 그의 시와 후세 사람들이
쓴 책과 도산서원과 유난히 좋아
하고 아꼈던 청량산을 돌아보며
퇴계에 대해 조금 이해 하는 게
전부지만 그 두 분으로 솔직히
자부심을 느끼면서 그래도 올곧은
마음으로 살려고 애를 쓴다.
예나 지금이나 진실로 이 나라를
위해 많은 헌신과 희생을 한
분들이 많고 그 분들 덕분에
아무 공로없이 많은 것을 누리며
산다. 존경하는 인물로 세종대왕을
으뜸으로 치지만 나는 진실로 퇴계
이황을 가장 존경한다.
퇴계에 대해 아는 게 쥐꼬리만
하지만 퇴계의 올곧은 심성과
연민과 사람을 존중하는 마음을
알게 되면 대 성리학자를 떠나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이다.
그는 혼자 식사할 때는 한평생
무말랭이(곤짠지), 가지무침, 산나물
세가지 반찬만으로 밥을 드셨다고
한다. 손님이 찾아오면 그 세
가지에 간고등어를 내어
놓으셨다고 한다.
퇴계와 관련된 책을 읽을 때마다
그 고매함과 사람 존중하는 마음에
부끄러워지고 나도 좀 그렇게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마음을 다잡아보기도 한다.
그러나 그때 뿐이고 사람은
그저 생긴대로 살아야 하는구나
하며 못난 자신을 애써 자위한다.
고향은 깊은 우물 속처럼 적막하다.
밤의 어둠 속의 적막감은 어떤 때는
견디기가 몹시 힘든다.
아기들의 울음 소리 끊어진지
오래고, 아이들의 재잘거림도
깔깔거림도 사라지고 없다.
새벽을 알리는 장닭의 울음소리는
변함이 없지만 그 마저도 우렁
차지 않고 희미하게 들려온다.
아이러니하게도 고향에 와서
향수에 더 젖어들게 된다.
그 아련한 옛날 티없이 순수하던
친구들의 웃음 소리 노래 소리
그리워하며 한없이 헤매게 된다.
지나가는 것들은 지나가고
지나가고 지나간다.
늙어서 보이는 것은 젊었을 때
봤던 것들의 새로움이다.
쇠락하는 몸은 오랜 세월 품어
왔던 욕망과 욕심을 더 이상
감당할 수가 없다. 욕망과
욕심이 덜어진 마음의 빈 자리에
비로소 늘 봐왔던 것들의 새로움이
들어차는 것 같다. 그리고 또한
젊어서 저지른 온갖 못난 짓들과
누추한 삶에 대한 기억들이 들어차
괴로울 때도 있다.
노년의 삶은 누가 뭐래도
십일월의 날씨처럼 스산하고
빠시락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삶을 기쁨으로
노래하고 감사하며 사랑해야
한다. 아름다운 여성은 눈 앞에
있는 것만으로 큰 기쁨이 되고
좋은 노래와 음악은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름다운
자연 풍경과 노래와 음악만큼
빠시락한 노년의 삶을 어루만져
주는 것은 없는 것 같다.
나를 아는 사람들은 음치중의
음치가 어떻게 저렇게 대놓고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 의아
하게 생각할 지도 모른다.
나도 노년에 와서야 노래를
이렇게 좋아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아량을 베푸시기를.....
첫댓글 고르비님이 고향이 안동이시군요
제가 어렷을적에 낙동강에서 멱도 감고
했던 가억도 납니다
누님이 평화동에 살았고 매형이
안동고등기술학교
를 운영 하셧답니다..
멋진시 잘보고 갑니다
수리산님
안녕하세요?
누님이 평화동에 사셨군요.
뎍분에 낙동강에서 멱도 감으시고.
참외 수박 서리도 해보셨나요?
수리산님의
부지런함
도움의 손길
친절을 생각합니다.
제게는 많이 부족한
것들이라서 더욱 그렇습니다.
좋은 자질이나 심성
가운데 결핍을 느끼는 게
저 혼자만은 아닐게야
애써 자위하며 삽니다.ㅑ
늘 건강하시고 기쁨과
보람 많기를 바랍니다.
좋은 아침입니다
효자였던 고르비님
부모님에 대한 사랑은
글에서도 보입니다
막내딸인 엄지는 부모님께
받은 것만 생각나고
효도를 못해드려서 지금도
너무나 죄송할 뿐입니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엄지님
안녕하세요?
추위가 누그러들고
봄비 내릴 조짐입니다.
부모님 돌아가시고
유난히 슬퍼하고 통곡하는
이들을 볼 때마다 살아 생전에
속썩인 게 참 많은가보다 하는 생각을 할 때가 많습니다.
저도 그런 축에 속합니다.
돌아가신 부모님에 대한
후회는 허망할 뿐 아무 짝에도 쓸 수 없기에 기쁘고 즐겁게
살아가려 하지요. 언제나
자식에 대한 부모 마음은
그러하기를 바라시겠지요.
기쁨과 감사 많은 날들이기를
바랍니다.
고르비님 철학적인 장문에 시상이 떠오르는 글
그리고 청년이고 노년이고 노래를 좋아하고
즐길수 있으면 감성이 착한 사람입니다
좋은글 잘보고 갑니다.
선배님
안녕하세요.
올해부터 설 차레와 기제사를
제 집에서 지내게 되어
늦게서야 고향의 어머니를
찾아뵈었습니다.
토속 된장으로 끓인
냉이국 실컿 먹고왔는데
자꾸 그맛이 생각나네요.
선배님
건강하시고 소소한 일상의
행복 많이 누리시기 바랍니다.
글을 읽으면서 한참 향수에 젖어 보는 시간을 가졌네요.
감사히 잘 읽고 갑니다.
회장님
안녕하세요?
가버리고 변하고 해서
자꾸만 뒤안길 돌아보며
서성이게 되네요.
그 옛날 아무리 궁핍하고
힘들었어도 이제 고향 생각에 잠겨들면 그저 아련해지고
그리워지는 것 같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를요.
부모 노래를 들으며 좋은글 잘보았습니다. 감사 합니다. 좋은날 되소서
꾸미커님
안녕하세요?
호기심 많고 부지런한
꾸미커님 글을 접하면
누워있다가도 긍정적인
에너지가 솟아올라 벌떡
일어나 한강변으로 나가
걸을 때가 있지요.
이렇게 우리는 알게 모르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게
되는 것 같습니다..
좋은 영향 주시는 꾸미커님
고맙습니다.
봄날
기쁨과 보람 많은 나날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