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rius님, 답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Sirius님께서 설명하신 내용 중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어서 조금 더 보충하겠습니다.
저는 먼저 언급하신 성현터널부터 삼랑진 구간 사이의 지질을 확인해 보았습니다. 성현터널이 통과하는 산은 “경상계 주산안산암질암류 안산암질암”으로 중생대 백악기에 형성된 화성암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성현터널을 지나면 역시 안산암을 기반암으로 하는 “제4계 충적층”이 나오고, 이런 상황은 경부선이 밀양에 닿을 때까지 계속됩니다.
지질학에서 말하는 경상분지는 중생대에 퇴적된 지형이기는 하지만 바다에서 형성된 지층은 아닙니다. 경상분지는 육성층으로 알려져 있으며, 호수 환경에서 퇴적되었습니다. 중생대의 표준화석 중의 하나인 암모나이트는 해성층에서만 발견되며, 육성층이었던 경상분지에서는 발견되지 않습니다. 경상분지는 중생대 후기의 오랜 시간동안 퇴적되었으며, 북쪽으로는 안동부터 남쪽으로는 경상도 남해안 전체와 전라도 남해안 동부에 이릅니다. 같은 호수에서 퇴적되었던 퇴적암은 일본 큐슈 북부에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 퇴적암이 호수에서 퇴적되는 동안 호수에서는 활발한 화산활동이 있었으며, 경상도 곳곳에 퇴적암 가운데 섬 처럼 남아있는 화강암, 안산암 관입체와 응회암 층이 그 사실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청도와 밀양의 산지는 이들 화성암 관입체들이 풍화에 퇴적암보다 상대적으로 강하기 때문에 남아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포항부터 경주·울산에 이르는 지역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젊은 암석이 분포하고 있는 지역 중의 한 곳입니다. 그리고 형산강 구조곡은 최근에 단층활동을 받아 형성된 것이지, 화강암과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중생대에 형성된 화강암 관입체는 형산강 구조곡 부근 뿐만이 아니라 남북한을 비롯한 전국 도처에서 어디서나 발견됩니다. 오히려 지질학적으로 매우 근래에 형성된 형산강 구조곡은 아직 그 활동이 완전히 멈추었다고 단언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실재로 울산과 부산 사이에 북동방향으로 달리고 있는 양산단층이 과연 활성을 멈춘 단층인가 하는 문제는 고리원전의 안전성과 관련하여 많은 논란이 있는 쟁점이기도 합니다. 만일의 사태 때 안전성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는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편마암이 잘 발견되는 곳은 경기육괴가 폭넓게 분포하고 있는 경기도 부근입니다. 지질도에서 확인해 본 결과 대구에서는 전혀 편마암이 발견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호수에서 퇴적된 퇴적암이 그 남쪽의 어느 지역보다 넓게 분포하고 있습니다. 편마암은, 심부의 기반암이 더 노출된, 소백산맥에 더 가까운 지역인 구미까지 가야 노출됩니다. “화강 편마암”이 구미정도에서는 노출됩니다. 왜관에서 경부선 구선과 분기한 직후의 고속선 노선은 화강편마암 지대로 진입하기 전까지 짧기는 하지만 퇴적암 위에 부설되어 있습니다.
경상분지가 가지고 있는 문제로 지적하신 사암은 모래가 퇴적되어 생긴 암석이기는 하지만, 종류에 따라 굉장히 약할 수도 있고 또는 굉장히 단단한 암석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무조건 사암 또는 퇴적암이라고 해서 고속철도를 부설하기에 부적당한 지질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외국의 사례에서도 고속철도가 중생대 퇴적암, 또는 훨씬 더 젊은 미고결 퇴적물 위에 부설된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밀양노선은 지질학적 문제로 인해서 고속철도 부설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은, 1)그 주장을 뒷바침하는 데에 사용된 경상도 지역의 지질 분포에 대한 사실관계 파악에 오해가 있었다는 점과, 2) 퇴적암 위에는 고속철도 건설이 불가능하다는 논거가 명확히 뒷바침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보다 정밀하게 가다듬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댓글 해당 부분에 대한 명확한 지적을 감사드립니다. 다만, 지질문제로 인한 것은 제가 언급한 것이 아닌, 천성산터널 논란이 불거져 나왔을 때의 건설교통부의 대항 논리 중의 하나였습니다. 다만, 2번 지적사항에 대한 것은 현재의 영동선에서 충분히 '증명' 이 되고 있다고 봅니다. 현재 영동선 통리-도계 구간은 가장 대표적인 퇴적암지대(통리협곡)인데, 해당 구간의 U자형 터널인 '산골터널'이 열차의 운행으로 인한 '위상변경'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을 감안해 보면, 일반철도가 20km/h 남짓한 속력으로 운행하는 것이 저 정도인데, 과연 300km/h 고속철도 터널이 과연 자유로울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또한 퇴적암이라고 해서 무조건 고속철도 건설이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이암이나 응회암의 경우에는 입자의 크기가 매우 작기 때문에, 더 충격에 강합니다. 다만, 밀양 지역은 여러가지 조건들을 놓고 살펴 보았을 때에, 영동선의 '산골터널' 과 같은 우려가 발생할 위험이 매우 큰 지역이라는 것은 타당하다고 봅니다.
답변과 좋은 실례를 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통리협곡은 역시 경상분지와 마찬가지로 퇴적암이기는 하지만, 연대가 보다 오래되었고, 무엇보다 경상분지보다 훨씬 더 불안정한 지형에서 퇴적되어 알갱이의 분급도 좋지 않고, 큰 하중을 지탱하기에는 보기만 해도 무리가 있음을 알 수 있는 지질입니다. 그리고 '산골터널'이 걸설될 때가 영동선이 부설될 때라고 생각하면, 당시에는 구조물의 안전을 위한 기술이나 자본이 충분하지 않았을 것이므로, 현대의 고속철도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판단됩니다. 더하여 청도·밀양 지역의 기반암은 퇴적암이 아니라 안산암이기 때문에 산골터널과의 비교는 부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에 와서 당시 건교부의 대응논리를 찾아 볼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