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South Pacific, 58년) 아름답고 환상적 촬영이 일품. 출연 : 로사노 브라지, 밋지 게이너, 존 커 레이 월스턴

[아스팔트정글]

남태평양

원제 : South Pacific

1958년 미국영화

감독 : 조슈아 로건

음악 : 리처드 로저스

작사 : 오스카 해머스타인

출연 : 로사노 브라지, 밋지 게이너, 존 커

레이 월스턴, 화니타 홀, 프랑스 누엔

러스 브라운, 잭 멀라니, 켄 클락

아카데미 녹음상 수상

'남태평양'은 전형적인 할리우드 고전적 뮤지컬 형태로 만들어진 대형 영화입니다. '80일간의 세게일주' '사운드 오브 뮤직' 등 50년대 중반~60년대중반 까지 한시적으로 사용되었던 Todd AO 방식의 70mm 대형 화면 속에서 펼쳐지는 영화입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남태평양 폴리네시아 지역의 아름다운 낭만과 태평양 전쟁 시기의 미일간 대치가 함께 등장하고 있습니다.  군인들과 섬 사람들의 이야기지요.  물론 2시간 반 동안의 영화에서 2시간은 섬의 낭만과 유유자적한 풍경이 그려지고 태평양전쟁 관련 소재는 후반부 30분 정도입니다.

2차대전 시기 미국과 일본이 태평양에서 치열하게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장교 케이블 중위(존 커)는 작전수행을 위해서 많은 미군이 주둔중인 남태평양의 어느 섬으로 상륙합니다. 케이블의 임무는 일본군이 주둔하는 섬에 몰래 잠입해 그들을 정찰하고 움직임을 보고하여 미군에게 유리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그 작전 수행을 위하여 섬의 지리를 잘 아는 프랑스인 에밀(로사노 브라지)을 데려가고자 합니다.  에밀은 젊은 시절 사정으로 프랑스를 떠나서 16년간 이곳에 정착하며 거대한 농장을 운영하는 중년남자입니다.  하지만 에밀은 정찰업무 제안을 거절하는데 결정적 이유는 그가 미군 간호장교인 넬리(밋지 게이너)와 사랑에 빠졌기 때문입니다.  에밀을 데려갈 수 없게되자 작전은 일단 보류되고 케이블 중위는 섬에서 잠시 휴가를 보냅니다.  케이블 중위를 눈여겨 본 통가 여인 블러디 메리(화니타 홀)는 케이블에게 자신의 딸 리아트(프랑스 누엔)를 소개시켜 주고 두 사람은 서로 반하여 행복한 시간을 보냅니다. 하지만 블러드 메리는 케이블에게 리아트와 결혼하여 아이를 낳고 이곳에서 살기를 강요하고 케이블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알고 거절하지만 이미 리아트에게 마음이 끌려서 괴로워합니다.  에밀 역시 예전에 폴리네이사 여인과 결혼하여 두 아이를 얻고 사별한 과거 때문에 넬리의 마음에 갈등이 생기고 그로 인하여 넬리는 더 이상 에밀의 집을 찾아가지 않습니다.  사랑에 대한 번민에 빠진 케이블과 에밀 두 남자, 결국 이런 아픔을 딛기 위해서 함께 정찰업무를 떠나기로 합의하고 두 사람은 위험을 무릅쓰고 일본군 주둔섬에 몰래 잠입하는데....

1949년에 초연된 인기 뮤지컬을 영화화 한 작품으로 폴리네시아와 하와이 현지촬영을 통해서 아름답고 낭만적인 칼라 화면을 멋지게 이끌어낸 영화입니다. '사운드 오브 뮤직' '오클라호마'로 우리나라에게 널리 인식된 오스카 해머스타인(작사)과 리처드 로저스(작곡) 콤비가 일구어낸 음악으로 꾸며진 작품이고 고전적 뮤지컬 방식으로 만들어졌지만 안무 보다는 주로 노래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안무를 대체하는 화면으로 파도가 펼쳐진 아름다운 해안가 섬과 멋진 자연 풍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1958년 전미 흥행 1위를 차지할만큼 폭발적 흥행을 거둔 영화이고 우리나라에서도 60년대와 70년대 두 차례나 정식 수입되어 여러차례 극장에서 순환상영을 할 정도로 인기를 누렸습니다.  일단 아름다운 섬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낭만적인 사랑과 휴양지 같은 풍경이 꽤 볼만한 영화입니다.  다만 단순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음에도 2시간 반이나 되는 다소 불필요하게 긴 영화이고 안무의 구성이 좀 빈약한 듯 해서 흥행에 비해서 평단에서는 그리 높은 평가를 받는 뮤지컬 영화는 아닙니다.  제 개인적으로도 화면이 굉장히 예쁘고 촬영이 아름다운 영화지만 뭔가 내용은 밋밋한 느낌입니다.  그럼에도 당연히 받았음직한 아카데미 촬영상 수상을 못하고 후보에만 올랐는데 당시 아카데미에서 다른 뮤지컬 영화인 '지지'를 밀어주는 분위기가 있었고 촬영상도 '지지'가 받았습니다.  하지만 촬영 하나는 정말 역대급 작품이 '남태평양'입니다. ​

태평양 지역 섬에서 일본군과 대치하며 보내는 군인들의 이야기지만 영화 중후반부까지는 전쟁이 아닌 휴양하러 온 듯한 한가롭고 평화로운 내용입니다. 실제로 태평양 전쟁이 길게 대치가 되었고, 늘상 전투가 벌어진 것은 아니니 만큼 섬의 주도권 쟁탈전을 위해서 주둔하는 군인들이 많을 수 밖에 없었고, 비 전투 기간동안은 이렇게 한가한 지점도 있었을 것입니다.  가브리엘 살바토레 감독의 '지중해'라는 영화도 다소 유사한 분위기죠.

이런 상황이다 보니 고향을 떠나 외롭게 오래 섬에서 지내는 군인들의 마음에 외로움과 향수병이 있기 마련인데 그런 군인을 위로하기 위해서 간호장교들이 주축으로 된 거대한 공연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존 커가 연기한 케이블 중위도 매혹적인 섬 처녀와 사랑에 빠지지만 어차피 전쟁이 끝나면 먼 미국으로 돌아가야 할 현실 앞에서 진지하게 결혼을 강요하는 그녀 어머니의 제안을 거절할 수 밖에 없는 현실적 선택을 합니다.  두 남녀 커플의 사랑을 담고 있는 내용이 2시간 동안 펼쳐지고 있습니다.  후반부 작전 수행 내용은 꽤 진지하고 긴박한 분위기여야 했지만 영화에서는 그 내용도 약간 가볍고 코믹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슬픈 내용 조차도 너무 덤덤하게 처리하는 것이 의외스러울 정도입니다.

통가 여인을 연기한 화니타 홀 이라는 배우만 무대에 이어 영화에도 출연했는데 노래는 직접 안부르고 다른 가수가 더빙했다고 합니다.  전문 뮤지컬 배우가 아닌 존 커나 로사노 브라지도 모두 다른 사람의 목소리도 더빙했고, 밋지 게이너만 자기 목소리로 부릅니다.  ​

 세월이 지난 시점에서 보면 캐스팅이 다소 아쉬운데 밋지 게이너가 무난한 연기를 보여주었지만 몇 편 영화출연을 안한 여배우고 이 영화 외에 특별히 알려진 작품이 별로 없다 보니 도리스 데이나 데비 레이놀즈 급의 캐스팅보다는 많이 아쉽게 느껴집니다.  로사노 브라지 역시 이탈리아 배우인데 프랑스인을 연기하여 사실 캐스팅 미스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직접 노래한 것도 아니고 안무실력가도 아닌데 어떻게 캐스팅이 되었는지 의문입니다.  이 배우는 1949년 '푸른 화원(작은 아씨들)'에서는 독일 남자를 연기하더니 이번에도 뜬금없는 프랑스 남자역할이라니.... 좀 낄데 안낄데 구분 못하고 출연한 느낌입니다. 할리우드 영화 출연 맛을 들였는지.  존 커는 나름 준수하게 생긴 배우지만 우리나라 미남 배우 주진모를 연상케 하는 느낌입니다.  잘 생겼지만 뭔가 심심해 보이는 느낌.  '차와 동정' '포도의 계절' 등 50년대 중후반 반짝 알려지고 주로 TV에서 활동하여 많이 기억되지는 못한 배우입니다.  주요 핵심 배우 3인의 캐스팅이 모두 아쉽다 보니 지금 시점에서는 다른 유명 뮤지컬이 비해서 좀 선호도가 떨어지는 느낌입니다. 

개봉도 몇 차례 되고 TV방영, DVD출시 등 우리나라에 매우 많이 친숙한 고전 뮤지컬 영화로 영화의 지명도를 배우들이 못 따라가는게 아쉬움이 있는 영화입니다. 그럼에도 너무나 낭만적이고 멋진 촬영과 섬에서 벌어지는 사랑과 아기자기한 내용으로 재미와 즐거움을 많이 주는 영화임은 분명합니다.

평점 : ★★★ (4개 만점)

ps1 : 세트 촬영도 물론 있었지만 섬 현지 촬영도 많았는데 정말 촬영지 선정에 꽤 심혈을 기울인 느낌이 듭니다. 남태평양 섬 지역을 이렇게 아름답게 보여준 영화도 드물지요.

ps2 : 70mm 로 만들어진 고전영화들은 대부분 서울 대한극장에서 상영되었는데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70mm 영화를 상영할 수 있는 영화관이었지요.

ps3 : 여러 노래가 나오지만 그 중 존 커가 통가 여인의 딸과 사랑에 빠졌을때 엄마가 노래하고 딸이 손 안무를 재미있게 하며 호흡을 맞추는 장면이 가장 보기 좋습니다. 그 장면을 발췌해 봅니다.

https://blog.naver.com/cine212722/221843846470

[출처] 남태평양(South Pacific, 58년) 아름답고 환상적 촬영이 일품|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