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건
최 장 순
jschoi0426@hanmail.net
초등학교 입학식 날 어머니가 교복 윗저고리에 핀으로 찔러준 손수건. 몸가짐을 정갈하게 하라는 뜻이 담긴 그것은, 내겐 일종의 증표였다. 학교울타리 안으로 들어왔다는 진급의 의미, 이제는 소매로 땀이나 코를 훔칠 나이를 벗어났다는 표시였다.
하루의 안녕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내 작은 가슴팍을 톡톡 두드리며 달아주던 손길은 이미 멀어지고, 이제 손수건은 아침이면 하루도 거름 없이 거실 탁자에 놓인다. 아내가 준비해 놓은 그것이 바지주머니로 들어가야만 내 외출 준비는 끝이 난다.
요즘은 휴대용 티슈를 가방에 챙겨 넣고 다니니, 손수건이 감당하는 몫도 줄었다. 일회성 편리함에 밀려 손수건은 본래의 용도에서 멀어졌지만, 손수건에 깃든 감성만큼은 티슈가 당해낼 수 없다.
누군가 서러움에 복받쳐 울고 있을 때, 슬픔을 찍어낼 수 있도록 건넨 손수건은 고마움이며 따스함이다. 마치 상대방의 인격과 체취가 그대로 전해오는 듯해서, 감히 맘껏 눈물을 닦아내지는 못해도 은근히 그의 매력에 빠지게 한다. 슬픔에 공감한다는 마음이 읽히기에 동질감마저 느낀다. 격식을 갖춘 자리, 티슈로는 손수건의 정갈함이나 센스를 따를 수 없다. 신사의 품격 혹은 숙녀의 에티켓은 손수건이기 때문이다.
땀을 닦든 눈물을 닦든 내 얼굴을 훔쳐낸 그것이 함부로 휴지통에 버려진다는 건, 마치 내가 함부로 버려지는 느낌이다. 정갈하게 다시 빨아서 네 모서리를 맞춰 깨끗하게 접은 손수건은 나를 존중함이기도 하다. 내 가슴에 달렸던 하얀 손수건은 무언의 가르침이었다. 그것은 명함처럼, 함부로 구겨버리지 않는 나의 체면이었고 나를 나답게 만드는 품위의 소지품이었다.
아주 소소한 손수건 한 장이다. 그러나 작은 것 하나가 나를 만든다.
현대수필 2016 봄호(아포리즘 수필)
첫댓글 손수건 선물에는 이별의 의미도 있다지요.
그러고 보니 그동안 받았던 손수건들도 이제 거의 보이지 않아요.
준 사람이 누구였는지도 생각 안나고...
역시 이별이었나봐요.
잘 읽었습니다.
어쩌면 손수건은 품위를 나타내기도 했는데, 요즘엔 일회용 티슈에 밀려 전처럼
각광을 받지는 못하는 것 같지요?
손수건을 챙긴다는 것, 그것은 손수건이 아니라 자칫 소홀하기 쉬운 우리의 따뜻함과
품위를 일깨우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