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동 생활경제부장
주택시장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아파트 미분양 물량이 10만여 가구를 넘어서면서 그동안 물 좋던 지역으로 꼽혔던 파주나 용인지역까지 줄줄이 미계약 물량이 넘쳐나고 있다. 청약가점제라는 주택분배정책을 수립해 적용하고 있지만 가점에서 유리한 수요층조차 시장 참여를 놓고 망설이고 있다. 미분양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오르지도 않는 집을 애써 분양받을 필요가 없다는 군중심리까지 작용, 분양시장 침체의 늪은 더욱 깊어질 게 분명하다.
여기에 기존 주택시장은 가을 이사철임에 불구하고 심각한 거래두절 상황을 맞고 있다. 집을 내놓은 지 수개월이 되지만 가격 네고는 고사하고 문의조차 없어 난리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출 이자가 금리인상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월급의 절반을 매달 갚아나가는 상투족(?)도 부지기수이다.
거래가 안되다 보니 아파트 한 채 가격이 공시가, 실거래가, 호가, 인터넷가, 중개업소가격 등 5~6개나 되고 강 건너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우리에게 닥칠지 모른다는 거품붕괴 우려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여파는 지난 2003년 대량 분양됐던 아파트의 입주대란으로 옮겨붙고 있다. 준공된 아파트단지의 초기입주율이 20% 미만으로 떨어지면서 밤이면 유령단지로 변하고 있을 정도다. 기존 주택이 팔려야 새집으로 이사를 가는데 기존주택의 동맥경화 현상이 날로 심해질 뿐 동트는 새벽의 기운(?)을 전혀 느낄 수 없다. 이는 주택시장이 최악의 바닥 장세에 접근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 같은 상황은 적어도 대선이 끝나고 경기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가시화되는 연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내집마련이나 집을 늘려갈 호기가 도래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리라.
실제로 현재 주택시장에서 가격을 주도하고 있는 목동신시가지나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등은 지난 80년대 최악의 미분양 상황에서 탄생한 아파트들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부촌단지인 도곡동 타워팰리스 등도 극심한 미분양장세 속에서 분양된 아파트다. 강남 주택은 외환위기로 침체장세가 지속되던 1998~2000년 사이에 투자한 사람들이 가장 큰 자산이득을 올려 이를 입증해주고 있다.
이는 구태여 경기순환사이클(키친 커브)을 예로 들지 않아도 부동산에도 시장논리가 철저하게 적용, 순환주기가 생길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주식시장과 마찬가지로 바닥의 깊이를 확인하기가 어려울 뿐 시장은 반드시 순환하고 최악의 바닥장세가 바로 투자의 출발점이라는 점을 시사해 준다.
그렇다면 향후 투자 대상을 어떻게 골라야 할까. 주식시장에서 우량주를 선호하듯 저점 바닥장세에서 주택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핵심권역을 찾아내는 일이다. 이른바 ‘뱃살이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달리기나 조깅 등 다이어트를 위한 운동을 계속하다 보면 가장 먼저 얼굴 살이 빠진다. 이어 내장 기름살, 맨 마지막으로 뱃살이 빠지게 된다는 이론을 접목시켜 주택시장에서 핵심투자 지역이나 대상을 골라야 한다는 것이다. 부촌의 생명력이 더욱 돋보일 것이기 때문. 외풍에 의한 가격 거품이 지방이나 수도권 외곽에서부터 빠지기 시작해 핵심권으로 접근하는 게 일반적인 생리이다. 또 신도시 등 같은 지역 내에서도 극심한 침체지역이 있는 반면 열기가 살아 있는 곳이 있게 마련이다. 인천=송도권역, 수원=영통권역, 용인=상현 등 서북부권역, 서울=용산, 강남권역, 부산=센텀과 해운대권역 등이 바로 부촌의 핵심권으로 꼽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용인 동천지역의 청약 경쟁률이 한자릿수에 불과하는 등 청약률이 부진하고 강남권의 재건축아파트가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점 등은 주택시장이 바닥권 근접과 함께 투자 시점이 도래한다는 신호탄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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