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조선일보 신춘문예 詩〉
당선 소감 / 고선경
- 미래의 나, 미래의 詩에게 이젠 씩씩하게 걸어갈 것
나는 늘 어딘가 엉성한 아이였다. 단체 줄넘기를 하면 꼭 줄에 걸리는 아이, 큐브를 맞추는 데 한 번도 성공한 적 없는 아이, 대답이 느리고 말을 자주 더듬는 아이, 결정적인 순간이면 반드시 긴장해서 실수하는 아이. 자주 망신을 당했다. 내가 엉성한 존재라서 세계도 나를 어색해하는 것 같았다. 자의식과 수치심이 비례했다.
수치심은 내가 느끼는 숱한 감정들의 형이다. 슬픔과 분노와 죄책감 같은 동생들을 데리고 나를 줄기차게 따라다닌다. 그런 수치심과 거리를 두는 감정이 있다면 그것은 사랑이다. 사랑은 수치심을 파괴하기까지 한다. 사랑을 사랑해서, 세계를 사랑해서, 사람을 사랑해서, 시를 사랑해서 나는 엉성하게나마 살아 있다.
사랑하는 모든 것을 더 잘 사랑하고 싶은 마음, 그것마저 사랑이라고 믿는다. 나에게 시는 그 사랑에 대한 고백이자 답변이었다.
내 엉성한 발걸음과 어울리는 이상한 길을 끝없이 내어주는 시에게 고맙다. 그 길에 첫걸음을 내딛게 해 주신 한양여대 권혁웅 교수님, 장석남 교수님, 양연주 교수님께 감사드린다. 이상한 길에도 아름다움이 있다는 걸 알려 주신 이영주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못생긴 발자국을 발견하고, 그 발자국이 더 멀리 나아가도록 힘을 보태 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
내 모든 용기의 근원이 되는 수정, 세리, 재아, 지은, 소정, 민경, 효린을 비롯한 친구들에게 고맙다. 혜정, 선우에게도 고맙다. 나보다 나를 더 믿어 준 연수에게 고맙다. 무한한 지지 속 연대감을 알게 해 준 한양여대 동기들에게 고맙다.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나의 가족. 이수기 씨, 고동진 씨, 그리고 동생들에게 각별한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오래전 누군가는 내가 머문 자리마다 꼭 흔적을 남긴다며 긴 꼬리 인간이라 놀려댔다. 흔적은 영혼의 때, 꼬리는 거추장스러운 그림자 같은 것이다. 내게는 그런 것이 성가실 정도로 많다. 그러나 이제는 뒷모습 보이는 일을 부끄러워하지 않으면서 씩씩하게 걸어가고 싶다.
무궁무진하고 이상한 미래, 미래의 나, 미래의 시에게로.
고선경 시인
△ 약 력
- 1997년 안양 출생
- 한양여자대학 문예창작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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