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3/8일은 아주 중대한 반장선거 날이었다. 나는 이번년도 반장이 되면 작년의 부반장 경험을 바탕으로 정말 잘 이끌어나갈 자신이 있다고 생각하여 출마를 택했다. 반장선거날 이틀 전부터 나는 준비를 하기 시작했는데 공약을 쓰는 것부터 길이 막혔었다. 정말 아이들의 공감을 불어일으킬 만한 공약에는 무엇이 있을지 밤을 새가며 고민했고 2개의 공약을 세워 반장선거 전날 개시해놓았다. 그리고 반장선거 전날 밤에는 어떻게 발표를 해야할지, 무슨 말이 해야 아이들의 시선을 끌 것인지 고민을 했었다. 그러나 나의 핵심적인 고민은 아이들의 앞에서 발표를 하는 일이 너무나도 두렵다는 것이었다. 나는 아이들의 앞에 서서 무엇을 하면 나를 바라보는 그 시선이 무서워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떨리고 황급하게 말을 마무리하는 경향이 있다. 나도 물론 아이들이 어떤 심정으로 나를 쳐다보는 지 안다. 무섭다기 보단 대부분의 아이들이 호기심과 관심의 눈빛으로 쳐다본다는 것을 나도 한 명의 청자이었던 적이 많았기에 잘 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이런 성격? 습관? 은 잘 고쳐지지 않는다. 그래도 과거에 비해서는 지금 훨씬 나아졌다는 것을 알고 쭉- 나아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중이다. 하여튼 이런 고민을 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3월8일 당일이 되자 아침부터 선거시작인 6교시 전까지 계속 긴장이 되었다. 6교시 종이 쳤고 드디어 공약 발표가 시작되었다. 시작된 그 순간부터 나의 심장은 엄청나게 뛰기 시작했다. 내가 첫 타자로 아이들 앞에 섰는데 역시 어제의 예상대로 나는 아이들의 시선이 무섭게 느껴졌고 내 시선은 청자인 아이들의 눈을 보는 것이 아니라 아무도 안 보이는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의 공약 발표는 그러다가 끝이 났고 다음 타자의 공약 발표가 이어졌다. 모든 타자들의 발표가 끝난 후에는 투표가 시작되었고 개표 후에는 내가 반장이 아님이 확실해졌다. 그 순간 나의 마음은 사실 복잡미묘했다. 나의 친구가 반장이 되어서 진심으로 축하를 해주고 싶은데 내가 떨어졌다고 생각하니 우울하기도 해서 반웃음을 지으며 마무리지었다. 그러나 잠시 후 이런 생각이 들었다. 비록 떨어졌지만 이번 경험은 나에게 값진 경험이었다고... 정말 친구들을 위한 공약을 오랫동안 고민해보고 아이들 앞에서 발표하는 등 나는 이 반장 선거를 준비하면서 그동안 내가 그닥 신경쓰지 않거나 두렵다고 회피했던 것들에 대해 당당하게 맞섰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 자신에게 그 어느 때보다 칭찬해주고 싶었고 수고했다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 나에게 이번 반장선거는 실패가 아닌 성공으로 기억될 것 같다.
첫댓글 "님은 갔지만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