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김장 담그기 가장 좋은 날을 11월 24일이라고 했다. 김치냉장고를 만드는 모 회사에서는 자사의 상품 브랜드를 ~1124로 출시한 적도 있다. 매년 12월 어간 쯤 되면 집집마다 김장 담그느라 소금물을 만들거나 바닷물을 퍼와서 배추를 절이는 풍경이 많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오늘날 아파트 문화로 변화되면서 직접 김장을 하는 풍경이 많이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우리 집도 예외가 아니었다. 코로나19 전에는 몇 번 아파트 거실에서 한 해 먹을 김장을 담근 적이 있었다. 비닐로 된 커다란 용기를 인터넷에서 구매하여 거실에 쫙 펴 놓고 절인 배추를 사와서 김칫속을 바르고 넣었던 기억이 난다. 김장을 준비하는 일도 손이 많이 가지만 김장 후의 일도 만만치 않았다. 아파트라는 제한된 공간 안에서 김장을 준비하다보니 뒷처리가 골머리였다. 김장철만 되면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는 이런 문구가 적힌 종이가 떡~ 붙어 있곤 한다.
'김장을 담근 뒤 배추 지꺼이를 하수구에 버리지 말아주세요. 막히는 일이 자주 발생합니다'
아이들도 어리고 맞벌이를 하는 우리 부부에게는 김장 담그는 철만 돌아오면 몇 주전부터 스트레스가 되었다. 장모님께도 부탁드려볼까라고 생각해 보지만 연세가 있으신 분들에게 부탁도 한 두번이지 그러다보면 어른들이 돌아가시고 나면 훗날 어떻게 할까라는 생각때문에 기어코 아내는 힘은 들지만 스스로 김장을 담궈왔다. 그러다가 인근 지역에서 김장축제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한 번 시험삼아 도전해 본 적이 있다. 간단하다. 인터넷으로 절인 배추를 몇 박스를 할 지, 그리고 김치 양념은 몇 통을 할 지 사전 예약을 하고 사전 예약을 한 당일 날 김치통을 싣고 가면 된다. 그러면 김치를 버무르는 공동 작업장에 가서 머리부터 위생복을 입고 작업대 위에서 김치를 버무려 준비해 간 김치통에 담으면 끝이다. 두 번째 해에는 요령이 생겨 배추 사이에 넣을 무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김치통에 담아 간 뒤 공동 작업대에 펼쳐 놓고 배추와 함께 버무려 김치통에 넣어왔었다. 코로나19 전의 우리 집 김장 풍경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코로나19가 다가왔고 모든 지역 행사가 취소되었다. 김장 담그기 행사도 마찬가지였다. 할 수 없이 우리 집은 다시 원래대로 김장을 스스로 담궈야했다. 올해도 변함없이 고춧가루, 생강, 까나리액젓, 새우젓, 파, 무 등 각종 재료를 사와서 일일히 손질하고 좁은 거실에서 힘겹게 김장을 담궜다. 심지어 맛있는 김장 비법을 알기 위해 인터넷 검색을 통해 누구누구가 알려주는 레시피를 차용해 보기도 했다.
그러던 중 팬엔펜 출판사의 <임성근의 한끗 쉬운 김치 장아찌>라는 책을 보게 되었다. 이 책의 특징은 책 제목처럼 쉬운 김치 비법이 담겨 있다. 누구나 이 책에 나온 순서대로 차근차근 따라해보면 집에서 손쉽게 김치를 담글 수 있는 방법들이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다. 김치양만 늘리면 바로 김장이 되는 것이다.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한국의 김치가 2001년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로부터 국제식품표준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이다. 2013년에는 한국의 김장문화가 유네스코가 인정한 세계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는 점! 이제 자랑스러운 김치를 집에서 손수 만들어 먹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건강도 가격도 믿을 수 있는 집 김치를 임성근 장인으로부터 한 번 배워보시라!
<이창수의 독서 향기> https://www.youtube.com/watch?v=MlxeVb-MYtk&t=442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