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고 괴로울 때가 바로 부처님께 기도할 때
삶의 풍파 가벼우면 견디나
폭풍 같이 몰아칠 땐 좌절해
힘들고 괴롭고 답답할수록
믿고 의지할 건 오직 부처님
우리 중생이 살아가는 세상을 ‘사바세계(娑婆世界)’라고 부릅니다. ‘참아야만 살 수 있는 세계’란 뜻입니다. 우리 중생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참아야할 것이 너무 많습니다.
인생은 불만족의 연속입니다. 사랑하는 사람 못 만나서 괴롭고, 미운 사람 자꾸 봐서 괴롭습니다. 구하고자 해도 얻지 못해 괴롭습니다. 인생은 불만족의 연속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하게 살고 싶지만, 인생을 살다보면 괴롭고 힘들고 답답할 때가 있습니다. 그 먹구름이 잠시 스쳤다가 넘어가준다면 다행이지만 오랫동안 끈질기게 우리 삶을 괴롭힐 때가 있습니다. 인생에서 부딪치는 삶의 풍파가 가볍다면 잠시 꾹 참고 견딜 수 있지만, 폭풍과 같이 몰아칠 때 많은 사람들이 무너지고 좌절하게 됩니다. 우리 불자들은 어찌해야 할까요. 힘들고 괴롭고 답답할 때일수록 우리가 믿고 의지할 것은 오직 부처님입니다.
<법화경> ‘관세음보살보문품’에서 말씀하셨습니다.
“만일 헤아릴 수 없이 수많은 중생이 온갖 괴로움을 받을 적에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듣고 한마음으로 관세음보살을 생각하고 부르면 곧 그 음성을 관찰하고 다 해탈케 하느니라.”
몇 년 전의 일입니다. 영희(가명)라는 이름의 여성이 찾아와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습니다.
영희 씨는 어렸을 때부터 불우한 가정에서 자랐습니다. 사랑과 따뜻한 애정이 부족한 부모님 밑에서 자랐습니다. 부모님에게 많은 상처를 받았습니다. 빨리 어른이 되어 집을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습니다. 성인이 되어 독립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이상하게도 되는 일이 없었습니다. 자꾸 하는 일마다 뜻대로 풀리지 않고 장애가 생겼습니다.
‘나는 이것 밖에 안 되나? 내 팔자가 왜 이럴까? 나는 무얼 해도 안 되는 사람인가?’
온갖 부정적인 생각들이 솟구치며 자신을 괴롭혔습니다. 점점 삶에 지쳐가기 시작했습니다. 마흔을 앞두고 있는데 혼자인 몸으로 우울증에 걸려서 약까지 복용하고 있었습니다. 도저히 희망도 보이지 않고 힘들고 괴로워서 수없이 자살까지 생각했다고 합니다.
영희 씨의 사연을 듣고는 안타까움이 차올랐습니다.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부처님 경전에,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내가 지은 업의 인연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좋은 일도 나쁜 일도 결국은 내가 닦아야 합니다. 힘들고 괴로운 사람들을 보면 제가 늘 드리는 말씀이 바로 ‘기도’입니다. 간절하게 부처님께 기도하세요. 간절하고 정성스럽게 기도해 보세요. 내가 지은 업보를 소멸하는 마음으로 간절하게 기도하세요.”
“스님. 제가 아직 불교에 대해서 잘 모르고,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지 아직도 잘 몰라요. 어떻게 기도하면 될까요?”
“불교에는 기도법이 참 많습니다. 어떤 기도를 하든지 부처님을 향한 모든 기도는 하나로 통합니다. 아직 기도하는 법조차도 모른다고 하시니, 제가 숙제를 드리겠습니다. 우리말 한글로 번역된 ‘관세음보살보문품’을 깨끗한 공책에다가 108번 베껴 쓰세요. 이걸 사경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시간이 날 때마다 마음속으로 틈틈이 늘 간절하게 관세음보살을 염불하세요. 중간에 아무리 힘들어도 고비를 이겨야 합니다. 무조건 사경하고 염불하다 보면 무언가 마음에 체험이 올 겁니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당부했습니다.
“기도를 마칠 때마다 ‘모든 존재가 괴로움에서 벗어나고 모든 존재가 영원토록 행복하게 해주세요’라고 축원을 해주세요. 남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도하면 기도의 에너지가 더욱 맑고 강해집니다. 꼭 끝까지 한 번 해보세요.”
대승불교의 상징 관세음보살은 세간의 중생을 구제한다. 사진은 금동십일면천수관음보살좌상. 사진=국립중앙박물관
그날부터 영희 씨는 우리말로 풀이된 관세음보살보문품 사경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매일 관세음보살을 염불했습니다. 그렇게 약 2년 동안 108번의 사경을 완성하였습니다.
처음에 사경을 시작하는데 어깨와 손가락이 너무 아파서 괴로웠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억지로 꾸역꾸역 입술을 물고 사경을 하였습니다. 또한 매일 틈틈이 관세음보살 염불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생업을 위해 활동하면서 남는 시간 기도에 집중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처음 몇 달간은 아무런 효과를 전혀 느끼지 못했다고 합니다. 오히려 마음속에 ‘내가 이걸 왜 하고 있나? 이게 과연 효과가 있을까?’ 별의별 생각이 떠올랐다고 합니다. 그럴 때마다 이렇게 되뇌었습니다. ‘그래도 끝까지 해보자. 나중에 다 포기하고 죽을 때 죽더라도 끝까지 한 번 해보자.’
그렇게 기도하면서 몇 달이 지난 후부터 희한한 꿈들을 꾸게 되었다고 합니다. 몸에서 더러운 것이 빠져나가는 꿈을 자주 꾸었고, 꿈속에서 자신의 주변을 맴돌던 시커먼 그림자가 멀리 사라지는 꿈도 꾸었습니다.
그때부터였습니다. 점점 마음이 편안해졌고 신기하게도 꽉 막혔던 주변 일들이 점점 풀려나가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자기가 생각해도 이상할 정도였습니다. 알게 모르게 주변이 편안해지고 좋은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얼굴이 편안해 보이고 피부도 고와졌어. 비결이 뭐야?”
이렇게 주위 사람들이 진지하게 물어볼 정도로 자신이 바뀌어 가는 게 느껴집니다.
우울증도 많이 극복하고 진심으로 부처님 가피의 힘을 확신하게 되었다고 자랑을 늘어놓았습니다.
“불자님. 이렇게 더욱더 좋아진 모습을 보니 제 기분이 다 좋아집니다. 영희 불자님이 생생한 기도의 힘을 체험하고 맛을 보셨습니다. 그저 지금처럼만 기도하고 꾸준히 수행하시기 바랍니다. 앞으로 좋은 일이 생기든지 혹은 나쁜 일이 생기든지, 모두 자신이 지은 인연법이라고 되새기면서 지금처럼 기도하고 마음공부를 하시기 바랍니다. 늘 응원 드리겠습니다.”
사람이 살다 보면 좋은 일이 생길 때도 있고, 나쁜 일이 생길 때도 있습니다. 나쁜 일도 적당히 생겨야 하는데 반복적으로 오랫동안 크게 경험하면 어떤 사람이든 쉽게 무너질 수가 있습니다. 자기의 힘과 자신의 지혜로 이겨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때로는 내 능력만으로 이겨내기에는 벅찰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우리가 의지할 수 있는 최고의 의지처가 바로 부처님입니다. 부처님을 향하여 열심히 기도해도 힘들고 괴롭고 나쁜 일이 생길 수가 있습니다. 다만, ‘크게 받을 것을 작게 받는다’라고 말합니다.
내가 과거 전생에 지었던 크게 받을 무거운 업보를 작고 가볍게 받는다는 뜻입니다. 부처님 법은 ‘인연법(因緣法)’입니다. 일어나고 사라지는 모든 존재의 현상이 모두 인연의 흐름입니다. 나의 행복도 인연이고, 나의 불행도 인연입니다. 부처님을 만난 것도 인연이고, 부처님을 향해 기도하는 것도 인연입니다. 부처님께 기도해서 나의 불행을 소멸하는 것도 인연이고, 기도를 열심히 했는데 나쁜 일이 생긴 것도 크게 받을 것을 작게 받는 묘한 인연의 도리입니다.
사람으로 태어나기 어렵고 부처님 법을 만나기 어렵습니다. 우리가 사람으로 태어나 이토록 좋은 부처님 법을 만났습니다. 오직 수행하고 정진할 뿐입니다.
혹시 살아가면서 힘들고 괴로운 일을 만났다면 바로 그때가 기도할 최고의 시기입니다. 기도하세요. 그리고 늘 부처님 가피가 함께 하시기 바랍니다.
“만일 헤아릴 수 없이 수많은 중생이
온갖 괴로움을 받을 적에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듣고
한마음으로 관세음보살을 생각하고 부르면
곧 그 음성을 관찰하고 다 해탈케 하느니라.”
<법화경> ‘관세음보살보문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