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자 수필
문득.1341 --- 몽골에서 초원의 실상과 허상
몽골은 염소와 양이 각각 3천만 마리, 소와 말이 각각 4백만 마리로 국민 300여만 명보다 20배는 많다고 한다. 여기에 야크, 쌍봉낙타도 있다. 긴 겨울에 비하면 겨우 다섯 달 남짓한 봄, 여름, 가을 동안 가축을 이끌고 좋은 풀밭을 찾아 나서는 유목민들의 삶이 결코 여유롭지 못하다. 초원을 누비며 ‘게르’라는 이동식 간편 전통가옥에서 일상을 맞고 보내야 한다. 그러다 보면 풀밭을 외면하는 돼지나 닭 같은 가축은 멀리할 수밖에 없다. ‘게르’는 생활용품도 최소한으로 줄이고 가축과 함께 자주 옮겨다녀야 하므로 간편히 조립할 수 있도록 만들었으며 겉과는 달리 그런대로 넉넉한 생활공간이다.
초원은 아주 풍성해 보이며 외관으로는 잘 다듬어져 있다. 그러나 막상 가까이 다가가면 너무 거리감이 있다. 마치 눈속임이라도 당한 것 같아 얄밉기만 하다. 비 오는 날이 드물어 수분이 턱없이 부족해서 야박하리만치 풀은 자라지를 못하여 엉성하기 짝이 없다. 그래도 연신 가축은 풀을 뜯고 있는데 막상 입에 들어가는 것이 없으니 배불리 먹기에는 요원하지 싶다. 유목민은 그럴수록 나은 풀밭을 찾아 자주 가축을 몰고 다닐 수밖에 없으며 그만큼 고달픈 여정일 수밖에 없다. 그래도 대대로 물려받은 천직으로 불평하거나 서두름 없이 감사하면서 살아간다. 그 속에서 행복을 찾으며 누린다.
가축은 부지런히 풀밭을 누비고 있어도 먹는 것이 넉넉하지 못해 윤기가 없다. 그래도 틈만 나면 느긋이 풀을 뜯는 모습이 평화로워 보인다. 시퍼런 하늘에 울타리처럼 불쑥불쑥 치솟은 산줄기는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없는 회색이나 붉은 돌산이다. 그러나 초원은 얼핏 잘 가꾸어진 골프장처럼 보인다. 초원을 배경으로 둥그렇고 하얀 ‘게르’가 목가적인 냄새를 물씬 풍기며 눈길을 당긴다. 누가 살고 있을까? 일시적으로나마 선망의 대상이면서 동경을 하기도 한다. 마치 한때 크게 유행했던 가사의 한 대목처럼 “저 푸른 언덕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임과 함께 한 백년 살고 싶다.”면서 충동질한다.